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운동선수가 전력투구하여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여성의 상징인 봉곳한 가슴에 매료되는 관중들 중에 유방의 흔들거림이 운동선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가 강력한 서브를 넣는 순간이나 피겨 여왕 김연아가 트리플 러츠(3회전 점프)을 연기할 때 유방의 움직임이 선수의 행동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봄 직하지 않을는지.
이른바 '유방 생체역학(breast biomechanics)'이라 불리는 분야의 선두 주자는 영국 포츠머스대이다. 2007년 '튀어오르는 유방(Bouncing Breasts):과학 연구의 확실한 영역 '이라는 보고서를 펴낸 이후 여러 차례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유방 움직임이 달리기 선수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반사하는 표지를 가슴에 부착시킨 다음에 브래지어를 착용한 상태와 브래지어를 차지 않은 상태에서 각각 운동장을 뛰도록 했다. 달리기를 하는 도중에 유방이 움직이는 궤적은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도표로 그려냈다.
이는 유방 움직임을 공식적으로 측정한 최초의 실험으로 평가된다. 2009년 '인간공학(Ergonomics)'4월호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방의 흔들림이 여성의 달리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브래지어일 때 역시 달리는 보폭이 달라졌다. 요컨대 운동선수의 유방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동성이 높고 제어하기 어려운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포츠머스대 연구진은 일련의 실험 끝에 여성이 달리기를 할 때 유방은 단순히 상하로 흔들리지 않고 숫자 8의 형태를 유지하며 옆으로 움직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유방의 움직임에 알맞게 설계된 스포츠 브라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스포츠 브라에는 두 종류가 있다. 캡슐형과 압축형이다. 캡슐형 브라는 유방 두 개가 각각 하나씩 독립된 컵으로 보호되는 반면 압축형 브라는 유방에 압력을 가해 가슴에 밀착시킨다. 캡슐형 브라가 특별히 큰 유방이 상하로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안락감을 주는 기능은 아주 좋지 않다. 한편 압축형 브라는 운동할 때 유방의 안락감이 양호한 편이다. 유방의 안락감은 여자 선수의 기량 발휘에 직결되기 때문에 스포츠 브라에서 가장 중시되는 특성이다.
호주 울롱공(Wollongong)대 연구진은 가장 효율적인 스포츠 브라의 형태를 연구했다. '스포츠와 운동의 의약 및 과학(MSSE)'7월호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캡슐형과 압축형을 결합하여 특별히 설계한 실험용 브라를 선보였다. 물론 그런 브라는 아직 시장에 나와 있지 않다.
그럼 어떤 스포츠 브라를 선택할 것인가. '뉴욕타임스 매거진' 8월 22일자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포츠머스대 연구책임자는 스포츠 브라를 착용한 뒤 서너 번 뛰어보고 유방의 움직임이 적고 안락감이 느껴지면 구매할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