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편지] 정말 어이없고 어처구니없다(77)

[박호영(설파, 서부5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에 헷갈리는 단어 하나가 ‘어이없다 vs 어의없다’이다. 2015년에 개봉된 영화‘베테랑’에서 주인공 조태오 역할을 맡은 배우 ‘유아인’의 유명한 대사 ‘어이가 없네’ 말이 유행이 된 적이 있다. 이에 보듯이 올바른 표현은 ‘어이가 없다’로 순수한 우리말이다. 이는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로 ‘어처구니없다’와 같은 말이다.

‘어의없다’의 재미있는 설이 있다. 『경상도 어느 두메산골에 개똥이란 사람이 돌쇠라는 사람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쇠라는 사람이 갑자기 등을 돌리고 막 뛰어갔다. 그래서 같이 얘기하던 개똥이가 돌쇠를 불렀다. “어? 어이~ 돌쇠” “어이~ 어딜가나?”라고 불렀는데, 돌쇠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자 개똥이는 “어이~~” “어이...없네?”』라고 고개를 갸우뚱 했는데, 그래서 ‘어이없다’는 이야기가 유래 됐다고 한다. 이런 어이없는 믿거나 말거나한 전설은 정말 어이없는 이야기이다.

다음 ‘어처구니’의 의미는 2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어처구니라는 말이 원래 ‘맷돌의 손잡이’를 일컫는 말이라는 설이 있다.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즉, 맷돌의 손잡이가 없어 맷돌을 돌리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쓰는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말을 맷돌 손잡이가 없다는 말로 인식한다. 그런데 이 말은 어떤 문헌적 근거도 없는 가짜 정보이다.

각종 국어사전이나 전문 백과사전에는 '맷돌 손잡이'는 '맷손'으로 되어있다. 또한 ‘어처구니’는 ‘없다’와 함께 쓰여, 뜻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맷돌의 손잡이를 통상적으로'어처구니'라고 부르는 것은 맷돌을 돌리려는데, 맷돌 손잡이가 없으면 얼마나 황당하고 기가 막힐 것인가? 그래서 미처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경우를 두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한 것이 그 맷돌 손잡이를 지칭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듯하다

둘째는, 다른 어원에 대한 설로는 갖가지 잡다한 형태의 상이 모여 있다하여 ‘잡상(雜像)’을 말한다. 잡상은 궁궐 기와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세워진 작은 토우(土偶)이다. 이는 궁궐의 안정과 그 안에 기거하는 사람들의 액운을 막고 악귀나 요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호해 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는 황제가 기거하는 궁엔 11마리의 잡상이 있고, 세자의 경우는 9마리, 그 외에 격에 따라 정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특별히 이러한 규칙을 따르지는 않는데,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에는 9마리이지만, 경회루에는 가장 많은 11마리가 놓여 있다. 통상적으로 잡상의 수는 항상 홀수가 되도록 한다. 짝수는 음의 성질을 갖고 있어 귀신이 범접하기가 수월하여 쉽게 재앙이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믿을 만한 유래로는 당(唐) 태종이 밤마다 귀신이 나타나서 기와를 던지며 괴롭히는 꿈을 꾸었다. 이 귀신을 쫓기 위해 병사 모양의 조각물을 지붕 위에 올린 데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그 후에 서유기 등장인물이자 중국 토신의 이름인 삼장법사, 손행자, 저팔계, 사화상, 마화상 등과 동물모양의 토우로 올리게 되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기와장이들이 궁궐을 지을 때 ‘어처구니’를 깜빡 잊고 올리지 않은 데서 유래된 말이라는 설도 있다. 기껏 잘 지어놓고 어처구니를 올리지 않으면 미완성이 되니 작은 일을 마무리하지 않아 어이가 없다는 의미이다. 잡상이 올려 지지 않은 건물은 아직 미완성, 그래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가 유래라는 설도 있고, 궁궐의 잡상이 유래라는 설도 있다. 어처구니없는 세상, 하도 어이없고, 기가 막혀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많다. 우리도 '어처구니'가 없는 인간이 되지 말아야겠다. 서로에게 신뢰회복을 위한 소통을 생각하면서 거대한 산에 발이 걸려 넘어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사람은 정말 많다. 큰일이 망쳐지는 것은 신경 쓰지 않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김기영(서부 4기)]

어처구니 없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유익한 사람으로 살아 가야겠네요.

[박호영(설파, 서부5기)]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는‘어처구니가 없으면 안되지요~~ㅎㅎ

[장은수(적당희) 서부7기]

박호영샘의 어원탐구, 잼나요^^
정설은 유익하고 양념설은 더욱 재밌고 ㅎ

[박호영(설파, 서부5기)]

저도 자료 조사하면서 많이 배워요.. ㅎㅎ
많이 쓰는 용어인데 애매한것 계속 올리겠습니다.
저도 처음에 御醫, 御衣로 된건가? 착각하기도 했지요

[허성희(서부5기)]

77번째 월요편지👏🏻👏🏻👏🏻
777번째까지 쭉~ 쭉쭉 ~쭉~~ 🎉

[박호영(설파, 서부5기)]

허샘~! 너무 부담 팍팍 주는거 같은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