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됐든 이 이야기는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한 열흘 쯤 전에 제가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 있을 때 벌어졌던 일(사건)인데, 여전히 제 개인적으론 하고 싶지 않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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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마지막 날이었지요.
평소에 제 꿈이 맞은 적이 거의 없는데,
그 전 날 꿈자리가 이상해서, 아니 너무 안 좋아서,
오늘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려나? 하는 생각을 잠에서 깨어나면서부터 할 정도였기는 했는데요,
결과적으론 그 꿈이 맞았다는 얘기라서,
내 꿈도 맞나? 하고 놀란 건 물론, 그런 걸로 보면 나도 늙었다는 얘긴데...... 하기까지 했답니다.
그 날 아침에 거기 '우수아이아'의 한국인 농장에 가게 되었는데요,
거기 연락처를 모른 채 갔기 때문에 제가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현지에 도착하니 그 주변의 개 서너 마리가 짖으며 달라들드라구요. 그래서 약간 겁은 났지만,
그저 선 채로 다른 곳에 시선을 주는 걸로(개에겐 그렇게 하면 효과적이라), 그 놈들이 서서히 물러가드라구요. (그게 그 사건의 서막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거기에 차를 몰고 뭔가 사러왔던 한 노파가 저를 보더니,
왜 문을 닫았냐기에,
나도 잘 모른다면서, 거기 문에 적혀 있던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더니,
그 노파가 전화를 걸었고,
막 그 한국인 3세 주인이 도착을 하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그렇게 그 농장에 들어가 얘기를 나누다, 그 주변에 산책할 수 있는 계곡이 있다기에(걷기에 좋은 눈 덮인 산골짜기를 걸을 수 있다기에),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어서 그 길을 걷기 위해 나선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 농장에서 나와 제법 걸은 뒤, 막 그 계곡(푯말이 있을 정도로 이름이 있는 트래킹 코스)에 들어서는데,
그래도 그 주변엔 민가들이 있었고, 그 중 한 집의(주인도 없는 것 같은) 개들이 너덧마리가 있었는데,
그놈들이 짖으며 달려들기에,
그 얼마 전에 있었던 것처럼,
No! (그러니까, 그러지 말거라! 하는 심정으로) 말을 하면서(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그냥 걸어 올라갔는데, 그 중 한 마리가 제 무릎 꺾어지는 뒤 허벅지 쪽을 물었던 겁니다.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벌어졌던 일이었지요.
당연히 저는 놀랐고, 그러면서 마침 제 뒤에 오던 차가 있기에, 그 차를 세웠습니다.
나 좀, 도와주세요! 하고 보니, 웬 젊은 청년 둘이 타고 있던데, 그들은 어쩌면 제가 개에게 물린 걸 보았을 수도 있었는데, 동양인이라 그랬는지 차를 세우긴 하던데 그저 멀뚱멀뚱 보고만 있드라구요.
그러던 순간 반대쪽에서 또 차 한 대가 내려오기에, 그 차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도움을 요청했더니, 그 차가 서면서 한 50대로 보이는(가족을 태운 듯한) 좀 뚱뚱한 남자가 차를 세우고 나오더니,
어디 좀 봐요! 하기에,
저는 츄리닝을 걷어올려 개에 물린 자국을 보여주었더니,(그나마 다행인지 살찜이 물어 뜯긴 건 아닌, 이빨자국 두 개가 조금 깊게 들어가긴 했지만, 살짝 나 있을 뿐이었습니다.)
정말이네! 하더니, 바로 자기 핸드폰을 꺼내면서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정말, 재수 옴 붙은 날이었습니다.
그러니 제 머릿속엔,
무슨, 이 세상 끝에 와서 개에게 물린단 말인가...... 그것도 참 희한하고, 내 인생이 참 우습기도 하다. 하는 생각밖에 없었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저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저를 물었던 개의 사진을 찍어두기도 하는 등,
의외로 저를 물었던 개도 불쌍해 보였고(얼마나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서 그랬을까? 하는 심정에), 그래도 담담하게 있었는데,
신고자의 말을 언뜻 듣기론, 곧 온다던 경찰이, 도통 오지를 않는 겁니다.
그러자 그가, 자기는 지금 바삐 어딘가를 가던 중이라며, 그런 일을 다 지켜보고 있던 첫번째 차의 젊은이 둘에게, 저를 도와주라고 하자, 그들이 동의를 해서, 그 신고자는 그 길로 차를 몰고 내려갔고,
그 젊은이 둘과 제가 경찰을 기다리고 서 있었는데요, (그 지역 경찰서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2분 뒤에 온다던 경찰이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질 않자,
여기 아르헨티나에서는 경찰을 믿을 수 없기도 하지만 어쨌든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차라리 우리 차를 타고 경찰서로 갑시다. 해서, 저는 그 차를 타고 그 계곡 진입로(일반 도로)를 내려오는데,
경찰차가 보여, 차를 멈췄고,
드디어 경찰과 마주쳤는데요,
그 경위를 듣던 그들은,
웬걸?
저에게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여태까지는 크게 흥분도 하지 않은 상태였던 제가,
뭐라고? 나에게 지금 택시를 잡아 타고 병원으로 가라고? 하고 화를 내며 되물었더니,
그러라기에,
아니, 이보슈!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어? 개에게 물린 사람을 어떻게든 병원에 실어갈 생각은 않고, 날더러 직접 병원을 찾아가라고? 하고 목소리를 높여,
이 보슈들! 나, 여기 아르헨티나에 온 공식적인 '관광객'인데, 내가 내 잘못이나 실수로 사고가 생겼다면 모를까, 관광지를 들어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풀어놓은 개에게 물렸는데, 뭐, 날더러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라고? 더구나 오늘이 일요일이고, 내가 여기 온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 지리도 모르는데... 하고 항의를 했더니,
자기들이 개주인을 찾아내, 그 개주인에게 보상을 물을 것이니, 나에게 그렇게 하라기에,
지금, 당장 나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인데, 제일 먼저, 우선 사람부터 살려놓고 봐야 할 거 아냐?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관광객에게 본인이 직접 병원을 찾아가라고? 말도 안 돼! 하면서, 나, 여기 아르헨티나에 공식적인 관광객으로, 내 돈을 쓰면서 지내고 있는데, 그러면 아르헨티나 정부거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나를 보호해줄 의무가 있을 텐데, 나중에 개 주인에게 피해보상을 받으라고? 말도 안 돼. 설사 그렇다 해도, 지금은 경찰이 나를 병원에 실어다 치료를 해주고, 나중에 개 주인을 찾아서 그 사람에게 벌금을 물게 하든지 하는 건 당신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날더러 지금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하면서 화를 냈더니,
그들도 쭈뼛쭈뼛대다가,
그럼, 병원으로 갑시다. 하면서, 그렇게 해서야 저는 그들 차에 올랐고,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답니다.(물론, 가는 도중에, 여권을 보여주었고, 개 사진 찍은 것도 그들에게 보여주었으며, 그런 사건 경위를 그들이 적기는 하드라구요.)
아무튼, 그날이 하필이면 일요일이기도 해서 더 골치 아팠는데요,
그래도 문을 연 병원은 있어서,
저는 병원에 가서, 거기서도 순서를 기다린 다음(일요일이라 손님들이 많았슴), 제 순서에 맞춰 처음 진료를 받았는데,
웃는 얼굴로 소독을 해주었는데,(뭔가 분무기 같은 걸로 뿌리는 식으로)
거기서 나온 뒤가 또 문제였습니다.
일단 1차 소독을 한 것 같은데, 치료비 청구서를 내보이면서 돈을 내라고 하기에,
제가 기가 막혀,(개에 물린 것보다는 이들의 하는 처사에 화가 치밀기 시작한 제가)
무슨 이런 놈의 나라가 다 있어? 하고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답니다.
그 때는 또 다른 젊은 경찰에게 인도가 돼 있었기에, 그를 잡고는,
여기 아르헨티나가 자유민주국가 맞아? 하면서, 내가 관광지에서 풀어놓은 개에 물렸는데, 내가 내 돈으로 치료비를 내라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하자, 그 친구(경찰)도,
나중에 개 주인을 찾아서 보상을 받으면 된다기에,
내가 뭘 잘못했기에 내 돈으로 치료를 받아? 나는 그렇게는 못해! 하자 그가 쩔쩔 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또 말을 되풀이했지요.
내가 니네 나라에 와서 공식적인 관광객으로 내 돈을 쓰고 있는데,(거기서, 니네 아르헨티나는 지금 경제난에 허덕이면서 나 같은 관광객을 이런 식으로 푸대접을 하는 거냐?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자극적인 말로 그들을 싸잡아 욕을 할 수는 없어서) 내가 스스로 잘못을 저질러 당한 사고도 아닌데, 내가 왜 개주인을 상대해가며 그 사람에게 보상을 청구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돈을 받아내야 하느냐고? 일단, 니네 정부거나 경찰에서 나를 다 치료를 해 주고, 그 다음에 그 개주인은 니들이 알아서 찾아내 벌금을 물리거나 감옥에 가두거나 알아서 할 일인데, 왜 나 같은 관광객이 그런 일까지 해야만 해? 그러려면 아예 관광객을 오지 말라고 하던지! 더구나, 나는 며칠 뒤에 여기를 떠나야 하는데, 언제 내가 개 주인을 찾아서 보상을 받느냐고? 나는 치료비를 줄 수가 없어. 돈이 없어서 못 주는 게 아닌, 내가 그 이유를 납득하지 못해서 안 주는 거야. 나는 한 푼도 줄 수가 없어. 아니, 안 줘! 하고 소리를 질러댔는데,
처음에 우리를 주시하던 병원 복도의 많은 환자들도, 제가 하는 말에 수긍이 되는지 이제는 시선조차 다른 곳으로 돌린 채 제 얘기를 묵묵히 듣고 있었고, 그 젊은 경찰마저도,
당신 말은 이해를 하는데요... 그래도... 하는데,
아니, 이해가 되면, 도와주면 되잖아? 왜 치료비를 나한테 내라고 하느냐고? 하자,
여기 법이 그래서.... 그러니, 나중에 개 주인에게 보상을 받으면 되니, 치료비는 본인이 부담을 해야 합니다. 하고 사정을 하는데,
안 낼 거야! 내가 그 사실을 충분히 납득하기 전에는 단 돈 한 푼도 안 낸다. 하고 이를 악물었는데요......
그러는 와중에, 제 2차 진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그 분야의 전문의 같던데, 그 방에 불려 들어갔고 개에 물린 자국을 보여주면서(엎드려 누워), 그들이 치료를 해주는 것 같았고, 뭔가 처방까지 내려주던데요...
그 와중에서도 치료비를 청구했던 직원(여자)이 제 주위를 오가며,
사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완고했고,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었고, 경찰은 경찰대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그 진료비 청구하는 여직원도 당황하는 모습이어서,
그런 와중에,
저는 최소한 그 날 아침에 저와 얘기를 나누었던 한국인 3세 젊은이에게,
내가 그 계곡을 들어가다가 개에 물려, 경찰 차를 타고 병원에 와 있다. 는 메시지를 보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즈음에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와서 지금 어떤 상황이냐고 묻기에,
이 여자하고 통화 좀 해 봐요. 그리고 나에게 애기 좀 해줘요.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하게 되었고,
그들 둘이 한참을 통화를 한 뒤에 저에게 전화를 다시 바꿔주는데, 그 한국인 젊은이가,
여기 법이 그러니, 일단 치료비는 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는 조언을 하기에,
(물론 저는 그 와중에도 여러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요, 물론 제가 재수가 없어서 개에 물린 게 너무 약이 오르고 죽을 맛이었지만, 여기 중남미 사람들이(특히 경찰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저는 이미... 어느 정도 그 상황을 포기하고 있었답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이방인인 처지고, 이들의 법이 그렇다는데 제가 혼자서 부득부득 열을 내봤자, 돌아오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거라는 걸요. 더구나 이들에게 피해보상을 받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할 거고, 그나마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이들 경찰에게 그리고 국민들(환자들)에게 다 퍼부었으니... 그래도 그냥 억울하게 당한 것보다는, 최소한 '니들이 이래서 쓰겠냐?' 하고 큰소리를 친 건 분명, 어느 정도 분이 풀리기는 했으니...
그래, 재수 없어서 이런 일을 당하긴 했지만, 여행을 다니다 보면(사람이 살다 보면) 이 보다 더 험한 꼴도 당할 수 있는데, 살이 뜯기도록 물린 것도 아니고, 그저 두 군데 이빨자국이 파인 정도로 끝난 일이니... 이쯤에서, 마음을 정리를 하자. 하는 심정이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제가 치료비를 지불했고(그렇잖아도 돈도 쪼들리는 처지에),
그런데 이제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사러 가야 한다는데, 일요일이라 병원에서 상당히 먼 곳에 문을 연 약국에 가야 한다던데,
그것도 기가 막혔습니다.
어느덧 오후가 돼서, 경찰들은 시간에 따라 교대를 하기에,
그런데 이들 경찰은 자기가 맡은 일을 인수인계하는 게 어설퍼서,
실컷 오전 중에 다 조서를 꾸몄을 텐데도, 바뀐 경찰들마다 저에게,
무슨 일이었냐고들 묻기에, 나중에는 화가 치밀어서,
내가 바뀌는 경찰들마다 그 얘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해야만 하냐? 니들은, 이런 일을 인수인계할 때 그저 아무 정보도 모른 채 사람만 바뀌냐? 그리고 내가 말하는 로봇이냐? 매 번 되풀이 하게? 하고 화를 내면서,
약국 가는 것도 니들이 날 도와줘야 하잖아? 했더니,
지금은 차도 없고, 규칙이 그렇지 않다 면서, 기왕에 치료비도 낸 김에, 택시를 타고 약국에 간 것도 택시 영주증을 받아서 '피해보상을 요구할 때 함께 청구하라'고 하기에,
정말, 죽을 맛으로...
알았다. 내가 알았어...... 하고, 치료를 받긴 했지만, 그 몸으로 택시를 잡아 약국에 갔고, 이젠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택시로 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렇게 왕복 택시비 영수증을 받고는,
'에어 비엔비'로 잡았던 아르헨티나 사람 집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그 주인 여자가 무슨 일이냐기에, 그 애길 했더니,
제일 먼저 한다는 말이,
내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식으로 보상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면서,
아예,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나을 겁니다.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즈음에서는 저도 그저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어디 여기 남미만 그런가요? 유럽도 그건 마찬가집니다. 저도 소매치기를 당했고(네덜란드), 죽을 뻔한 사건(스페인 마드릳)이 있었는데도, 거기에 따른 그 어떤 뒷마무리도 없었던 게 외국에서 겪는 사건 사고니까요.)
그리고 경찰에 왔다갔다 하면서 허비할 정열과 돈과 스트레스 때문에 겪을 또 다른 심적 고통도 피하고 싶었답니다.
(그런데요, 어쨌거나 여기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 얘길 않고 넘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지라, 몇몇 한국 사람들이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저만 개에 물린 게 아닌, 이전의 한 관광객(여자)도 혼자 걷다가 개들의 공격을 받아 머리까지 물린 큰 사고가 있었다 하고, 또 제가 알고 있던 '김 사장'이란 사람도 칠레의 '뿐따 아레나스'에서 초반에 개에 물렸다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저만 당한 게 아니라는 얘기지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날,
저는 전 날 젊은 경찰이 저에게 적어준 경찰서에 찾아가, 그 치료보상청구까지는 하게 되는데요,
(사실 그 상태로 그 일을 잊어버리고도 싶었지만, 최소한 저 같은 다른 희생자가 생기는 걸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선, 저 같은 사람의 기록도 하나 더 공식적으로 남겨두는 게 나을 거라서요.)
(그런데 그들은 이미 개 주인을 찾아내긴 했는데,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더군요. 그래서 제가 사흘 뒤에는 여기를 떠난다고 하자, 자기들은 제가 떠나기 전에 어떻게든 피해보상을 받게끔 해주겠다고 했지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그 말은 당연히(?) 지켜지지 않았구요.)
거기서 한 가지, 그나마 제가 해두고 싶었던 건,
혹시 모를 '광견병'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 였습니다.
그래서 경찰에게 솔직히 말을 했지요.
물론 내가 현지에 없기 때문에 나는 피해보상은 못 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못 받으면, 이 사람(그 한국인 3세를 거론했답니다.)에게 주면 된다고 이양을 했고, 다만,
만약 나중에라도 이 후유증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 고 따지면서 물었더니,
제가 어디에 있든 이 문제로 후유증이 생기면, 현지의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가서 항의를 하라. 면서, 제가 작성했던 피해보상 청구서를 한 부 복사해서 직인을 찍어서 주드라구요.(그런데 그 서류 받아오는 것만도 사흘 걸렸답니다. 그런 이들 경찰을 어찌 믿겠습니까?)
그러니까 저는, 그 피해보상은 이미 포기한 상태지만, '후유증'이 생길 경우를 대비한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해둔 상태로,
그렇게나마 한 뒤에,
거기 '우수아이아'에서의 나머지 일정을 보낼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러니 무슨 기분으로 관광을 할 것이며, 뭐, 기분이 좋다고, '땅 끝'이네 '세상 끝'이네 하며 감상에 젖을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 길 가다 똥 밟은 기분으로(재수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구요...),
내가 이 세상 끝이라는 이곳까지 와서, 하필이면 개한테 물려가지고...... 허긴, 죽기를 각오하고 떠나왔던 여행인데, 개한테 물려 죽으나 코로나에 걸려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이것도 다 운명이다...... 하는, 어디 가서 누구에게라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도 찝찝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는)사고가 있어서,
초반의 흥분된 상태와는 너무도 달라진 며칠을 보낸 뒤(숙소에 처박혀 그림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한 편이지요.),
일정을 채우고는, 여전히 즐겁지 않은 기분으로 다시 '뿐따 아레나스'로 돌아왔던 겁니다.
(이보다 더 안 좋은 일도 벌어질 수 있었는데, 이 정도로 그친 게 천만다행이다! 하고 마음을 고쳐 먹었지요. '새옹지마'라는 말이 자꾸만 회자되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아, '항생제'일 거라는 약을(1주일 치. 독한 약) 꼬박꼬박 챙겨먹느라 애를 쓴 것도 있긴 했지요.
그리고 이제는 그 물린 상처는 제법 아물어 가는 것 같은데, 아직은 통증은 좀 남아 있답니다.(쉬 없어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러니, 지금 바라는 건,
그저 이대로 후유증 없이 잊어버리는 것뿐이지요.
그러다 보니,
그 당시, 뭐 좋은 일이라고 개에 물리자마자 여러분께 그런 얘길 떠벌였겠습니까?
그리고 지금도 그 일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제가 물리고 싶어서 물린 것도 아닌데), 또 아예 없었던 일처럼 시치미를 떼고 있을 수는 없어서, 이제야 여러분께 알리는 것입니다.
(그만큼 이제는 심적으로도 많이 편안해진 상탭니다. 이것도 다 제 운명이겠지요......)
첫댓글 여행 중에 안 겪었어야 하는 사건이네요.
여기서도 예전에 시골에 가면 풀어놓은 개가 있어서 물릴 일이야 있겠어 하면서도 무섭던데요. 아 진짜 그나마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예, 물어 뜯기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 다행이었지요.
이빨 자국만 있거든요. 두 군데..
안 좋은 일이 있었군요.
후유증이나 없어야 하는데, 혹시 여행자 보험은 안 들으셨 나요?
제 주제에 무슨 '여행자 보험'입니까?
저는 제일 싼 항공권을 골라서 다니고 있답니다.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입니다.
나라 꼴이 나라답지 않은 그곳.
그런데 문화가 다르고 사람 사는 모습이 다른 걸.
개인이 어쩌겠어요.
마음 아플 뿐입니다.
제가 좀 까칠하긴 하지요.
이런 데 와서도, 잘났다고(?) 할 말은 다 하고 다니는 게...
그렇지만, 남의 나라니, 그 나라 상황에 맞춰줘야 할 것 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