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유전체 분석기술을 이용해 미만형(彌漫形·소박스 참조) 위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지난 4월 1일 발표했다. 유전체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는 인터넷판(www.genomebiology.com)에 이번 연구를 싣고, 학술지 편집자가 선정하는 중요 연구목록(Editor’s Pick)으로도 채택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능가한 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위암은 2011년 한 해에만 3만1637명이 걸렸다. 갑상샘암을 제외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으로 꼽힌다. 특히 남성의 경우에는 위암이 매년 전체 암 중 가장 많다. 최근에는 암 진단을 받은 환자 10명 중 1명가량이 20~30대로, 연령층마저 낮아지고 있다. 전체적인 연령대도 예전에는 70대 이상이 다수였는데, 이제는 50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미만형 위암은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만큼 진행속도도 빠르고 조기 발견도 어려워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30대 위암 환자의 80%는 미만형 위암이다. 60대에도 위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미만형 위암에 해당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연구 총지휘를 맡고 있는 국립암센터 이승훈 연구소장의 말이다.
“우리나라엔 위암 환자가 많다 보니 위암에 대한 연구는 일본하고 우리나라에서 많이 합니다. 치료 성적만 보더라도 미국과 우리나라는 상대가 안 됩니다. 사실 미국은 이제 위암 환자가 별로 없습니다. 미국의 의사들도 위암 환자를 많이 보질 못하다 보니 경험이 없고 치료 실적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못합니다. 자연스럽게 미국에서는 위암 연구가 별로 이뤄지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고 보면 됩니다. 반면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경우에는 위암에 관한 연구가 많이 필요하고 또 상당 부분 진전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 소장은 2008년부터 국립암센터 연구소장직과 암정복추진기획단장을 맡아 지금까지 한국인의 암 정복을 위한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일산에 위치한 국립암센터 연구소로 직접 찾아가 그의 얘기를 들어 봤다.
腸形과 彌漫形 위암이란? 위암은 모양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암세포 사이의 결합력이 없는 위암은 미만형(彌漫形) 위암이라고 부른다. 결합력이 없기 때문에 암 덩어리로 뭉치지 않고 작은 암세포가 위 전체에 퍼진다. 젊은 층에서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만형 위암에 걸린 경우는 내시경 검사를 해도 발견하기 어렵고 진행속도가 빨라 치료 역시 쉽지 않다. 장형(腸形) 위암은 암세포가 뭉쳐져 암 덩어리로 발전한다.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염에서 시작해 궤양을 거쳐 암이 생기는 경우다. 나이를 먹을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지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쉽다. |
유전자 돌연변이로 위암 발생
“이번 연구의 결과를 말하기에 앞서 위암이 어떤 질병인지 알아야 합니다. 위암의 발생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밝혀진 원인으로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을 일으킨다고 할 수 있고, 한국인이 먹는 음식 중에는 소금에 절인 것, 매운 것이 많지요. 이런 식습관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인종적 차이가 있을 것이란 가설도 있지만 정확하게 규명되진 않았습니다.”
—이번에 발견한 유전자인 CDH1은 어떻게 위암을 일으키는 것입니까.
“CDH1이란 유전자는 정상일 때에는 제 역할이 따로 있습니다. 세포들끼리 붙어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입니다. 이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여러 세포들이 붙어서 장기들이 올바른 모습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생기면 그 기능이 없어지면서 암세포가 생기게 됩니다. 또 유전자가 제 기능을 못하니까 세포들이 잘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쉽게 전이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 CDH1이란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암이 생기는 것이고, 암의 악성도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전이가 잘되는 위암은 따로 있는 것입니까.
“위에서 암이 생기는 부위는 안쪽 벽면의 점막이라는 곳입니다. 점막에는 돌기같이 생긴 유선이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소화액, 위산은 여기서 나오는 것입니다. 암이 생길 때 유선의 모양을 유지하면서 암세포가 자라면 장형 위암, 기본적인 모양이 없이 암세포가 멋대로 자라는 위암을 미만형 위암으로 구분합니다. 이번에 발견한 유전자가 일으키는 위암이 바로 미만형 위암입니다.”
전체 위암 환자 중 미만형이 50%
—위암 유형 중 미만형 위암을 따로 연구한 이유가 있습니까.
“미만형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주로 발병합니다. 20~30대부터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여성들에게 많이 발병합니다. 젊은 여자가 위암에 걸렸다고 찾아오면 무조건 미만형 위암입니다. 더군다나 위 내시경 검사를 보통 40살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증상을 느끼고 찾아왔을 때는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암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도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탤런트 고 장진영씨가 미만형 위암으로 사망한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미만형 위암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가요.
“사실 위암 환자 중 미만형에 해당되는 경우가 50%입니다. 특히 젊을수록 장형보다는 미만형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30대의 경우는 70~80%가 미만형 위암이고 50대 환자를 보더라도 미만형이 50%가 넘습니다. 반면 70대 이상에서는 장형이 70%에 이릅니다. 결국 전체 연령대를 보더라도 미만형 위암인 경우가 50%입니다. 절대 특별한 경우가 아닙니다.”
—미만형 위암은 치료가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위암의 생존율은 병기가 같으면 미만형과 장형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미만형 위암이라고 하더라도 초기인 1기에 발견하면 장형과 비슷하게 치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장기 주변에 암세포가 퍼진 3기, 4기에 발견한 경우는 다릅니다. 미만형 위암은 암세포가 퍼지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발률도 높고 암의 진행 속도도 빠릅니다. 게다가 암세포가 일정한 모양을 갖추고 있지 않아 내시경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쉽게 찾기 힘듭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과 우리나라의 암 생존율에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미만형 위암이라 하더라도 암세포를 잘 구분합니다. 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에는 위암이 적다 보니까 의사들의 경험이 부족합니다. 내시경을 보더라도 이게 암세포인지 정상 세포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에는 위암의 5년 생존율이 20~30%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미국은 헬리코박터균 보균자가 거의 없어 미만형 위암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 또한 생존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 헬리코박터균은 미만형 위암과는 상관이 없는 것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헬리코박터균도 미만형 위암에 영향을 끼치기는 합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은 보통 위에 염증을 일으켜 위염,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위의 점막이 장의 점박처럼 변한 것) 등을 거쳐 위암으로 발전하는데, 미만형 위암의 경우에는 중간 과정 없이 바로 위암으로 발전하는 것이 다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헬리코박터균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 위암 환자들을 조사해 봐도 헬리코박터 보균자 중 40%는 미만형 위암 환자입니다. 다만, 헬리코박터가 없는 위암 환자의 85%는 미만형입니다. 중간 단계가 없이 바로 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젊은 층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돌연변이 암, 미리 겁먹을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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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기에 위암 세포를 확인한 모습. |
—그럼 미만형 위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왜 일어나는 것입니까.
“돌연변이는 여러 위험인자들이 작용을 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어느 한 가지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돌연변이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머리가 금발이라고 해서 암이 잘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인체에는 암과 연관이 없는 돌연변이가 훨씬 많습니다. 돌연변이 중에서 아까 말씀드린 CDH1 유전자와 같이 암으로 발전하는 유전자가 있고, 20대부터 헬리코박터균 등으로 인해 여러 돌연변이가 쌓이게 됩니다. 이는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노화가 시작돼 40대가 되면 돌연변이 세포가 체내에 많이 쌓인 상태가 됩니다. 이런 돌연변이가 쌓이다 보면 결국 암세포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앤젤리나 졸리가 지난해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 절제술을 받은 것을 두고 의학계의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 발병 우려가 있는 부위를 사전에 절제하자는 것이다. 해외에선 ‘앤젤리나 졸리 효과’로 불리며 유전자 검사를 통한 선제적 암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유전자도 같은 경우가 아닌지 궁금했다.
“사실 앤젤리나 졸리와 같은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전문용어로 germline이라고 표현하는데, 부모로부터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물려받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유전자가 있는 경우에는 매우 높은 확률로 암이 발병합니다. 앤젤리나 졸리가 갖고 있던 유전자인 BRCA가 그런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 중 3%도 되지 않습니다. 위암의 경우 그 정도 확률로 암을 일으킨다고 밝혀진 유전자는 아직 이번에 나온 CDH1 하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CDH1의 돌연변이가 있으면서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 의사 중에서는 이런 경우 미리 위 절제술을 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과장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위암이 흔한 질병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있진 않을까 연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미리 위를 절제해야 하는 위암은 발견되지 않았고 대부분 조기 검진만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암이었습니다.”
“한국의 유전자 연구, 이제 시작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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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병기에 따른 암세포의 형태. 3기, 4기에 들어서면 암 덩어리가 주변까지 전이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CDH1이란 유전자를 어떻게 발견하게 된 것입니까.
“처음 외부에 발표할 때, 언론에서 잘못한 것이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말하지만 사실 CDH1이란 유전자는 예전부터 위암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전장유전체 검사를 통해 CDH1이 위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입니다. 처음 언론에 알려질 때 중간 과정을 빼고 앞뒤만 나와 잘못 전해졌습니다.”
—전장유전체 검사법은 어떤 것입니까.
“유전자 검사에는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전장유전체 검사법과 엑솜 검사법입니다. 사람의 전체 유전자 중 겉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유전자는 3~5%에 불과합니다. 엑솜 검사는 전체 유전자 중에서 중요한 3%만 골라 검사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유전자 검사는 모두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려면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장유전체를 분석하는 방법이 많이 개발돼 비교적 수월해졌습니다.”
—기존에는 이런 연구 방법이 없었습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연구가 처음입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는 전장유전체 검사와 기존의 방법을 모두 사용해야 했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연구이다 보니까 새로운 검사법의 정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결국 기존의 연구 방법을 사용해서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재차 검증을 거쳐서 발견해 낸 유전자가 바로 CDH1이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검사법 아닙니까.
“세계적으로 전장유전체 검사가 처음 개발됐을 때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빠른 편에 속합니다. 그래도 해외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는 중입니다. 국내에선 요즘에야 전장유전체 검사를 시작하는 곳도 여럿 생겼지만 결과까지 나온 곳은 아직 없습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의 유전자 연구가 세계적 수준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유전자 연구는 결국 빅데이터 연구입니다. 이제 유전자 전체를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 대세가 될 텐데 분석해야 할 자료의 양도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유전자 연구 논문을 잡지에 게재할 때에는 반드시 유전자 정보를 전부 공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개된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 정보를 공개하면 전 세계에서 분석한 한국인만의 암 특성에 대해 알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유전자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미국의 경우, NCI, TCGA, ICGC 같은 유전자 공개 사이트를 통해 연구자들이 유전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ICGC 같은 사이트의 경우, 현재 전 세계에서 71개 암 유전자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수준에 대해 물어봤다.
“이제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도 최근에야 ‘생물정보학’이라 해서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립암센터도 췌장암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분야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도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암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국제협력이 바탕이 되어야지만 암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유전자 검사는 너무 비싸”
—한국형 암이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을 통칭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암 발병 통계를 보면 위암, 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이 많이 나타납니다. 예전에는 자궁암의 비율이 높았는데 백신이 개발되면서 점점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한국인에게 맞는 암 치료법이 따로 있는 것인가요.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암정복추진기획단의 목표입니다. 대표적인 연구가 공익적 암 임상연구입니다. 기존의 암 연구는 항암제를 만드는 제약회사 위주로 이뤄졌습니다. 실제 치료 과정에서는 여러 제약회사의 약을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약회사에서는 이런 연구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인에게 맞는 항암 표준 치료를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사용하는 표적항암제로는 17개가 있습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항암제입니다. 특히 유전자가 변이돼 암에 걸린 환자에게 효과가 좋습니다. 예전에는 유전자가 변이돼 생기는 폐암에 맞는 치료약인 ‘이레사’를 유전자 검사 없이 마구잡이로 처방했습니다. 이 약이 듣는 환자는 전체 폐암 환자의 일부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검사비가 40만원이나 하고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니까 검사 없이 처방하는 겁니다. 약값도 비싼데 이건 낭비입니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 값싸고 쉬운 유전자 검사를 개발해 검사를 하고 항암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그는 항암제를 처방하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프렌치 이니셔티브(French Initiative)라고 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검사에 드는 비용이 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쉽고 싸게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암은 안 걸릴 수 없어…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중요
평생을 암 정복에 힘써 온 그에게 암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이 있냐고 물었다.
“사실 예전처럼 60세에 모두 돌아가신다면 암이란 없었을 것입니다. 현재는 기대수명이 78세가 넘습니다. 결론적으로, 남자의 40%, 여자의 33%는 무조건 암에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미국 같은 경우도 50%는 암에 걸립니다. 식구가 4명이면 그중 2명은 암에 걸리고 한 명은 암으로 돌아가신다는 말입니다. 암은 안 걸릴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살아남느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암에서 살아날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66.3%, 10년 생존율은 50%입니다.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발견하는 것입니다.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으면 이미 3기 내지는 4기입니다. 이러면 고칠 방도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암환자의 생존율이 66.3%인 것은 모두 조기검진 덕입니다. 우리는 전 국민이 암 검진을 받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계속해서 그의 말이다.
“우리나라의 위암 통계를 보면 1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1기에 발견하면 항암제조차 쓰지 않고 치료합니다. 위암, 대장암으로 죽는 사람은 정말 억울한 사람입니다. 2년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내시경 검사만 해도 암으로 죽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검진을 받지 않으니까 치료시기를 놓치는 겁니다. 최근에는 검진율이 60%까지 올라갔습니다. 일부에서는 괜한 검사를 자주 한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대장내시경, 위내시경 검사를 꼭 하라고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