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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9월로 들어서며 바람이 달라지고 있다. 한낮에는 온도가 30도가 넘지만 여름처럼 찝찝하지 않다.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아래 모처럼 흙길을 밟으며 숲속 자연의 선물을 실컷 누린 하루였다.
오늘 맨발걷기에는 두 손주들도 따라 나섰다. 7살 여아, 5살 남아인데, 둘다 맨발로 앙징맞다. 태어나서 처음 흙길을 맨발로 걸어 보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어려서 흙에서 뒹글고 노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요즘에는 이래저래 그런 자연에서의 놀이가 거의 전무하다. 숲은 아이들에게 건강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천혜의 공간이지 싶다.
지난 주 여기서 "제1회 원주 운곡 솔바람숲길 맨발걷기 대회가 열렸다"고 기사에서 보고, 가보자 해서 오늘 오게 된 것이다.
도착하니 10시가 좀 넘었다. 아이들 보폭에 맞추다보니 더디 간다. 큰 애가 계속 찡찡댄다. 발바닥이 아프다, 돌멩 이가 많다, 불평을 늘어놓으며 "이런 데를 왜 왔느냐?"고 타박이다.
작은 애는 고기가 물만난 듯 흙길에 모래장난 하느라 뒤쳐지고 나비따라 앞서뛰어간다. 떨어진 알밤하나를 주어들고 자랑스럽게 우리 앞에 내밀어 보인다.
아내는 큰 애를 달래고 어르면서도 지금까지 걸었던 어느 흙길보다 좋다고 한다. 용인에서는 시간반 정도의 거리라 서 자주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의 경사도는 완만하고 빗자루로 썰어놓은 듯 거의 맨질맨질하다. 이따금씩 진흙길 같이 무른 곳들이 있어서 발바닥이 빠져드는 듯한 흙의 감촉을 즐긴다. 애들도 여 기서 노는게 재미가 나는지 신이났다.
전체길이가 7킬로미터 정도이지만 큰 애가 더는 못 걷겠다고 주저앉는 바람에 중간 샛길로 빠져나와야 했다. 3분의 1쯤 걸은 것 같다. 아내는 아쉬운지 다음에 다시 오자고 한다.
다시 입구쪽 신발 벗어 논 곳으로 내려오노라니 아름다운 플룻연주소리가 싱그러운 숲속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아까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맨발벗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앉거나 서서 즉석 플룻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참 여유롭고 자연스런 광경이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이런 공간에서 자연을 벗삼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그래도 1시간은 넘게 걸었더니 시장기가 느껴진다. 원주시내방향으로 내려오다 차들이 많이 주차된 곳이 보여 들어섰다. '홍익돈까스'라는 간판이 보인다. 문입구 안팎으로 대기줄이 길다. 맛집인가 보다.
20분 남짓 기다려 우리 차례가 되었다. 자리로 안내받자 주문했던 돈까스, 파스타, 우동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징징대던 큰 애 얼굴도 밝아져 있다.
첫댓글 손주들이랑 좋은 시간 보냈구려. 건강한 삶 멋집니다.
손주들이 훌쩍 자란모습이 부럽습니다~~^^
어릴적 우리들은 자연스러운 맨발이지만, 요즘아이들에게는 낯설지만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졌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