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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친구들의 작은 동창회(4/23~24)
1. 첫째날, 만남이 있는 풍경
이해인 수녀님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라는 산문집에서 사소한 일에도 어머나! 어쩌면! 세상에!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표정이 환해지는 그런 사람들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며 옆 사람까지도 유쾌하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우리의 만남이 꼭 그랬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모든 순간들이 유쾌할 수 있었으니까요.
백조가 우아한 자태로 물 위를 떠다니지만 물 밑에서는 분주하게 발을 움직이듯이 우리가 정읍에서 그렇게 나마 자리를
마련하기까지에는 많은 선택에 고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었답니다. 지금 말하지만요.
선운산에서 가까운 장성 방장산 휴양림에서 만날까? 아니면 우리에게도 편하고, 친구들이 찾기도 편안한 우리의 고향 정읍에서 만날까? 그래 정읍이라면 잠은 어디에서 자고,술도 먹고 할 텐데 모텔은 과연 괜찮을까? 또 몇 명을 예상해서 방은 몇 개를 할까?
저녁은 또 몇 시에 무슨 식당에서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또 저녁에 노래방도 가야하는 건가?
다 고민거리였어요. 똑똑한 회장님과 총무님의 결단으로 잘 해결은 했지만 손님맞이가 혹시 소홀할까 봐 걱정이 많았었다니까요.
서울 친구들이 "무슨 고민의 결과가 그 모양이야, 뭐 그냥 그렇던데" 라고 한다면 더이상 할 말이 없겠지만 그래도 힘들게 마련된 자리였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감개가 무량하겠습니다.
미녀시대의 오리 풀 코스도(승향이 추천),수성동의 더블 침대가 두 개씩에 남자9명,여자9명 모두가 앉아도 불편하지 않았던 모텔의 선택도(건호가 추천) 탁월하지 않았던가요? 또 늦게 취해서 갔지만 술과 안주도 그리고 규모도 쓸만했던 노래방도 괜찮았고요.(그동안 정읍에서는 미정이의 독무대였는데 그날은 점순이가 쓸어버리더라고요. 완전 수준급이었어요.)
다 좋았지 않았던가요? 술도 재밌게 잘 마셨고, 술에 취해서 맛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리고기도 잘 먹은 것 같고,노래도 목이 터져라 즐겁게 잘 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난 점순이,숙현이 하고 인사도 잘 나눴고,오랜만에 만난 영란이 하고도 반갑게 얘기도 잘 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고마운 건지, 너무한 건지 알 수가 없네요. 무엇이냐고요?
금자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가까운 친척이라 그냥 넘어갈까 생각도 해봤는데 이게 뭡니까?
무슨 양주를 3 병씩이나 가져 와서 그렇게 죽이냔 말이에요. 그 때는 처음 먹어보는 양주라서 기분이 좋았는데 죽는 줄 알았잖아요. 다음에 가져올 땐 꼭 1 병씩만 가져 와서 적당하게 먹게요. 곰곰 생각하면 고마운 일인데 괜히 말했나요? 이러다 다음에 안 가져오면 어떡하지요? 그냥 취소 할까요? 아니지 할 얘기는 해야하니까요.
어찌됐건 덕분에 좋은 양주 잘 먹었어요. 좋긴 했었거든요. 맛도 기분도... 고맙긴 한데 3 병 너무 아깝잖아요. 아낄 줄을 몰라. 그리고 또 하나는 동희 얘긴데 너 그러는 거 아니다. 야! 소주에 양주타면 안 돼. 누굴 죽일려고 그래.다음부턴 그러지 마라.
내가 특별하게 친하니까 더 얘기는 안 하겠는데 조심해라. 알았냐?
제일 일찍 식당에 나와 친구들을 맞이했고 정읍을 대표해서 항상 든든하게 행동하는 재춘이는 내일 산행 참석이 어렵다는 이유로
내내 미안해 하면서 늦게까지 뒤치닥거리 하다가 두시가 다 되어서 갔고요. 동희는 내일 아침 회사 일 챙기고 와야 하고, 등산복도 챙겨서 아침 일찍 와야 한다며 모르게 사라졌어요. 승향이는 식당에서부터 내일 가족 행사 준비하느라 바쁘다며 가야 한다고 해서 또 갔었고요. 순희도 늦게까지 같이 있었는데 있는 줄 알고 찾았더니 언제 가고 없더라니까요.
상래.영란이.숙현이는 시골에 왔는데 시골집에 다녀와야 할 게 아니냐면서 내일 아침에 오겠다며 갔고요.
제가 다 모를 줄 알았지요? 알고 있었거든요. 재춘이는 봉임이와 같이 어울리느라 더 힘들지 않았을까요. 본 게 없어서...
그래도 남은 식구들끼리라도(한 번 확인해볼까요? 금자.미정.봉임.공례.점순 그리고 종규.재희.종영.호근.건호.병철. 맞나요?)
얘기도 많이 하면서 추억도 쌓고,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싶었는데 그 놈의 술 때문에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잤어요. 그러나 오히려 안 자는 게 나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자식들이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는데 연기가 옆으로 들어와 미치겠고요. 그것도 수시로 돌아가면서 피우더라고요.(병철.건호.호근.재희야 끊어라. 남들 피해를 생각해서.). 또 방이 엄청 뜨거워서 얼마나 건조했는지 몰라요. 자다가 몇 번을 깼었다니까요. 완전히 잠을 설쳤다고요. 정말 온 저녁을 비몽사몽으로 보낸 것 같았아요. 잠에 취해서,술에 취해서 정신도 멍하고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아침이 됐는데 와! 모두가 깔끔하고 거뜬한 거예요. 언제 어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말이에요.
한 10시는 되어야 일어날 줄 알았는데 7시가 조금 넘어 근방에 있는 청평해장국 집으로 갔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하루를 다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승렬이가 온다네요. 그래서 건호는 터미널로 데리러 갔고 우리는
선운사 주차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설레는 선운산 등반을 위해 출발하였습니다.
2. 둘째날, 역시 선운산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날 친구들이 보여줬던 모습들을 잠깐 느낌 그대로 스크랩해볼랍니다.
*재춘:정읍을 대표하는 우리의 호프,산행에 참석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당신 때문에 정읍이 서울에 못해봤다니까요.
*동희: 불량했지만 그날 우리에게 항상 웃게 만들어 줬고 감초같은 역할로 잠깐이라도 없으면 무척 허전한 친구였어요.
*상래: 어거지와 우기기가 보통이 아니었고, 더 늘었더라고요. 등산도 잘 하고 어찌됐건 그날 상래는 우리의 우상이었지요.
*건호: 착하잖아요.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요.그날도 그랬지만 항상 어디에서든 우리에게는 짱이랍니다.
*종규:다 좋은 친구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날의 종규는 한 카리스마 하는 무서운 친구였어요.하지만 뒤에서 다 챙겨주는 자상함도.
*호근:궂은 일도 다 해결해주는,또 해결해 줄 것 같은 좋은 친구지요. 있으면 어떤 일에서도 든든해요. 그날도 그랬잖아요.
*승렬:영국 신사, 젠틀맨 어쩐지 산에서도 바바리가 어울릴 것 같은 멋있는 친구지요. 승렬이는 우리의 영원한 대빵이에요.
*재희: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친구예요. 다 좋아할 것 같은 친구잖아요. 난 니가 좋아. 그냥.
*병철:자식! 없으면 너무 서운한 친구지요. 그날은 아프다며 비겁하게 놀더라고요. 언제나 꼭 옆에 있을 것 같은 친구지요.
*금자:무섭게 내공이 느껴지는 친구였어요. 조심하자고요. 하지만 유심히 봤더니 그날 친구들도 챙기는 의리도 있더라고요.
*순희:가늘어 연약한 친구 같지만 강한 체력을 갖고 있지요. 등산만 봐도.또 들꽃을 보다가도 슬퍼할 줄 아는 감성도 있고요.
*숙현:조용히 산 잘 타대요.힘든 기색도 없이 말이지요. 변함없는 모습에 좋았고, 언제 만수동에서 같이했던 추억도 나누자고요.
*공례:대모 기질에 팍 덤비는 포스가 무척 힘이 있었어요.그래서 회장됐나봐요.항상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어요.
*미정:부지런 하고,노래도 잘 하고, 다 좋은데 그날은 다리가 아프다고 중간에서 내려와 병철이와 쑥을 뜯었다지 뭐예요.
*봉임:힘든 산행이리라 많이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 잘 하대요.누가 뭐래도 봉임이는 우리의 든든한 빽이거든요.
*승향:빈틈없지,얼굴 예쁘지,산행에 같이 했더라면 산행의 진수를 확실하게 보여줬을 텐데. 아쉽네요.야생화도 잘 배웠을 테고.
*점순:후덕한 이미지에 노래도 잘 하고요.등산할 때는 통 볼 수가 없던데 어디에 있었대요?어찌됐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어요.
*영란:숙현이 하고 맨 앞에 서서 잘 걷던데 많이 해봤나 봐요.폼이 좋더라고요.내 건강 내가 지켜야 하니까 그런 모습 좋은 거지요.
선운산!
언제 들어도 가슴이 떨리고 정겹고 설레지 않던가요? 산보하듯 걸으며 부담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그냥 좋았고요.
산은 계절에 따라 다르고,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던데 어디로 봐도 선운산은 좋은 것 같았어요.
선운산은 그 피크가 4월 동백꽃 필 때라고 해요.
내려오는 찻속에서 숙현이가 그러더라고요. 그 동백꽃은 선운사를 산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심어졌었다고요.
한 500년 전쯤에 심어졌다는데 선운사 동백은 4월에 피기 때문에 춘백이라고 한다고 하고요.
2.000그루 정도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관심있게 보질 않아 몰랐었는데 홑동백의 꽃은 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꽃 송이채 떨어져 주변을 더럽히지 않는 고고함을 유지한다고 하고, 겹동백은 꽃이 필 때는 이쁘지만 질 때는 꽃잎과 같이 떨어져 지저분하다고 해요. 제가 취미로 하고 있는 왜철쭉도 꽃이 질 때 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꽃 송이가 그대로 떨어져 깔끔하거든요.
어쩐지 제가 그런 이유로 홑동백을 좋아하게 될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참고로 선운사 동백은 홑동백이라고 합니다.
송창식은 노래로, 서정주 시인은 시로 동백을 잘 그렸는데, 용혜원 시인의 표현이 이런 봄날에 제일 어울리는 것 같아 한 번 옮겨볼랍니다.
가슴저린 한이 얼마나 크면
이 환장하도록 화창한 봄날에
피를 머금은 듯 피를 토하듯
보기에도 섬뜩하게 피어나고 있는가.
어제 일기예보에 오늘 남부지방에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오히려 적당하게 날씨가 좋고, 바람도 알맞게 불어줘서 오늘 우리가 등산하는데는 정말 안성맞춤인 것 같았어요.
그렇게 우리는 선운사 주차장에 모였습니다. 무엇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선운산에 올라 세상을 접수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런 기대감과 꿈을 안고 우리는 걷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라고 말하지 않아도, 어떻게 가야 된다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희망차게 가뿐한 발걸음으로 걸었습니다.
동희는 잘 알고 있는 듯 상래와 앞장을 섰고 우리는 무작정 따라가고 있었거든요.(오늘 동희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어요.그런 관계로 매표소를 거치지 않아 입장료도 많이 아낄 수 있었고요.)
그렇게 우리는 주차장 뒤 계곡을 따라 수리봉을 향해 선운산에 올랐습니다.
하늘도 보고, 들도 보고, 친구들 얼굴도 둘러보면서 모두가 즐겁고 기뻐하는 모습으로 산뜻하게 선운산과 함께하고 있었답니다.
선운산 능선을 따라 종주하는 코스인데 특별하게 힘들게 하지도 않았고, 어려운 코스도 아니어서 무난하게 즐기고 느끼면서
산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승렬이가 아내를 동반해서 19명이 참석을 했는데 사랑도,우정도,행복도 다 가진 멋진 여행이었답니다.
9시 20분 쯤에 출발하여 11시 경에 수리봉에 도착하였는데 친구들의 얼굴색이 그렇게 환할 수가 없었고,다들 얼마나 좋아 하는지 오늘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는 염려까지 들더라니까요.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드는 선운산 등반이었습니다.
얘기도 많이 하고,이런 저런 일들로 웃기도 많이 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간판이 포갠바위를 지나고 있다고 적혀 있네요. 위에서 볼 때는 누가 바위를 일부러 올려 놓은 것처럼 보였었는데 내려와서 봤더니 오랜 세월을 두고 깎이고 깎여 바위가 포갠 것처럼 되었더라고요. 긴 세월의 흔적과 자연의 위대함이 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우리는 참당암 옆을 지나 낙조대를 향해서 가고 있었습니다.
동희의 그럴싸한 사기치는 말들에 놀아나 웃고 재미있어 하였고, 상래가 어린 날에 누렸던 인정할 수 없는 여러가지 얘기들과 진달래꽃 피어 있는 뒷동산의 추억담도 들으면서 흥에 겨워 유람하듯이, 산책하듯이 걸었습니다.
겨우내 산 속에 감춰져 있다 우리를 반기듯이 불어오는 산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얼마나 맑고 청아했는지 모르며, 또 조그맣고 이쁘게 노란 잎으로 막 피어나고 있는 나뭇잎들이 우리에게 쉬어가라고 유혹하며 속삭이는 듯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빽빽한 건물들로,몹쓸 인심으로 꽉 막혀 살아가는 서울 친구들에게는 탁 트여 깨끗한 시야를 제공하고,공기까지도 맑은 선운산이 얼마나 좋았는지 무척 기뻐하였고, 유별나게 공례는 더 감회가 새로웠는지 정말 좋다고,잘 온 것 같다고,우리의 선택에 감사하며 계속 좋아하더라고요.
가는 길에 종규가 용문굴이 100미터 아래 있다는 표지판을 보더니 다녀서 가자고 야단입니다.
어떡하지? 하산하려면 이 길을 따라 내려 가면 되겠지만, 내려 갔다 다시 올라와 낙조대로 다시 가기에는 먼저 올라간 친구들과 보조를 맞추기에도 무리가 있을 수 있어서 내려갈 때 다녀가자고 꼬드겨 겨우 낙조대로 향할 수가 있었습니다.
선운산의 절경 중에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절경이 이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라고 하더라고요.
저에게는 이 선운산과 묘한 인연이 있는 것 같애요.
작년 겨울에 왔을 때는 등산하다 굽어진 가지에 머리로 헤딩을 해서 기절을 해 며칠 머리가 아펐었는데, 오늘은 또 무슨 필연인지,아니면 악연인지, 그것도 아니면 시키지도 않은 무리한 행동이었는지 낙조대 꼭대기에 서서 서해를 굽어보리라는 생각으로 종규와 같이 뾰족한 바위에 오르다가 머리로 바위를 들이받아 찢어지는 상처를 입고 말았잖아요. 거기에서 기절했다면 어떻게 됐었을까요? 바위 밑으로 떨어져 정말 세상과 아듀할 뻔 했었으니..참! 칠칠맞기는...
우리 뒷동산 두승산이 444 미터잖습니까?
우연찮게도 선운산 최고봉이 444 미터라네요. 그래서 우리에게 더 따뜻했고 친근하게 느껴졌던 모양이에요. 반가웠잖아요.
하지만 크기는 선운산이 훨씬 더 넓고, 봉우리도 265개나 된다고 하니 훨씬 크지요.
어째 너머너머 산들이 많다 했어요. 산 아래로 동네도 보이고, 봉우리도 고만고만 해서 우리 동네 안식이네 뒷산 바우배기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재희가 낙조대에서 함께 찍은 사진들이 참 멋지게 나왔대요. 낙조대! 정말 호연지기의 기상이 느껴지고,자연에 동화되는 멋진 풍경이지 않았던가요?
우리는 그렇게 낙조대를 충분히 음미하고 바로 천마봉으로 출발했어요.
온 산들이 발 아래 반듯하게 정렬하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우렁찬 기개가 전해지며, 어쩐지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영험함이 느껴지는 천마봉! 어찌 이 위대함에 장엄함에 맞짱 뜨겠다 덤비는 암봉이 있을 수 있을까요?
듣자하니 선운산이 이 천마봉 때문에 명산 반열에 들어 큰 소리 치며 버티고 있다고 하던데 진짜인 것 같지요?
우리는 단체사진도 찍고,발아래 펼쳐지는 산들의 행진도 지휘하면서,다 내가 했었다는 그리고 다 가졌었다는 부자된 기분으로 큰소리치며 맥주도 한잔씩 하고 호기롭게 내려왔었답니다.
내려오는 길에 종규.상래는 용문굴을 다녀오지 않았다고 사기꾼이네,나쁜 놈이네,말이 많더라고요. 어쩔 수 없었잖아요.
다음에 좋은 날 선운산에 올라가 사진으로 잘 찍어서 다 볼 수 있게 올려 놓을 테니 이해하게요?
나야 바쁘지도 않았어요. 언제 서울 갈려고...
우리는 선운산 하면 동백꽃만 알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9월 경에 피는 꽃무릇(상상화)이 훨씬 더 유명하답니다.
주차장부터 도솔암까지 양 옆으로 온 산을 덮으며 빨갛게 장관을 이루거든요. 입이 딱 벌어진다니까요.
해를 더 할수록 더 심는 것인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더 늘어나는 것인지 찾을 때마다 훨씬 더 많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가을이면 그 꽃무릇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도 더 많아지는 것 같고요.
언젠가 상사화에 얽힌 전설을 말한 적이 있는데 다시 두 개로 정리하면,
1.불공을 드리러 산사를 찾은 보살이 수도하는 스님을 사모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모의 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애를 태우다
상사화가 됐다는 전설이에요.
그런 이유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상징이 꽃무릇이라고 하고요.
9월에는 꽃만 피고, 꽃이 다 지고 나서 잎이 새롭게 올라 오거든요. 같이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그런 이유가 된 것 같애요.
2. 또 하나는 한 스님이 어떤 여인을 사랑하게 됐는데 신분 때문에 그 사랑을 이룰 수가 없었고, 그 안타까움에 절 마당에 어떤
풀을 심었는데 그것이 상사화가 됐다는 전설이에요.
하산하는 길에 철계단으로 내려오면서 맞은 편 절벽에 미륵장륙마애불이 새겨져 있는 것을 봤었지요?
미륵불을 장륙상이라고도 한다는데 절벽을 갈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미륵부처로 많은 사람이 자주 찾는 이유는 기도가 잘 통하기 때문이라고 하고요. 그런 이유로 유명해져 더 큰 도량이 되었다고 하네요.
선운산을 호남의 내금강이라고 한다는데 아시나요? 그런 이유가 곳곳에서 충분히 다 느껴지더라고요.
장사송도 진흥굴도 다 좋았지요?
진짜 멋있는 곳은 겨울 눈 오는 날에 우리가 내려오면서 지나쳤던 그 찻집이었어요. 오미자차도 참 맛있고요. 차를 마시며 창 너머로 그려지는 경치도,느껴오는 운치도 말로 표현이 안 되거든요. 겨울 추운 날에 이쁜 애인 생기면 둘이 한 번 가보세요. 눈을 밟으며..멋있을 거예요.
웃으며 소리지르며 내려왔는데 우리의 동희 정말 수완이 좋은 건지, 사기 기질이 농후한 건지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고요.
지나가는 승용차를 봉임이와 같이 타고 내려가는 것 까지는 그렇게 이해를 했는데 먼저 내려가 우리가 선운사에 도착해 구경하고 있을 때 주차장에 있는 병철이 차를 경내까지 끌고 와 우리를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거예요. 무슨 수작을 벌였다는 예긴데 누구를 홀겼을까요? 다리도 아픈데 잘 내려와서 고맙긴 했지만요.
선운사 동백을 구경하고 있는데 호기심 많은 우리의 상래! 확인할 게 있다네요. 언젠가 효순이가 말했던 지붕 한 가운데 파란 기와가 있다는 거 말이에요.
확인 했더니 진짜 까만 기와 한 가운데에 딱 한 장 파란 기와가 얹어 있는 거예요.
그것도 딱 3채만(대웅전.관음전.만세루(녹차 체험장)) 그렇게 지어졌더라고요.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지요. 제가 누굽니까? 궁금하면 못 사는 성격이잖아요.
그래서 다음 날 선운사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했어요. 그게 무슨 이유냐고요. 그랬더니 아는 사람이 없다네요.
참! 어이가 없기는...
그래서 다시 선운사 종무소로 전화를 해서 물었지요. 그랬더니 그 여사원도 모르고 있더라고요.큰 스님에게 물어보겠다며 기다리라고 해서 가다렸더니 성실하게 답해주네요.
그 사정은 이랬었답니다.
그 이유는 몇 백 년 전에 선운사에 청기와로 지어진 법당이 있었다네요. 그런데 불이 나서 다 태우고 말았대요.
그 걸 상기하고,같이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 동백꽃도 심었고, 그 자리에 지어지는 새로운 건물에는 청기와 한 장을 올려서 기억하고자 했대요.
기분 좋게 주차장까지 동희의 덕분으로 차를 타고 내려왔더니 그때서야 배가 고프네요.
시계를 보니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더라고요. 고플 때도 됐지요.
선운사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사는 장어도 유명하지만 그 곳에서 사는 참게도 유명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점심은 참게탕으로 결정했었는데 유명한 두 집이 한 집은 교회를 간다고 쉬고,
또 한 집은 결혼식장에 간다고 문을 닫았더라고요.
어쩌겠어요. 풍천장어로 해야지요.
그렇게 동희의 추천으로 가게됐는데 장어도 통통하고, 서비스도 좋고, 어제 남긴 양주.소주를 먹는데도 뭐라 하지도 않고, 그것 까지도 다 좋았어요.덕분에 배부르게 잘 먹고 약간 취한 몸으로 기분 좋게 헤어져 올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헤어질려니 아쉬웠습니다. 그래야 또 만나지요.
9월 살짝 시원해질 때 내장산이나. 계룡산에서 다시 한번 만날까요?
제 개인적으로는 공주 쪽에서 올라 가는 계룡산이 좋을 듯도 싶은데 또 어떤지 모르겠고요.
잘 계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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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왜 둘째 날은 아껴 두는가?
언제 어떻게 만나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깜짝 놀란듯 부둥켜 안고 입이 귓가에 걸리는 건 뭘까?
고마운 친구들...
건강하게 오래 오래 만나자.
용혜원 시인의 표현이 좀 섬뜩하지만 감히 멋져부러...
선운산 등산은 더이상 말로 표현해서 뭐 하겠습니까?
그냥 행복한 산행이었답니다...
종규야? 다 괜찮았지? 그날 보니까 네가 하는 역할이 크더고만. 신임도 얻고 있고. 종규야? 어떤 일 이 성사되기까지는 누군가의 봉사도 희생도 있을 수 있잖아.
그 역할을 네가 한다면 훨씬 더 빛나지 않을까 싶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 이런 행복한 자리,행복한 시간, 많이 만들자는 얘기다. 종규야? 고마웠고 멀리 고향이라고, 시골 친구라고, 뭔가 기대하고 찾았을 지도 모르는데 실망스럽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혹시 부족했다면 얘기해주라. 다음엔 더 신경써서 더 잘 하도록 노력할게.
종규야 만날 때까지 항상 건강해라. 서울 친구들끼리라도 자주 만나고...
부족하고 미안한 게 무에 있을까?...
그냥 친구가 좋아서 만나는 것일 뿐...
친구가 있어서 만나고 웃고 기뻣을 뿐...
고마울 뿐...
기대되는 2탄은 언제올리노 ............
우리 동식이가 같이 했다면 손님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더 큰 힘이 됐을 텐데 조금은 아쉬었단다. 어째 날짜를 정하면 꼭 너에게 그런다냐? 너도 오고 싶었지? 미치는 줄 알았지? 이렇게 서울 친구들이 좋았었다고 하니까 더 궁금했고, 더 서운했지? 네가 딱 버텨야 우리도 힘좀 쓸 수 있었었는데..네가 없다보니까 우리가 더 말도 많이 해야 했고, 움직이기도 많이 해야 했잖아. 다음에 또 기회가 오면 니가 제일 많이 해라. 그게 뭐가 되든지. 알았냐?
산행은 역시 즐거웠고 그것도 무지.... 종영아 나도 사랑해.. 울칭구들 모두 각자의 향기를 가지고 열심히 잼나게 사는게 부럽다.
야! 재희야. 너는 참 사람이 좋아. 뒤에 따라가고, 앞에 뛰어가고, 참 바빴지? 사진 찍느라고...그래도 항상 웃잖아. 니가 내 친구라는 것이 참 고맙고,좋다. 재희야? 너 복 많이 받을 거야. 내내 살면서...왜냐면 남에게 잘 하는 사람, 꼭 좋은 결과로 받더라. 내가 관상쟁이잖냐. 너 잘 되면 내 덕도 있는 줄 알아라. 알았냐?
잘 지내고 또 보자.
술 잘익거던 항상 너를 불러야지......
선운사산행도 좋았지만 난 고향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보고 수다떠는게 더 좋았쓰요~~ 다시한번 요기를 빌어 고향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하고싶포~~^&^
금자는 좋겠다. 다 좋아하고, 다 앞장세워서 함께하고 싶어하니 말이지. 금자가 있어야 모임도 재미있고,힘이 난대야. 술도 먹을 맛이 난대나,어쩐대나. 어디에서든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 좋은 것이지. 그날 양주 3병도 잘 한거야.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언젠가 받을 거야. 세상이 뿌린만큼 거두는 거잖아? 그래서 좋아하나?
난 한 3잔 쯤 마셨으니까 그 값 언제 할게. 멀리서 오느라고 고생했는데 미안하기도 하고,고맙기도 하더라고. 잘 지내고 또 보게. 기회가 된다면 빨리 또 한 번 보게.
종영아 내가농댕이피운게아리나 .나한테진자로 힘든산행였다 허리수술하고 너무힘든등산이다 그래도 앞으로계속등산에도전할거야 그래도 여러친구들이있어서 큰도움이 많이되서 다들고맙다.......
평소에 산행을 가볍게 해주면 허리근육 발달에 많이 도움 될 껄...
허리가 아파도 해야 된다네...
그러면 나중에는 안 아플거야...
알긋나....
어! 그랬다고 했지? 수술하고 그것도 고생한 것이었구나. 미안하다. 말을 하지. 내가 챙기면서 좋은 놈 소리 좀 듣기 위해서 잘 했을 텐데 말야. 병철아? 그래도 너나 되니까 그렇게 하는 거다. 이리 저리로 운전하고, 소소한 일들 다 챙기면서 말이다. 너를 총무를 시킨 것도 그것 때문인 것 같구나. 지들 편하려고...너는 원래 천성이 좋은 놈이야.
내가 보면 너같은 애가 있어서 서울 친구들 단합도 그 정도 되는 것 같애. 항상 고생하는 것 안다. 병철아? 그날 누구보다 니가 제일 고생이 많았어. 내가 순전히 너만 보기 위해서 서울 한 번 갈게. 언제나 건강하고 잘 있어라.
석양무렵 푸른 꿈을 머금고 창밖을 보면서 고향을 달리는 마음은 행복하고 황홀한 느낌을 받았지요.따뜻한 햇살에 반사되어 언뜻언뜻 비치는 진달래,벗꽃들은 도회지 촌부들에게
탄성을 지르기에 충분 했답니다.병철이의 안전 운행을 믿고, 먹고 마시고 흥이나 마냥 재잘거리며,다들 들떠 있었고 홀가분한 느낌였습니다.
친구들의 정다운 모습과 추억들이 겹쳐 떠오르고 행복한 순간을 즐기면서 정읍 식당에 도착했답니다. 오랫만에 보는 친구들 넘 반가웠고 그대들의 따뜻한 환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래! 진심이지? 내가 봐도 좋아하는 것 같더라. 상래야? 서로 격의없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일을 하여도, 그냥 웃을 수 있고, 서로 계산하지 않고 치고 받고 딩굴면서도 항상 눈빛만으로도 행복하고 서로 이해가 되는, 우리 사이가 정말 좋지 않냐? 상래야? 어쩐지 니가 나서면 서울과 정읍의 교류가 한결 더 나아질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더라. 오랜만에 상래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았어. 상래야? 시간이 금방 가는 것 같지 않냐? 지금까지는 여러가지로 다 먹고 살기 힘들어 보기도 쉽지 않았지만 이젠 때도 됐잖아? 실향민들이 나이 들면 저 북쪽 망배단에 가서 들리지도 않고,보이지도 않는 고향을 향해 절하고,울고 그러잖던?
기행문 하면 종영이고. 사진하면 재희구먼...글쓰고 사진찍느라 고생둘 많이했네 ...산행을 같이한 여러 친구들도 반가윘고...
몸 괜찮아? 나에게 보내준 질문은 요새 바쁘니까 바로 정리해서 보내줄 게. 봉임아? 몸이 부실한 거니? 아니면 많이 마신 거니? 그리고 너 말야? 평상시 어린양 부린 거야? 아니면 그날은 독한 맘 먹고 악착같이 걸은 거야? 등산을 잘 하더라고...봉임아? 참! 너는 좋은 데가 많아. 더 잘 해라. 누구에게든... 그래야 나이 들면 놀아 줄 사람이 많아지는 거거든. 봉임아? 항상 멀리서도 꼭 참석해서 불만없이 같이할 때면 참 고맙고 그렇단다. 봉임아? 언제나 한결같이 쭉 잘 지내자.
역시 기록을 남기는 것만큼 또 다른 가치를 갖는 것은 없을 꺼야.. 산행후기를 보니 더 이쁜 신행일쎄..ㅋㅋ
이제 옛 친구들이 소중함을 느씰 나이... 더 많은 친구들이 이런 모임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산행중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모임에 참석한 친구들이 약 40여명 된다는데 얘기를 들었다..수소문해서 모든 우리 친구들이 만날수 있는 그날까지.
이런 아름다운 산행은 계속되리라..ㅋㅋ
종영이의 글솜씨가 일취월장...
정읍 친구들의 환대에 감사.. 감사하며 그런 많은 고민으로 준비했다니 감동의 도가니탕이네...
승렬아? 그래, 나쁘지 않았지? 우리가 꼭 뭘을 해서 좋은 게 아니고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잖아. 너는 또 식구랑 같이 해서 더 특별했을 거고. 우리 반장님이 나서면 네 말대로 한 번이라도 봤던 친구들 규합하는데도 더 자연스럽고 쉽지 않을까? 명분도 설 거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우리 모두 사랑이 넘치고 더 풍요로운 내일이 있길 바라면서 승렬이의 무궁한 발전을 빈다.
잘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