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남매 가족사진
전명옥
많은 분들은 왜 한자리에 모여 웃으며 사진 찍었나요
칠남매 부부와 그분들 자녀들이 칠순 잔치에 모였단다
총 마흔일곱 분
한 부부가 칠 남매를 낳았다니요
참으로 이상한 일이에요
몇 년 전 일이에요
어느 나라 사람들 사진이에요
우리나라 오십 년 전 사진이란다 그때는 한 부모가 육남매, 칠남매 출산하는 건 흔한 일이었단다 팔 남매 이상 출산하는 부부도 있었단다
저 사진 속 칠 남매들이 혼인하여 몇 명씩 출산했는가요
한 세대 내려가니 한 부부가 네 남매, 삼 남매 출산했단다
저의 외삼촌 댁은 남매를, 저희 부모는 저만 낳으셨어요 그러니까 한 오십 년 지나니 이젠 한 부모 아래 아이를 둘 출산하면 다자녀 가정이래요. 몇 십년 지나면 삼촌, 사촌, 고모님, 이모님도 없겠네요 저희 반에는 한 부모 아래 한 명뿐인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수십 년 전부터 띄엄띄엄 유치원, 초,중,고, 대학들이 폐교한다고들 하던데요 요즘은 폐교 자체가 뉴스거리도 못 되지만 한 교실 안에 학생 수도 열 명 정도래요. 이러다가 한 오십 년 지나면 우리나라 어찌 되나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존재할까요
멸종의 종류에는 동식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마을을 얽어매던 촌수들과 한 가계를 이루던 온갖 호칭들
없어질 것들이 바람처럼 휭 지나가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5월호 발표
전명옥 시인
숙명여자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9 년 《시와 시학》 으로 등단. 제 1 시집 『창문 수업』 과 제 2 시집 『가끔 실패하는 미래』가 있음. 광복 30주년 기념 교원 백일장 우수상 및 색동문화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