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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상식과 에티켓 스크랩 워싱턴주 와인산업, 그리고 내 첫 학기와 종강파티
권종상 추천 0 조회 29 10.12.18 06:2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제가 사는 시애틀은 미국 본토의 가장 서북쪽에 위치한 워싱턴 주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이 도시가 유명한 것은 스타벅스 커피의 고향이란 점도 있지만, 특히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과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이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 경제 전체가 사실 이 두 기업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들의 존재는 워싱턴주에 중요하기 때문에 '시애틀의 상징'이 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워싱턴주 농업이 얼마나 거대하며, 또 이것이 주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높은가입니다. '캐스케이드 산맥'이라는, 워싱턴주를 해안가의 서부와 내륙의 동부로 가르는 산맥의 동쪽에서 농업은 특히 중요한 산업입니다. 이곳은 연 강우량이 적고 일교차 및 계절 변화가 서부보다 훨씬 심한데도 농업이 잘 됩니다. 그 이유는 워싱턴주를 가로질러 흐르는 세 개의 강 때문입니다. 그중 제일 유명한 것이 콜럼비아 강입니다. 길이는 1,971km 로, 미국에서 미시시피, 미주리, 리오 그란데, 유콘, 아칸소, 콜로라도 강에 이어 일곱 번째로 긴 강이기도 하지요. 이밖에 스네이크 강, 왈라왈라 강, 야키마 강 등이 매우 건조하고 척박한 워싱턴주 동부를 적셔주고 있어서 이곳을 농사에 적합한 곳으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워싱턴주의 농장은 2004년 기준으로 3만 5천개입니다. 여기서 자라는 작물들을 살펴보면, 대략 미국 전체에서 최고 생산량을 차지하는 것만도 일곱 가지나 됩니다. 이미 캘리포니아라는 거대한 농장이 있는 미국은 여기서 자라는 작물만으로도 미국 전체를 먹여살리고도 남는데, 워싱턴주의 경우 미국 전체 사과 생산량의 64%, 아스파라가스의 경우 미국 전체 생산량의 27%, 체리는 48%, 맥주보리(호프)의 73%, 건초용 고급 목초 65%, 박하 44%, 배 43%를 생산함으로서 이곳 역시 거대한 농업주임을 실감케 합니다. 이밖에도 밀, 포도, 복숭아, 양파, 토마토, 옥수수 등 이곳에서 자라는 농산물들은 그 양으로 볼 때 어마어마합니다. 여기에 목축업과 임업, 어업까지 포함시키면 이곳의 가장 큰 산업은 1차 산업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굳이 캘리포니아를 들먹일 게 아니라, 여기 워싱턴주에서 나오는 1차산업의 생산물만으로도 몇개의 나라는 먹여살릴 수 있을 정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곳에서 새로 각광받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와인이지요. 1990년, 제가 이민 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곳의 와이너리는 총 40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른바 '프렌치 패러독스', 즉 프랑스 인들이 미국인들보다 더 기름진 음식을 먹고 더 독한 담배를 피우는데도 심장질환에 덜 걸리는 이유가 이들이 식사때 꼭 반주로 하는 레드와인 한두잔 때문이었다는 것이 CBS방송국의 '식스티 미니츠'를 통해 알려짐으로서 와인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2000년엔 보잉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회사에 근무하다가 유럽에 다녀온 사람들 중 은퇴자들이 자기들의 퇴직금을 투자해 직접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는 일종의 붐이 불었습니다. 그때, 와이너리 갯수가 150개로 늘었지요. 2010년 7월 현재 이 숫자는 750개 가량으로 늘었으니, 이곳에서 와인 산업이 얼마나 발전하는 산업인지 금방 드러나지요.

 

그렇게 와이너리들이 생겨나니, 전문 인력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와인과 관련해 비티컬쳐(포도재배), 와인양조는 물론 와인 관련 비즈니스, 그리고 와인 전문 테이스터(코노수어)등을 배출하는 곳은 UC 데이비스 한 곳 뿐이었습니다. 결국 워싱턴주 풀만에 있는 '워싱턴 스테이트 유니버시티'에 와인 관련 학과가 생기고, 그래도 모자라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왈라왈라 커뮤니티 칼리지, 그리고 워싱턴주 서부에도 관련 학과를 따로 설치했는데, 그게 지금 제가 다니는 '노스웨스트 와인 아카데미'입니다. 사우스 시애틀 커뮤니티 칼리지 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학과의 운영 예산의 많은 부분은 주정부에서 직접 보조해 주고, 지역사회 내의 은행, 와인관련업체 등에서 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또 학교에서도 자체 생산 와인을 판매함으로서 그 이익금을 학과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지요.

 

사우스 시애틀 커뮤니티 칼리지는 워싱턴 주 서부에서는 유일하게 와인 관련 학과가 있는 곳이어서, 지원자도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학교 특성상 따로 입학시험을 치거나 하지는 않지요. 그리고 수강료는 학점당으로 받는데, 한학점에 95달러 선, 여기에 실습비를 따로 냅니다.

아무튼, 제가 학교엘 가기로 결정한 것은 물론 제 생각도 있었지만, 아내의 권고도 상당한 몫을 했습니다. 여기에 어머니의 응원이 더해지니 저도 마음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원래 이 와인이라는 것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바탕 때문에 더욱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이같은 지원이 없었다면 학교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하면서, 미국의 진정한 힘이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내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들의 사상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프래그머티즘 때문이긴 하겠지만, 언제든지 학교를 다닐 수 있고, 또 여기서 받는 교육들이 참으로 실제적이란 사실은 저를 계속해 놀라게 했습니다. 거기다가 한 학점당 1백달러가 채 안되는 학비, 정말 저렴한 실습비, 여기에 때만 되면 제 이메일 어카운트로 날아오는 관련 취업 정보들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학교에서 마련해주는 정보, 그리고 시음을 위해 제공되는 와인들은 어떤 것들은 제가 쉽사리 사기 힘든 것들도 많았습니다.

첫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기말고사도 잘 치렀습니다. 성적도 무척 만족스러웠고, 즐거운 종강파티도 가졌습니다. 아무튼 우체부인 제가 직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교육 제도와 지원은 저로 하여금 학교에 다니는 것을 무척 즐거운 일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학교가 얼마나 실제적인 교육을 준비해줄수 있는가의 문제는 당연히 돈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주정부에서 제공되는 예산 삭감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교는 기업들의 지원도 병행해 받고 있습니다. 물론 관련 산업체에서의 인적, 물적 지원도 상당합니다. 문제는 이런 지원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 입니다. 사람들은 학교라면 당연히 이런 걸 해줘야 한다고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그것은 교육 예산 책정을 후하게 해 주는 주정부의 탓도 있지만, 일단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이런 것들을 당연히 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다니는 사우스 시애틀 커뮤니티 칼리지는 말 그대로 '커뮤니티를 위한 학교' 이지만, 그 교육은 바로 실제적으로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것들이고, 이런 교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우리 학교와 우리 학과도 일부 나온 이곳 로컬 뉴스의 영상을 한번 보시죠.

KOMO 4 News Story

http://www.komonews.com/news/local/104387203.html?tab=video

 

당연히 우리나라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수많은 학교들이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삥 뜯을 생각만 했지, 이렇게 실제적이고 바로 취업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솔직히 저는 책을 사라고 해서 사긴 했지만, 거의 학교에서 제공하는 학습자료들만 가지고 공부하다시피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지요.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하고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실제적인 예산을 세우기보다는 강에 쳐바르는 돈, 그리고 형님 챙길 돈만 챙겨주는 황당한 예산안들에 대해서 실제로 바꾸지 않고, 분노만 하고 있다면 어디에서 변화를 찾을 수 있을까요. 국민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아야 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여기는 그런 한국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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