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람, 향기로운 풀밭 길로 가야 하는데,
“고기가 노니 물이 흐리고,
새가 날아가니 깃이 떨어지네.
향기로운 풀밭 길로 가지 않는다면,
꽃 지는 마을에 이르기 어렵네.
화살로 강에 비친 달그림자 꿰뚫으니
그 사람이 바로 수리를 잡는 이로구나.“
서산대사가 지은 이 시를 두고 조동일 선생은
“길에 들어섰다가 길을 잃고
길을 찾으려다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고 말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선거, 어디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도 바뀔 것인데,
며칠 남지 않을 선거판을 두고
이 사람 저 사람 말만 무성합니다.
옳고 그름이 중요한데, 그 옳고 그름이 설왕설래 속에 다 묻히는 그게 슬픔입니다.
“지극한 이치여, 어려울 게 하나 없다.
주의할 건 오직 하나, 밉다 곱다 가림이니,
이 마음에 미움과 고움만 두지 말아라.
저 하늘 한 달이듯 넓게 빛나리.“
승찬대사僧璨大師는 귀향歸鄕이라는 시를 지었지요.
넓게 보면 세상사 그리 어려울 게 없건마는
자꾸 어렵다. 어렵다 하는 것도 역시 사람이 하는 말이지요.
“슬픔과 기쁨은 한 베개 꿈이요.
만남과 헤어짐은 십년의 정情일레.
말없이 고개 돌리니
산머리엔 흰 구름만 이는구나.“
<후선자後禪子에게>라는 시를 쓴 사람은 다시 휴정이었습니다.
만남과 이별도 이 세상의 일, 미움과 사랑도 이 세상의 일,
가고 오는 우주의 이치 속에서 작으면서도 크다고 여기는 그러한 일 들이
가끔은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가기도 하고,
정신을 놓아버리게도 하지요.
“이 꽃 한 송이 깨어날 때
문득 떨어져 이 세상이었다.
한 자루 봄바람 속에
취하여 가고 취하여 온다.“
청매인오靑梅印悟의 <이 꽃 한 송이 깨어날 때>라는 시입니다.
세상이 어디 맨정신으로 살만 한 곳입니까?
그래서 가끔씩 술도 못 마시면서 ‘취하라‘ 고 말합니다.
가끔씩, 취하라.
취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세상입니다.
2024년 4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