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홍매화와 들매
한국인의 매화사랑은 참 특별하다. 게 중 눈 속에 핀 설중매(雪中梅)에 혼을 빼앗길 정도다.
고려 문인 이규보는 이즈음의 매화를 ‘눈을 두르고 천 송이 눈으로 다시 단장(帶雪更粧千點雪)’하고 봄을 먼저 이룬다 읊었다. 조선 문인 신흠은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라는 명문장으로 눈 속에 홀로 핀 매화의 고고함은 선비의 지조를 상징한다고 했다. ‘참으로 매화를 아는 사람(眞知梅者)’이라고 자기를 소개할 만큼 퇴계 이황의 매화 사랑도 각별했다. 임종 때 매화분에 물을 주라는 당부를 남겨 놓을 정도였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4대 매화’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구례 화엄사 들매, 강릉 오죽헌 율곡매가 유명하다.
각황전을 중건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계파선사가 심은 홍매화. 이 나무를 장륙화라고도 하며, 다른 홍매화보다 꽃 색깔이 검붉어서 흑매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홍색 매화여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홍매화’라고 불러왔다.사람들은 이 홍매화를 들매로 착각하고 있다. 구례 화엄사 들매는 홍매화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구례 화엄사 올벚나무
올벚나무는 벚나무의 종류 중 하나로 일반적인 벚나무보다 꽃이 잎보다 일찍 핀다고 한다.
이 나무는 병자호란 이후 군수물자로 쓰이던 벚나무를 심으라는 인조와 효종의 명에 호응하여, 근처에서 잘 자라던 올벚나무를 여러 그루 심었는데, 그 중 지금까지 살아 있는 한 그루로서 현재 가장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 단목이다. 사찰 경내에는 자리하지 않고, 사찰 입구에서 개울 건너에 있는 일지암이라는 암자 뒷편에 자리하고 있다.
백야매(白野梅)
각황전 옆에 자리한 '홍매화(紅梅花)'가 유명해서 그 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착각하기 쉽지만, 화엄사 경내에서 구층암을 지나 길상암으로 가기 전 길가에 피어있는 이 '백야매(白野梅)'가 천연기념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