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남매 모임으로 이참에 벌초를 계획하게 되었다.
그런데 대형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날씨가 변수였다.
저녁에 모두 예약된 식당에서 형제간 오붓하게 식사와 형제애를 나누었다.
숙소로 이동해서는 지난 이야기와 향후 계획과 각 가정 소식들로 밤이 깊은 줄 몰랐다.
태풍으로 비가 안 오면 벌초를 하고 비가 오면 연기하기로 하고 다음날 일정을 잡았지만 일단 모든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다행이 태풍이 느슨하여 동생과 함께 먼저 가서 벌초를 끝냈다.
조금 기다리니 형제들이 도착하여 부모님 산소에서 함께 영적 교감을 가졌다.
이상하게도 벌초를 마친 후 부모님이 평소에 즐겨 부르시던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마칠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대형 태풍이라 지레 겁을 먹었는데 막상 겪고 나니 오히려 은혜의 순간이 되었다.
하나님의 방법은 날씨도 비켜가고 인간의 모든 계획도 소용이 없나보다.
집으로 돌아와 동생이 준비해온 매운탕으로 한상에 둘러앉아 만찬을 나누었다.
비좁고 누추한 사택이지만 함께 음식과 사랑의 교통함을 맛보았다.
차 한 잔을 나누고 돌아가는 형제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 지 아쉽고 섭섭하고 다음 만남이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모세는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기도하였다.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이 우리를 만족하게 하고 일생 동안 즐겁고 기쁜 일만 가득하면 좋겠다.
괴롭던 날과 화를 당한 연수대로 보상을 받아 누리는 성도들의 남은여생이 되길 소원해 본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9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