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의 능력은 대단히 뛰어나다. 지난해 최악의 상황에서 팀을 맡아, 팀을 재정비하고 이후 5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한데서 보듯 말이다. 그의 선수 조련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서도, 전임 감독과 달리 적재적소에 알맞은 선수들을 기용하고 그 선수들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감독은 흔치 않다. 신윤호, 최동수를 보라.
하지만, 여전히 골칫거리인 마운드를 논외로 하더라도, 올해 김성근 감독이 구성할 라인업으로 무언가가 가능하리라 기대하지는 말자. 수비 포지션까지 감안하면 팀 전력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유지현은 시즌 초반 출장이 불투명하고, 지난 2년간 팀 내 최고 타자였던 양준혁의 이적은 트윈스 회계장부에는 도움이 되었을지언정 팀 전력에는 엄청난 출혈이었다. 그리고 중심타자 역할을 해주어야 할 홍현우의 무릎부상은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김재현과 이병규는 건재하지만, 새로 영입한 매니 마르티네스와 탐 퀸란의 출루능력은 별 볼일 없다. 김성근 감독만 신뢰하는 이일의나 심성보의 존재 역시 수비에서라면 모를까, 공격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상훈의 가세는 분명 트윈스에게 큰 힘이다. 개인적으로 이상훈이 1995년 20승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해(2000년) 프로야구 하면서 가장 볼이 좋았다"는 본인의 주장은 성적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리그 수준 차이나 1995년의 투고타저 경향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트리플A에서 71이닝을 투구하며 기록한 방어율 2.03, 탈삼진 73개의 성적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많은 이닝을 투구하지는 않았지만 같은해 빅리그에서의 성적도 훌륭했다.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 클로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확신하지만 라벨로 만자니오(멕시칸리그, 16승 3패, 방어율 1.52)를 제외하고는 믿음직한 선발 투수가 별로 없는 LG 마운드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트윈스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 시간을 사용했다. 스포츠신문에는 이를 빗댄 "LG구단은 도시락을 지급하라"는 만평이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러한 걱정을 조금은 덜어도 될성싶다. 벌떼작전이 잡아먹을 경기 시간은 여전하겠지만, 트윈스 타자들이 소비할 공격시간이 지난해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