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라마순이 핥고 간
탄현동 미분양 택지엔
잎 지고 거꾸러진 푸성귀 지천인데
각목 박아 표시한 채전 울타리에
쑥갓 한 무더기 꼿꼿이 서있다
손가락으로 슬쩍 밀치기만 해도
뚝뚝 꺾이던 허약한 것들이
잎맥하나 패이지 않은 말짱한 몸피로
강풍 속에 살아남아 꽃까지 피운 것이다
두둑 임자가 뜯어 준 쌈거리에
미처 내빼지 못하고 딸려온 꽃,
어르듯 살살 헹궈 꽃 채 쌈을 싼다
멱살 잡고 사방팔방 휘젓던 미친 바람과
풀빛 연골 우듬지에 자리잡은
생강빛 봉우리를 통째로 삼키자니
한 생의 절정이 어금니에 씁쓸히 괴어오고
아득한 슬픔으로 목젖이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