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님의 스님 사랑법
한 번은 어머니를 모시고 누릉지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식사를 마치고 어머니가 따로 한 그릇을 포장해달라신다. ‘아니, 입에 맞으시면 또 오면 되지, 포장해가면 맛없어요.’ 그랬더니 어머니 말씀이 ‘스님 갖다드리려고 그런다. 여길 모시고 올 수야 없지 않니.’ 하신다. 어머님의 스님 사랑법이다. 스님에게 몰래 고기를 갖다드리는 것. 염불이 쉬운 것 같아도 그게 에너지 소비가 많다며 잘 드셔야 된다는 것이 어머님의 주장이다. 그러다 신도들이 알면 안 좋아한다고,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해도 정기적으로 고기를 공수해 드린다.
‘스님이 가사를 입고 어디 멸치 꼬랑지라도 살 수 있는 줄 아니? 너야 옷 갈아입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스님은 가사를 벗어도 그 머리 때문에 들통난다.’
또 한 번은 어머님과 함께 대형마트에서 갔다. 어머니가 닭강정 파는 곳을 기웃거리더니 포장을 해달라 하신다. ‘그거 딱딱해서 어머니는 못 드세요.’ 했더니, 역시 스님 갖다드리려고 사는 거란다. 그냥 닭은 뼈가 나오니 그거 몰래 버리려면 얼마나 신경쓰이겠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뼈까지 먹을 수야 없지 않겠니!’
치킨을 좋아하는 우리 집사람 왈, ‘가만히 생각해보니 스님이 나보다 치킨 더 자주 먹는 것 같아.’ 할 정도다. 요새는 어머니가 바깥출입이 힘드셔서 대신 스님이 오신다. ‘내가 못 갖다드린다고 절로 배달을 시킬 수야 없지 않니, 오셔서 드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