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얼마전에 제가 사는 지역 마라톤 클럽에서
200km완주 축하 회식을 했다는 게시글을 봤습니다.
누구는 200km도 뛰는데, 100km 그까이꺼 뭐~
100km - 예상은 했지만,
정말 머나먼 여정이었습니다.
누가 그러는데 서울에서 조치원까지 거리랍니다.
6월23일 저녁 7시를 출발한 십일호 임시열차(?)는
아스팔트 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월24일 아침 8시가 조금 지나서
출발점이었던 종착역에 도착했습니다.
첫 참가한 울트라 15시간내에 완주가 목표였는데,
기록도 비교적 괜찮은것 같습니다.
13시간을 조금 넘겼으니까요.
복장은 울트라기념품 모자에,
상의는 중앙마라톤 "마라톤은 네모다"에서 당첨된
곤색 미즈노 상의티와 하의는 클럽 쫄반바지,
그리고 양천 독도사랑마라톤에서 받은 배낭,
앞가슴과 배낭 뒤에 깜빠기, 그리고 어깨에 소형후레쉬.
그리고 마라톤클럽 리본을 앞뒤에 달았습니다.
신발은 쿠션이 좋은 아디다스와 아주 가벼운 필라
둘 중에 뭘로 신을까 망설이다가, 비가 올것이라는것
때문에 가벼운 신발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건 앞뒤에 다는 배번호, 등번호표입니다.
306번... 번호가 "갑오"라서 뭔가 괜찮을 것 같은 예감.
상의를 제일 괜찮은걸 택했는데
주위에 의견에 의하면 그건 큰 실수였습니다.
배낭메고 100km 뛰면, 옷이 쓸린 곳은 다 부풀기에
헌옷을 입는게 좋다고 했습니다.
달리는 차량에 방해되지 않게
오른쪽 하얀 실선 주위를 따라 달렸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쉬지 않았기에 아주 피곤한 밤이 될것만 같았습니다
원래 6월21일부터 24일 오전까지 청년봉사단 연수교육이
있는데, 울트라 대회때문에 교육중에 일찍 퇴소를 했습니다.
그건 일요일까지 모 대학교 성적마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토요일 새벽3시30분경에 일어나서 아침까지 성적마감을 했습니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한잠자고 푹 쉬다가 가야지 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달리는 인간 개똥 벌레떼]
카운트다운과 함께 서서히 뛰어나갔습니다.
초반에는 왼쪽에 북한강을 끼고 한참을 뛰었습니다.
북한강울트라 사이트 게시판에서 자기 승용차로 동행하자고
했었던 조성탁씨가 뒤따라 오면서 여기서 만나서
반갑다면서 소리를 쳤습니다.
한 20km까지는 그 양반과 동반주했는데, 키로당 6분정도
꽤 빠른 속도로 달렸습니다.
1시간 반쯤 지나니까 서서히 높은 언덕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참 무더웠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니 깜박등과 전조등이 작동되니 볼만했습니다.
마치 개똥벌레 떼들이 가는듯 깜박거립니다.
출발전에 응원차 나온 숯내 회원들이 승용차로 달리면서
응원을 해 주었습니다.
초반에 너무 빨리 달린다고 걱정을 해 주었습니다.
신청평대교를 건넜습니다.
교량 후미에 횡단을 위해 자원봉사분들이
달리는 차량들을 멈추면서 한 길을 건너게 해 주었습니다.
25km 지점(50km 주자들 반환점)에서 냉수를 엄청들이키고,
머리도 씻었습니다.
이젠 오른쪽에 북한강을 끼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모텔들이 있었고,
화려하게 꾸민 술집에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달리다가 먹어 본 한 밤중의 국밥]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놈의 잠. 낮에 그렇게 잘려고 애를 써도 오지 않던잠이.
아이고, 이 무심한 잠아.... 좀 가라고 손바닥으로 자신의
뺨을 쳐봤습니다. 조금씩 무감각해 지는것 같습니다.
어디서 10분만이라도 자고 갔으면 개운할것 같습니다.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지.....
토요일밤 집에서 푹 쉴 시간인데... 자책을 해 봅니다.
달리는 동안 엄청 높은 고갯길이 몇개 있었습니다.
돌아올 때 꼭대기에 오르면서 과연 이 높은 고갯길을
어젯밤에 이어서 다시 반대편으로 올랐구나 한숨을....
왼쪽 무릎이 약간은 욱신거립니다.
낮에 클럽 일행들이 모이는 종합운동장 전철역 5번출구
다 나와서 서너개의 계단을 내려오는데,
일행이 소리치는곳을 보다가 다리를 헛디디는 바람에
몸이 나둥그러지고, 무릎에 피가 나면서 제법 많이 까졌습니다.
80km주자들이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니 제각각 거리가 달랐습니다.
드디어 40km지점(80km 주자들 반환점)에 도착했습니다.
달리면서 가장 좋은곳은
물과 간식을 공급해 주는곳이고요,
마치 오아시스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 다음 좋은곳은 언덕길이랍니다.
왜냐하면 뛰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곳이기에.
40KM지점은 특별한 곳이고 오랫동안 기억남을 곳입니다.
줄을 서서 배식해 주는 국밥 한그릇을 받았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한그릇을 얼른 비우고,
뜨거운 물 두컵과 커피한잔으로
마무리했더니 속이 후련했습니다.
이젠 잠이 조금씩 깨는것 같았습니다.
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전부들 갈 생각을 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비내리는 남이섬]
약간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혼자서 뛰었습니다.
그나마 80km주자들이 다 빠졌으니 주자들이 많지 않은것 같습니다.
이제 10km만 더 가면 50km지점...
시작이 반이고, 반을 또 갔으니,
완주한것이나 진배없다고 자신에게 체면을 걸었습니다.
이젠 동반하는 사람도 없고,
멀리 앞에 가물가물 깜박이는 주자가 보일뿐...
꾸~꾸~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구슬픈 소리가 아마 소쩍새인가도 모르겠습니다.
뒤에는 주자들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소리를 질러봤습니다.
간혹 반환점을 돌아오는 100km주자들한테
하이팅!! 힘내세요!! 하면서 소리소리 질렀습니다.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어보니 남이섬이
보여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아, 드디어 50km반환점에 도착했습니다.
밤 1시20분경쯤이라고 기억됩니다.
첫 마라톤 때 박카스의 효과를 봤기에,
배낭속에 박카스를 마셨습니다.
힘이 솟구치는것 같습니다.
천막 밖에는 소나기가 억수로 퍼 부었습니다.
어떤 분이 우산을 쓰고 뛰는게 이채로왔습니다.
그 분 따님이 준비해준것이라 그렇게 쓰고 간다고 했습니다.
[주로에서 만나는 감사한 분들]
비가 많이 오니까 모두들 머뭇거렸습니다.
다시 그 움막을 나와서 달렸습니다.
이제 반환점을 지났으니 좀 안심이 됩니다.
그래도 시간내에 완주가 가능할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조금 달리고 있는데,
어떤 분이 뒤에서 같이 뛰어보자고 했습니다.
울트라 경험도 많으신 분인데, 여러 가지 코치를 해 주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그 고비에 천우신조인지도 모릅니다.
아마 혼자서 왔으면, 뛰다가 걷다가 바로 지쳤을지 모르는데,
그 송창용님 덕분에 꾸준히 달릴 수 있었습니다.
1명, 2명 추월하기 시작하여 대략 20여명 이상 추월했는데
그 이상 너무 많은 수를 추월해서 카운트하지 않았습니다.
새벽이 접어들면서 시원하게 품어내는
주위에 방구소리는 더 요란해 지는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고, 주위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60km 지점에 물보충과 슈퍼에 들러서 약간의 간식을 보충하고,
70km 지점 슈퍼에 들러 다시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했습니다.
하루전에 자빠진 다리가 좀 욱신거렸는데,
송창용님이 준비해 온 약을 먹었더니 아주 개운했습니다.
새벽에 다시 비가 엄청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75km지점에 오니 날이 훤하게 새었습니다.
자원봉사분들이 썰어주는 수박이 얼마나 달고 맛있는지
여러개 주워 먹었습니다. 곁들여서 바나나도 먹었습니다.
이제 5km마다는 조금씩 쉬어주어야 될것 같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땅바닥에 표시된 것으로 85km지점까지 왔습니다.
한참을 달렸는데, 그곳에 전날 밤에 갈 때는
시원한 얼음덩이를 제공해 주시던 분이
돌아 올때는 방울토마토와 물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가장 힘든 마지막 10km 구간]
10km 남은 구간에서 마음이 조금 헤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뛰기가 좀 싫어졌습니다.
반환점 이후부터 동반주 해 주던 송창용님이
조금만 참고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나는 그저 시간내에 완주하는 것이고,
기록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하면서 푹 주저 앉았습니다.
걸어서 오다가 조그만 가게에 들려서
콜라를 한병 샀습니다.
꿀꺽 꿀꺽 다 마시고 다시 뛰어보니 배가 출렁거렸습니다.
조금씩 힘이 다시 솟아나고, 같이 못 뛰어간게 후회되었습니다.
한 4km 남았다는 조그만 표시가 보입니다.
사육은 이십사, 사칠이 이십팔.
7시30분이니까, 8시전에 가능하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진장 달렸습니다. 몇사람을 추월했습니다.
그러나 달려도 달려도 종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분이 한 2km남았다고 힘내라고 했습니다.
15분전이니까, 8시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것 같았습니다.
기분에 한 500m달리다가 어떤분한테 물어보니
한 3km남았다고 하기에 힘이 쑥 빠졌습니다.
이제 8시전에는 골인점에 들어가기가
틀린것 같기에 걷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완주했습니다.
메달을 걸어주면서 카메라맨 세 분이 사진촬영을 했습니다.
주최측에서 준 사우나와 식권으로 깨끗하게 배불리 채웠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클럽 형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중간에서 쥐가나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했는데,
내년에는 다시 도전해 보자고 했습니다.
어제 대회끝나고는 울트라 참가는 이걸로 끝이라고 했는데....
배낭을 멘 어깨쭉지와 허벅지가 뻐근합니다.
그저 100km 완주했다는것 외엔 아무 생각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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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터넷 청년봉사단 복장(상의와 모자) 바지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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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일행-왼쪽부터 강홍구님(육군대령),안진순님(60대중반),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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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4일 8시6분 완주점을 목전에 두고....
100km 달려도 아직은 기운이 넘치는 것 같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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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100km달린길, 낮에 봤으면 아주 절경이었을텐데....
첫댓글 안녕하세요 64회입니다. 저는 이제 겨우 풀코스를 1번 도전해 본 초보입니다. 그것도 그렇게 힘든 과정이고 완주한 후 기쁨이 비할 바가 없었는데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생생한 체험의 글도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마라톤 동지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시작한지 이제 1년6개월, 풀코스는 작년 서울중앙때부터 뛰기시작 7번 뛰었는데요. 그게 매일 아침 조금씩 꾸준히 훈련해서 그런지 큰 힘이 안들었답니다. 지나고 나니 울트라가 마라톤보다 재미있고 쉬운것 같기도 하네요.
선배님! 100㎞의 마라톤 여정을 읽어 보았는데 왜 저에게 한 사람의 인생 여정처럼 느껴질까요?? 시행착오도 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만만치 않는 현실도 있고 국밥처럼 따스함도 있고, 계단에 무릎이 욱신거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고... 그리고 개똥벌레처럼 밤을 달려 찬란한 새벽을 질주하여서 마침내 완주하는... 그리고 머리가 하향게 되면서 오히려 아무생각이 없는 백지상태... ㅎㅎㅎ 선배님 뵙고 싶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얼굴 뵈오니 그러신 것 같습니다.내년 이맘때에는 아마 200㎞에 도전하시지 않을까? 고런 생각이 듭니다. 화이팅!!
후배님, 인생여정에 비유한 글을 보니 진짜 그렇네요. 자꾸 장거리로 갈수록 서두려면 낭패를 본다는걸 배웠습니다. 후배님 보람차고 즐건 되세요.
선배님! tv 에서 언젠가 밤길 졸아가며 뛰며 걸으며 가는 울트라 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보며 별종,희귀종,카면서 신기하게 본 기억이 납니다.100km 의 마라톤 여정길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선배님 지치는 곳 마다 같이 주저 앉게 되네요.선배님이 다시 일어 서실때는 또 크게 호흡 한번 하게 되구요.지금은 마지막이다 하시지만 다음에 200km한다고 연락오면 금방 운동화 끈부터 메고 계실걸요? 선배님의 심장이 쿵쾅 거리며 또 달리러 나가실 겁니다.
오랜만이네요. 그렇지 않아도 8월25일 강화울트라에 뛸까, 아니면 그냥 자원봉사나 할까 고민중입니다. 마지막 25km지점 정도 비가 억수로 쏟아거리에 내앞을 추월해 가는 이름이 박** 여인이 있었는데, 스무스하게 뛰는게 부러웠지요. 여자들도 참 잘 달려요........ 자우튼 올해 목표는 끝냈는데요.... 나는 그럼 별종?
와 ! 결국 해냈구나. 군더더기 살은 다 빠져 나간 것 같다. 말이 100km 이지 난 도저히 되지 않을 것 같아, 우고수를 보면 뭐든지 노력만 하면 해 낼수 있다는 걸 보여 주눈 것 같아. 대단한 끈기와 인내에 찬사를 보낸다. 반면 종일 먹어가면서 종일 바다 제트 스키 타는 아줌마 100 km 울트라 완주 축하로 보낸다. 앞으로 그저 우리는 산에 기어 올라가 놀다 오자, 이제 그만하면 어떠노, 항상 건강하길 진심으로 빈데이!
고맙네. 이번 초행 동지들이 재미있었는지(기록은 내보다 뒤떨어지지만...) 8월말에 강화 울트라에 또 하자는데.....몸 조시(컨디션) 봐 가지고 한번더 해 볼까 고민중.
선배님 저는 재작년까지 주로 문화일보 통일마라톤(임진각)에 참석하여 뛰었는데 반환점을 조금 지나면 무릎뒷쪽등이 엄청 아파 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무슨 문제가 있을까 정밀진단을 해 본적도 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금년도에도 10월 7일 임진각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무릎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출전을 금하는데요 선배님 경우도 초기에 이런 증상이 있었는지요????(마치 쥐가 나는듯하게 뻣뻣해지는 증상입니다) 죄송....
혹시 스트레칭을 운동전후에 충분히 하시나요? 나는 작년 7월달에 무릎연골부상으로 엄청 고생을 했는데, 대퇴사두근(허벅지)운동으로 치료가 되었어요. 병원에서는 수술까지 하자는데....달릴때 초반에 너무 무리하지 않는지요? 그런현상은 LSD훈련을 종종하시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어제는 우리 동기 여우비와 술 한잔 했는데 선배님 멋지시다는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해서 다음에 참가 후기 글 올리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