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암 검진과 수술 함부로 받지 마라[PART3]- 23.1센티미터 미만의 동맥류는 파열 가능성이 낮다
뇌 종합검진
득보다 실이 많다
일본에서는 1980년까지 30년 동안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거미막하출혈 등)이 사망 원인 1위였다. 지금도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암, 심장병, 폐렴 다음으로 많다.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뇌혈관이 막히거나 찢어져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이 일어나면 반신불수 등의 심각한 후유증이 생기거나 목숨을 앗아갈 위험도 아주 크다.
그런 이유로 ‘뇌독크(braine dock)’를 받는 사람도 많다. 뇌독크는 뇌 질병의 위험 인자를 찾아내기 위해 MRI(자기공명 영상촬영) 검사, 뇌파 검사, 뇌신경유발전도 검사, 혈액 검사 등으로 뇌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는 건강검진이다. 말하자면 뇌 종합검진인 것이다.
그러나 뇌독크는 득보다 실이 많다.
세계 최초의 뇌독크는 1988년 삿포로의 뇌 외과의사가 개설했다. 그는 “미파열 동맥류(동맥류의 일부가 혹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반견해 처치하면 뇌졸중을 줄일 수 있다”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을 데이터로 입증하지는 못했다.
뇌독크는 일본에만 보금되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에 뇌 외과의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1999년 일본 뇌신경외과학회의 발표에 의하면, 당시 일본에는 약 5,000명의 뇌 외과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약 3,200명, 유럽은 대략 수백 명 정도였다. 즉 인구 대비 뇌 의과의사 수가 일본이 월등하게 많은데, 뇌독크는 그들을 위한 실업 대책이기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문에 한가지 일화가 소개된 적이 있다. 65세의 여성이 뇌독크를 받고, 의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뇌혈관에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가 있습니다. 운이 나쁘면 당장 내일이라도 파열할지 모릅니다. 수술로 이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파열의 위험보다 수술의 위험이 훨씬 낮아요. 수술 받으시겠습니다?”
수술을 선택한 그 여성은 수술 후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고 언어에 장애가 왔으며, 2년이 지나도록 혼자 힘으로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수술 후, “수술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파열 가능성은 1~2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파열 동맥류 수술 자체가
치명적인 위험을 야기한다
뇌독크에서 발견되는 1센티미터 미만의 동맥류는 연간 파열률이 0.05퍼센트이며, 20년이 지나야 1퍼센트 정도 된다. 이것은 서양의 53개 의료 시설이 미파열 동맥류를 갖고 있는 환자 2,621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해서 얻은 결론이다.
1998년에 종합 의학 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조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 잡지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며, 의료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학지인 만큼, 당시 전 세계의 매체가 그 조사 결과를 앞다퉈 보도했다.
그 결과 각국에서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가 속출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후, 일본에서 뇌 외과의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그들 중 60퍼센트가 환자에게 “1센티미터 미만의 동랙류는 연간 파열률이 1!2퍼센트”라고 설명했고, 0.05퍼센트라고 설명한 의사는 2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2001년 일본 뇌독크학회).
그 후 일본에서도 NTT 동일본관동병원 등이 이에 관해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2001년 1월부터 2004년 4월까지 3미리미터 이상의 뇌동맥류가 발견된 남녀 5,720명이었다. 조사 기간은 최장 8년이었고,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전체 파열률(연간) | 0.85퍼센트(105명 중 1명) |
3~4밀리미터의 파열률 | 0.36퍼센트 |
5~9밀리미터의 파열률 | 0.5퍼센트 |
7~9밀리미터의 파열률 | 1.69퍼센트(59명 중 1명) |
10~24밀리미터의 파열률 | 33.4퍼센트 |
다만, 이 조사 결과는 파열하지 않은 사람들의 추적이 불충분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제 파열률은 더 낮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미파열 동맥류 수술을 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 수술에 관한 환자의 후유증을 다룬 보고서에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표현과 수치로 가득했다. 신슈대학병원 신경외과의 미파열 동맥류의 결찰수 성적을 정리한 영문 논문에서는 310명에게 행해지 수술 결과가 보고되었는데, “사망 1명, 그럭저럭 괜찮음(fair) 17명, 양호(good) 30명, 뛰어나게 좋음(excellent) 262명이었다.
하지만 이 논문에서 ‘양호’란 눈을 움직이는 동안신경(動眼神經)의 마비, 가벼운 시력 장애 등 ‘신경기능의 결락은 있지만 자력으로 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그럭저럭 괜찮음’은 심각한 장애가 남아 자력으로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지금까지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도 없다가, 수술을 하자마자 여기저기 마비가 일어나 장애자처럼 휠체어나 침대 신세를 지는 경우도 ‘그럭저럭 괜찮음’이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후유증이 없는 ‘뛰어나게 좋음’이 85퍼센트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이는 수술을 했더니, 무려 15퍼센트나 장애자가 되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치를 보고 어느 누가 미파열 동맥류 수술을 받고 싶어 할까?
뇌독크 결과 “미파열 동맥류가 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걱정이 되고, 수술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미파열 동맥류 수술은 러시안룰렛처럼 그 자체로 위험하다.
그렇다면, 자각 증상도 없는데 뇌독크를 받을 이유가 없다. “파령할 동맥류는 발생하고 42주 이내 파열한다”라는 설도 있듯이, 파열할 운명을 저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위 글은 곤도 마코토(近藤誠)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더난출판, 이근아 옮김) 중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곤도 마코토는 1973년 게이오대학교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 도쿄 제2병원(현 국립병원 도쿄 의료센터) 방사선의학센터를 거쳐, 1983년 임상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빨리 게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전임강사가 되었다. 유방온존요법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나 암은 무조건 수술이나 항암데 위주로 치료하는 기존 의학계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라 전임강사에서 출세길이 막혀버렸다. 정년을 1년 앞둔 2013년에 곤도 마코토 암 연구소(www.kondo-makoto.com)를 개설하여 세컨드 오피니언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 ‘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 ‘암은 원칙적으로 방치하는 편이 좋다’는 등의 위험한 고백으로 의학계에서는 눈 밖에 났지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항암제의 독성돠 확대 수술을 위험성 등 암 치료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제60회 기쿠치간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환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자신보다 환자를 더 사랑한 의사의 진심 어린 고백을 담고 있다. 과잉 진료로 이어지는 조기 암 진단이나 건강검진에 현혹되지 않도록 의학 상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을 멀리함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