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어제밤(10월 23일) 배낭을 챙길때부터 이상한 기운이 감지가 됐다.
괜스리 서글퍼지고,
아내와 딸래미에게
"혹시 이번 산행에서 내가 죽거들랑,
곱게 화장해서 아버님 산소에 한 줌 뿌려주고
나머지는 당신이 등산을 할 때마다 아름다운 능선마다 한 줌씩 뿌려주오.."
느닷없이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오는게
섬짓해서 피식 웃음으로 흘려보내고 집을 나섰지만 새벽산행을 시작하면서도
내내 개운치가 않았다.
27개월(2차 중간부터~~)동안 백두대간을 타면서 이제는 어느정도 이골이 날만큼 나서
마음에 부담을 느끼고 자시고 할것도 없는데..
왜? 순간적이나마 그런 생각이 났을까?..
묘~~한 세상이여..
아뭏튼 '대야산' 정상에까지 무리없이 잘~~올라와서
여유자적하며 넉넉히 쉬엄을 하면서 동지들을 기다리며 주위를 돌아보는데,
아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함께 올라온 우리 산악회맴버들은 벌써 다 내려가고 없네그랴..
이제 추워서 더는 기다릴 수도 없어서 앞선 일행들이나 잡아체자고 푸다다닥 뛰 내려가는데 거 증말 경사 가파르데요..
근데 20~30분이면 마주쳐야 할 '촛대봉'은 나오지 않고 계~~속 험한 계곡만 타고 내리막 길이니..
한 시간 도 더 지나고 이제는 "이거 잘 못 왔나보다"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그놈에 "혹시나"하는 생각에 두눈 뙝그랗게 뜨고 앞만보고 걷는데 음미~~,
나오라는 '촛대봉'인지 '좃대봉'인지는 않나오고 쩌~~어기 고속버스가 줄줄이 서있는 '주차장'이 왠말인가....
뒤돌아서 잠깐 올라가니 무심코 지나쳤던 '월영대'의 이정표가 보인다.
휴대폰으로 백대장님을 호출하니 다시 올라가면서 우측으로만 붙으란다..
솔직히 기운이 빠져서 걍 다시 내려가 택시를 잡아타고 이번 구간 종착지인 버리기미재까지 가고싶은 유혹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백골 김하사'의 명예를 걸고 100% 무결점 백두대간 완주에 대한 자존심이 걸레처럼 늘어진 육신을 추스려 주었다.
이제 비상식량도 다 떨어지고,
식수도 바닥이 보여 어찌 물이라도 한통 채우려고 약간 흐르는 물이다 싶어 가보면
이놈의 깨구락지놈들이 죄 차지하고 멱을 감고 있으니..
결국 '지 조상들 몇 놈 튀겨먹은 왠수갚음을 이렇게 악날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뭐라 원망도 할 수 없었다..
한시간40분이 걸린다는 촛대봉까지를 얼마나 날쎄게 올라갔는지 40여분만에 주파를 했으니 이제는 더이상 허기도 지고 기력이 없다.
별,,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런식으로 탈진해서 죽기도 하는가 보구나..
이런 액운이 있을려고 어제 그런 재수없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내려만 가면 어떻게든 서울은 갈 수 있으려니,,,
"나 한 사람 때문에 다른사람들에게 피해 주지말고 기다리지 말고 먼저 떠나라"고 전화를 할려는데 전화마저 통신불가다
죽든 살든 이제는 최대한 요령껏 빨리 도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사관학교 생도시절 2박3일간 적진에서의'도피 및 탈출'훈련을 생각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내가 18시간짜리 산행을 해보았어도, 이렇게 허기지고 힘든 산행은 처음이다.
첫번째 봉우리를 넘고 두번째 봉우리를 바라보니 기가 터~ㄱ 막힌다.
우뚝 선 바위산이 왜 그렇게 높아 보이는지…
도저히 넘을 엄두가 나지않아 그냥 땅만 보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그래도 어찌어찌 중턱쯤 와서 완전 나무木자로 뻗어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들 소리에 정신을 가다듬고 간신히 머리만 들어
"혹시 먹을것 남은거 없나요?"
"없어요, 시방 저 밑에 헬기장에서 남은거 다 버리고 왔어요, 김밥까지 다 버리고..아마 뒤에 오는 우리 일행도 아무것도 없을겁니다.."
우라질,, 주지도 못할걸 왜 '김밥'얘기는 하고 지랄이야..
이 소리가 머리속에서 웅웅데다 또다시 꼴까닥..
촛대봉에서 버리기미재까지의 구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만난 이 너댓사람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시체처럼 그렇게 누워있다가
온몸을 감싸는 추위에 다시 일어나 또 걷다가 그렇게 뻗기를 두 번 더..
희미하게 크리스마스 케롤송이 울린다.
전화다..
"요셉! 어디야? 몇명이나 돼? 뭐? 혼자라고? 백대장님은 몇명 될거라는데.., 그래, 고생했다야.."
뭐 대충 그런 내용같다.
시끌벅쩍한 만찬식장의 웃음소리가 그대로 덤으로 날려온다.
어이쿠~~내 감자탕..
썩을놈!
고생한게 아니라, 아주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눔아..
어디냐고 물어봐서 가차우면 물 한모금이라도 들고 구제하러 와야지..
홍대장, 넌 이제 친구도 아니다 이눔아...
마지막 내리막길..
숨이 꼴까닥 넘어가는 사람도
한 순간 벌떡 일어나서 한 말씀 하실 최후의 용을 쓴다던가..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찻소리를 들으니
숫체 단숨에 날라버렸다는 표현이면 좀 과장일까?
어떻게 그런 힘이 남았었는지..
아직, 시끌벅쩍한 소리와 맛있는 음식냄새가 한 발치에 있지만
이제는 다 끝났으려니 체념하고, 우선 씻기나 하고 가자는 생각에
스틱으로 낙엽을 휘~휘 한 쪽으로 밀어내고
시원한 물로 냉수마찰을 하니 다리는 아직 후둘거려도 이제야 정신이 바로 돌아온다.
휘적휘적 차가 있는곳에 당도하니 다행이도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낭만팀의 동료들이 나를위해 남겨놓은 구수한 임금님표 오리지날 여주쌀밥과 감자탕의 달콤한 맛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우리 낭만팀의 형제님들과 걱정을 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오늘의 절박했던 상황을 교훈삼아
담부텀 꼭,
그냥 되가져오는한이 있더라도
빵 한 조각은 반드시 꼬불쳐놓겠습니다.
첫댓글 고행을 덤으로 했구려....쩝....그러게... 이 형님 제쳐놓고 혼자 날라 다니니까 벌받아서 그런겨~~담 부터는 오행님 옆에 꼭 붙어 다니셔...나도 아우님이 안 계신께 몬 가겠드구만....쩝....암튼 고생했소!
요셉님 고생하셨지만, 전 즐거운데요,,,산행못간 사람은 그런 심복인가 봅니다,
요셉님 고생하셨습니다.몇번없는 아르바이트 경험이지만 내려가는것보다 다시 올라올려면 몇배나 힘이들지요.일행과 차이가 많이 날수록 마음만 급해지고 허탈해지는게 경험자만 알수있습니다.
수고많이했쑤 근엄한 촛대봉의표현의 생각이그만고생을시켰네
모두들 고맙슴다. 글구 9중대장님! 걍 웃자고 쓴 글잉께 이해 해줍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