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9. 12.24. 선고 2009므2130 판결 :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 사례 [민유숙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어,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일방의 유책성이 반드시 그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 비록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하더라도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
[사안]
원고(아내)는 피고(남편)와 혼인 후 7년 정도 원만치 못한 동거생활을 하다가 가출하여 11년 넘게 별거하여 왔다. 현재 원고는 다른 남자와 동거하면서 그 사이에서 신체장애자인 딸(A)을 출산하였고 A를 법률상 母로서 양육하기 위하여 이혼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별거 동안 원·피고 사이의 자식들을 키워 중·고등학교에 진학시켰고 현재까지 이혼을 원치 않으며, 오히려 원고에게 A를 生父에게 맡기고 피고의 가정으로 복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심은 종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고가 유책배우자임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정면으로 채택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법률판단을 수용하지는 않았으나, 위 사실관계를 종합한다면 비록 원고가 유책배우자라고 할지라도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원인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혼청구를 인용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였다.
[해설]
민법 제840조 제6호에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하여 왔다.
그러나 혼인이 회복불가능하게 파탄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파탄에 주된 귀책사유가 있는 유책배우자가 제기한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따라서 종래 재판실무상 혼인파탄에 대한 쌍방 배우자의 귀책의 輕重을 따져서 귀책정도가 더 무거운 배우자가 제기한 이혼청구는 기각되었던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이 정면으로 파탄주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즉, 이 판결은 별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쌍방의 유책성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거나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 쌍방의 현재 상황에 비추어 피고의 혼인계속의사는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관계만을 유지하려는 것이거나,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요구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로 포섭시키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예외적인 범위를 확장한 취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대법원판결이 종래 엄격한 유책주의에서 한 걸음 진보한 것은 분명하다. 이 판결이 파탄주의로 이행하는 신호탄이 될 것인지, 대법원은 앞으로 파탄주의로의 큰 걸음을 내딛을 것인지 실로 그 움직임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출처 - 법률신문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kind=&serial=5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