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시즌오픈 대회다. 5시 55분 오송역에서 평마 친구들과 희종형님을 7호차 객실에서 만나 함께 여수엑스포역에 이어 진남종합운동장까지 이동을 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송암과 동반주를 하기로 했다. 길게 이어진 내리막에 이어 옛 철길인 산책로까지 5분 20초 전후해서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예상과 달리 날씨는 춥지 않았고 바람도 심하지 않았다. 가끔씩 강한 바람이 불긴 해도 순식간에 사라져 경기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도로에 내려서자 송암이 앞서 나갔다. 워낙에 오르막에 강한 친구라 나 혼자 내 주력에 맞춰서 송암을 따라갔다. 여수대회는 길게 이어진 고갯길 두개와 짧은 고갯길이 또 두 개가 있어 진을 빼게 하지만 크게 밀리지 않고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희종형님은 쾌속의 질주를 이어 갔고(3시간 14분 완주), 나도 하프지점을 1시간 56분 24초에 통과했기 때문에 4시간 완주도 욕심 내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1차 반환을 하고 긴 언덕을 만나자 걷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고개를 숙여 숫자를 세며 달렸다. 비록 속도가 걷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어도 일단 걷기 시작하면 고개 만날 때마다 걷게 된다.
2번째 큰 고개 정상에서 주자 한명이 메타세쿼이아 고목을 가림막 삼아 소변을 보고 있었다. 달리는 도중 오줌이 마렵더라도 실제 싸보면 별로 나오지도 않는데 소변 누는 모습을 보자 나도 따라 하게 되었다. 메타세쿼이아 뒤 풀숲을 다 적실 정도로 꽤 많은 양의 오줌이 나왔다. 괜히 참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비웠지만 웬걸 내리막을 지나 옛 철길인 산책로에 올라서자 속도는 6분주로 내려앉았다. 많은 주자들이 추월해 갔다. 작년에도 그랬다. 정작 오르막이 아닌 산책로에서 힘이 더 들었다.
30km를 넘어서자 고개를 푹 숙이고 달리는 송암이 보였다. 함께 가자고 독려했지만 불과 1km를 지나자 걷겠다고 한다. 같이 걸을 수는 없는 일, 송암을 두고 혼자 앞서 나갔다. 2번째 반환점에서 터닝을 하고 돌아나와 마지막 남은 파워젤을 먹고 보폭을 줄였다. 조금씩 속도가 붙었다. 5분 30~40분대로 찍혔지만 4시간 완주는 어려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마지막 1km 구간 언덕을 극복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올해는 작년과 달리 걷지는 않았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골인하자 경희와 흥태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사진을 찍어준다. 그 둘은 하프를 뛰었다.
일행 모두가 여수수산시장으로 장소를 옮겨 6kg짜리 방어(대방어는 7kg부터)를 주문했지만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100일간 금주를 다짐했지만 기분에 취해 맥주 두잔을 마셨다. 버스를 타고 목포 집에 들어오니 저녁 9시다. 마라톤 친구들과 재미있는 여행을 한 것 같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