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참가한 썸머헌팅!!
엇저녁 자정까지 마지막 연습에 몰두했다는 대원들의 모습이 무척 긴장한 표정이다.
첫 번째 출전팀의 준비 소흘로 순서가 바뀌었다. 우리 산악부가 제일 먼저 무대에 올랐다.
사회자가 산악부 2학년 인지라 출전팀 소개가 우호적이다. 막이 오른다. 흰셔츠에 검은 넥타이, 여름 정복을 산뜻하게 차려입은 산악부 10여 명의 대원이 열을 맞추어 단아하게 무대에 서있다. 리더의 우쿠렐레 반주가 시작되고 남성 중창팀의 "설악가"가 울려퍼진다.
첫 곡이 끝났다.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온다. 산노래에 대한 소개와 산악부가 공연을 준비한 이유를 설명한다. 다시 "즐거운 산행길", "잘있거라 설악!"의 산노래가 1절은 기본음, 2절은 화음으로 이어진다. 객석의 관중들, 비록 처음 듣는 노래지만 노래말과 음정의 서정이 전달되는 분위기다. 박자에 맞추며 관중들의 박수가 계속 이어진다.
옆에 앉은 이희준(1기)님이 산노래를 따라 부르며 중창에 빠져든다. 눈가에 어린 눈물을 훔치며 산악부 화이팅을 외친다. 등산학교를 인연으로 산악부를 알게된 여인 두 분이 꽃다발을 들고 응원을 오셨다. 어머니 연배되는 분들이라 산악부원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들을 대하는듯 따뜻하다. 모두 산노래를 아는 분이라 중창 팀에 대한 칭찬이 대단하다.
리더의 독창으로 "내가 만일"이라는 가요를 캠프송으로 소개했다. 우쿠렐레 반주에 따른 리더의 독창이 무척 아름답다. 2절을 중창으로 관중 모두의 합창을 유도한다. 노래가 끝나고 다시 작별 인사말이 이어졌다. 마지막 곡으로 미치밀러 합창단 노래 2곡과 산노래 "등정"을 씩씩하게 이어부른다. 아뿔사! 메들리 곡의 템포가 너무 빠르다. 노래가 점점 급해진다. 설상가상으로 마지막 곡은 반주와 중창의 음정이 엇갈린다. 하지만 중창팀의 노래 템포가 빨라도, 음정이 틀려도 관중들은 잘 모른다. 곡 자체가 처음 듣는 노래라 음정이 틀려도 알리가 없다.
무대 위, 마지막 곡을 부르는 중창팀 뒤에서 텐트가 펼쳐진다. 관중들의 시선이 의아롭다. 무엇하는 넘들인고! 이윽고 중창이 끝났다. 인사를 마친 대원들이 무대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입구를 닫는다. 조명이 꺼지며 막이 내려온다. 텐트 안에서 렌턴이 켜지고 불빛을 흔들며 작별을 대신한다. 관중들의 우뢰같은 환호와 박수가 끝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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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후, 경찰대학에 교수로 있는 김형훈(4기) 님에게 전화하니 받질 않는다.
개포지구대 대장으로 있는 이희준(1기) 님에게 전화한다. 반 쯤 취한 얼큰한 목소리의 이희준 님이 전화를 받는다.
"오랜만이다. 모하냐?", "아! 싸부님, 오늘 비번이라 친구와 한 잔합니다."
"이 벌건 대낮에?? 술 고만 마시고 나랑 경찰대학에 가자.", "왜요??"
"오늘 저녁 대학 소강당에서 너거 산악부 후배들 산노래 발표회 한다.", "오, 예! 가겠습니다."
이렇게 함께 온 희준 님, 학교에 들어서자 무척 즐거운 모양이다. 수업을 끝내고 생활관으로 돌아가는 후배들에게 엄지를 들고 "내가 1기야!!"하며 애교를 떤다. 알아 들은 후배들이 경례를 하며 신기한 동물 보듯 쳐다본다. 대학 경찰학과 교수 임용에 지원한 희준 님은 내년부터 경찰대학으로 근무지를 옮길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후배들을 대하는 모습에 애정이 담뿍 담겨있다.
공연이 시작되는 소강당에서도 후배들에게 집적되며 여전히 개구장이 노릇이다. 이 넘이 아직 술이 덜깼나? 산악부 중창이 시작되자 오랜만에 듣는 산노래에 감회가 깊은 모양이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날 지경이란다. 괘성을 지르며 외치는 화이팅에 관람하는 재학생들이 모두 돌아본다. 좀 창피하다.
산악부 공연이 끝나자 말자 서둘러 강당을 빠져나왔다. 무대에서 내려온 중창 대원들과 식당 2층에 자리를 잡았다. 과일과 약간의 먹거리를 준비해 오신 응원단 덕분에 즉석 산악부 격려 파티가 시작된다. 감상들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메들리 곡을 정확한 음정과 템포로 합창하며 자리를 마무리 했다.
노래로 뭉친 마음을 산으로 향하게 할 수 있는 마술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학교를 나선다. 희준 님과 함께 서울로 돌아오며 산악부 OB 조직화와 재학생 산악활동 활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싸부님, 돌아가서 오늘 느꼈던 감정을 인터넷에 글로 올리고, 산악부 재학생들 격려하겠습니다. 산악부 활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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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가 지나도 아희준 님의 소감문이 아직 카페 게시판에 올라오지 않았다.
선배님 잘계시죠? 모스크바 승용입니다. 산노래 발표회를 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2년전 산악부를 보니 썰렁했던 기억이 있는데, 우크렐라를 치면서 설악가를 부르는 후배가 있다니 참 놀랍습니다. 후배들의 발전 모습을 보니 조만간에 네팔 트레킹 모습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군요. 모두가 선배님께서 잘 이끌어 덕이라
첫댓글 제가 그 광경을 못본게 한입니다!!!
선배님 잘계시죠? 모스크바 승용입니다. 산노래 발표회를 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2년전 산악부를 보니 썰렁했던 기억이 있는데, 우크렐라를 치면서 설악가를 부르는 후배가 있다니 참 놀랍습니다. 후배들의 발전 모습을 보니 조만간에 네팔 트레킹 모습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군요. 모두가 선배님께서 잘 이끌어 덕이라
승용이! 오랜만이다. 잘 지내고 있지? 댓글이라도 자주 좀 올려 소식 전하거라. 이렇게 네 글 보니 무척 반갑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