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천안IC의 중간지점인 충남 성환은 발전 잠재력이 있던 곳이었는데 경부고속도로 IC가 만들어지지 않아 사람들에게 매우 생소한 곳으로 남아 있다.”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사업자) 신영 정춘보 회장은 성환의 예를 들어 지역발전에 도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정 회장이 요즘 중부권(청주-행정도시-대전)에서 개발사업에 몰입하는 것도 이 지역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가장 중요한 게 입지라고 한다. 입지에서 도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대전의 번성은 도로와 철도(경부선과 호남선의 교차)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서울과 30~40㎞ 떨어진 파주와 동탄이 개발되는 것도 자유로와 경부고속도로 덕이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은 교통난이 심해 도로의 가치가 더 빛나게 마련이다.
광역전철로 통근권 확대
학계에서는 서울 출퇴근권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요즘에는 서울시 경계로부터 30~40㎞에 이른다고 분석한다. 물리적 거리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도로와 철도에 힘입어 시간적 거리가 단축됨에 따라 통근권이 확대된 것이다.
현재의 인프라 수준으로 보면 지난 1일 분당급 신도시 지역으로 발표된 동탄신도시 동쪽 지역은 통근권 한계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앞으로 서울 통근권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이창운 기획조정실장은 “수도권 광역급행전철망을 확충하면 1시간 통근권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일본 도쿄의 경우 반경 70㎞를 1시간 통근권으로 보고 광역급행전철망을 2015년까지 확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건설교통부와 수도권 지자체들은 광역전철망 구축사업을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 추진해왔다.
그러나 기획예산처가 복지예산을 늘리면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깎고 있어 대다수 전철 공사가 공기를 제때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철사업은 수익성이 떨어져 민간사업자의 제안(민자유치)도 찾아보기 어렵다.
수도권광역전철망의 골격은 서울 용산을 중심으로 X축을 완성하는 것이다. 한 축은 경의선과 신분당선 연결이다. 경의선 복선과 신분당선을 각각 완공한 뒤 용산~강남을 잇는 계획이다.
경의선 복선전철은 파주 운정신도시 개발에 맞춰 우선 문산~성산(수색역 환승)까지 2009년 6월 말 안에 개통되고, 나머지 성산~신촌~서울역 구간은 단계적으로 연결된다. 신분당선(정자~강남)은 판교신도시의 개발이익을 투입해 2009년까지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주변에 여러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경의선 복선과 신분당선을 당초 계획한 2015년보다 앞당겨 서로 연결한다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남부의 전철망도 대거 확충된다. 분당선 연장과 신분당선 연장 구간 건설에 따라 앞으로 성남에서 수원에 이르는 전철 노선이 대거 확충된다. 수인선 단선 협궤철로는 복선전철로 다시 태어난다.
여주~성남 복선전철도 현재 설계가 끝나 2010년까지 완공한다는 것이 목표다. 건교부 관계자는 “올해 판교신도시 구간의 하부 공사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을 횡단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은 1단계 구간이 2009년 초 개통될 전망이다. 당초 2008년 말 개통이 목표였으나 월드컵 기간 중 공사가 지연돼 개통이 다소 늦어진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돼 지난 3월 1단계(~김포공항) 구간이 개통됐다. 현재 2단계(김포공항~공덕~서울역) 구간의 공사가 진행돼 2009년 말까지 마무리된다.
이 밖에 지하철 7호선ㆍ3호선 연장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경전철은 수도권 지자체장들이 사업성을 과장하며 업적 과시용으로 앞다퉈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경제성은 의문이다.
또 다른 축은 중앙선 복선과 신안산선을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 중앙선 복선은 진척이 빠른 편이다. 2005년 12월 청량리~덕소 구간을 개통한 데 이어 2008년 12월 팔당역, 2009년 말 용문역까지 개통할 예정이다.
중앙선 복선은 원주까지 이은 뒤 다시 강릉까지 연결한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청량리~강릉 구간을 2시간 이내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설계가 완료됐으므로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된다면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안산선은 중앙선이 끝나는 청량리를 출발해 여의도 등을 거쳐 안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서울시가 한때 구상했던 10호선과 흡사하다. 그러나 안산시와 시흥시의 대립, 기획예산처의 경전철 검토 요구 등으로 노선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중앙선과 함께 수도권 동북부의 기간 철도인 경춘선(망우~금곡~춘천)의 복선화는 2009년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다소 지연될 공산이 크다.
수도권 북부권 도로 건설 열기
건교부는 12월 완료되는 국토연구원의 ‘수도권 고속도로망 구축 실행계획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고속도로망별 사업시기ㆍ사업자 등을 결정해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2020년까지 수도권에 총연장 550㎞ 규모의 고속도로 20개 노선을 신설한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 시책에 따라 수도권에 국고를 대규모로 투자하기 어렵다고 보고 수도권 고속도로망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기로 했다.
신설 20개 고속도로 중 민자유치 대상은 서평택∼서안산(39.7㎞), 수원∼광명(32.3㎞), 광명∼서울(13.8㎞), 서울∼문산(37.9㎞), 서울∼연천(53.4㎞), 안양∼성남(20.9㎞), 초월∼이천(19.7㎞), 이천∼원주(37.1㎞), 봉담∼인천(50.2㎞), 인천∼일산(24.9㎞) 등 10개 노선이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수도권 북부 지역의 교통망 확충이다. 서울~춘천, 서울~문산, 서울~포천 고속도로 등이 잇따라 개설된다. 수도권 남부에 비해 기반시설이 열악했던 수도권 북부는 도로 개설과 함께 개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공사가 지연됐던 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구간이 올해 말 완전 개통된다. 또 서울∼춘천 고속도로 62.1㎞는 올해 말 강일IC∼와부IC 구간을 우선 개통하고, 전 구간에 대해 8개월 정도 앞당겨 내년 12월께 완전 개통할 예정이다. 또 서울∼포천, 서울∼문산 고속도로가 토지보상 협상 시기를 단축해 착공 시기가 2009년 1월에서 2008년 7월로 앞당겨진다.
경부고속도로로 몰리는 차량을 분산시킬 수 있는 대체 도로 건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용인 고속도로가 판교신도시와 난개발 지역의 대명사인 용인 지역을 가로질러 이르면 2008년 말까지는 개통될 예정이다.
최근 동탄2신도시 개발계획 발표와 함께 민간사업자들이 제시한 제2경부고속도로는 조기 착공 가능성이 커졌다. 제2경부고속도로는 행정도시 부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가 가치는 떨어질 수도
도로나 전철 개설은 개발계획 발표 단계, 착공 단계, 개통 전후 시기별로 부동산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세 번 오른다고 해서 ‘삼승(三昇)법칙’이라고 한다. 수도권에서는 고속도로나 국도 개통보다는 전철 개통의 효과가 컸다.
최근에는 경원선 개통으로 의정부 일대에서, 중앙선 일부 구간 개통으로 구리와 덕소 일대에서 각각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승법칙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한다. 발표ㆍ착공 단계에서 많이 오르고 개통 전후에는 별 변화가 없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인천공항철도가 개통됐음에도 검단 등지의 집값은 오히려 내렸다.
인터넷 보급 등으로 정보 흐름이 빨라지면서 개통 이전에 재료가 모두 반영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출퇴근 여건이 좋아지는 개통 이후에는 주로 전ㆍ월세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교통이 발달한다고 해서 모든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상가의 경우 도심지 등 중심 상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주변 상권은 죽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빨대 효과’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지방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 중심지가 지방 수요를 빨아들인 예가 대표적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교통이 좋아진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므로 면밀한 분석과 예측이 필요하다”며 “상가의 경우 상권 수축으로 손님을 뺏겨 가치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