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에 등뒤가 가렵기 시작했는데 가라앉지 않아서 3월 말에 피부과에 갔다.
의사 -- 다른 부위는 없습니까?
나 - 예.
의사 - 대상포진입니다.
나 - 대상포진요? 십여년전에 한 번 앓았었고, 지금은 가렵기만 하고 통증은 없습니다.
의사 - 재발율이 30% 정도 됩니다. 증상이 사람마다 달라서 가렵기만 한 사람도 있습니다. 피곤하면 안되니 아무 것도 하지 말고 푹 쉬세요. 주사 한 대 맞고 가세요. 간호사 1번 주사요.
1번이라고 하니 아마도 피부과에서 제일 많이 처방하는 주사같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피부 재생을 돕고 가려움을 낮추는 주사라고 한다.
그리고 팜시클로비르정(추후 팜시라 함)과 항히스타민제 일주일치와 연고를 처방받았다. 팜시는 대상포진에 먹는 약으로 증상이 나타난지 72시간내에 먹어야 효과가 있는데, 그 효과라는 것이 치유기간을 1-2일 정도 줄여주고, 대상포진후 신경통 발생율을 약간 줄여준다고 한다. 항히스타진제는 가려움을 줄이기 위한 약이다.
그러니까 아직 대상포진에는 이렇다 할 치료약이 없다.
3일 후부터는 엄지 손가락만한 환부가 네 군데 생기고 통증도 나타났다. 다행히도 통증은 심하지 않아서 이부프로펜이나 타이레놀을 먹으면 가라앉았다. 등에 발병하다보니 잠자기가 곤란했다.
일주일 후에 약을 다 먹고 피부과에 다시 갔다.
의사 - 환부가 남았네요.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쉬세요.
나 - 통증이 조금 있습니다.
의사 - 어떤 사람은 통증으로 병원 응급실로 가서 입원하기도 합니다.
나 - 지금은 괜찮지만.. 혹시 모르니 진통제를 처방해주세요.
의사 - 절대로 안정하시고 무조건 쉬세요. 일주일치 처방해드리겠습니다. 심한 경우에만 드세요. 그리고 주사 한 대 맞고 가세요. 간호사 1번 주사...
트리마돌 성분의 진통제를 처방해주었다. 트리마돌은 강한 진통제라 통증이 심해지면 먹으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먹지 않았다.
그럭저럭 지냈는데 낫지 않아서 4월말에 피부과에 다시 갔다.
의사 - 왜 병원에 오지 않으셨어요?
나 - (2주 전에 왔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그러게요. 그런데 이게 약이 있습니까?
의사 - 치료하면 됩니다. 치료 받으시고 2-3일에 한 번씩 계속 나오세요.
처치실에 가서 환부에 LED 등을 5분 정도 쪼이고 1번, 2번 주사를 맞았다. 2번 주사가 무엇이냐고 간호사에게 물으니 항성제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번과 같이 팜시와 항히스타민제 일주일치를 처방받았다. 팜시는 먹어도 효과가 없겠지만 다른 약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병원에 다녀온 날은 가려움과 통증이 많이 줄어들었다. 다음날은 증상이 더욱 좋았다, 다다음 날이면 증상이 다시 돌아왔다. 환부는 빨간 색인데 병원에 다녀오면 노랗게 되면서 가라앉는데 2일 후면 다시 빨게진다.
그래서 결국 하루 걸러 병원에 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는데, 의사가 보더니 주사는 하나만 맞으면 되겠다고 한다.
나 - 무슨 주사인가요?
간호원 - 항상제 주사는 이제 맞지 않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주사만 맞으면 됩니다.
나 - 그게 무슨 주사인가요?
간호원 - 스테로이드입니다.
그렇지... 피부과에서 주사를 맞는다면 십중팔구 스테로이드이다.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데에는 스테로이드만한 것이 없다. 가격도 아주 싸고... 그런데 스테로이드는 면역력을 저하시키므로 대상포진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약(주사)이다.
병원에 다녀오면 낫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틀만 지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알았다. 그 후로 병원에 가지 않고 진통제만을 먹으면서 세월을 보냈다.
젊은 사람은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도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겠지만, 나이든 사람은 증상이 더 악화되거나 회복이 지연될 수도 있다.
5월말이 되었지만 증상은 그대로이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체중이 4Kg 늘고, 온 몸이 찌푸덩하다. 진통제를 오래 먹다보니 소화장애도 생기고.. 그래서 1시간 반 코스의 산에 가기 시작했다.
운동이 면역력을 키워주니 대상포진에서 회복되기 시작하면 운동을 시작하라는 말이 맞았다. 이게 어려운 것이 대상포진이 진행 중에 운동을 하면 악화된다.
여하간 나에게는 우연히 운동이 맞았는지 날 때 되어서 그런지 증상이 조금씩 개선되어서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되었다. 신기하게도 진통제를 먹으면 가려움도 가라앉는다. 그렇게 느끼기 때문에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6월말이 되자 세 군데 환부는 노랗게 되어서 거의 다 낫고, 한 군데만 남았다.
이제 7월 하순에는 마지막 한 군데도 거의 다 나았다.
아직 가끔 가려움이 올라와서 괴롭기도 하지만 이게 증상이 남아 있는 것인지 대상포진후 신경통인지 모르겠다. 후 신경통은 통증보다 가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통증보다는 가려움이 낫겠지...
대상포진은 발병 기간이 2-4주라고 하는데 나는 4개월 정도 되었다. 기간이 길어서 그렇지 큰 통증은 없었으니 다행이었다. 후 신경통인지 아직 덜 나은 증상인지 모르겠으나 남은 가려움마저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대상포진 그거 엄청 힘든건데
고생하셨어요
잘 드시고 힘내세요
50대 초반에도 앓았었는데 그때는 일주일도 안되서 나았습니다. 그래서 만만하게 봤는데 이번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렸네요
힘들다던데 더운날씨에 고생 많으시네요 힘내세요 빠른 쾌유하시길 기도할께요
사람마다 다른데 발병 72시간내에 항바이러스 약 먹고, 푹 쉬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인 차가 너무 커서 크게 고생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입니다.
겁쟁이라 고통 봤는게 싫어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맞으러가야 할텐데 생각만 앞서고 실천을 못하고 있네요^^
발병율이 30%라고 합니다. 그러니 열명중에 일곱명은 안걸린다고 합니다. 예방주사를 맞아도 8년 지나면 면역력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70넘어서는 항체 생성율이 50%이하라고 합니다. 나이들어서는 예방주사를 맞아도 효과가 없는 사람이 반이라는 말입니다.
과연 소문대로 대상포진은 참 무섭네요
저도 며칠전 무단히 가슴팍에 풀쇄기에게
쏘인거처럼 극심한 가려움증과 줄지은 자국이 남기에 대상포진일까 두려웠답니다
대상포진 1차는 12만원주고 맞았고 2차 공짜
월요일 맞을까 합니다 맨발걷기하니까 파상풍도 접종할 예정이구요
더운데 고생하십니다 빠른 완쾌하세요^^
감사합니다. 맨발로 걸으면 분선충, 개회충 등에 감염됩니다. 개회충은 모든 개과 동물에 있습니다. 개회충은 사람 장에서 살수없지만 드물게 눈으로 가면 실명, 뇌로 가면 뇌졸증, 간으로 가면 간경변 등을 일으킵니다. 맨발걷기는 득실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예방접종은 중요한거 같더라구요 미리미리 접종하시고 이방분들 건강하게 살아요^~^
집사람은 8년전에 맞았는데 면역이 5년만 유지된다고 해서 올해 새로 맞았는데 2번 맞아야 하고, 1회에 25만원이니 2회에 50만원 들었습니다. 항체가 90% 이상 형성된다고 하는데 항체가 있다고 해서 발병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발병했을 때 가볍게 앓는다는 것은 코로나로부터 배운 바입니다. 큰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불안하니 어쩔 수 없네요...
덕분에 지식쌓아읍니다.
머리속 둬야될텐데...가능할지? ㅎㅎ
제가 하는 우수개 소리인데요... 제가 옛날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기억력이 남들보다 떨어지지요. 그래서 머리 속에 새로운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서 옛 일을 정리하다보니 잊어먹었다고 합니다.
맨발로 걸어다니는게 너무 좋겠습니다
대상포진 예방접종해야 되는데
바쁘다는핑게로.
잘 읽고갑니다
주변 사람들 보니 대상포진 백신은 부작용이 좀 있습니다. 타이레놀 복용이 도움이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항체가 잘 안생기니 하루라도 빨리 맞으세요.
도움되는 글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