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해후/한희정
할머니 가슴팍에 동백꽃이 뭉개졌다
무자년 소개령에 신들도 침묵한 밤
그 이후 울지도 못한 동박새가 되었다
쿵쿵 군홧발보다 더 커진 심장소리
툭하면 가슴 쓸며 선잠 자던 할머니는
새벽녘 연초를 말며 향불인 듯 촛불인 듯
한평생 혼술혼밥 그 누구보다 결연했던,
질기디질긴 여정에도 끼니 한번 거른 적 없이
두어 개 남은 어금니로 생을 달게 씹었다
천수를 누리고서야 다시 찾은 원앙금침
버선발로 지르밟은 시월의 노을 아래
멈췄던 시간을 이은 주렴발을 내린다
-시조집 [목련꽃 편지] 한그루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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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감상
슬픈 해후/한희정
박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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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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