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콰도르 빌카밤바
남미 에콰도르의 장수촌 빌카밤바는 성벽처럼 둘러싸인 안데스 산맥의 고봉들 속에 파묻혀 있다. 윌코(신성한 나무)가 산소를 뿜어내고, 얌발라 계곡에서는 미네랄이 함유된 찬물이 쏟아진다. 여기에 만당고 계곡의 성스러운 기운이 합쳐지면서 장수에 이르는 천혜의 환경이 조성된다.
교통 요충지인 로하에서 산길을 꼬불꼬불 돌아 1시간여 오르다 보면 낭떠러지처럼 깊은 계곡을 만나게 된다. 고대 잉카인들은 ‘윌코의 땅’이라는 뜻으로 이곳을 빌카밤바라고 불렀다. 스페인 침략을 피해온 인디오들이 만당고 계곡에서 제례를 지냈으며, 많은 금을 숨겨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빌카밤바는 1955년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1973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통해 질병이 없는 ‘면역의 섬’으로 소개됐다. 당시 일부 노인들은 135세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늘날 최고령 노인들은 100세 어름이다. 주민 5460명 중 90세 이상이 50여명이며, 100세 이상도 10여명에 이른다.
이 지역 장수 노인들은 대가족을 형성하고 있으며, 콩을 많이 먹고 마른 체격을 유지하고 있다.
두통약 대신 사탕수수 발효주 ‘분타‘를 마시던 아구스틴 하라미조(105) 할아버지는 감자의 일종인 유카와 옥수수, 콩, 바나나 등을 직접 요리해서 먹는다고 말했다. 피부에 검버섯 하나 없는 그는 “다른 집 잔디 깎는 일을 하거나 농사를 지어주고 돈을 번다”며 건강을 자랑했다. 빌카밤바 중심지에서 떨어진 한적한 계곡에 살고 있는 마누엘 피코이타(95) 할아버지는 1년 전까지 밭일을 했는데 손녀들이 위험하다고 말려서 집에서 증손과 5명의 고손을 돌보는 것으로 주업을 바꾸었다. 늘 웃고 지낸다는 그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세다’ 콩을 즐겨 먹고 고기는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셀리아 돌피나 파라(90) 할머니는 아침마다 염소 젖을 마시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즐긴다. 처마밑에서 손자들에게 둘러싸여 콩을 고르고 있던 파라 할머니는 전쟁을 겪어봤느냐는 질문에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큰 충격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사무소에서 발급한 1909년 출생기록부를 들고 나온 호세파 오캄포 할머니는 “실제 출생연도는 1908년”이라면서 “농약을 뿌리지 않은 바나나 국 등 죽 종류를 즐겨 먹는 게 장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80대는 청년에 속한다. 옥수수밭에서 만난 폴리오 로메로 토레스(82) 할아버지는 “눈이 침침해서 그렇지 병이 없다”면서 “가끔 밭농사 일을 한다”고 말했다.
산속 깊숙한 곳에서 약수터 지기를 하고 있는 미카에나 레온(82) 할머니는 “어렸을 때는 쌀을 먹지 않았고 콩과 야채를 주로 먹었다”며 “철분이 많이 함유된 약수물 ‘아구아 데 이에로(철의 물)’로 씻고 목욕한다”고 말했다. 레온 할머니는 1시간여 계곡을 매일 걸어다니면서 약수터 입장료 1달러씩 받는 게 직업이다. 그는 하산길에 식용 쥐 ‘쿠이’에게 먹일 풀을 가득 담은 망태기를 메고 내려갔다.
최근에는 이곳 명성이 알려지면서 개발업자와 부동산 투기꾼들이 몰려들어 강물이 흐려지는 등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만당고 계곡에서 금광을 개발하려던 업자들이 주민들의 반대에로 쫓겨났다. 미국과 멕시코의 부호들이 계곡 곳곳에 별장을 짓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기도 한다. 페루 국경과 가까운 이곳은 배낭족 등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
빌카밤바 시장인 파울 카르피오(40)는 “60세 이상 노인이 250여명이지만, 그나마 20% 정도는 조사가 되지 않아 정확한 통계가 없다”면서 “외부인들이 이 지역 노인들을 이용하고 있다”며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빌카밤바=한용걸 특파원 icykarl@segye.com
>> 마을 보건소 약사 빅토르 카르피오
빌카밤바 내 고키치 오타니 보건소 약사인 빅토르 카르피오(50·사진)는 물과 공기, 자연식이 주민들의 장수 비결이라고 말했다. 26년간 약사로 근무한 그는 빌카밤바에서 자생하는 윌코 나무가 공기 정화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소는 원래 빌카밤바 보건소였지만 1977년 일본인 고키치 박사의 지원을 받은 뒤 그의 이름을 따서 명칭을 바꾸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기가 맑은 이유는.
“주변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 아카시아와 비슷한 윌코 나무가 산소를 만들어내고 공기를 정화한다. 그래서 1955년 이후 미국 일본 멕시코 등지에서 심장질환자들이 요양하러 많이 찾아온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의 비서였던 다다오 기무라가 와서 병을 치유하기도 했다.”
―장수 비결은.
“삶에 대한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음식인데, 주민들은 자신들이 재배한 유카 등을 먹는다. 농약은 일절 뿌리지 않는다. ”
―환자들은 어떤 약을 타가는가.
“주로 비타민이고 회충약을 가끔 가져간다. 소아과와 산부인과 환자가 많다. 감기는 거의 걸리지 않고 심장병 등 다른 특이한 질병이 없다.”
빌카밤바=한용걸 특파원
>> 빌카밤바는
기온 섭씨 19.6∼20.8도(1년 내내 일정) 습도 77.8% 해발고도 1500m 강우량 781.4mm 식수 미네랄이 다량 포함된 계곡물 공기 음이온이 녹아 상쾌함 음식 콩과 유카 등 다량 섭취 농작물 유기농 재배. 기름 사용하지 않음 신체 특징 키가 작고 약간 마른 편. 햇볕에 그을린 건강하고 깨끗한 피부 종교 가톨릭 질병 거의 없음. 노인들은 공통적으로 두통이 있음 범죄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