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메모5/산딸나무
5월 어느 날, 서울 사는 후배가 안부를 묻습니다.
"언니야, 아까시 꽃도 다 떨어지고
산딸나뭇잎이 꽃잎처럼 자리를 채워주네."
문자와 함께 멀리 있는 이들의 안부가 궁금하고 보고픔이 밀려 옵니다.
"그 산딸나무 꽃잎이 너보다 더 이쁘냐?
아닐 것이다. 언니는 멀리서도 다 알아야."
사랑을 얹어 답합니다.
그리고는 님 보러가 듯 놀이터에 있는 산딸나무 한 그루 찾아와 무르익은 봄의 안부를 묻습니다.
"거기, 모두 잘 지내시나요?"
예수님이 짊어진 십자가를 만들었던 나무여서 꽃말은 희생이랍니다.
여름이 지나면 꽃이 딸기 모양의 열매를 만듭니다. 꽃도 열매도 가을 물든 잎도 퍽이나 이쁜 나무입니다.
꽃같이 생긴 십자가 모양의 꽃잎은 사실은 꽃이 아니라 잎이 변형된 포엽이라고 합니다.
산사나무, 이팝나무, 조팝나무에 이어 쥐똥나무, 산딸나무가 꽃을 피우는 흰 꽃나무들의 계절인 거지요.
서양에서는 산딸나무를 스트로베리 트리(딸기나무)보다는 도그우드(개나무)라 부를 때가 더 많답니다. 오래전 산딸나무 껍질 즙으로 개의 피부병을 치료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군요.
새들이 따먹은 산딸나무 열매는 과육은 소화되고 딱딱한 종피가 위액의 산에 의해 자동으로 연화 처리됨으로써 자손을 퍼뜨리는데 새를 포함한 동물들이 도움을 주는 거지요.
그 먼 당시는 예루살렘 지역에서 가장 큰 나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이후 다시는 십자가를 만들 수 없도록 하느님이 키를 작게 하고 가지도 비꼬이게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십자가에 못 박힐 때의 모습을 상징하는 十 자 꽃잎을 만들었다지요. 꽃잎의 끝은 예수의 손바닥에 박힌 못처럼 색이 약간 바래고 흰 모양을 나타낸답니다. 붉은 수술은 예수의 머리에 씌워진 가시관을 나타내며, 붉은 열매가 몇 개씩 붙어 있는 모습은 예수의 피를 나타낸다 합니다.
이 얼마나 사무친 아픔인지 산딸나무를 보고 있으니 그 슬픔이 느껴집니다.
첫댓글 산딸나무=예수님의 십자가=희생=사랑으로 연결되는 귀한 나무이네요.
만나면 더 자세히 봐야겠습니다. 만인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며...
좋은 글 감솨!!!
놀이터에 가는 것도 좋고 그곳에서 산딸나무 보는 것도 좋아요. 놀이터 사계절이 산딸나무로 인해
볼품 있어요.
초여름 산길에서 만나는 꽃은 대부분 하얀 꽃이더라고요. 찔레, 때죽나무, 고광나무, 산딸나무에서 피는 꽃도 모두 하얗지요. 하나같이 오밀조밀하고 예쁜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산딸나무 꽃이에요. 옷 잘 입고 때깔 좋은 화려한 여인이라기보다는 화장기 하나 없이 공부 잘 하고 다소곳하면서도 단정한 시골 여학생 같은 느낌이었어요. 녹색의 나뭇잎에 하얗게 누워 있는 것이 참 편안하고 넉넉해 보였으니까요. 하얗게 피어났다가 때가 되면 우수수 곱게 지는 것이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열정의 극치를 보고 있는 듯해요. '가슴 저미는 열정'을 얘기했던 ‘산도르 마라이(Sandor Marai)’의 소설 '열정'을 연상케 하는 꽃이라고 할까요. 더구나 산딸나무가 예수님의 십자가 나무였다니요. 언젠가 우수수 곱게 지더라도 열렬하게 피어난 산딸나무 꽃처럼 열망과 희생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