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올해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로 늘어나 연말에는 3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보증금을 발판으로 저축 등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졌고 급등한 전세금을 감당하기 위한 전세자금대출만 늘어나 결국 '렌트 푸어(전세 빈곤층)'만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2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은 2011년 말 18조2000억 원에서 올해 8월 말 32조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 28조 원이던 전세자금대출은 올 들어 8개월 동안 4조8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는 전세자금대출액이 35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대비 25%나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10월까지 아파트 전셋값 평균 상승률은 3.65%로 전세자금대출액 증가율과 격차가 크다.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급증하는 데에는 개인이 모은 돈으로 급등한 전셋값을 해결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2년 만기 마다 재계약을 하는 기존 세입자들이 매번 2000만, 3000만 원의 전셋값 상승을 부담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기존의 배 이상 껑충 올려 부르면서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저금리 전세대출은 부부합산 소득 기준액이 5000만 원으로 조건이 까다로워 시중은행의 전세대출규모만 증가했다. 국민주택기금보다 높은 금리의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을 받게 되면 이자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렌트 푸어'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은 올 들어 9월까지 1조4000억 원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우리 국민 신한 하나 농협 기업 외환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자체 전세대출은 4조 원 넘게 증가했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낮고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원금도 보증받아 손실이 거의 없는데도 고금리를 받아 챙기는 은행의 행태가 '렌트 푸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높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이자 갚기에 여념이 없는 서민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 대책 마련돼야 한다"며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도 낮춰 '렌트 푸어' 양산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