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문학의봄 올해의 작품상 대상
님의 침묵
유동환
꽃 한 포기 없는 겨울광장에서 어느 소녀가
여린 목소리로 부르짖는 자유와 평등
저 멀리 리버티 섬의 여신상처럼
고사리 손으로 주권재민의 촛불을 들고 있었다
저 하나의 목소리는 미약하나 모여 함성이고
저 하나의 촛불은 나약하나 모여 횃불이더라
어둠을 갈라 화살처럼 날으는 염원들
누굴 태워서 죽이랴
노도와 같이 일어나도 다침이 없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바랬던가 아니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맡겼던 꿈을 돌려달라는 거다
이자도 필요 없고 손볼 이유도 없다
다소 구겨졌어도 빨리 달라는 거다
제 것 아니니 그냥 놓아버리란 거다
아무 것도 따지지 말고 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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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유동환 시인의 ‘님의 침묵’ 선정
지난 1년간 문봄 글밭에서 ‘이달의작품’으로 뽑힌 작품들을 돌아보니 하나같이 수작(秀作)들이다. 작가들의 노고가 오롯이 깃들어있는 작품들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추려놓으니 유동환 시인의 ‘님의 침묵’(2016년 12월), 강준모 시인의 ‘편백나무 숲2’(2017년 1월) 그렇게 2편이 최종심에 올랐다.
‘님의 침묵’은 다시 읽어보아도 대단한 작품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소망이 잘 녹아있다. 촛불이 만들어낸 세상의 변화를 점점 더 실감하게 되는 지금 다시 음미해 보아도 연약한 소녀의 촛불 속에 담긴 순수한 염원을 가식 없이 담아낸 의미가 깊고 찰진 운문이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추위와 맞서 싸우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대견하여 주머닛돈으로 사서 나눠주었다는 어묵과 군밤의 따듯함만큼이나 다사로운 유 시인의 인정까지 읽혀져 흐뭇하다.
‘편백나무 숲2’는 절제된 시어들이 품고 있는 의미와 철학이 깊고도 깊다. ‘지조의 열병식’ / ‘직선의 고독’ / ‘수직의 열망’ / ‘편백의 직간언’에서 ‘바람은 지독한 근시안’이라는 결구에 이르기까지 다시 읽어보아도 절절한 언어를 찾아내어 의미를 물들여내는 강 시인의 내공이 놀랍다. 좋은 시를 지어내는 시인들의 특징은 웬만해서는 잡아내기 힘든 영감을 낚아채는 능력에 더하여 적확(的確)한 언어를 찾아내어 곰삭여내는 솜씨,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함축해내는 끈기 모두가 튼실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강 시인은 참 많은 힘을 갖춘 작가다.
난산이었다. 두 작품 모두 한 치도 우열을 허용치 않았다. 긴 고민 끝에 유동환 시인의 ‘님의 침묵’을 올해의 작품으로 선정한다. 훗날 위대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촛불시위의 현장에서 예리한 촉각과 순후(淳厚)한 인심,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한 지성으로 민심의 등뼈를 스케치해낸 노고의 가치가 빛난다. ‘님의 침묵’은 여전히 미완의 혁명으로 남아있는 촛불시위의 변치 않는 오롯한 역사적 의미와 사명을 함유한다. 한 소녀가 ‘여린 목소리로 부르짖는 자유와 평등’ 외침 속에 깃들인 ‘이자도 필요 없고 손볼 이유도 없는’,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맡겼던 꿈을 돌려달라'는 무구(無垢)한 목소리를 용케 읽어낸 한 예술가의 심안(心眼)이 찍어낸 한 장의 명화(名畫)다. 작품 안에 담긴 시대적 숙제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심심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2017.11.18 문학의봄 올해의작품 심사위원회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철성 선배님
늘 동문사랑으로 바쁘신 나날
건강도 챙기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축하드립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과는 사뭇 다른 많은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3사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