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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122금]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유폐된 인권
국가인권위원회가 그제 발표한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조사 보고서는 정치범수용소의 현황과 운영실태, 수감자 인권침해 상황 등을 상세히 담고 있다.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 등이 언급한 내용과 유사하지만 우리 국가기관 차원에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실태와 수감자 인권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 분석한 자료를 처음 내놓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범 수용소는 북한 전역에 6군데가 있으며 수감자들 대부분이 감옥과 같은 건물이 아니라 일반 농촌마을, 공장 기숙사에 거주하며 노동을 하는 구조라고 한다. 그러나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이 폐쇄지역에 한 번 수용되면 대부분 출소가 불가능해 생명의 위협과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구타와 고문은 물론 비밀처형과 공개처형, 여성에 대한 성폭행도 수시로 일어난다고 한다. 현장 조사가 아니라 탈북자 증언에 의한 간접 조사여서 실제상황이 얼마나 정확히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끔찍한 일이다.
국가인권위는 앞으로 북한인권 실태 조사와 연구를 계속해 정부에 관련 정책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북한인권에 대한 중ㆍ장기적 정책로드맵과 실천계획도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가 이 문제를 직접 다루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만큼 남북 당국간 관계개선 노력과 충돌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 인권상황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국제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북한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체제를 상대로 열악한 인권실태를 고발하고 분노를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직된 1인 지배와 집단주의 체제가 변화하지 않는 한 북한주민들의 획기적 인권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화와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적 노력이 중요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122금] 억지만 부리는 정치검찰, 이대로 둬야 하나
그제 <문화방송> ‘피디수첩’ 무죄선고 뒤 검찰이 보인 반응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반성은커녕 법원 탓만 하고 있다. 애초 기소부터 법률적으로 무리였지만 무죄판결 뒤의 주장도 억지와 강변 일색이다.
‘민사재판 결과를 형사재판이 뒤집었으니 잘못된 판결이다’라는 식의 논리부터 말이 안 된다. 그런 주장은 정치적 선동의 구호는 될지언정 법률가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민사와 형사 소송은 접근 방식부터가 다르다. 법원 지적대로, 반론·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선 세세한 부분의 사실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지는 반면, 처벌 여부를 정하는 형사재판에선 보도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평가한다. 책임을 묻는 기준이 다른 만큼 형사재판에선 더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검찰이라고 이를 모르진 않을 게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적 언사들로 법 밖에서 법원을 비난하는 데 급급했다.
검찰이 상식적인 법 논리조차 무시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에 대해선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인 것이 배임이라고 기소했다. 법원이 무죄 말고 어떤 판결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선 사문화한 법조항을 들이댔고, 광고주 불매운동에는 미국 판례까지 끌고 왔다. 현행법 체계나 법 정신에 비춰 처벌할 근거와 이유가 없는데도 억지로 기소하려다 보니 빚어진 일이다. 하나같이 정권의 정치적 이해가 걸린 사건들이었으니 ‘무리한 청부수사’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런 행태는 이미 검찰 조직 전체를 좀먹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권이 관심을 보인 사건들을 처리한 검사들은 잇따른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승진하거나 영전했다. 법 논리야 어떻든 정권의 뜻에만 맞추면 출세하는 풍토에선 정치적 중립은 기대하기 힘들다. 시국사건 말고도 무죄 사건 수가 최근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검찰의 직업적 엄정함도 많이 무너졌다. 상당수는 검찰의 실수 탓이다. 대검 중수부 사건의 무죄율은 일반 형사사건보다 더 높다. 주요 사건일수록 무리하고 미진한 수사가 많다는 방증이다. 그래도 괜찮다는 분위기라면 더 큰일이다.
검찰은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법원을 공격해 제 입지를 넓히려 꾀를 쓸 때가 아니다. 문제는 법원이 아니라 검찰이다.
[동아일보 사설-20100122금] 2012년 戰作權전환 막는 것이 안보 바로 세우기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그제 동북아미래포럼 세미나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戰作權)은 2012년에 넘어오는 게 가장 나쁜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국방부는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조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발언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전작권은 2년 3개월 뒤 우리에게 넘어온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정부는 미국 정부와 본격적인 재검토 작업에 속히 나서야 한다.
한미 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2월이다. 벌써 3년이 다 됐다. 우리 국방부는 합의 일정에 맞춰 전작권 인수 작업을 했으나 그동안 준비과정으로 미뤄볼 때 2012년 4월 17일의 전작권 전환은 무리이다.
국방부는 일정대로 전작권을 인수해도 안보 공백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한국군이 갖추지 못한 주요 전력은 그 능력을 갖출 때까지 미군이 보완 전력을 제공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가장 큰 위협인 핵과 생화학무기, 장거리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대응 태세가 문제다. WMD 공격을 막아내려면 인공위성과 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에 의한 전략정보 수집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이런 정보수집 능력을 2012년 이전에 갖추기가 쉽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자주’와 ‘주권’에만 집착한 나머지 우리의 힘에 부치는 전작권 전환을 추진했다. 한미연합체제하에서 한국과 미국이 전작권을 공동 행사하는 방식을 유지한다면 한반도 유사시 미 의회의 승인 없이도 미군의 자동 증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오면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적시에 미군 전력의 증원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때는 물론이고 2008년 정부 출범 후에도 전작권 전환 일정을 재조정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인 재검토 작업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은 2012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잡고 있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 일정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정부는 외교적 군사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00122금] 국민 매일 놀라게 하는 법원은 좋은 법원 못 된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 "우리 법원은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 있는 국민들 가운데 정치권이 과도하게 사법부를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거나 시민단체가 대법원장 차에 계란을 던지고 판사 집에 몰려가 시위를 벌이는 사태가 바람직하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문제는 양식(良識) 있는 국민들이 현재의 사태를 사법부에 아무런 하자(瑕疵)가 없는데도 일부 지각 없는 사람들이 공연히 사법부를 흔들려고 해서 빚어진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반대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현재의 사법부 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으며, 이런 문제가 국민 전체의 사법부 불신으로 번져 가기 전에 사법부 스스로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킨 최근 일련의 판결의 전후 배경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사법부가 독자적으로 내놓아야 마땅하다고 느끼고 있다.
법원은 지난 1주일 사이 민노당 대표가 국회 사무총장 집무실 책상 위에서 껑충껑충 뛰는 토끼쇼를 벌였던 일, 전교조가 집단적으로 시국선언을 내놓았던 일,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그대로 광우병에 걸릴 듯이 보도해 주부와 어린 학생들을 거리로 불러 모은 일 모두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국민들은 이런 판결을 보고 국민 상식이 맞는 것인지 몇몇 판사들이 여러 개의 바늘을 세워놓고 실을 꿰어가듯 기묘한 법 논리를 개발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 옳은 것인지를 놓고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우선 일련의 문제 판결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는 법원 내 사(私)조직 우리법연구회를 그냥 내버려둘지 어쩔지에 대해 대법원이 최고 법원으로서의 판단을 내놔야 한다.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던 한 판사는 2005년 10월 연구회 인터넷 게시판에 '우리법연구회의 다수 회원이 지지하는 대법원장이 취임하셨고 연구회 출신 변호사가 대법관에 제청됐다. 법원 주류(主流)의 일원으로 편입된 이상 기존 주류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법원을 '우리 편'과 '저들 편'으로 쪼개서 본 것이다. 또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는 '운동권이 사법조직에 편입됐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우리법연구회가 탄생했다'는 글을 썼다. 우리법연구회가 이렇게 법관의 정치화(政治化)의 길을 계속 걷는다면 우리법연구회와 뜻을 달리하는 판사들도 그들대로 조직을 만드는 건 시간문제고, 그러면 법원은 '사법권 독립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부 존립의 문제'에 부딪히게 될지도 모른다.
문제 판결을 연속적으로 내놓은 판사들은 임관 5~13년의 형사단독 판사들이다. 법관 경력 5년, 10년 남짓해 균형 있는 법률 판단과 공정한 재판 운영 능력이 채 검증도 안 된 이들에게 계속 중대 사건을 맡겨 사법부의 위기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사태를 그대로 방치해도 되느냐를 심각하게 숙고(熟考)할 일이다. 형사단독 재판은 경력이 풍부한 판사에 맡기거나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건은 3명의 법관이 심리하는 합의부로 배당하는 여러 대안(代案)을 찾아볼 때가 됐다. 국민을 매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법원은 훌륭한 법원이 아니다.
[서울신문 사설-20100122금] 생산적인 사법개혁에 法·檢·政 머리 맞대라
법 정신과 상식을 벗어난 일련의 ‘튀는 판결’이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어 참으로 걱정이다. 검찰과 법원은 물론이고 정치권과 이념단체 등이 가세하면서 상황은 점점 더 꼬이는 형국이다. 합리적 대안 제시는 실종됐고 이념과 정치 성향에 따른 편가르기가 문제의 본질을 덮어버렸다.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위협 받는 작금의 상황은 사법사태를 넘어 사법전쟁을 방불하게 한다. 이렇게 막가면 안 된다. 갈등 진원의 주체들은 제발 이성을 되찾길 바란다.
이번 분란의 단초를 제공한 법원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민주노동당 당직자의 국회 폭력사건 공소기각, 용산참사 사건 수사기록 공개, 강기갑 의원 폭력사건 1심 무죄, 공무원 시국선언 유·무죄 판결 혼선, 민사 항소심과 달리 PD수첩 형사재판 1심 무죄 등 일련의 판결이 검찰의 반발과 정치권·시민단체 등의 개입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판사는 법과 판결로 말한다지만, 명백한 증거와 법 정신을 외면한 측면은 없는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이 판사의 독단과 재판의 독점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법원 일각에서 항소·상고심 등 불복 절차를 거론하지만, 이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을 1심에서 부실하게 판결할 경우 야기될 사회적 혼란을 모르고 하는 발언이다.
검찰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을 포함해 정치·이념적인 사건에 대해 기소 단계에서 불법을 확실하게 가려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감정을 담은 중구난방식의 사법개혁 목소리를 자제해야 한다. 판결의 엄정·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들을 국회 안에서 차분하게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여당은 검찰을, 야당은 법원을 감싸는 행태를 보인다면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법원과 검찰, 정치권은 삼권분립의 정신 아래 생산적으로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태의 와중에 일부 시민단체가 대법원장과 판사를 위해하려는 행위를 저질렀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판사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법원장에게 달걀을 던져 모멸감을 주는 행위는 명백한 폭력이고 불법이다. 사법개혁을 폭언과 폭력으로 이룰 수는 없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122금] 항공도 원전처럼 수출산업으로 키워야
정부는 2008년 기준 19억달러에 그치고 있는 국내 항공생산을 2020년에 200억달러로 늘리고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16위권인 항공산업 수준을 7위권으로 높인다는 '항공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어제 발표했다. 항공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특히 항공산업 세계시장은 2008년 4300억달러에서 2020년 70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인 반면 우리의 점유율은 겨우 0.5%에 불과, 시장개척의 여지가 크고 이를 위한 정책적 접근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기대해볼 만한 청사진이다.
사실 우리 항공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훨씬 낙후돼 있다. 그간 군수 위주로 육성돼 왔고,완제기 생산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999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출범 후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을 독자개발하는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아직 수출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실정이다.
항공산업은 전자,기계,소재 등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한 나라의 기술력을 상징한다. 대당 20만여개의 부품이 필요해 전 · 후방 생산유발 및 기술파급 효과가 자동차 산업에 비해 3배나 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계획이 항공산업 구조의 중점을 민수분야 강화에 두고 경제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특히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중형 민항기와 한국형전투기(KFX),공격헬기(KAH)의 경우 전체 개발비의 일부로 선행연구를 진행한 뒤 사업성 등을 검증해 본개발 여부를 결정하는 탐색개발 방식을 새로 도입키로 한것은 주목해볼 만하다.
중요한 것은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연구개발이 유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고 연관분야로의 생산 · 기술 파급효과를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민간자본의 투자 활성화와 기술역량을 동원할 수 있는 유인책들이 더욱 폭넓게 강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해외 마케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대책도 필수조건이다. 이를 통해 항공산업이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확고(確固)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구희령(사회부문 기자)-20100122금] 블랙 케네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는 생전에 “미국은 케네디 가문에 친절했다”고 말했다. 그럴 법도 하다. 휴일도 없이 술통을 만들어야 했던 아일랜드계 이민자 집안에서 4대 만에 최연소 대통령(존), 법무장관(로버트), 9선 상원의원(에드워드) 형제가 나왔으니. (오오마에 마사오미, 『케네디가의 인간학』)
미국이 케네디가에 친절했다면 매사추세츠는 케네디가를 사랑했다. 2대 패트릭 조셉 케네디는 28세에 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이 됐다. 케네디 대통령도 29세에 주 하원의원, 35세엔 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늘 케네디가의 몫이었다.
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1962년 상원의원 자리를 물려받은 ‘막내’ 에드워드가 ‘매사추세츠=케네디가’의 공식을 굳혔다. 그는 지난해 8월 뇌종양으로 사망할 때까지 47년을 연임했다. 69년 그가 여비서를 교통사고 현장에 버려두고 간 죄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을 때도, 8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졌을 때도 매사추세츠는 변함없이 그를 지지했다.
그런 매사추세츠가 19일 에드워드의 후임으로 공화당 후보를 뽑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격이다. 더구나 매사추세츠는 ‘공화당원이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주’로 불릴 정도로 민주당 텃밭이었다.
이 선거 결과로 공화당은 41석을 확보했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권한을 얻게 된 것이다. 에드워드가 죽기 직전까지 매달렸던 의료보험 개혁법안 통과가 한층 어려워지게 됐다.
에드워드의 뜻을 받아 의보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블랙 케네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에드워드는 아들이나 조카 대신 오바마를 정치적 후계자로 삼았다. 꿈과 희망을 말하는 젊은 명연설가에게서 둘째 형 존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케네디가의 영지’가 ‘블랙 케네디’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오바마는 이곳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했다.
매사추세츠는 케네디가의 양자(養子)를 아직은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블랙 케네디’의 매사추세츠 상속은 언제쯤 될까.
[경향신문 칼럼-여적/유병선(논설위원)-20100122금] 전기차의 미래
알 수 없는 게 세상사라지만,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2006년작·크리스 페인 감독)가 영상으로 전하는 내용이 그렇다. 1996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본격적인 전기차 EV1을 선보인다. 캘리포니아주가 전기차의 생산·판매를 법으로 강제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개발한 것이었다. 예상과 달리 주문이 쇄도하자 휘발유차 판매에 위협을 느낀 GM이 강력한 로비로 법도 없애고, 2003년엔 만들어놓은 전기차까지 죽여버렸다는 게 이 영화의 고발 요지다. 그런데 GM의 올 야심작이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사실상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다. ‘기름 먹는 하마’라는 대형차만 고집하다 구제금융까지 받은 GM이 죽였던 전기차를 다시 살리겠다고 나섰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전기차 개발도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다. 특히 도심에서 단거리 운행에 쓰이는 소형 전기차가 새로운 틈새 시장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깜찍한 소형 전기차를 만드는 국내 전기차 전문회사 CT&T는 지난해 미국 4곳에 공장을 마련했다. 부품을 수출하고 현지에서 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엔진차의 부품이 1만5000개가 넘는 데 비해 전기차는 700개에 불과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 주정부나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 현지 공장을 40개쯤으로 늘리고, 차를 소비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4월부터는 길거리에서 2인승의 꼬마 전기차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토해양부는 엊그제 제한속도 60㎞ 이하의 도로에서 저속 전기차(NEV)의 운행을 허용하기로 한 자동차 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서울시의 경우 통행 차량의 80%가 하루 30㎞ 이내를 주행한다고 하니, 1주일에 한번 충전으로 소형 전기차 출퇴근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미국·유럽·일본에선 소형 전기차 값의 약 40%를 보조금으로 주며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전기차가 자동차의 미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재의 기술상 약점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의 강점은 대기를 더럽히고 지구를 덥히는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에 전기차의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어떤 전기를 쓰느냐의 문제다. 석탄과 석유로 만든 전기를 쓰면 전기차는 디젤차보다 배기가스를 더 많이 내뿜는다. 원자력 발전 땐 ‘원전차’라 불러야 할 판이다. 전기차의 미래는 청정 발전에 달려 있는 셈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유왕돈(진매트릭스 대표)-20100122금] 공부와 연구
첫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기다리던 사회 초년생 때 내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청바지 차림으로 지내던 연구원 생활을 서른 넘어서 끝내고 정장 차림으로 바꾼 내 모습은 부자연스럽고 어색했다. 이에 비해 사무실 직원들은 유학생활 중 한국마켓에서 빌려보곤 했던 `손자병법` 드라마 속 인물들보다 훨씬 세련된 프로들의 모습이었다.
차 한잔을 하면서 "공부와 학위도 마치고 특채로 대기업에 입사하는 당신이 부럽다"는 당시 인사담당자의 말에 "차장님은 기업에서 현장 인사관리를 전공하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봉급까지 받으면서요"라는 내 답변은 지금 생각해도 꼭 맞는 답변이었던 것 같다.
간혹 사람들은 `공부`와 `연구`를 구별하지 못한다. "박사는 공부가 아니라 연구를 많이 한 사람이다"라고 난 늘 답한다. 공부는 알려진 사실과 정보를 반복적으로 습득하려는 노력이라면, 연구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과 정보를 밝히려는 스스로의 노력이란 생각에서다. "제 자신을 가르칠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도 알고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도 관찰하고 방안을 찾으려는 `연구` 능력이다.
내 옛 지도교수는 바쁜 탓에 하루 한두 번 실험실에 와서는 관심을 줄 만한 연구결과를 낸 학생들과만 이런저런 토의를 한 후 훌쩍 사라져 버렸다. 늘 그런 식이었다.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없으면 몇 주 동안 `하이`만 주고받기 일쑤였다. 서운한 적도 있었지만 그의 지도 방식은 미래 과학도가 갖춰야 할 `스스로 연구하는 능력`을 가르치고, 제자들의 연구를 경쟁적으로 독려하려는 의도를 담았던 것 같다. 심지어 그가 바이러스 분야의 권위자였음에도 난 그의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다. 듣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들을 필요가 없다는 스승의 생각 때문이었다. 그만큼 지식의 습득보다는 스스로의 노력과 깨우침을 중요시했다.
학력 위주의 세상이라 수능시험 몇 점 차이에 맞춰 자녀들의 장래를 정하곤 하지만 관심과 소질에 맞춰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또 스스로 노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일가(一家)를 이뤄 성공으로 향하게 하는 가장 훌륭한 학위과정이 될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박현육(생활산업부)-20100122금] 가격전쟁 '치킨게임' 피해야
최근 대형할인점 간 가격파괴 경쟁이 '치킨게임(Chicken Game)'으로 치닫고 있다. 관중은 소비자들이다. 경쟁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핸들을 돌리지 않는다면 모두 승자가 되지만 결국은 정면충돌로 양쪽은 모두 자멸하게 된다.
매정하게도 관중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이달 초 이마트발(發) 대형마트 가격전쟁이 시작된 후 소비자들은 '게임' 운영이 미숙하고 재미도 없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할인 품목이 조기 품절돼 제대로 사지도 못하고 제조업체들의 물량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소비자에게 보다 싸고 좋은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만큼 경쟁자들은 관중을 위해 게임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애초부터 상대방을 향해 정면 돌진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한 대형업체 임원은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질지는 솔직히 생각 못했다"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사실 제조업체들이 계속 따라와 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형마트들은 매주 목요일만 되면 이른바 전단행사를 통해 경쟁사 매장보다 한푼이라도 더 깎아 팔기 위해 쌍방 간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할인 경쟁이 사실 어제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단기간 끝나는 일회성 할인행사를 접고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고 한 대형업체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요새 매장에는 경쟁사보다 싸게 판다는 노골적 문구만 잔뜩 내걸려 있을 뿐 할인 품목 제품이 없어 소비자들은 허탕치기 일쑤다. 게다가 광고한 품목들의 할인 기간이 기존 전단행사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형할인점들이 상대방보다 무조건 싸게 팔겠다며 지금처럼 무리수를 둔다면 소비자들은 결국 할인점을 외면할 것이다. 업체들은 다른 매장보다 10원 더 싸게 사는 것보다 그곳에 가면 항상 싼 물건을 마음껏 살 수 있다는 기대가 소비자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업체들이 무분별한 가격경쟁은 되도록 피하고 가격 할인의 적정선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점은 환영할 일이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엔진 소리만 요란한 치킨게임이 아닌 매장에 있는 내내 여유와 만족을 느낄 수 있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윈윈게임'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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