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살리기 국가가 나설 때이다.
강원도민일보, 박현철 기자, 2023.03.21.
“접경지역은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다.” 지난 2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와 군사분야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문순 화천군수가 한 발언이다. 접경지역 화천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온 주민이자 3선 군수, 그리고 도내 접경지역 행정협의체 회장인 그가 수십년간 이어온 접경지역의 각종 규제와 그에 따른 애환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절절한 마음으로 현실을 비토했다.
화천을 비롯한 철원·양구·인제·고성 등 접경지역 5개군은 도내에서 규제 면적이 가장 넓다. 각종 규제에 주민재산권 행사와 지역개발에 발목을 잡혀 왔다. 접경지역에 대한 군사·산림·농업·환경 등 4대 규제 면적(2020년 기준)은 7482.7㎢로, 5개군 행정구역 총합(4814.4㎢)의 155.4%에 달한다. 도내 전체 규제면적(2만1890.7㎢) 중 3분의 1 이상(34.2%)이 5개 군에 집중돼 있는 현실이다. 특히 접경지역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행정구역의 48.2%(2319.5㎢)에 이른다.
화천군의 경우 전체 행정구역면적 908.96㎢의 38.6%에 달하는 387.71㎢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이중 가장 넓은 265.74㎢가 제한보호구역이다. 이 가운데 화천 북부권인 상서면 봉오리는 군사기지와 검문시설 등이 산재해 있어 주변 낙후건물의 재·증축, 신축이 제한돼 수십년 동안 노후건물이 방치돼 미관을 저해하고 있다. 화천군의 대표적 인구밀집지역인 사내면 사창리 1.23㎢ 지대는 1972년 이후 지금까지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 지역으로 묶여 8∼10m 이상의 고층 건물 신축이 어려운 상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해제됐지만 또 다른 규제가 지역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18년 화천지역 군사시설보호구역 약 196.98㎢를 해제했지만 해제지역 중 80% 이상이 보전산지에 해당하는 등 중복규제로 실제 활용은 어려운 실정이다. 화천군의 중복규제 면적은 436.2㎢에 달한다.
농업 분야의 규제도 문제다. 화천지역의 전체 농업진흥구역 면적은 1661㏊에 달하고 있고, 화천읍 북한강 붕어섬의 취수원 주변 4㎞ 이내에는 어떠한 제조업, 농산물 가공 시설도 들어설 수 없다.
안보관광 활성화에도 규제가 걸림돌이다. 단적인 예로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백암산 케이블카를 설치했지만, 여전히 검문검색 등으로 출입절차에 시간이 소요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마다 출입을 통제하다 보니 ‘불편한 관광’을 홍보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민간인통제선을 북상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자유로운 안보관광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지역경기도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접경지역 주민들은 벗겨도 벗겨도 계속되는 양파껍질 같은 규제로 소외감이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는 6월 출범을 앞둔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 115조에 민간인 통제선 범위를 기존 군사분계선 이남 10㎞에서 5㎞ 이내로, 제한보호구역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 25㎞에서 10㎞ 이내로 크게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강원특별자치도법만이 접경지역 규제 해결에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동안 국가안보와 타 지역 주민들을 위해 희생한 접경지역에 대한 특별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최 군수는 포럼에서 ‘일방적 국방정책’, ‘금이 가는 민군상생’, ‘일방적인 군납 경쟁입찰제도 도입’, ‘대안 없는 국방개혁 2.0’ 등 국방부 정책에 대해 접경지역 민심을 전하면서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중심으로 국방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강원도, 경기도 등이 참여해 종합적인 문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 군수가 포럼에서 강조했던 말처럼 ‘국가안보’라는 공공재를 위해 희생한 접경지역 주민에게 이제는, 국가가 응답해야 할 때다.
박현철 lawtopia@kado.net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