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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경남 진주에서 열린 '문체부장관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울산학성고 선수단의 모습 ⓒ K스포츠티비
프로 산하 유스팀들의 매머드급 공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통의 강호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학성고(울산). 축구부 창단 40주년을 맞아 3관왕(전-후기 리그 통합 챔피언, 진주 문체부장관배)으로 풍족한 커리어를 써내린 가운데 후반기 왕중왕전에서 또 한 번의 신화 창조를 꿈꾼다. 3학년 선수들이 졸업 전 마지막으로 모교에 선물을 안기겠다는 의지가 워낙 뚜렷한 만큼 전반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심산이다.
학성고는 오는 21일부터 경기도 포천시 일원에서 펼쳐지는 '2015 대교눈높이 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유종의 미를 꿈꾼다. 올 시즌 부산 리그 전-후기 통합 챔피언에 진주 문체부장관배 2연패에 오른 학성고는 특유의 빠른 패스웍을 통한 공격적인 축구를 바탕으로 강팀의 본색을 드러낸다는 각오다. 저학년 위주로 내년 시즌 구색을 맞춘 여느 팀들과 달리 고학년 선수들을 풀가동하며 팀 조직력과 정신력 등이 최고조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고교축구의 대표적인 '입상 보증수표' 중 하나인 학성고는 올 시즌 동계훈련 때 대학팀들과 연습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머쥐며 경쾌한 출발을 열었으나 정작 실전에서의 결과물이 썩 좋지 못했다. 많은 기대 속에 시즌 첫 대회인 부산MBC배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16강에서 중동고(서울)에 0-1로 패하며 씁쓸하게 고개를 떨궜다. 준비 과정과 선수들의 의욕 등이 철두철미하게 이뤄진 상황에서 치명적인 패배를 맛보면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했다.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연령대임을 감안할 때 부산MBC배 실패는 올 시즌 역시 험난한 항해를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학성고는 부산MBC배 대회 이후 절치부심의 각오로 전반기 리그부터 무서운 승수 쌓기에 돌입했다. 영원한 라이벌 부경고(부산)에 1-1 무승부를 거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팀들을 상대로 착실하게 승수를 쌓아올리며 2연패의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시즌 초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수비 조직력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더해가는 모습을 보여줬고, 해결사 김민우와 김태훈 등 공격라인의 막강한 파괴력까지 뒷받침되며 금세 강팀의 본색을 회복했다. 전반기 왕중왕전 때는 안양공고(FC안양 U-18)에 승부차기로 역전패하며 64강 탈락의 쓴맛을 봤지만, 텃밭이나 다름없는 진주 문체부장관배 대회에서 기어이 사고를 쳤다.
학성고는 진주의 불볕더위 속에서도 언남고와 광운전자공고, 용문고(이상 서울), 평해정보고(경북) 등을 차례로 셧아웃시키며 '타이틀 방어'라는 값진 열매를 맺었다. 결승에서는 영원한 우승후보인 언남고를 맞아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 승리를 낚아채는 등 '학성고=진주 문체부장관배'라는 방정식도 그대로 성립했다. 후반기 리그에서도 고학년 선수들을 풀가동한 학성고는 첫 경기 동래고(부산) 전 0-1 패배로 불안감을 자아냈으나 이후 5연승을 질주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라이벌 부경고에 승자승 원칙에서 앞서며 전-후기 통합 챔피언 자리에 등극했다. 이와 함께 저학년 선수들의 성장세까지 뒷받침되는 등 내년 시즌 준비 과정도 순조롭게 밟았다. 후반기 왕중왕전 역시 학성고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이유다.
▲2007년부터 울산학성고 축구부를 이끌고 있는 최명용 감독의 모습 ⓒ K스포츠티비
"올 시즌 동계훈련을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대학팀들과 연습경기에서도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을 정도로 페이스가 상당히 좋았다. 정작 부산MBC배 대회에 출전하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동계훈련 성과에 대한 안도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부분이 16강 탈락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부산MBC배 이후 우리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면서 정신 무장을 철저하게 했다. 다행히 권역 리그 및 진주 문체부장관배 대회 2연패를 일궈내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후반기 리그는 첫 경기 동래고 전 0-1 패배가 우리에게 큰 약이 됐다. 마지막까지 살 얼음판 레이스를 걸었지만, 고비를 잘 넘겼기에 통합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재성(전북 현대), 정우영(빗셀 고베), 윤주태(FC서울) 등 한국축구의 차세대 '아이콘'들을 대거 배출한 학성고의 큰 매력은 선배들이 쌓아놓은 업적에 대한 자부심이다. 이재성, 정우영, 윤주태 등 졸업생들이 비시즌 때 모교를 찾아와 후배 선수들과 같이 땀 흘리면서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 될 소양과 노하우 등을 아낌없이 전수해주며 선수들의 꿈과 열정이 샘솟고 있다. 실제로 기존 선수들도 이재성과 정우영, 윤주태 등 선배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목표 의식을 뚜렷하게 가져가는 등 전통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졸업생 선수들도 모교를 잊지 않고 학교로 찾아와 스승인 최명용 감독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오고 가는 정이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A대표팀 경기를 통해 자라나는 선수들이 보고 배우는 부분이 많다. 우리 팀도 (이)재성, (정)우영, (윤)주태 등 졸업생 선수들이 휴가 때 학교로 찾아와 선수들과 같이 땀 흘린다. 기존 선수들도 선배들과 몸을 같이 부딪히면서 플레이와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배울 부분이 많다. 학성고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운동을 하다보니 좀 더 열심히 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목표 의식이 생긴다. 다른 팀들도 우리와 같은 문화가 뿌리를 내린 팀이 많지만, 우영, 재성, 주태가 학교로 찾아와서 선수들 간식도 챙겨주는 모습이 스승 이전에 모교 선배로서 너무 고맙다. 그러면서 선수들과 스킨십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탄탄한 공-수 밸런스로 강팀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는 학성고는 후반기 리그를 통해 '호주 유학파' 신재원(2학년)이 완전히 팀 전력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격 옵션이 한층 다양해졌다. 신태용 감독(U-23 대표팀 감독)의 장남으로도 잘 알려진 신재원은 후반기 리그에서 유일하게 두자릿수 골(10골)을 돌파하는 등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자랑하며 팀 화력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켰다. 호주의 개방적인 문화와 달리 한국의 조직 문화 적응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았지만, 타고난 '축구 DNA'를 앞세워 팀 전력에 완전히 젖어들었다. 전반기 때 피로골절로 이탈한 후유증은 완전히 사라졌다. U-18 대표 수문장 김태인과 '캡틴' 손채영(이상 3학년)이 이끄는 수비라인도 빈 틈이 없다. 골키퍼 김태인과 '캡틴' 손채영은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방어와 안정된 수비 리드 등으로 학성고의 '방패'를 견고하게 형성하며 '조연' 노릇을 다해내고 있다.
"(신)재원이가 전반기 때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후반기 리그를 거듭할수록 페이스를 완전히 회복했다. 매 경기 골을 넣어주면서 두자릿수 골까지 돌파하는 등 자만하지 않고 꾸준하게 제 역할을 잘해줬다. 이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도 큰 플러스 알파를 가져왔다. 재원이가 최전방 원톱과 측면 미드필더 등을 고루 소화할 수 있어 공격 옵션이 한층 다양해졌다. 수비라인은 동계훈련 때 연습경기를 통해 조직적인 부분을 하나둘씩 맞춰갔는데 지금은 완성도에 다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출발은 다소 불안했어도 팀워크와 조직력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실점보다 득점이 늘어나는 이상적인 패턴으로 가고 있다."
▲후기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오랜 기간 호주 유학생활을 통해 기량을 발전시킨 신재원, 신 선수는 내년 시즌 울산학성고 축구부를 이끌어갈 유망주다. ⓒ K스포츠티비
학성고에게 전반기 왕중왕전 1회전 안양공고(FC안양 U-18) 전 역전패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식을 앞두고 좋은 교훈이다. 당시 먼저 2골을 넣고도 2골을 내주면서 승부차기에 내몰린 학성고는 승부차기에서 3-5로 분패하며 씁쓸하게 고개를 떨구는 아픔을 맛봤다. 당시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한 공격적인 축구로 안양공고의 진땀을 제대로 뺐지만, 막판 수비 집중력 결여에 발목이 잡힌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번 후반기 만큼은 전반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다. 고학년 선수들이 졸업 전 마지막 무대인 왕중왕전에서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을 하고 있는데다 신재원과 이지범(이상 2학년) 등 저학년 선수들도 제 역할을 꾸준하게 해주고 있어 2010년 3위 이후 5년만에 상위 입상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전반기 왕중왕전 때 안양공고를 맞아 승부차기로 역전패를 당하면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지금 3학년 선수들이 고교 졸업 전 마지막으로 모교에 봉사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좋다. 이미 내년 시즌을 대비해 팀 구색을 맞춘 팀들도 있지만, 우리 팀은 3학년 선수들이 어차피 대학에서 운동을 계속 해야되는 상황이기에 입학 전 감각 유지에 많은 포커스를 맞췄다. 고학년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면서 저학년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 팀이 왕중왕전 역대 최고 성적이 3위인데 후반기 왕중왕전에서는 4강 이상을 목표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는 중이다. 매 경기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선수들에 페어플레이 정신을 통한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
1975년 창단해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은 학성고는 그동안 각 종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과 입상에 김도훈(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정우영, 이재성, 윤주태 등 한국축구의 신-구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배출하며 고교축구의 대표 강자로서 꾸준함을 잃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재성과 윤주태, 정우영 등이 A대표팀과 각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학교의 위상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 산하 유스팀들의 매머드급 선수 스카웃에도 다듬어지지 않은 씨앗들을 최고의 상품으로 판매하며 '저비용 고효율'을 이끌어내고 있다. 동문회와 학교 측의 열성적인 지원과 응원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만큼 한국축구의 '인재 양성소'로 칭송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진주 문체부장관배 2연패에 전-후기 통합 챔피언까지 오르면서 동문회 선배님들이 많은 호응을 해주셨다. 학교 측에서도 축구부에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더군다나 올 시즌은 나의 모교이기도 한 학성고가 축구부 창단 40주년을 맞았는데 축구부 후원회와 총동문회에서 많은 도움과 관심을 주셔서 좋은 결과를 이뤘던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항상 감사함이 크다. 올 시즌 졸업생인 재성, 우영, 주태가 데뷔 이래 최고의 커리어를 완성했다. 축구팬 여러분들께서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고, 자라나는 학성고 출신들이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이상 학성고 최명용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