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은 달리기 코스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춘천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교통이 불편하다는 문제가 있다. 대회 때마다 가고오는 교통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며칠 전 새벽 2시 30분에 출발하는 세종마라톤클럽 버스에 자리하나를 부탁해 뒀다. 맨 뒷자리에 앉아 졸면서 공지천변 행사장에 도착하여 평총마라톤클럽 회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대개 춘천마라톤이나 JTBC마라톤은 가을걷이와 비슷하여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펼칠 수 있고 목표기록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한다.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연습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4시간 안에 들어올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는 심정이었다. 화장실 들러 다 비우고 출발점으로 가려는데 양승환 형님이 낙지다리 하나를 먹고 가라고 한다. 출발직전에 낙지라니..!?
낙지다리를 질정질겅 씹으면서 뒤에서 인파를 헤치며 B그룹으로 들어가려니 도저히 불가능하다. 담장을 넘어서고 보니 B그룹은 출발하고 C그룹과 함께 하게 되었다.
기온이 차갑고 흐린날씨라 하프까지는 경쾌하게 러닝을 이어나갔다. 평균 페이스는 5분 30초였고 하프는 1시간 57분 15초로 통과했다. 잘하면 4시간 완주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지만 25km 지점에 이르자 속도가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6분주 유지만 가능해도 4시간 내 완주는 가능한 상황이었다. 28km 지점 다리를 건너 긴 언덕을 만나며 페이스는 6분 20초까지 주저앉았다.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보지만 역부족이다. 30km 지점에서 서브4 페이스 그룹이 앞서가더니, 급기야 오른쪽 신발 안에 돌멩이가 들어와 말썽이다. 돌멩이를 굴려 발가락 쪽으로 보내려 애써봤지만 생각처럼 되질 않았다. 36km 지점 불가피하게 길가에 주저앉아 신발을 벗어 돌멩이를 빼낼 수밖에 없었다. 2분 가까운 시간낭비가 있었다. 완전히 4시간내 완주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골인 5km를 남겨두고 평마 자봉부스가 보이길래 막걸리 한잔을 달라고 했다. 이왕 4시간 내 완주는 물 건너갔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달리자고 생각했다. 골인 400m를 남겨두고 이번에도 승환형님이 나를 붙잡고 꿀물 한잔을 준다. 이래저래 얻어먹은 게 많아서 배가 부를 지경이다. 4시간 6분 59초로 골인한다.
그동안 춘마에 참가한 것은 모두 14번째지만 이제야 명예의 전당(10회 풀코스 참가)에 오르게 되었다. 두번은 다른 사람 배번으로 뛰었고, 다른 두 번은 버츄얼로 뛰었기 때문에 카운트에서 제외되었다. 평마 부스에서 육개장에 막걸리를 마시다 오후 3시 세종마라톤 버스에 올랐다. 그냥 가도 되지만 춘천 닭갈비를 먹고 간다기에 비슷한 연배의 회원들과 함께 본의 아니게 과음을 하게 되었다. 돌아가는 길은 공사 중인 곳이 많아 예정보다 2시간 정도 늦은 오후 9시 40분에야 호수공원 2주차장에 도착했고 집에 들어와 보니 2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