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고소득 전문직의 평균소득 랭킹이 언론에 큼지막하게 실렸다. 변리사가 4억9000만원으로 1등, 변호사 3억3700만원, 관세사 3억2400만원, 회계사 2억2400만원, 세무사 2억1300만원 순이었다. 국세청이 낸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것이었다. 대한변협, 의사협회, 대한변리사회 등 전문직 단체들은 즉각 "소득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일부 단체는 언론사 항의 방문까지 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변리사 1인당 평균소득이 6억원이 넘는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변리사회는 곧바로 "여러 명이 소속된 변리사사무소의 전체 수입을 사업등록을 한 대표 변리사 1인 소득으로 잘못 계산한 것"이라고 펄쩍 뛰었다. "변리사 1인당 평균소득은 1억3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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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는 한국고용정보원이 낸 '직종별 소득순위'가 문제가 됐다. 전국 7만5000가구를 방문해 취업자를 조사해 보니 세무사 월평균 소득이 1073만원으로 426개 직종 중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이번엔 세무사회가 "2006년부터 4년 내리 세무사는 변리사-의사-변호사-관세사-회계사보다 소득순위가 낮았는데 무슨 소리냐"며 발끈했다. "전체 세무사 8500명의 0.4%, 39명만 조사해 통계에 넣고, 줄곧 1위였던 변리사는 응답자가 8명밖에 안 된다는 이유로 뺐다"며 "공정성을 잃은 엉터리 부실자료"라고 했다.
▶제한된 숫자의 표본조사만으로 소득 통계를 내다 보면 실제보다 부풀려질 수 있다. 과거 고소득의 대명사였던 변호사만 해도 2000년 이후 사시 합격자가 한 해 1000명씩 쏟아져나오면서 한달 내내 사건 한건 못 맡는 변호사도 있다. 월 200만원, 연 2400만원도 못 버는 변호사가 22%라는 통계도 있다. 세무사도 최근 10년간 납세자 증가율의 4배 속도로 늘어나 개업 못한 세무사가 36%나 된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직업'으로 뽑히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번 고소득이라면 자랑해야 한다. 그러나 국세청이 지난 5월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130명을 조사해 보니 실제 소득 5160억원 중 2112억원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탈루율이 40.9%다. 그러면서 소득 통계만 나오면 "사실과 다르다"며 자기 순위를 그저 끌어내리려고만 안간힘 쓰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보면 입맛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