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심하자 도적 괴롭히기와 한밤의 여인숙
나는 쫓기고 있다.
뭐, 그래서 어쨌냐고 말하면, 좀 곤란하지만……
확실히 이런 일은 일반적으로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니고, 나한테 있어서 본다면 그거야말로
일상다반사이다.
하지만 그건 그렇고 이야기에는 맥락이라든지 절정이라든지 하는 것이 있으니까,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그건 뭐 그렇다 치고 추적자는 바로 가까이 까지 육박해 있을 터였다.
도적들이다.
요즘 들어 이렇다 할만한사건―쉽게 말해 '일거리'가 없어 주머니가 좀 쓸쓸해져 가고 있어
도둑들이 잠자는 틈을 타, 슬쩍 아주 조금 보물을 실례했는데.
그게 문제였다.
정말 미미한 양이었다.
픽시(小人)의 손톱의 때만큼도 안되는 양이다.
그걸 끈질기게 끈질기게 끈질기게 끈질기게 쫓아오는 거야, 놈들은.
……속 좁은 놈들.
하기야 속이 넓은 놈들이 도적질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뭐, '바로 뒤에 도적들의 모습이 보이랑 말랑'할 정도로 급박한 사태는 아니지만 역시 이쪽
은 연약한 여자의 다리. 장정의 다리에는 비길 수 없다. 따라 잡히는 것도 시간 문제.
아아, 가련한 미소녀 리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 얘기야, 내 얘기!
―이런 두서없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의 발이 갑자기 멎는다.
가릴 듯이 뒤덮은 길 양쪽에 나있는 무성하고 어스름한 나무들. 그 중간을 찌를 듯이 뻗어
있는 인적 없는 길. 밝게 빛나는 한낮의 태양빛.
보기에는 좀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새들의 소리가 돌연 들리지 않는다.
명백한 살기가 수풀의 안쪽에 서려있다.
―포위돼있다―
아무래도 적은 지리에 밝은점을 이용해 앞으로 선회해 있었던 모양이다.
한마디 해보려고 생각했지만 별로 맘에 드는 대사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은 가만있
기로 결정.
멈춰 서서 기다렸다.
'쫓기는 있다는 건 알고 있어'라고 하는 의사표시이다.
숲 속의 외길이라고 해도 제법 넓다. 베고 찌르고 하기엔 충분한 공간이다. 만일 실수로 도
폭이 좁은 곳에서 멈춰 서기라도 했다간 양옆의 수풀 속으로부터 갑자기 푹! 따위의 일도
있을 수 있다.
잠시 후에 한 남자가 숲 속에서 길로 나온다. 내가 가는 길목을 막아서듯이.
"드디어 따라잡았군, 아가씨."
머리에서 머리칼이 전멸한 대머리 아저씨는 요즘은 좀비나 스켈톤이라도 쓰지 않을 듯한 촌
스러운 대사를 내뱉는다.
상반신은 벌거벗은 '나는 도적의 두목입니다!'라고 역설하는 듯한 모습이다. 시미터(円月刀)
따위를 들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별.볼.일.없다. ―보자하니 기껏해야 얘기의 중반쯤에서 폭
싹 당해버리는 역―이라는 느낌이다.
매력 포인트라면 라드(동물 기름)를 발랐는지 번들번들한 피부(우에엑).
"잘도 우리를 바보 취급했겄다."
난 지겨워졌다.
뭐, 대개 이런 놈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단어의 종류는 기껏 해봐야 백개를 넘지 않을 거
라고 전부터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곤 해도 조금은 패턴에서 벗어난 말을 할 수는 없는 걸까?
"……그 빚은 확실하게 갚아주겠어."
이것 봐요…… 아저씨……
"∼라고 말해야 되겠지만―"
사내는 히쭉하며 아주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솔직히 말해 자네와 싸우고 싶진 않아. 섣불리 붙었다간 이쪽도 꽤 피해가 날 것 같고―제
법 대단한 여자야, 자네도. ―아니아니, 칭찬해주는 거라구. 그 솜씨, 확실히 전문가야. 요란
한 마법으로 여기저기 날아가고, 정신없이 불길이 퍼지지, 두목도 불길에 말려서 뻗어버렸
지, 여기다 저기다 하는 중에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보물창고에서 값나가는 물건이 홀랑 없
어져 있지 않아? 우리들이라도 그 정도까지 하지 않는다구."
―뭐, 그런 일도 있었는지 모르지.
상관없잖아? '악인에겐 인권은 없다'라는 게 나의 모토이니까.
"정말 대단해.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두목의 원수!'라며 자네가 죽던가 아니면 우리가 모
두 죽던가 하며 쫓아다니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런 건 아무리 봐도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
지. 그래서―어때? 여기서 우리들하고 손을 잡아볼 생각은 없나?"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댄다.
농담이 아냐.
나는 올바르지 않은 건 정말 싫다구.
……정말이라니까.
"보물을 돌려주고 우리들의 동료가 된다고만 하면 죽은 두목과 동료들의 건은 없었던 걸로
해도 좋아. ―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냐. 내가 말하는 대로만 따라주면 그걸로 다되는 거
야. 부자유스럽게도 하지 않고 재미도 보게 해줄 테니까. 응, 어때? 나쁜 얘기는 아니지?"
추근거리는 웃음을 띈다.
아하.
그런 거였구나.
결국 이 남자는 얼마 전까지 No.2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제 내가 일으킨 사건으로 인해 우연히 두목이 죽어 전부터 노려오던 두목의 지위
가 굴러들어온 것이다. 떼구르르하고.
그래서, 복수를 하기보다는 어느 편인가 하면 보물을 되찾으려는 일념으로 쫓아와서 나와
만났다. 그리고 욕심이 생긴 것이다.
내 힘이라든지 몸이라든지에.
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도적과 손잡을 정도로 악질은 아니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도적놈 같은 모양을 한 아저씨랑 어깨를 맞대고 '오늘은 어땠나,
자네?'따위를 하고 싶은 생각은 털끝만큼도없다.
역시―
남자는 백마를 탄 왕자님뿐이다!
―아, 그건 농담이지만.
"대답은 빠를수록 좋아. 이런 곳에서 마냥 어슬렁거릴 수는 없다구. 새로운 소굴도 찾아보아
야 하니까."
사내는 상당히 수다스러워져 있었다.
나에게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쪽은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내 목소린 어떤가하면 꺄꺄거리는 여자애 같은 목소리라서 이것저것 떠들어대면 사내도 조
금은 속이 편하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줄 의리는 물론 나에겐 없다.
일방적인 수다가 이어진다.
나는 단지 묵묵히 서있을 뿐이다.
사내가 조금씩 초조해 오는 것이 손바닥 보듯 훤하다.
마지막까지 떠들게 내버려두었다가,
"……응, 어때? 어이?"
"거절하겠어."
한마디로 퇴짜를 놓았다.
부자연스럽지 않을 정도로, 가능한 한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아……"
사내가 딱하고 입을 크게 벌린다.
보고 있는 사이에 얼굴색이 변해간다.
"……이……"
사내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었다.
"이게! ……곱게 나가니까 기어올라! 그렇다면 이쪽도 생각이 있다! 몸통을 갈기갈기 찢어줄
테니까 각오해라! 얘들아, 나와라!"
호령하자, 숲 속에서 사내들이 나를 에워싸듯이 슬슬 나온다.
그 숫자는 대략 십수명.
"적네."
나는 정직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사내는 유쾌할 정도로 명백하게 동요해 준다. 내가 이 정도의 인수(人數)를 보고도 태연하니
까 겁을 먹은 거겠지.
"―흐,흥! 물론 이게 다는 아니야. 숲 속에는 우리 동료들이 지금도 활에 살을 매긴 채 너를
노리고 있다. 내가 한마디만 하면 네놈의 몸은 벌집투성이가 된다구. 무릎꿇고 사죄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어때?"
빤히 보이는 뻥을 친다. 숲 속에 아직도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조금만 실력 있는 검
사(劍士)나 마도사(魔道士)라면 금방 알 수 있다.
검사이자 마도사이신 이 나에게 그런 정도가 모를 리가 없다.
자랑!
하면 역시 실력으로 끝을 보자는 것이 되는데―
바로 그때,
"그 정도로 해두지 그래."
소리가 났다.
모두들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 남자가 서 있다.
여행중의 용병인 모양이다.
뽑아든 장검(롱 소드)이 한낮의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관현악의 BGM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다.
아이언 서펜트의 비늘로 생각되는 걸로 만든 검은 빛의 흉갑주(브레스트 플레이트). 훤칠한
장신. 전형적인 기술과 스피드를 장기로 하는 輕戰士(라이트 파이터)타입이다.
짙은 금발의 제법 핸섬하다.
"좀도둑놈들, 어서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넉살좋게 말한다. 도적들의 우두머리가 시뻘개져서 외친다.
"시끄럽다! 갑자기 나와 가지구! 네놈은 도대체 뭐야!"
"네놈들 따위에게 말해줄 이름은 없다."
……이봐 이봐, 거기 너.
눈이 점이 되지 말도록.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다. 나도 벌레 씹은 듯한 얼굴을 했다.
꼭 있다니까. 이런 애들이.
누군가가 위험에 빠지면 꼭 아무 이유도 없이 나타나는 놈! 왠지 대개 핸섬하고 그럭저럭
강하기도 하다.
"까불지 마라! 그럼 너부터 처리해 주지! 해치워라, 얘들아!"
"예잇!"
이렇게 하여 패턴대로 난투가 시작되었다.
남자에게 가세해줄까 생각했지만, 그거 있잖아, 남자의 체면이라는 걸 세워주지 않으면 안되
지.
그래서 나는 히로인 역에 충실하게 의미도 없이 주위를 뛰어다니며 꺄아꺄아하며 아우성을
치기로 했다.
……정말 편하잖아, 이건.
아우성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에 뭐가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승부는 쉽게
났다.
물론, 그 남자의 승리이다.
"괜찮아?"
남자는 내 쪽으로 돌아보았다. 그리고―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확실히 말해서 자랑은 아니지만 이래봬도 용모에는 자신이 있다.
크고 동그란 눈동자.
사랑스런 얼굴.
정말이지 남자의 보호욕을 자극하는 듯한 청초한 조그마하고 가늘한 몸매.
남자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감탄의 한숨이란 거다.
조그맣게 중얼거렸지만 확실하게 들려왔다.
"뭐야… 애잖아……."
털썩!
……난 조금은 마음이 상했다.
남자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이런 좋은 장면이니까, 조끔은 괜찮은 여자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모처럼 껀수 좀 올릴
까해서 신경 좀 썼더니…… 왕눈이에 납작가슴인 꼬맹이 아냐……."
폭싹!
……그거야 나는 동년배의 여자아이들보다는 쫌 키가 작고, 뭐, 가슴도 쪼금 작은 건 인정한
다구. 확실히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것도 있지만……
……제길……사람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을……
본인은 들리지 않게 중얼거리는 줄로 알지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귀는 보통 사람에 비
해 상당히 성능이 좋다. 엘프하고 맞먹는다는 소릴 들은 적도 있다구.
뭐, 하지만 적어도 형식적으론 난 도움을 받은 셈이니까, 우선 감사의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정말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는 상당히 씰룩이는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아니, 그런 말을 들을 정도의 일도 아니야."
조그맣게 웃는다.
"그것보다 다친 데는 없니, 꼬마야?"
꼬마…라고.
"여자애가 혼자 걸어다니는 건 위험하지. 아니면 아빠라든지 누군가 동행이라도 있니?"
울컥.
"―아니, 그게, 혼자이지만…"
씰룩씰룩씰룩.
머리칼에 가려서 남자에겐 보이지 않겠지만 관자놀이 부근이 상당히 경련하고 있는 것을 자
신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거 큰일이군……. 좋아, 그럼 오빠가 집까지 바래다주지."
아……아……아……이것 봐!
"―그런데 집은 어디니?"
울컥울컥울컥.
"―아―그게―저는 혼자서 여행을 하고 있는데, 별로 무슨 목적이 있는 건 아니고…… 아틀
라스 시티까지 한번 가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 음. 그랬구나―. 으음, 너도 큰일이겠구나."
"……예?"
"아니, 이해하고 있으니까. 이런저런 일이 있었겠지, 이런저런."
"……아니, 저는……"
"아―아. 말할 필요 없어. 알고 있으니까."
으―음….
막 터져 나오려고 하는 열받는 걸 필사로 억누르려 고개를 숙이고 감정을 죽이며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 어째 이 오빠 씨는 '답하고 싶지 않은 얘기를 들었다'라는 반응으로 오해해
버린 모양이다. 아마도 나를 '무슨 사연이 있어 정든 고향집을 떠나지 않으면 안되게 된 박
복한 소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아니, 전 단지 세상을 이것저것 여기저기 구경하려고……"
사실대로 말했다.
"괜찮아, 서둘러서 얘길 꾸미지 않아도. 이것저것 캐묻지는 않을 테니."
어린애를 타이르듯이 말한다. ……안되겠는데, 이거.
"―그래, 좋아, 그러면 내가 아틀라스 시티까지 같이 가주지."
어이어이어이!
"아…아뇨, 그렇게까지 해주지 않으셔도……"
농담이 아냐.
아틀라스 시티까지는 약 열흘.
이런 열받게 하는 오빠랑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아틀라스 시티에 도착하기 전에
스트레스로 위장이 녹아버릴 거다.
"아니, 난 알아. 너에게는 친구가 필요한 거야."
맘대로 정하지 말어.
"아니―그래도―"
둘의 대화는 질질 이어져――
결국.
잠시 후, 우리 두 사람은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설득 당해 버렸다.
난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가 아직 이었군. 난 가우리. 보는 바대로 여행중인 용병이
야. 넌?"
난 일순, 신경질 나는 김에 엉터리 이름을 말해 줄까 생각했지만 의미가 없어서 그만두기로
했다.
"―난 리나. 그냥 여행자예요."
솔직히 본명을 밝혔다. 그냥 여행자라는 거가 거짓말이란 건 빤하지만.
하지만 가우리는 그걸 일부러 캐물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아마도, 무슨 사정이 있어서 거짓말을 해대고 있다 등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바로 이거야. 내가 동행을 설득 당한 이유가.
그는 좋은 사람이다.
말하자면 착한 사람인 것이다.
만일 이게 나를 대하는 무슨 흑심이라도 있어서 '같이 여행이라도…… 헤헤, 흐흐' 따위의
짜식이라면 망설임 없이 즉각 때려 눕힐 것이다.
하지만 가우리는 보자하니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호의를. ……하지만…
…
"―하지만―"
그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나에겐 들리지 않는 줄로 알고 있겠지만.
"―아틀라스 시티까지 애 돌보기라……매력 있는 얘긴 아니지만, 뭐, 상관없겠지."
하지만 역시, 되게 열받게 하는 녀석이다.
혼자가 되어 비로소 나는 간신히 숨을 돌렸다.
그날 밤, 여인숙에서의 일이다.
도중의 경유하는 마을에서 방을 잡고 저녁을 먹은 후, 각각 방으로 들어갔다. 덧붙여 말하면
가우리는 옆의 일인실이다.
별로 크지도 않은 마룻바닥의 방에 침대와 테이블이 하나씩, 테이블 위에는 등잔에 조그만
빛이 걸려있을 뿐인 단출한 구조이지만 정리는 되어있는 모양이다.
오일이 타는 강한 냄새가 방에 충만해 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방문을 잠그고 망토를 벗는다.
―휴우, 힘들었었다.
나는 망토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도적들에게서 몰수한 전리품의 검토를 시작했다. ―노획한
보물의 감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일이 있는 사이에 오늘까지 정리도 해놓지 못하고 보자기 속에 처박아 두고 있었
던 것이다.
별로 크지 않고, 가치가 있을 만한 것을 가능한 한 조심스레 집어올 생각이었지만, 문득 정
신이 들어보니 왠지 상.당.한. 중량이 되어 있었다.
펼친 망토 위에 털썩 주저앉아 몇 개의 가죽 주머니에서 이것저것 꺼낸다.
우선은 입안에서 조그맣게 주문을 외우고 양손을 가슴 앞으로 모은다.
천천히 벌린 양손 사이에 생겨난 빛의 구슬을 천장을 향하여 던져 올린다.
은은한 빛이 실내를 밝게 비춘다.
'라이팅'의 주문이다.
감정을 하기엔 오일의 어두침침한 빛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제법 큰 보석이 이삼백개. 흠 있는 것도 있어서 이것은 뒤에 정리하기로 한다.
오리할콘으로 된 신상 하나. 이건 굉장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대형 나이프가 1개. 속칭 '마법의 무기'라는 거지만 걸려있는 마법이란 게 아무리 봐도 별로
좋은 성질의 마법은 아닌 모양이다.
"―이―런―걸 마구 사용하면 살인마가 돼버리지…… 뭐, 어딘가의 마법 가게에라도 적당한
값에 팔아 버리면 되겠지. ―다음은……"
오백년 정도 전에 멸망한 레티디스 공국의 공용 금화가 십여매.
나는 무의식중에 휘파람을 불었다.
"럭키♡이건 매니아에겐 비싸게 팔리는데……"
―이번의 수확은 우선 요런 정도이다.
대단한 수확은 아니지만, 뭐, 그 정도의 도적 무리를 상대로라면 이 정도겠지.
단, '대단한 수확이 아니다'라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감각으로 말해서 라고 할 수 있
다. 이걸 싸게 넘긴다고 해도 사람 한명이 일생을 여유 있게 살아갈 정도의 액수는 된다.
배부른 소리라고 하진 말아.
마도(魔道)란 걸 하고 있으면 왠지 돈이 많이 들게 되는 거야.
"그럼―어디, 그러면……"
나는 보석의 정리에 착수했다.
종류별로 나눠 그걸 더욱 흠 있는 것과 없는 걸로 나눈다. 흠 없는 것은 그대로도 좋지만
흠이 있으면 굉장히 헐값으로 팔린다. 거기서―일이 시작된다.
나는 자신의 짐 속에서 몇 개의 물건을 꺼냈다.
애들 주먹만한 크기의 수정구 비슷한 것을 꺼내어 그걸 살짝 마루 위에 놓는다. 그것은 빙
글빙글 돌다가 이윽고 서서히 멎었다.
구(球) 속의 인(印)이 창 쪽을 향한다.
"흠, 흠. 저쪽이 북쪽―인가."
중심에 마법진을 그린 종이를 마루 위에 편다.
크기는 가로세로가 똑같이 양손을 가볍게 편 정도로 엘프의 여성의 피부 같은 색깔을 하고
있다.
―좀 전부터 '―같은'이란 말을 연발하고 있지만 도구의 재질이라든지 주문의 이것저것 등
은 기업비밀에 속하는 것으로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목재로 된 조그만 판에 어떤 방법으로 만든 잉크를 묻혀 별도의 조그만 종이에 작은 마법진
을 찍어낸다.
마루 위의 마법진을 중심에 흠이 없는 루비를 하나 놓고 그 위에 지금의 조그만 종이를 올
려놓는다.
"불(火)"의 주문을 입안에서 외우자 조그마한 종이가 팍하고 불꽃을 내며 일순에 재로 변한
다.
"―우선은 성공."
나는 마루 위의 보석을 들여다보곤 중얼거렸다.
루비의 안에는 조그만 마법진이 보인다.
지금의 술(術)이 종이에 찍힌 마법진을 루비의 중심에 봉해 넣은 것이다.
다음에는 같은 종류의 보석 중에 흠 있는 쪽을 왼손에 가볍게 쥔다.
마법진을 봉해 넣은 보석의 위에 손을 내밀고 "바람(風)"의 주문을 외운다.
손안의 보석이 마치 마른 흙덩어리같이 힘없이 무너져 내려 루비 가루의 비가 되어 밑의 루
비에 떨어져 내린다.
같은 작업을 몇 번인가 반복해 흠 있는 루비를 전부 처리한 끝에는 마루 위의 마법진에는
루비가루의 산더미가 생겨나 있었다.
"―그러면―"
조그만 병 속에서 투명한 액체를 그 더미 위에 부어 위로 왼손바닥을 내민다.
"땅(地)"의 주문, "물(水)"의 주문을 어떤 패턴으로 조합해서 외운다. 방금 내민 손이 밝게
빛나며 루비 가루의 산이 일순 눈부신 빛을 낸다.
손바닥을 천천히 치운다.
산더미 같았던 것이 덩어리 형태가 되어있다.
대성공. 이젠 기다리는 것뿐이다.
막 구워낸 도자기처럼 반들반들한 표면이 마치 녹아 가는 것처럼 확연히 윤기를 더해간다.
이윽고 그 속에 마법진을 봉해 넣은 어른의 주먹 정도 크기의 루비가 완성되었다.
"좋아, 한 건 해결."
나는 같은 요령으로 다른 종류의 보석을 차례차례 처리해 간다.
이렇게 하면 "마법의 아이템"으로써 상당한 값으로 팔리는 것이다.
그대로 펜던트 따위에 넣어도 간단한 부적으로써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무기와 갑옷에 조
합해 넣으면 그 성능을 증폭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펜던트와 머리띠 허리에 차고 있는 숏 소드 등에 이것과 같은 것을 해 넣고 있다.
화려하고 멋지고 실용적.
지금 중류층 이상의 가정에서 유행 중.
당신도 하나, 보석의 부적(쥬엘즈 아뮬렛).
……아아앗! 무심결에 광고해 버렸다!!
아, 실수, 우리 집이 상업 쪽의 일을 하고 있어서……
힘내라, 리나! 아틀라스 시티까지 앞으로 9일!
―다시 말해 다음날의 한낮이다.
둘은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좋은 날씨였다.
어딘가 가까이 강이라도 흐르고 있는 거겠지. 여울물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온다.
바람의 다정한 속삭임에 나뭇잎이 부끄러워하며 대답을 한다.
나무 사이의 태양이 하얗게 말라붙은 길 위에 빛을 내리는―
그런 오후였다.
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배고파……"
거기! 돌 던지지 말어!
배고픈 건 어쩔 수 없잖아!
아침에 나선 마을에서 다음 마을까지 걸어서 거의 하루종일.
그 사이에 휴식처나 식당 따위가 일절 없는 것에 두 사람이 눈치를 챈 것은 점심때를 조금
지나서의 일. 길가에서 어느 상인들의 무리가 도시락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였다.
"그건 입밖에 내지 않기로 한 거잖아, 꼬마야……"
가우리가 지친 모습으로 말한다. 이쪽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 '꼬마'라는 소리 좀 그만둬 주었으면 좋겠는데…
…
"남자는 참아야만 할 때란 거가 있는 거야."
"난 남자가 아닌데."
즉각 대꾸를 했다.
가우리는 일순 말이 막힌 듯 나를 쳐다본다.
"―여자라도 참아야만 할 때는 참아야만 하는 거야."
"그럼―목적도 없는 여행의 도중에 배가 고픈 것이 '참아야만 할 때'라는 거야?"
그가 발을 멈추었다.
잠시동안의 침묵. 둘은 서로를 빤히 쳐다본다.
여울물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다.
결국은 점심은 낚시를 해서 해결하기로 했다.
강은 길을 조금 벗어난 곳에서 길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라고 하기 보단 이 길이 이 강
을 따라서 만들어진 듯한 모양이다.
수영 정도는 가능할 듯한 큰 강에서 물은 깨끗이 흐르고 있다.
강가는 모래밭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앉아서 쉬기에는 딱 알맞은 장소이다.
"물고기야♡물고기야♡"
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변에 떨어져 있는 적당한 나뭇가지를 주워 짐 속에서 조그마한 낚시바
늘을 꺼낸다. 나의 자랑거리인 긴 밤색 머리칼을 몇 개 뽑아 다발로 몇 개를 연결해서 길게
한다.
양끝을 바늘과 나뭇가지에 연결하면―
"완성!"
이것으로 낚싯대 하나가 완성되었다.
"생활력 있구나, 너"
가우리가 옆에서 무엇인가 연신 감탄하고 있다.
"자, 기다려 봐."
낚시 세트를 건네주고 강변에 간다. 물에 잠겨있는 돌을 몇 개 뒤집어서 밑바닥에 붙어있는
기분 나쁜 벌레(이름은 모른다)를 몇 마리 잡는다.
낚시 바늘에 꿰어서 수면에 늘어뜨린다.
살랑살랑살랑
―으-음.
처음은 들어올리고 다시 한번, 에잇!
살랑살랑살랑살랑……
(중략)
그래도 어떻게 해서 잠시 후에 나는 몇 마리의 고기를 낚아 올렸다.
가우리가 지펴놓은 불에 그 자리에서 소금을 쳐서 구워 먹는다.
으음, 베리 테이스티!
확실히 말해 난 근처의 형편없는 식당의 밥보다는 이쪽이 더 좋다. 조그마한 고기라면 머리
에서 꼬리까지 통으로 씹어먹는다.
"너, 잘도 통으로 씹어먹는구나…"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가우리가 말한다. 그는 남자인 주제에 쪼그만 여자 애처럼 쪼막쪼
막 하얀 살만 발라먹는다.
"그런 아까운 짓을."
나는 탄식했다.
"머리까지라곤 말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창.자.정도는 먹어야지."
"윽, 싫어, 난. 창자를 먹다니."
"모르는 소리…… 여기가 가장 맛있는데."
나는 두 마리 째의 고기에 손을 뻗쳐 창자부분을 입에 물어 보였다.
"하지만―창자라면 내장이잖아……"
맥이 빠진 모양으로 말한다.
"당연하잖아."
"……너가 좀 전에 잡았던 벌레가 들어있잖아……거기에……"
웩!
무심코 뱉어 버렸다. 이……이것 봐……
"그…그건 그렇지만……"
"그렇잖아."
"그렇지만……"
그렇다고 먹을 때 말할 건 없잖아!
우물우물우물.
그런 얘기를 하며 생각을 하며 둘은 낚아 올린 고기를 전부 먹어치웠다.
먹은 수는 그 쪽이 많어. 혹시나 하고 말해두지만.
"음―, 조금만 더 먹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네, 조금만 더 낚을까."
엿차하고 일어나서 모닥불 옆을 떠나서 내버려두었던 낚싯대에 손을 뻗치―
그 손이 갑자기 멎었다.
낌새를 느낀 것이다.
"―고블린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가늘게 가우리가 말했다. 나에게 간신히 들릴까 말까 할 정도의 조그
만 목소리이다.
"조금 전부터 보였어. 14마리 정도야."
아―항.
나는 낚싯대를 집어들었다.
보자하니 이 근처는 고블린들의 영역인 모양이다. 그래서 근처에 식당이나 휴게소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고블린―이 가장 일반적인 생물을 모르는 인간은 없겠지.
고블린은 어른 가슴정도의 키밖에 되지 않는 인간형 생물이다.
야행성으로 제법 지능을 지녔고 어느 편인가 하면 흉폭. ―겁쟁이이기도 하지만.
큰 도시에서 떨어진 마을과 촌락에서는 밤중에 이놈들에게 가축 따위를 약탈당하는 일이 많
다.
추신―놀려먹으면 재미있다.
나는 낚싯바늘을 왼손에 가볍게 쥐고 입안에서 조그맣게 '넣으면 잡힌다 주문(가칭)'을 외
웠다.
내 오리지널 마법이지만 이것을 공개하면 강에서 물고기가 씨가 말라버린다 하는 사태가 있
을 수 있기 때문에 이걸 누구에게 가르쳐줄 생각은 없고 나도 보통은 사용하지 않는다.
주문을 다 외우고 났을 때.
케엑!
기묘한 소리를 울부짖으며 고블린들이 수풀 속에서 뛰어 나왔다.
녹슨 조그만 검과 봉 끝에 쇳조각을 달아놓은 것과 별반 없는 창 등 나름대로 무장은 하고
있다.
고블린의 노상강도이다.
[쉿! 조용히!]
사이를 주지 않고 내가 고블린어로 말한다.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일순 딱하고 멎는다.
지금이다!
그 일순의 틈을 노려(라곤 해도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틈을 주지 않고 강물위로 낚
싯줄을 드리운다.
살랑살랑살랑.
침묵.
'뭐야, 이 여자는?'이라는 뉘앙스가 배어있는 시선이 나에게 쏟아진다.
호기심이 강한 고블린은 내가 뭘 할 생각인지를 지켜보기 위해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
그 직후.
반응이 왔다.
[좋―았어!]
기세 좋게 낚싯대를 당긴다.
[읏썅! 월척이다!]
물고기가 공중에 뜬 타이밍을 눈으로 재서 낚싯대를 조금 휘두른다.
공중의 물고기의 입에서 바늘이 빠지면서 노렸던 대로 고블린들의 눈앞에 떨어진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하기엔 어려운 기술이다. 감탄하도록.
[붙잡아!]
고블린어로 외친다.
"키익!"
"키긱, 그긱!"
"크겐!"
예, 수고했어요.
고블린들이 마구 뛰어오르는 물고기를 간신히 잡았을 때, 나는 두 번째 고기를 낚아 올리고
있었다.
물고기는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재미있을 정도로 차례차례 낚였다.
14마리 정도를 낚아 올렸을 때에는 고블린들이 내 주위에 인간장벽을 쌓고 있었다.
좋―아, 걸려들었다.
[자.]
난 낚싯대를 가까이에 있는 한 마리의 고블린에게 건네주었다.
"킥?"
[잘 낚여, 여기. 해볼래?]
"키이……?"
고블린은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낚싯대를 받아들곤 강물 위에 드리운다.
곧바로 걸려 왔다.
"킥키이♡"
동료들 가운데서 좋아하는 걸 곁눈질로 보며 우리들 두 사람은 그 장소를 뒤로했다.
"그런데 너, 재미있는 재주를 쓰는구나."
가우리가 말했다.
그날 밤. 간신히 다음 묵을 마을에 도착해 숙소의 1층에 있는 알코올과 싼 담배의 냄새가
충만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의 일이었다.
껌벅.
눈을 한번 껌벅인다.
왼손에 들고 있던 새고기를 한입 베어 문다.
요리의 맛은 나쁘지 않다.
우물우물우물…… 에, 그러니까……
꿀꺽.
껌벅. 눈을 한번 껌벅인다.
오른손에 있던 컵을 입으로 가져가 레시스 주스를 한 모금.
아.
비로소 생각이 났다.
"―아아, 낮에 있었던 일말이지."
벌렁.
가우리가 테이블 위에 엎어졌다.
별로 노망이 들은 것은 아니다. 단지 낮에 가우리의 앞에서 한 낚시의 마법은 나에게 있어
선 재주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정말이라니까……
"간단한 마법이야. 그렇게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헤에에."
가우리는 감탄한 듯한 소리를 낸다.
"그럼 너, 마도산지 뭔지니?"
주루룩!
이번에는 내가 성대하게 엎어졌다.
"이것 봐요, 형씨!!"
나는 가우리에게 대들었다.
"도대체 지금까지 사람을 뭐라고 생각한 거야! 내 이 모습을 보고도 몰랐단 말야!"
덧붙여서 내 복장은 가우리와 만났을 때부터 바지에 긴 부츠. 헐거운 로브를 굵은 가죽 벨
트로 조이고 얇은 가죽의 장갑, 이마에는 머리띠. 큰 거북의 등껍질을 옅게 잘라서 만든 어
깨보호구에 땅에 닿을 정도로 망토를 늘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색은 검정. 각각 은(銀)계열의 자수 등으로 악센트를 겸한 마도 문자가 장식되
어 있다. 다시 말해 이 옷 자체가 하나의 결계이며 부적이기도 한 것이다.
은제의 팔찌와 목걸이. 그리고 허리에 찬 숏 소드에는 내 자신이 만든 보석의 부적이 박혀
있어 찬연한 광채를 뿜어내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웨이트레스라든지 생선가게라든지 라고 생각하는 놈이 있다면 죽어도 좋다.
"……그러고 보니 그런 모습을 하고 있네…… 아니, 난 틀림없이 생선가게라든지 웨이트레
스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철퍼덕!
나는 기세 좋게 수프 접시에 얼굴을 처박았다.
아직 수프가 상당히 남아있는 것에 생각이 미친 것은 그 바로 직후의 일이었다.
"……우왓……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너, 꽤나 박력 있는 반응을 하는구나……"
"……하고 싶어서 한건 아니지만……"
손수건으로 얼굴의 수프를 훔치면서 나는 말했다.
"그래,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니, 너? 火炎球(파이어 볼)정도는 쓸 줄 아니? 그 모습을 보아
하니 흑마술(黑魔術)계 같은데."
마도에는 크게 3종류가 있다. 백마술과 흑마술, 그리고 지.수.화.풍(地水火風)의 4요소와 정신
세계를 이용하는 정령마술(精靈魔術).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흑마술. ―라곤 해도 오해하진 말아 주기를.
한마디로 흑마술이라고 해도 이것은 또 2종류가 존재한다.
딴 인간을 저주하기 위한 마술과 정령마술에 속하지 않는 공격용의 마술. 내가 잘하는 것은
후자의 쪽이다.
덧붙여서 방금 가우리가 말한 파이어 볼이라고 하는 것은 정령마술에 속한다. 공격마술=흑
마술이라는 이미지가 세간에 일반적으로 정착이 되어 있지만 그건 큰 오해이다.
"일부러 자신의 능력을 밝히는 마도사가 있을 것 같아?"
"음, 너는 떠벌리기 좋아하는 타입이니까……"
……이것 봐.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곧 너의 능력을 구경하게 될 테니."
―어째서?
내가 그 질문을 입에 담기보다 조금 빨리, 돌연 숙소의 입구가 누군가의 발에 차여 부숴졌
다.
"저 여자다!"
목소리 쪽으로 향해 고개를 돌렸던 나는 그 소리의 주인공과 딱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이런!
어떻게 된 일인지 쭉 내민 사내의 중지손가락은 의심할 바 없이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해당하는 방향에 있는 인간은 또 하나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아무리 봐도 가우리를 여자로
보는 건 불가능하다.
갑자기 난입해 들어온 트롤의 무리. 그리고 그것들을 조종하고 있는 건 한사람의 미이라 남
자―라고 일순 생각했지만 잘 보면 온몸에 붕대를 둘둘 만 마도사 같은 사나이였다.
"앙, 사람을 잘못 보셨어요♡"
나는 즉각 양 손을 입가에 가져가며 딴 척을 해 보인다.
거기에 가명까지 사용한다.
"저는 소피아라고 해요. 분명 당신께서 찾는 사람하곤……"
"시끄럽다! 이름엔 볼일 없어! 어찌되었든 너―얼마 전에 도적들의 보물창고를 홀라당 털었
다고 하는 녀석이잖아!"
아차차.
"어이어이어이……"
가우리가 흘기는 눈으로 나를 본다.
"뭐, 그건 나중에 설명할게. 지금은 우선 이놈들을……"
나는 그렇게 말하곤 트롤들과 대치했다.
트롤은 인간보다 2배 이상 크고 그것에 비례해 힘과 체력이 있고 게다가 거대한 체구인 주
제에 그 움직임은 민첩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트롤의 최대의 특징은 그 비정상적일 정도의 재생능력에 있다. 웬만한 칼 상처쯤은
보고 있는 사이에 나아버린다.
통역-없애려면 일격에.
라곤 해도 요란한 공격주문을 사용하면 가게 안이 아수라장이 되고 무관계한 사람 여러 명
이 휘말려들게 되어버리겠지.
"좋―아, 알겠어."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승부를 짓자고 밖으로 나와."
"싫어."
"으으…"
나는 서둘러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그때 빼앗은 걸 전부 돌려준다면 없었던 일로 해줄 수도 있는데?"
"농담하는 거야? 남의 것을 그냥 갖고 가려고 하다니 뻔뻔스러움에도 정도가 있는 거야, 이
도둑놈 마도사 씨."
"너도 도둑놈 마도사이지 않아?"
가우리가 옆에서 쓸데없는 말을 한다.
"시끄러웝! 난 나쁜 놈에게서밖에 훔치지 않으니까 괜찮은 거야!"
내가 봐도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며 임전태세에 들어간다.
"해치워랏!"
미이라 남자의 신호에 트롤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동시에 나도.
트롤의 무기는 그 예리한 손톱과 완력. 별로 상상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리 내 옷이 부적으
로 되어 있다고 해도 그걸 정통으로 얻어맞으면 내장이 조각조각 나버리겠지. 한발이라도
맞으면 내 목은 쉽게 부러져 버릴 테지.
하지만 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최초의 한 마리.
제멋대로 크게 휘둘러대는 일격을 피하곤 오른손을 트롤의 허리에 대고는 그곳을 기점으로
빙글하며 반회전을 해 지나치며 다음의 한 마리에 다가간다.
기다리는 것을 슬라이딩을 해서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 트롤의 다리를 붙잡는다. 역시 쓰러
질 것 같지도 않지만 일순 밸런스가 무너진다. 그 틈을 타서 나는 자세를 바로잡고는 다음
한 마리를 목표로 한다.
배후로 살기가 스쳐지나갔다.
다음 순간, 다른 한 마리의 손톱이 내 망토를 뒤로부터 깊게 꿰뚫고 있었다.
―안됐지만 망토뿐이다.
아주 조금 빨리 나는 망토를 숄더 가드 째로 벗어버린 것이다.
리나 멋지다!
힘이 남아서 망토에 둘둘 말린 듯한 모습으로 트롤이 꼴사납게 마루에 넘어진다. 그 머리를
나는 가볍게 밟아 주었다.
그리고 다음 목표는―
잠시 후.
나는 가우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있었다.
"여어, 잘 갔다 왔냐?"
"다녀왔어."
이 남자는 가련한 소녀가 애를 쓰고 있는데(나 말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뚫어지게
바라만 보고 있다. 괘씸하게도.
트롤들의 수는 전혀 줄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아직 한 마리도 없애지 않은 것이다.
"이 꼬마 계집이 촐랑대기는……"
상당히 안달이 난 모양이지. 미이라 남자가 초조한 목소리로 소리를 친다.
"가우리! 트롤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겠어?"
나는 재빠르게 말했다.
"상처를 입힌다……라니, 너 트롤의 재생능력을 모르니?"
"알고 있어! 알았으니까 빨리!"
"조그만 상처라도 괜찮기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말하는 중에도 트롤들은 한 발짝 그 간격을 좁히고 있었다.
"좋아, 알았어."
가우리는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있던 오른손을 꺼낸다. 조그마한 나무 열매를 그 손바닥에 쥐
어져 있는 것이 흘낏 보였다.
다람쥐 따위가 잘 먹는 그 딱딱하고 조그만 놈 말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손이 움직였다―처럼 보였다.
"긱!"
"가웃!"
트롤들이 어떤 놈은 팔을 어떤 놈은 옆구리를 또 어떤 놈은 이마를 부여잡고 조그맣게 울부
짖는다.
멋진 투구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퉁겨낸 조그만 나무열매는 트롤들의 견고한 피부를 꿰뚫고
들어가 근육 속까지 파고 든 것이다.
인간이 상대라면 이거 몇 발만 쏘아 넣으면 죽일 수도 있을 거다. 그 정도의 위력은 충분히
갖고 있었다.
"재미있는 기술을 쓰는군, 애송이. 하지만 그 따위로 트롤들을 죽일 수 있다고―"
미이라 남자의 허튼 소리는 거기서 중단되었다.
가로막은 건 트롤들의 비명이었다.
가우리의 공격이 만든 조그만 상처가 보고 있는 사이에 점점 넓어져 간다.
"뭐…뭐야, 이건! 도대체 어떤 짓을……"
당황하는 미이라 남자. 가우리도 단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상처는 끝없이 네 방향으로 계속 퍼져가 어떤 것은 동체를 양단하고 또 어떤 것은 몸을 두
개로 쪼개어 최후엔 반수 이상이 단순한 고깃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자신이 한 짓이긴 하지만 빈말로도 기분 좋은 광경이라곤 할 수 없다.
으음, 저녁 먹기 전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남은 상대는 트롤 4마리와 미이라 남자.
그 대부분이 전의를 상실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주술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라는 것이다.
하지만 원인을 밝혀 보면 그렇게 놀랄 정도의 것도 아니다.
좀 전에 트롤들과 접촉했을 때, 어떤 주술을 그들에게 걸은 것이다. 뭐, 백마술인 '치료(리커
버리)'의 주술을 역전시킨 것 정도의 것이라고 이해해주면 될 것이다.
'치료(리커버리)'의 주술은 그 개체가 지닌 육체적, 영적인 회복력을 극한에 가깝게 빠르게
하여 상처의 회복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내가 한 것은 그 반대, 다시 말해 누구라도 갖
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는 힘'의 흐름을 역전시킨 것이었다. 그것도 극한까지 빠르게 한 것
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트롤과 같이 '재생능력이 크다'라고 하는 것은 그 힘의 흐름이 크다―라고
할 수 있다. 그 힘이 역류, 증폭되어 아주 조그만 상처를 계기로 하여 스스로의 육체를 붕괴
할 정도까지 이른 것이다.
덧붙여서 이것 역시 나의 오리지널의 주술이다. 거의 사술에 가까운 것이라 지금까지 실전
에 사용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엔 상대를 빌빌거리게 하는 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해
써 본 것인데……
이젠 쓰지 말도록 주의해야지. 쓴 사람이 밤에 잠자리가 사나워질 정도의 주술은 절대로 써
서는 안되는 것이다.
모두 놀라서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무모한 놈이 한 마리 있었다.
과감하게도 나를 향해서 돌진해 온다.
나는 허리의 숏 소드를 뽑아들고 입안으로 주문을 영송하기 시작하면서 트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스피드는 내 쪽이 유리하다.
손톱과 칼날이 두세 번 불꽃을 튀기고 일순 트롤에게 틈이 생겼다.
"지금이다!"
나의 검이 깊숙이 트롤의 옆구리에 박혀 들어갔다.
히쭉하고 트롤이 조그맣게 웃는다.
―걸려들었다!―
그런 의미의 웃음이었다.
이것이 놈의 의도였던 것이다.
기술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일부러 틈을 보여 자신을 베게 하고 이쪽의 움직임
이 멈춘 그 일순의 순간을 노려 승부를 짓는다―비정상적인 재생능력이 있어야만 비로소 가
능한 정말 몸을 버리는 전법이다.
놈이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그 순간―
나는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번개여!"
電擊(모노볼트)의 주문은 내 검을 매개로 하여 트롤의 몸 속에서 작렬했다.
역시 이거엔 전혀 여지도 없었다.
벌떡! 하고 크게 몸을 흔들더니 비명을 올릴 새도 없이 절명했다.
"재미있는 수법이긴 했는데 안됐지만 내 쪽이 좀 더 위였던 모양인데."
쿠…웅
무거운 소리를 내며 트롤은 마루에 엎어진다.
남은 녀석들에게 마지막 위협을 가한다.
"자……그러면 슬슬 정식으로 나가보지……."
짝! 하고 양손을 가슴 앞에서 맞부딪쳐서 주문을 암송하며 천천히 좌우로 벌려간다.
눈부신 빛의 구가 거기에 나타났다.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그것은 벌리는 양손에 따라서 점
점 크기가 커져간다.
"엑! 파이어 볼!"
미이라 남자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후퇴! 후퇴해라!"
필사적으로 외치자 남은 트롤들과 같이 굴러가듯 도망간다.
후우……
나는 양손에 빛의 구를 안은 채 크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가 아냐! 어이! 어쩔 생각이야, 그 파이어 볼!"
멀찍이 떨어져서 가우리가 말을 건다. 아무리 그라도 파이어 볼의 무서움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파이어 볼은 비교적 잘 알려진 공격마법으로 술사가 만들어낸 빛의 구를 던지면 착탄과 동
시에 작렬하여 주위에 화염을 퍼뜨린다라는 말하자면 집단살육용의 마법이다. 사용자의 역
량에 따라서 그 파괴력은 차가 있지만 인간 상대로 직격 시키면 일순에 레어 정도로 구워버
리는 것이 가능하다.
"흐음……"
말똥말똥 손안의 그것을 바라보며 천천히 공중으로 던져 올린다.
"와앗!"
전원이 비명을 지르곤 그리고 침묵.
가우리는 주저주저하며 고개를 든다.
"파이어 볼이 아니야."
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천장 근처에서 두둥실 뜬 채로 번쩍번쩍 빛을 내뿜는 구(球)를 손
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냥 "빛(라이팅)"이야"
"……어떻게 해줄 거요, 이 수라장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일이지만 여관의 주인 아저씨는 펄펄 뛰었다.
음, 무리도 아니지.
테이블과 의자들이 박살이 났지 트롤의 시체가 마구 굴러다니고 있지 엄청난 피비린내가 마
구 코를 찌르지……
좀 전에 파이어 볼로 보이게 하려고 만든 라이팅, 이건 완전히 실패였다.
그때까지 램프의 어둠침침한 빛으로 비춰지고 있던 트롤의 마구 짓이겨지고 산산조각이 난
사체―아니, 파편이 아직도 밝은 빛을 내뿜는 광구에 의해 확실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야, 이건 완전히 공포영화. 더 이상 심할 수가 없다. 푸줏간집 아들이라든지 마차에 치인
동물의 사체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기분 나쁨의 몇 분의 일이라도 상상이 갈 것이
다.
―결국, 뭐 그런 이유로 여관의 안은 아주라곤 할 수 없지만 '모두가 다같이 즐거운 식사'
라는 분위기라곤 할 수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덤으로 말하면 손님의 반 가까이가 참지를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다.
이런 상황을 맞아 그래도 빙글빙글 웃으며 있을 수 있다면 여관 주인은 그만하고 성인이나
도인이라도 되는 편이 낫다.
―라곤 해도 언제까지 잔소릴 들을 생각은 없다.
나는 한껏 반성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마법 다음으로 잘하는 '호박씨 까기'이다.
"확실히 폐를 끼쳤습니다, 하지만……"
하며 고개를 들고 아저씨의 눈을 정면으로 뚫어지게 쳐다본다.
뒷손질로 슬쩍 장갑을 벗곤 조금 코맹맹한 목소리로―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우리들이 당했을 거고……"
좋―아!
생각대로 주인 아저씨의 기세가 꺾여 곤란하단 표정을 하고 있다.
"―저어―"
하며 품속에서 조그만 보석을 3개 정도 꺼낸다. 단 오른손에 쥔 채로 손안을 보여주지는 않
는다.
"이건 그러니까―사죄의 표시입니다만―"
왼손으로 아저씨의 오른손을 잡고 그 손바닥에 오른손 안의 물건을 눌러 넣는다.
내용물은 아직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손바닥의 감촉으로 그곳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는 대체로 상상은 갈 터이다.
이때에 시선은 절대로 상대에게서 떼지 말 것!
뚫어지게 자신을 바라보는 가련한 소녀. 손바닥을 감싸는 푸근하고 따뜻한(장갑을 벗은 탓
이지만) 자그마한 양 손.
어떤 기분이 될지는 알아서 생각할 것.
나는 말을 계속 이었다.
"정말은 이런 걸로 사과를 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가능한 것이라고 하면 이
정도 뿐이어서……"
겹친 손바닥을 천천히 뗀다.
아저씨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흘낏 시선을 보내곤 거기에 자신이 예상하고 있던 대로의 물
건이 있는 것을 알고 손을 치운다.
"뭐,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심한 말은 할 수 없고…… 그럼 여기는 사람을 시켜서 치울 테
니까 자네는 방으로 돌아가."
럭키!
나는 얌전하게 계속해서 굽실대면서 가우리와 함께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가우리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이다. 주모자는 어디까지나 나, 라고 하는 것으로 된 모양이
다. ―틀리다고 말할 순 없지만.
여관에서 말썽을 일으킨 경우, 때에 따라선 '당장 방 빼'라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는 지금과 같은 패턴으로 해결을 본다. 틀림없이 보석을 건네준 시점에서 '이 손님은 돈이
된다'라고 생각한 것일 테지.
그리고 나가라고 한 경우에는 난 그냥 나가 버린다. 거기서 힘들여 비위를 맞춰도 별 의미
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대단한 녀석이야, 너도."
침대에 걸터앉은 내 옆에 서서 가우리가 말한다. 그걸 연기라고 꿰뚫어 본 점이 제법 날카
롭다.
"―무슨 얘기?"
나는 슬쩍 모른 채를 했다.
…………
엥?
"잠깐만 가우리, 어째서 너가 내 방에 있는 거얏!"
"나중에 설명해 준다고 했었잖아?"
"그랬―었나?"
"그랬어."
뭐, 상관없겠지.
나도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좋아, 설명해 줄게. ……하지만 그 전에 이쪽의 질문에 대답해 주셔야겠어."
"좋아. 뭐니, 꼬마야?"
"……그 '꼬마'소리 좀…… 아, 됐어, 앉아 봐."
가우리는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나하고 바로 마주보는 위치다.
"앉았어."
"그럼 묻겠는데……"
난 뚫어지게 그를 쳐다봤다.
"너, 나를 어떻게 생각해?"
―경직!
으음, 이거 재밌네―라곤 해도 이대로 뻣뻣한 채로 내버려 둘 수도 없겠지.
"―농담이야, 농담."
라고 하니까 가우리는 크게 숨을 토했다.
"……끔찍한 농담은 하지 말어. 죽는 줄 알았네……"
"……어떤 의미야……"
"아니, 뭐…… 그래, 진짜 질문이란 건? 아, 미리 말해두겠지만, 쓰리 사이즈는 비밀이야."
기분 나쁜 농담을 한다.
"바보. ―그럼, 진지하게 묻겠는데, 어째서 너, 그놈들이 나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았어?"
"몰랐어, 그런 건."
태연하게 받아넘긴다.
"말했었잖아, 너. 놈들이 여관에 들어오기 전에. "곧 너의 능력을 구경하게 된다"라고."
"아, 그거 말야."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한다.
"살기가 여관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여관 안의 누군가를 노리고 있
다는 말이 되지. 도둑이라면 좀 더 늦은 시간에 올 테고."
"그럼, 어째서 그 누군가가 나라고 생각한 거야? ―설마, 너 놈들의―"
"잠깐 말을 들어 봐. 노림 당하는 게 누구든지 틀림없이 너가 끼여들 거라고 짐작한 거야.
너는 사람이 좋은 것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구 끼여들기를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으.
나는 말문이 막혔다.
바로 정답이었다.
사람이 좋은지 어떤 지의 판단은 딴사람에게 맡겨두더라도 확실히 그가 말하는 대로 마구
끼여들기를 좋아한다. 나는.
―그러고 보면 고향의 언니에게도 똑같은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뭐, 그런 거야. 한편으로 일리는 있을 텐데?"
"……뭐……"
"그럼 다른 질문은?"
"……없어……"
"그러면 슬슬 설명해 주실까? 너가 무슨 짓을 해서 어째서 놈들에게 쫓기고 있는가를."
후우……
나는 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얘기할께……"
지금까지의 일을 요약해서 얘기한다.
도적들에게 약탈당해서 궁지에 빠진 마을의 사람들을 보다 못해서 도적 퇴치에 나서서 도둑
맞은 물건을 되찾아 주었을 때, 무심코 아주 조금만 수수료 대신에 도적들의 물건을 실례했
던 것. 그걸 아직까지도 놈들이 뒤쫓아오고 있는 것 같다라고.
―응? '심심하고 돈이 없어서' 습격한 게 아니었냐고?
……쉿!
그 사실은 우리끼리 만의 얘기였잖아!
거짓말도 방편. 어떤 것에도 연출, 각색이란 것이 있잖아.
내가 얘기를 전부 끝내자 그는 크게 끄떡였다.
"흠…… 최초의 "궁지에 빠진 마을 사람들을 돕는다"라는 점만 빼곤 얘기의 요점은 대체로
알겠다."
윽.
굉장히 날카롭다.
"뭐, 그렇지만, 이걸로 나도 납득이 갔어."
서둘러 화제를 바꾼다.
"뭐가?"
가우리가 흥미를 보였다. 걸려든 것이 아니다. 걸려온 것이다. 아마도.
"내가 녀석들의 본거지를 습격했을 때, 얼굴을 보이지 않았을 터야. 그런데 녀석들은 정확하
게 나를 쫓아 왔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마도사가 붙어 있었단 거지."
"좀 전의 붕대 남자?"
"그래. 보아하니 제일 처음에 내가 습격했을 때에 부상을 입어서 오늘까지 은퇴해 있었단
거겠지. 아마도."
"마법으로 장소를 알아냈단 얘긴가?"
"그런 거지."
"흐음…… 무엇이든 가능하네, 마법이란 놈은."
"무엇이든―이라곤 할 순 없지. 마법에도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이 있어. ―예를 들어 이
번의 일만 해도 그 미이라 남자가 내가 슬쩍한 물건의 어느 것인가에―아니면 전부에 표시
가 되는 마법을 걸어 놓은 거야, 아마도. 그래서 그것을 통해서 나의 존재를 찾아 낸 거지.
아무런 단서도 없이 상대를 정확히 찾아낸다―란 건 아무리 실력이 좋은 마도사라도 불가능
해."
"……그런 겁니까……"
잘 모르겠다―라는 표정으로 가우리가 말한다.
"그런 거에요. ―그러면 그 외의 질문은?"
"없습니다, 선생님."
"좋아, 그러면 이걸로 오늘의―"
강의는 이걸로 마칩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려고 한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노크했다.
둘은 동시에 움직였다.
문의 양옆에 착 붙어서 손잡이에는 가우리가 손을 댄다.
"누구?"
내가 말을 걸었다.
"―너와 거래를 하고 싶다. 너가 가지고 있는 어떤 물건을 그쪽이 부르는 값으로 인수하겠
다."
문의 바깥에 있는 누군가가 말했다.
"―수상한데."
"당연하지. 말하고 있는 자신도 굉장히 수상하다고 생각해. 평소라면 이런 놈을 방안에 들여
놓지 않지."
어이어이.
"그럼 충고에 따라서 방안에는 들여놓지 않는 걸로 하지."
"잠깐만. 확실히 나는 수상하지만 우선 당장은 너에게 해를 가할 생각은 없어."
뭐야, 그건.
"방안에 들어오는 순간 생각이 바뀐다―라는 일은 없겠지?"
"걱정하지 마……라고 하는 편이 무리지만 그쪽에는 든든한 보디가드도 붙어 있겠지."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말해두겠지만…… 묘한 흉내를 하려고 하면 가장 무시무시한 공격주문을 쏴 버리겠어."
"어이어이, 방안에 들여놓을 생각이야?"
가우리가 당황한다.
"괜찮아. 든든한 보디가드가 붙어있으니까."
가볍게 윙크 한번. 문 옆에서 떨어져 방의 안쪽으로 간다.
"지금 문을 열겠어. 조용하게 들어오라고. ―좋아 가우리, 문을 열어."
일순 망설인 후, 그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거기에 녀석이 있었다.
첫댓글 생각했던거보다 스크롤압박이 심하군. 내일부터 읽을게요 =ㅁ=
~_~
너 ... 너무길어 =ㅁ=
이런!
스...스크롤압박 선리플후감상으로 변경
ㅋㅋㅋ
엔터사용점.. 스크롤 압박도 줄여줏메
어쩔 수 없습니다.
나눈거 만으로도 다행이라 할 정도로 양이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