大江寒 - 武陵樵子 : 第14章 ＜14-2＞

[녹정]

<14-2>
卢琬玲摇首自言自语道："我真不信他就是谈灵。" 
吕剑阳道："姑娘为何不信他是谈灵。" 
卢琬玲道："他用来取胜锦袍人的刀法似是震慑江湖之追魂三刀，那追魂三刀却是独臂人魔冷飞不传之秘，想那谈灵作恶多端，人所不齿，怎能蒙受冷老前辈青睐。" 
吕剑阳微微一笑，道："在下那一式剑法也是偷学谈灵而得，惜未参悟神奥。" 
卢琬玲不由一愕，道："尤其谈灵面貌虽丑，但那气度令人不禁生出亲近之感，一个人转变尽可能在一夕之间变换，但气度须潜移点化，随其修养学问陶冶而变，决不可能旦夕间前后判若两人。" 
吕剑阳哈哈一笑道："姑娘知人之能不愧须眉，然则请问姑娘他非谈灵乃系何人。" 
卢琬玲不禁一怔，知语中有话，陡生疑云，诧道："阁下必有所指，请问他是何人？" 
吕剑阳道："兹事重大，天机不可泄漏，此人也是姑娘旧识，他日必知分晓。" 
说时，铁鹤观内鱼贯走出金天观主姚绍九及谷云飞等人，后随老幼妇孺。 
吕剑阳一跃而前。 
金天观主道："谈大侠何往？" 
吕剑阳道："他走了，命在下留言转告观主。"
说着低声附耳说了一阵。 
金天观主满脸惜别之色，道："贫道遵命!"
说时又向卢琬玲面致谢意，率众告别而去。霎那间，群雄纷纷赋别，只剩下吕剑阳、卢琬玲两人。 
吕剑阳道："姑娘如今意欲何往?" 
卢琬玲不答，反问吕剑阳道："阁下呢?" 
吕剑阳暗忖："好厉害的红衣罗刹。"
当下笑笑道："在下受谈灵之托，追寻白衣凶邪下落。姑娘，你我后会有期!"
言毕抱拳略拱，一振双臂，疾奔而去。 
红衣罗刹卢琬玲皱眉一笑，随后赶去。 
斜阳影里，林木萧森，寒风阵阵，飘飞离枝凋叶，逐空乱舞，李同康所居宅院仍是那么庄严宏伟。 
门前草坪上突飞掠而至四五人，其中之一正是那锦袍人，目光炯炯注视着那两扇破碎的朱漆大门。 
只见锦袍人长叹一声道："可惜在下慢了一步，却被李同康老贼取得白虹剑，风闻申屠宗遇害，李同康擅用奇毒，无人能制，是以诱擒金天观主……" 
一黑衣老者道："金天观主未必能抵御奇毒。" 
锦袍人道："金天观内产有一种野生药草，能辟奇毒，姚绍九已承恃此药草曾侵入此宅，虽无功而退，却未受奇毒所害，不料被谈灵小辈所阻，致功亏一篑。" 
黑衣老者道："令主尽可去金天观内采取药草就是，何必须姚绍九不可?" 
锦袍人闻言冷笑道："观内药草已连根拔除无遗，除了当面逼问金天观主别无他策。" 
"令主问过了么?" 
"问过了，药草俱带来此处，长途携带，千里迢迢，时日过久已失灵效。" 
黑衣老者道："令主，眼下应如何对付？" 
锦袍人面泛一丝森冷笑意，道："量小非君子，无毒不丈夫，我意欲用火攻，一把无情火将此宅烧个一干二净，李同康无处藏身必逃窜而出。" 
"令主此计虽好，但老贼有白虹剑为助。" 
"无妨，我等施展暗箭定可成擒。"
锦袍人仰面望了望天色，接道，"只待入晚即刻行动。"
说着率众快步隐入长草丛中。 
一株参天古桧上隐藏着一位白衣人，尚有一人正是阎尹。 
白衣人两道森冷眼神注视着锦袍人等身影消失后，不由低哼一声道："此人是谁？莫非就是藏身在白马寺内紫衣怪物么?" 
阎尹神色恭谨道："属下不知，须否属下前往追踪，必可探出此人底细。" 
白衣人摇首道："事不在急，眼前须先发制人，在他们未动手之前，我等应先取得白虹剑。" 
阎尹连连点头应是。 
白衣人忽道："此人口中所说的谈灵不是本门弟子么?" 
阎尹道："正是，方才属下听颜鸿庆说谈灵此刻已赶往玄灵宫去了。" 
白衣人微微颔首，轻叹一声道："至今仍不知紫电剑下落，不得已才求其次，但愿白虹剑可使本座如愿如偿。"说时弹身拔起欲掠入宅内。 
谁知他才虚空掠出三四丈外，突又转身一个"凌云翻龙"，重又落回原处，道："太迟了!" 
阎尹闻言愕然道："为什么?" 
蓦闻数声惊天霹雳大响，宅内硝烟奔空，震飞起一片乱石断瓦，接着冒起一片血红火舌，转瞬间照耀着昏暗的夜空。 
那火势迅快无比，偌大的庄宅全都笼罩着一片熊熊烈焰之下，漫空飞飘火星，炙热逼人窒息。 
宅内高楼上李同康不料有此巨变，不禁瞠目结舌，楼外忽飞掠入七个黑衣劲装汉子，道："长老，咱们护着您老冲出宅外。" 
李同康神色黯淡，凄然一笑道："来不及了，逃出宅外还有一大段路程，不死必伤，就算能冲出宅外，对方必事先有着恶毒谋划，我等必自投罗网，他们志在白虹剑，不如趁着老朽活着之际，将此柄白虹剑毁去。" 
忽闻一清朗语声传来道："毁去白虹剑未免可惜。"
一条身影疾飘而入。 
李同康瞧出来人正是谈灵，面现惊喜之色。 
谈灵道："现在无暇详言，诸位请紧随在下逃出险厄。"率领李同康等人望东南方奔去。 
堪近宅墙，火焰狂腾中只见一方长广不过五丈水池，池中矗立一乱石堆立假山。 
谈灵先跃入水池，假山下有一隐入水面的缺口，谈灵矮身钻了入去。 
李同康等鱼贯钻入，原来是一条长长水道，昔年建造此宅主人布置这座庭园，巧匠设计由远处河川溪流引入活水，砌建两条水道，他们所经之处正是出水暗渠。 
李同康等人均为烈火灼伤，头目晕眩，经冷水冲澈只觉遍体清凉，神智立爽。 
诸人出得暗渠后，只见存身在一弯景物清幽小溪旁，远处仍是红光烛天，火势熊熊上升。 
李同康有着再世为人之感，不胜唏嘘。 
只见谈灵走入一片柳林中，初秋时分，枝头已是光秃秃的，略无隐蔽。 
李同康大感愕然。 
谈灵道："据在下所知，眼前就有两位盖世凶邪，无不志在老前辈，周近五里已设下天罗地网恐难逃出，我等不如在此停住，静观好戏登场。" 
李同康双眉微皱，道："但此处一无隐蔽。" 
谈灵笑道："在下已设下奇门禁制，唯其并无隐蔽，才能使其疏忽此处。"说着在一株柳树上取下两包食物分与诸人。 
李同康道："大侠与老朽萍水相逢，危难相助，老朽愧无以报。" 
谈灵微微一笑道："路见不平，拔刀相助，此乃我辈所应为，何况在下与申屠堡主有一段不平常的交往，更不能见危不救。" 
李同康道："谈大侠从何发现这条暗渠。" 
谈灵道："事有偶然，在下无意发现，不然老前辈危矣。"说着拿起一只鸭腿嚼食。 
李同康神色怆然，望了谈灵一眼，忽解下肩上白虹剑，道："老朽自觉无力保全白虹剑，谨以相赠。" 
谈灵怫然作色道："在下欲攫取白虹剑，与老前辈初见时也不会交还了。" 
李同康正色道："此乃老朽一片真心诚意，大侠不可坚拒。" 
蓦地-- 
随风传来银铃悦耳语声道："你就接着吧，不然借让与姑娘，免落在妖邪手中。" 
李同康等人大惊失色，纷纷拔刀而起。 
只见柳林外盈盈走入一红衣俏丽少女，杏靥含笑，月色之下分外美艳。 
谈灵淡淡一笑，道："姑娘也赶来了。" 
卢琬玲嫣然一笑道："我暗随阁下来此，目睹阁下匆匆布下奇门，竟留下两处破绽。"
说着凝注了谈灵一眼，接道："阁下并非谈灵!" 
"不错，在下确非谈灵。"
刹那间除尽易容药物。 
卢琬玲大出意料之外，颤声道："唐公子!" 
唐梦周展齿微笑道："在下正是唐梦周。" 
李同康目睹唐梦周清逸脱俗，丰神如玉，暗道："好人品!" 
这时，小溪旁忽疾掠而至数条人影，只听一人诧道："若非李同康事先闻风逃去，定是葬身火海。" 
广大庭院庄宅已被烈火烧得荡然无存，火势渐弱，浓烟仍自弥漫腾空。 
突闻一人高声道："令主来啦!" 
只见锦袍人率着四条人影疾如星射而至，道："火宅中未见一具尸体，更无白虹剑踪影，显然李同康已逃去。"语声满含愤激。 
不远处生起一森冷语声道："大好一座宅院，被阁下一片无情毒火烧得荡然无存，阁下未免太心狠手辣了。"
暗中冉冉飘出一面目森冷背剑白衣人。 
那白衣人神态冷酷无情，令人生出恐怖战栗之感。 
锦袍人似对白衣人极为畏惧，眼神中闪出一抹异芒，喝道："杀!" 
两黑衣汉子挥刀扑去，卷起一片寒飓，夹袭白衣人，刀招凌厉辣毒。 
锦袍人知非其敌，示意余党先行离开。 
黑衣匪徒纷纷穿空掠去。 
锦袍人迅快拔出长剑。 
只听两声凄厉惨噑，一双匪徒震飞起半空堕下，胸前各洞穿一孔，鲜血泉涌。 
卢琬玲李同康等人根本未见白衣人如何出剑，心神大震，骇异白衣人出剑之快。 
唐梦周迅疾取出一方黑巾蒙住面目。 
只见锦袍人剑身平指，蓄势凝神目注白衣人。 
那白衣人似感一惊，冷冷说道："阁下剑式不凡，乃本座生平所遇有数劲敌。" 
锦袍人一言不发，突然身形疾转，长剑倏地攻出，幻化漫空剑影，挟着一片狂厉罡风迎头袭下。 
白衣人发出一声慑魄惊魂长笑，身形倏地拔空腾起，化为"天龙转空"，剑如狂瀑飞泻。 
双剑交击，震出铮铮连响，锦袍人突长声狂笑，穿空飞起，去如闪电，瞬眼已远在十数丈外。 
白衣人身形落地，也不追赶，目中逼射怒焰如炽，一袭白衣显露出两个剑孔。 
唐梦周低声道："在下这座奇门匆匆布下，恐逃不过白衣人眼力之下，诸位不可妄动，容在下一人对付。" 
李同康解下白虹剑，递与唐梦周，虽未言语，却在眼神中可瞧出非接下不可。 
唐梦周呆得一呆，默然接过搭在右肩，缓步走近奇门内注视着白衣人动静。 
白衣人两道慑人心魄眼神缓缓巡视四外，似看出柳林有异，突发出一声森冷低笑，道："雕虫小技，怎逃得过本座神目如电，尊驾可以现身了。" 
唐梦周朗笑一声，迈步跨出禁制外。 
白衣人不禁一怔，冷笑道："尊驾是何来历?" 
唐梦周道："在下来历碍难奉告。" 
白衣人目光怨毒已极，沉声道："请问尊驽来意。" 
唐梦周淡淡一笑道："与阁下一般，志在白虹剑。" 
白衣人厉声道："瞧尊驾在此设下禁制奇门，倒是个有心人，不知攫得白虹剑么?" 
唐梦周答道："枉费心机，徒劳跋埗，与阁下一般！在下有白虹剑在手，阁下恐已血溅五步、尸横七尺了！" 
白衣人闻言不胜震怒，厉喝道："这倒未必!" 
唐梦周斜身倏挽，呛鎯鎯一声剑吟过处，寒芒逼射，已撤出一柄犀利长剑。 
李同康、卢琬玲不禁面色大变。 
原来李同康、卢琬玲发现唐梦周取出之剑并非白虹剑，而是寻常之兵刃，虽用上好的钢铁打铸，寒光潋潋，但与白虹剑一比不啻云泥之隔。 
卢琬玲柳眉微颦，道："他太大意了，也太自负了。对付这等盖世魔头，怎能如此轻敌。"言下不胜关注。 
李同康摇首答道："这位少侠聪明绝顶，才华卓绝，如此做定有深意，他说过未曾取得白虹剑，此刻展出岂非不打自招，而且展露出白虹剑也未必能使凶邪死命。" 
卢琬玲冷哼一声，道："除非白衣人一身钢筋铁骨。" 
只见唐梦周剑式一晃，幻出寒飙如轮，护住胸前。 
白衣人一见不禁骇然变色，认出这手剑式乃刀法上最精绝奇招的起手式，变化莫测，喝道："你是冷老魔什么人？这手'慧光太极'从何处得来?" 
唐梦周冷笑道："武学一道，渊博浩繁，并非局限一人有此成就，冷老魔是何人恕在下不知。"
说时三剑齐出，风雷狂奔。 
白衣人认出那是震撼武林的追魂三刀，大喝道："尊驾就是冷飞?"
弹剑挥出，白影横空，剑势逐即引发，只见寒芒炸射，流飙奔泻，带起一片凄耳啸风，四外草虫俱皆偃伏，威势宛如雷电交击，风云震撼。 
眩目剑光环绕中两条人影一合倏分，忽见唐梦周身形弹起穿空飞去。 
白衣人飘飞而出，满面怒容，一袭白衫又多了九条裂痕。 
明眼人均可瞧出双方均未占上风，也许都受了伤，但伤势不重而已。 
只见白衣人双肩一振，腾身而起，望唐梦周去向追去。 
卢琬玲芳心大急，担忧唐梦周安危，身形一闪即欲扑出奇门外。 
李同康伸手一拦，忙道："这位少侠引开凶邪用意至为明显，志在我等不受侵害，姑娘显露形迹，岂非有悖这位少侠一番好意么?" 
卢琬玲忧形于色道："凶邪手段毒辣，无所不用其极，我是怕他受到伤害，如有万一，岂不使你我抱憾终身。" 
"老朽自信有识人之明，凶邪虽武功旷绝当代，但未必制得了少侠死命，既然如此，我等暗暗蹑去，行迹却不可败露。" 
夜空中人影连闪，越过小溪赶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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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노완령이 고개를 흔들며 자신있게 말했다.
"저는 그가 담령(谈灵)이라고는 정말 믿지 못하겠어요."
여검양이 물었다.
"낭자께선 어째서 그가 담령이 아니라고 믿으시는 거요?"
노완령이 말했다.
"그가 금포인(锦袍人)을 이기는데 사용한 도법(刀法)이 강호(江湖)를 떨게 하던 추혼삼도(追魂三刀) 같았어요. 추혼삼도는 독비인마(独臂人魔) 냉비(冷飞)의 비전절기(秘传绝技)로 알려졌는데, 악행을 일삼아 사람들로 하여금 치를 떨게 하던 담령(谈灵)이 어떻게 냉(冷) 선배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겠어요."
여검양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저의 아까 그 검법도 실은 담령에게서 훔쳐 배워 얻은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심오함을 아직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소이다."
노완령이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말을 이었다.
"담령의 외모는 유달리 추하지만 그 기품은 사람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데, 사람의 외모는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지만, 기도와 품위는 수양과 학문의 도야(陶冶)를 통해서 형성될 수 있을 뿐, 결코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는 없습니다."
여검양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낭자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썰미가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럼 묻겠는데, 그가 담령이 아니라면 누구겠습니까?"
노완령은 잠시 대꾸할 말이 없어 멍해졌지만, 이내 여검양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며 동시에 의심이 생겨났다.
"귀하는 분명 짚이는 데가 있는 것 같은데, 그가 누구인지 알려 주시겠습니까?"
여검양이 음성을 낮췄다.
"이는 매우 중대하고 천기나 다름없이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람은 아가씨의 옛 친구로서 조만간 반드시 아시게 될 것이오."

그때 철학관(铁鹤观) 안에서 금천관주(金天观主) 요소구(姚绍九)와 곡운비(谷云飞) 등이 앞장서 걸어나왔고, 그 뒤를 노인과 어린이, 부녀자들이 따라 나왔다.
여검양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자 금천관주가 물었다.
"담 대협은 어디 가셨소이까?"
여검양이,
"그는 떠났습니만 제게 관주께 전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라고 하며 요소구에게 다가가 잠시 귓속말을 했다.
금천관주가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빈도는 명을 따르겠소이다!"
금천관주는 여검양과 노완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작별을 고한 뒤 무리를 이끌고 떠났고, 순식간에 여타 군웅들도 뿔뿔이 흩어져 여검양과 노완령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여검양이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이제 어디로 가시렵니까?"
노완령은 대답 대신 오히려 여검양에게 되물었다.
"당신은요?"
여검양이 속으로 투덜댔다.
'역시 홍의나찰(红衣罗刹)답게 만만하지 않군.'
하지만 곧바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담령의 당부로 백의흉사(白衣凶邪)의 행방을 추적해야 합니다. 아가씨, 그럼 훗날 다시 뵙겠소이다!"
말을 마치며 포권 공수하더니 두 팔을 떨치고 급히 달려갔다.
홍의나찰 노완령은 잠시 버들눈썹을 찌푸리더니 이내 쌩긋 웃으며 여검양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저녁 햇살 아래 나무들은 쓸쓸하고 차가운 바람이 간간이 불어와 가지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공중에서 어지럽게 춤을 추고 있는 이동강(李同康)의 저택은 여전히 장엄하고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문 앞 잔디밭에 갑자기 하늘로부터 네다섯 명의 인영이 내려앉았다.
그들 중 한 사람은 바로 그 금포인으로 형형한 눈빛으로 두 짝의 부서진 붉은 칠 대문을 주시하더니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아쉽게도 한 발 늦어 이동강 그 늙은 도둑이 백홍검(白虹剑)을 먼저 얻었고, 신도종(申屠宗)이 해를 당했다는 소문이 있었음에도 사숙인 이동강이 기독을 제멋대로 사용하여 아무도 막을 수 없었기에, 나로서는 금천관주를 유인하여 사로잡음으로써 그를 이용하여 이동강을 도모하려 했는데....."

한 흑의노인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금천관주라도 이동강의 기독을 꼭 막아낼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을 텐데요."
금포인이 말했다.
"금천관에서는 기독을 물리칠 수 있는 야생 약초를 기르고 있었소. 요소구는 이미 그 해독 약초에 의지하여 이동강의 집에 침입한 적이 있고, 비록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기독의 해는 입지 않았음이 밝혀졌소. 그나저나 생각지도 않은 담령이란 놈이 나타나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바람에 그동안 들인 공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말겠소."
흑의노인이 의아한 듯 물었다.
"우리가 다시 금천관 안으로 들어가 약초를 채취하면 될 텐데, 왜 꼭 요소구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하십니까?"
금포인은 그 말에 냉소하며 말했다.
"관내 약초는 이미 뿌리째 뽑혀 남아 있지 않으니, 금천관주를 직접 심문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오."
"영주께서 알아보셨습니까?"
"그렇소. 그는 모든 약초를 뿌리째 뽑아 이곳으로 가져왔는데 천리 먼 길에 시일이 너무 오래 걸려 이미 약효가 다 떨어졌다 하오."

흑의노인이 다시 물었다.
"영주(令主), 그럼 지금 당장은 어떻게 대처하려 하십니까?"
금포인이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량이 좁으면 군자(君子)가 아니고, 마음이 독하지 않으면 장부(丈夫)가 아니라고 했소. 나는 화공(火攻)을 이용할 생각인데 단숨에 무자비하게 이 집을 깡그리 태워버리면 이동강은 몸을 숨길 곳이 없어 반드시 도망쳐 나올 것이오."
"영주의 계책은 좋지만, 늙은 도둑에게는 백홍검(白虹剑)이 있습니다."
"상관없소. 우리가 숨어서 몰래 암전(暗箭)을 쏘면 반드시 생금(生擒)할 수 있을 것이오."
금포인이 잠시 하늘을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곧 저녁이 되니 행동에 들어갑시다."
말을 마친 후 사람들을 이끌고 빠른 걸음으로 우거진 풀숲 속으로 사라졌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한 그루의 오래된 전나무 위에 흰 옷을 입은 사람 하나가 숨어 있었고, 옆에 또 다른 사람이 보였는데 다름 아닌 염윤(阎尹)이었다.
백의인(白衣人)이 두 줄기의 차가운 눈빛으로 금포인 등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침음하며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이 누구일까? 혹시 백마사(白马寺内) 안에 숨어 있던 자포괴인(紫衣怪人)이 아닐까?"
염윤은 공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속하가 뒤를 밟으면 저자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백의인이 고개를 저었다.
"급히 서두를 것 없고 우선 눈 앞의 일부터 먼저 처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저들이 손을 쓰기 전에 우리가 먼저 백홍검을 손에 넣어야 한다."
염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백의인이 갑자기 말했다.
"금포인이 언급한 담령(谈灵)은 본문의 제자가 아닌가?"
염윤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조금 전 속하가 안홍경(颜鸿庆)으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담령은 현령궁(玄灵宫)으로 갔다고 합니다."
백의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도 자전검(紫电剑)의 행방을 알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구하려는 백홍검이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기 바랄 뿐이오."
말을 마친 백의인이 저택 안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는 뜻밖에도 겨우 서너 장 밖으로 휙 날아갔다가 갑자기 능운번룡(凌云翻龙)의 수법을 사용하여 몸을 돌리더니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날아오며 외쳤다.
"너무 늦었다!"
염윤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왜 그러시는지요?"

그 순간 난데없이 천둥소리 같은 굉음이 몇 번 들리더니 집 안으로부터 화약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돌 조각과 기와 조각이 사방으로 날아올랐고,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는 핏빛 불꽃이 어두운 밤하늘을 훤히 비추었다.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번져나가 큰 저택 전체가 순식간에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고, 공중에는 불꽃이 흩날리고 열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웠다.

저택 안의 높은 누각 위에 있던 이동강(李同康)은 이런 엄청난 사달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눈만 휘둥그레 뜬 채 아무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갑자기 건물 밖에서 흑의경장(黑衣劲装) 차림의 건장한 사내 일곱 명이 쏜살같이 뛰어들어왔다.
"저희가 장로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이동강이 침통한 표정에 처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미 늦었다. 집 밖으로 나가려면 불길 속을 한참 가야 하는데 타 죽지 않으면 반드시 다칠 것이고, 설령 밖으로 나간다 해도 상대가 이미 악독한 계획을 세워 놓았을 테니, 우리는 반드시 그들이 펼쳐 논 그물에 걸려들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백홍검(白虹剑)이니, 차라리 이 늙은이가 살아 있을 때 백홍검을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

그때 홀연히,
 "백홍검을 훼손하는 것은 매우 애석한 일이 아니오이까?"
하는 맑고 낭랑한 음성이 들리며 한 형체가 빠르게 날아 들어왔다.
이동강은 나타난 사람이 담령임을 알아보고 놀람과 동시에 기쁜 표정을 지었다.
담령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지금은 자세한 말을 나눌 시간이 없으니, 여러분은 저를 따라 일단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합시다."
그는 이동강 등을 이끌고 동남쪽을 향해 달려갔다.

바깥쪽 담장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화염이 거세게 치솟는 가운데 사방 다섯 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 연못이 보였고, 연못 중앙에는 어지럽게 쌓아 올린 돌더미로 만든 가산(假山)이 하나 있었다.
담령이 먼저 연못으로 뛰어들었는데, 가산 아래쪽에 수면 바로 밑에 은밀히 숨겨진 구멍이 하나 있었고, 담령이 앞장서 몸을 굽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동강과 수하들도 줄줄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구멍 안으로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한 줄기 긴 수로였다.

옛날에 이 집을 지은 주인이 정원을 꾸밀 때, 멀리 있는 하천의 깨끗한 물과 계곡의 살아있는 물을 연못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솜씨가 뛰어난 장인을 시켜 두 개의 수로를 축조하였는데, 그들이 지나온 곳은 바로 들어온 물을 배수하는 암거(暗渠)였던 것이다.
이동강 등은 모두 작열하는 화염과 뜨거운 불기운에 화상을 입어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어질어질했는데, 차가운 물속을 통과하고 나니 온몸이 시원하고 정신이 맑아졌다.

사람들이 암거에서 나와 보니 자신들이 한 굽이의 맑고 그윽한 작은 시냇가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멀리서는 여전히 불길이 맹렬히 치솟으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동강은 다시 태어난 느낌에 감정이 북받쳐 오르며 자신도 모르게 길게 탄식했다.

담령이 사람들을 이끌고 버드나무 숲으로 들어갔는데, 때는 가을로 들어선 지 오래라 나무는 잎이 떨어지고 가지 끝은 이미 앙상하게 말라붙어, 몸을 은폐시킬 수 있는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았기에 이동강은 걱정을 금할 수 없었다.
담령이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저 앞에 두 명의 개세마두(盖世魔头)들이 노선배님을 노리며, 반경 5리 이내에 천라지망(天罗地网)을 펼쳐놓았기 때문에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일단 이곳에 머물며 저들의 수작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동강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이곳은 전혀 은폐가 되지 안잖소?"
담령이 웃으며 말했다.
"저들 눈에 은폐되어 있지 않게 보여야 그들이 이곳을 소홀히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곳에 보이지 않는 기문금제(奇门禁制)를 이미 설치해 놓았으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하더니 한 그루의 버드나무 가지 위에서 두 개의 음식 꾸러미를 꺼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동강이 입을 열었다.
"노부(老夫)가 우연히 대협을 만나 위난의 상황에서 도움을 받기만 하고 보답할 길이 없으니 부끄럽기만하오."
담령이 미소를 지었다.
"길에서 불공평한 일을 보고 칼을 뽑아 돕는 것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하물며 제가 신도(申屠) 보주(堡主)와 남다른 교분도 있는데 위험을 보고 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동강이 궁금한 듯 물었다.
"담 대협께서는 어떻게 이 암거를 발견하셨습니까?"
담령이,
"모든 일에 우연이 있듯이 암거도 그리 발견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매우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라고 담담히 말하며 오리 다리 하나를 집어 들고 씹기 시작했다.

이동강이 착잡한 표정으로 잠시 담령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어깨에 메고 있던 백홍검을 풀어 담령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이 늙은이는 더이상 백홍검을 지킬 능력이 없음을 깨달았소. 삼가 담 대협에게 드리고자 하오."
담령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백홍검에 욕심이 있었으면 노선배를 처음 만나 검을 뺐었을 때 돌려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동강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는 이 늙은이의 진심 어린 마음이니, 대협은 거절해서는 안 되오."

갑자기 --
바람을 타고 귀를 즐겁게 하는 은방울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당신은 받도록 하세요. 그러기 싫으면 요사한 무리의 수중에 떨어지지 않게 이 아가씨에게 빌려주던가요."
이동강 등은 크게 놀라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다.
버드나무 숲 밖에서 붉은 옷의 한 아리따운 소녀가 생긋 웃으며 날렵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는데, 달빛 아래 그 모습이 유난히 아름답고 요염하였다.

담령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낭자도 오셨군요."
노완령이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몰래 귀하를 따라 이곳까지 온 나는 귀하가 바삐 기문(奇门)을 펼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도중 당신에게서 두 가지 허점을 찾아냈어요."
말을 멈추고 잠시 담령을 빤히 쳐다보더니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귀하는 결코 담령이 아닙니다!"
뜻밖에도 담령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소이다. 나는 확실히 담령이 아니외다."
라고 시인하며 순식간에 얼굴의 역용(易容) 약물을 제거했다.

노완령이 크게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당(唐) 공자!"
당몽주가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그렇소. 소생 당몽주(唐梦周)올시다."
이동강은 당몽주의 옥 같이 맑고 청아하며 마치 탈속한 듯한 풍모를 목격하곤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군계일학, 출중한 인물이로다..."

이때 작은 시냇가 옆으로 몇 줄기 인영이 빠르게 내려앉으며 누군가 외쳤다.
"만약 이동강이 미리 소문을 듣고 도망치지 못했다면, 분명 불바다 속에서 타 죽었을 것이다."
광대한 정원과 저택은 이미 맹렬한 불길에 휩싸여 흔적도 없이 타버렸고, 불길이 점차 약해졌음에도 짙은 연기가 여전히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다시 갑자기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영주께서 오신다!"
금포인이 네 명의 수하를 이끌고 유성처럼 빠르게 달려왔다.
"불타는 집 안에는 시체 한 구 없고 백홍검의 종적도 보이지 않으니, 이동강은 이미 도망간 것이 분명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음침하고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귀하는 저렇게 좋은 저택을 무정하고 악랄하게 불을 질러 흔적도 없이 태워버리니, 너무 심한 것 아니오?"
어둠 속에서 음산한 얼굴에 백의를 입고 검을 등에 멘 사람이 천천히 모습을 나타냈는데, 백의인의 냉혹하고 무정한 모습은 사람들에게 공포와 전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금포인은 백의인을 매우 두려워하는 듯 눈빛에 이상한 광채를 띠며 소리쳤다.
"죽여라!"
두 명의 흑의대한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자 차가운 회오리바람이 백의인에게 휘몰아쳐 갔는데, 칼놀림이 매섭고 독살스러웠다.
그들이 백의인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었는 듯, 금포인이 나머지 일당에게 먼저 도망치라는 신호를 보내자, 나머지 흑의대한들은 일제히 공중으로 몸을 날려 달아났고, 금포인은 재빨리 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 순간 처참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며 두 명의 흑의대한이 공중에서 떨어졌는데, 가슴에 구멍이 뚫려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노완령과 이동강 등은 백의인이 언제 어떻게 검을 뽑았는지 전혀 보지 못했기에 크게 놀랐고, 그의 출검이 비상할 정도로 빠른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당몽주가 재빨리 검은 천을 꺼내 얼굴을 가렸다.

금포인이 검신을 평평하게 겨눈 채 기세를 모으고 정신을 집중하여 백의인을 주시했다.
백의인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귀하의 검법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 본좌가 평생 만난 몇 안 되는 호적수라 할 수 있겠소."
금포인은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은 채 갑자기 몸을 돌풍처럼 회전시키며 장검을 빠르게 내질렀고, 검영이 허공을 가득 메우며 한 줄기 사납고 거센 강풍(罡风)이 백의인의 정면을 향해 휘몰아쳐 갔다.
백의인이 즉시 간담을 서늘케 하는 장소(长笑)를 터뜨리며 신형을 솟구쳐 전광석화처럼 하늘을 뚫고 올라가 천룡전공(天龍轉空)의 수법을 펼치자, 무수한 검영이 마치 미친 듯이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허공을 뒤덮었고, 이어서 두 자루의 장검이 서로 부딪치며 "쨍,쨍!" 하는 굉음이 연달아 울려댔다.
다음 순간 금포인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젖히며 재차 공중으로 날아올라 번개처럼 순식간에 십여 장 밖으로 멀어졌고, 백의인은 쫓지 않고 지면으로 내려섰는데 그의 두 눈에선 분노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며 입은 옷에는 장검에 의해 찢어진 자국 두 군데가 눈에 띄었다.

당몽주가 나지막이 말했다
"제가 기문을 급히 설치하다 보니 백의인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소이다. 여러분께서는 경솔하게 움직이지 마시고 저 혼자서 처리하도록 놔두십시오."
그러자 이동강이 즉시 백홍검을 풀어 당몽주에게 건네주었는데, 입으로는 아무 얘기도 없었지만 형형한 눈빛은 당몽주가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당몽주가 잠시 주저하다가 묵묵히 검을 건네 받아 오른쪽 어깨에 메고 천천히 기문의 바깥 경계로 다가서서 백의인의 동정을 살폈다.

백의인이 사람을 압박하는 두 줄기 서늘한 눈빛으로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버드나무 숲에 수상한 점이 있는 것을 알아챈 듯 갑자기 낮고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보잘것없는 재주로서 어떻게 본좌의 번갯불 같이 신묘한 안광을 피할 수 있겠는가? 귀하는 어서 모습을 드러내는 게 좋을 것이오."
당몽주가 낭랑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성큼 한 걸음을 내디뎌 기문을 빠져 나왔다.

백의인은 자기도 모르게 어리둥절해하더니 이내 냉소를 날리며 물었다.
"귀하는 내력이 어찌되는 사람이오?"
당몽주는 대꾸했다.
"나의 내력은 밝히기 어렵소."
백의인의 눈빛은 이미 원망과 독기로 가득 차 있었고, 무거운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묻겠소. 귀하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이오?"
당몽주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댁과 마찬가지로 백홍검 때문이오."
백의인이 언성을 높였다.
"귀하가 이곳에 금제기문까지 설치하신 것을 보면 평범한 인물이 아닌 듯 보이는데 백홍검도 이미 손에 넣었는지 모르겠소."
당몽주가 대꾸했다.
"귀하와 마찬가지로 괜한 심기만 허비하고 헛수고만 한 것 같소. 만약 내게 백홍검이 있다면 귀하는 아마 다섯 걸음도 옮기기 전에 시체가 되어 널브러질 것이오!"
그 말에 백의인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꼭 그렇지만은 아닐 걸!"

당몽주가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손을 번쩍 드니, 챙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그의 수중에는 이미 한망(寒芒)을 폭사하는 예리한 장검이 들려 있었다.
그 순간 이동강과 노완령의 얼굴색이 급변했다.
그들은 당몽주가 꺼낸 검이 백홍검이 아니라 평범한 장검이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품질 좋은 강철(钢铁)로 주조되어 한광을 번뜩이고 있었지만, 백홍검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노완령이 버들잎 같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그는 너무 부주의하고 자만이 넘친 거예요. 세상을 뒤덮는 개세마두(盖世魔头)를 어떻게 저리 가볍게 대할 수 있죠?"
그녀는 말을 그리하면서도 깊은 관심과 걱정을 금하지 못하는 듯 초초해 보였다.
이동강이 고개를 흔들었다.
"소협처럼 총명하기 이를 데 없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저렇게 결정한 데에는 깊은 뜻이 있을 것이오. 그는 백홍검을 얻지 못했다고 이미 언급했는데, 지금 그것을 꺼낸다면 어찌 스스로 자신의 패를 보이는 우를 범한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소? 게다가 백홍검을 사용해도 흉사를 반드시 죽일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소."
노완령이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백의인의 온몸 살과 뼈가 강철로 되어 있다면 모를까요!"

당몽주 검이 번쩍하자, 차가운 바람이 일어 마차 바퀴가 돌 듯 소용돌이치며 그의 앞가슴을 방어했다.
백의인은 이 검식이 도법 중에서 가장 절묘하고 기이하다고 알려진 초식의 기수식(起手式)임을 알아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해 안색이 변했다.
"당신이 냉(冷) 노마(老魔)란 사람이오? 아니면 이 한 수 혜광태극(慧光太极)을 어떻게 얻은 거요?"

당몽주가 냉소를 흘렸다.
"무학의 길은 하나로 통하지만 길 자체는 넓고 복잡해 어떤 무공의 성취가 단지 한 사람만에 의해 가능한 것은 아니오. 나는 냉 노마가 누군지도 모르오."
말을 하는 사이에 이미 세 차례의 출도(出刀)가 이뤄졌는데, 마치 풍뢰(风雷)가 미친 듯이 몰아치는 기세였다.
백의인은 그것이 무림을 뒤흔들었던 추혼삼도(追魂三刀)임을 알아보고 크게 소리쳤다.
"귀하가 정말 냉비(冷飞)가 아니란 말이오?"

백영(白影)이 공중을 가로지르더니 검이 튕겨 나와 한 바퀴 원을 그렸고, 검세가 점차 축적되며 이윽고 폭발하듯 한망(寒芒)이 작열했으며, 세찬 강풍(罡风)이 일어 고막을 찢을 듯 귓가를 때리며 사방의 풀벌레들마저 모두 납작 엎드리게 만드니, 그 위세가 마치 천둥과 번개가 서로 부딪고 풍운이 진동하는 것 같았다.

눈부신 검광이 둘러싼 가운데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합쳐졌다 갑자기 나뉘더니 당몽주의 몸이 튕겨져 나가 공중으로 사라졌고 백의인은 표홀히 땅 위로 내려섰는데,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했고 입고 있는 흰 옷 위 아홉 군데에 칼로 벤 자국이 또렷했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양측 누구도 우세를 점하지 못했고, 아마 둘 다 부상을 입었지만 중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의인이 양 어깨를 한 번 떨쳐 몸을 하늘로 솟구치더니 당몽주가 사라진 방향으로 쫓아갔다.

노완령은 마음이 급해졌다.
당몽주 안위를 걱정하며 그녀가 몸을 날려 기문 밖으로 뛰어나가려 하자, 이동강이 손을 뻗어 가로막았다.
"소협은 백의흉사를 유인하여 우리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데, 낭자가 모습을 드러내면 이는 소협의 바라는 바에 어긋나는 게 아니겠소?"
노완령은 여전히 근심스러운 표정이었다.
"흉사는 악랄하여 극단적인 수단을 가리지 않으니, 그가 다칠까 걱정입니다. 만의 하나라도 그렇게 된다면, 우리 둘 다 평생 한을 품게 되지 않겠어요?"
"노부는 사람 보는 눈만큼은 명철하다고 자부하오. 비록 흉사의 무공이 당대에 비할 데 없이 뛰어나다 해도 반드시 소협의 목숨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소. 그러니 우리는 몰래 다가가되 행적이 노출되어서는 안 되오."
잠시 후 밤하늘에 사람의 그림자가 연이어 번쩍이며 작은 시내를 건너 달려갔다.

(14-2 마침)

[무극태극권]

감사합니다!

[안드레아]

감사합니다

[한들]

감사합니다

[검재(劍齋)]

초가을(初秋時分)에 나뭇잎이 다 떨어졌다는 표현은 어색하네요.
晩秋나 초겨울로 해야 합당할 듯 합니다.

[녹정]

그렇군요. 만추나 초겨울까지 가면 원문 왜곡이 심해 보이니 '초가을' 대신 그냥 '때는 가을로 들어선 지 오래라 나무는 잎이 떨어지고'로 바꾸겠습니다.

[왕타]

고맙습니다

[撑犁孤塗(탱리고도)]

감사합니다.

[여여풍]

감사합니다.

[당구풍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