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내가 이번 여행중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도 하고, 막연한 동경까지 품고 있던 곳이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중립국가, 빨간 바탕의 십자가 깃발, 거대한 자연들, 맛있는 초콜렛, 시계, 스위스 군용 다용도칼, 영화나 소설보면 항상 돈 깨나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스위스은행 계좌(보통은 나쁜놈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오호... 스위스가 이렇게 특징많은 나라였단 말인가. 대단하다 나라는 정말이지 우리나라의 한 1/3밖에 안되는 나라에서 저리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단 말이냐고...
무엇보다도 가장 기대했던 곳은 알프스산맥에 걸쳐져 있는 Interken과 the Jungfrau 였다. 각종 스위스 관련 사이트나 안내책자에서 보는 스위스의 자연경관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던 거지... 머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체국이 있다고도 하고, 그 정상에 올라가면 꼭 辛라면 한그릇을 먹어주라는 선배들의 진심어린 조언 또한 있었다.(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스위스에 있는 산꼭대기에서 신라면이라...여기, 스위스라니까!~^^;;;) 일정도 나름대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여유있게 잡았다. 도시의 밋밋함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던 때였다.
후움... 하지만 이러한 나의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인터라켄에서의 날씨는 무심히도 "눈보라"였다. ㅠㅜ 정말이지 하루 더 기다려볼까 저 눈보라를 뚫고 억지로라도 올라가볼까 별생각 다 했지만 결국은 눈물을 머금고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배웠다. 여행이란 이벤트에서 생기는 돌발상황에 당황하지 않을 것, "대안"을 세울 수 있을 것. 머 이런것들. 정말이지 한달 이상되는 여행을 하다보면 꼼꼼하고 정성들여 짜놓은 여정이라도 꼭 "상황"은 발생하기 마련인 것 같다. 하루에 한대 있는 기차를 놓칠수도 있고, 그냥 지나치려고 한 곳인데 너무 맘에 들어서 며칠 더 있고 싶은 그런곳, 그리고 이런 천재지변... 실망하지 말자. 그동안 좋은거 많이 봤자나.. 그때 날씨 안좋았을 수도 있던걸... 하고...
이러한 좌절에도 불구하고 스위스는 여러가지 인상을 남겨준 곳이었던 것 같다. 그 조그만 땅덩어리에 공용어가 4개란다.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이게 말로만 들었을땐 잘 모르겠는데 막상 TV를 틀어서 채널마다 다른 나라말들이 나오면 정말 재밌다.(사실 이건 다른 유럽도 국경근처에 가거나 케이블TV가 설치되어있는 유스호스텔같은 곳에 가도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지역에 따라서 사용분포도가 조금씩 틀리다고 들었는데, 내가 들은 느낌으로 이쪽 인터라켄쪽은 사람들이 독일어를 많이 쓰는 듯 했다. 이런... 이 넘들은 영어도 대략 한다. 호스텔 주인인 군터아저씨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만나는 아줌마들까지도 영어가 된다. 갑자기 10년이 넘도록 영어를 공부해 오고 있는 내자신이 너무나도 작아지는 드한 느낌은 머지?! ㅎㅎ~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여기 알프스산쪽의 날씨는 원래부터 화창한 날보다 흐릿한 날이 더 많다고 한다. 나름대로 위안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을 지난날의 동지들을 생각하며, 훗날 울 그녀랑 꼭 다시와서 썰매한번 타겠다는 다짐도 해보면서...
스위스에서 융프라우에 올라가려고 생각하신다면 묵을 곳부터 잘 알아보고 가시는 게 득이 되실 겁니다. 업소에 따라서 할인쿠폰 주는 것도 서비스도 천차만별이거든요. 관광으로 유명한 곳 답게, 어느정도의 高물가는 감안하셔야할 듯 합니다. 자그마한 기념품이나 스위스 군용칼 등은 생각보다 많이 비싸진 않은 것 같더군요. 무엇보다 까다로운 건 사실 스위스프랑으로 환전해야 한다는 사실이죠. 예상을 잘 세우셔서 현명하게 환전하시길 바랍니다. 신용카드가 있으시다면 최소한의 비상금만 환전하시고 나머지는 카드로 결제하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네요. (신용카드에 붙는 수수료나 환전으로 손해보는 부분이나 크게 차이 안 날겁니다. 아마도...)
한 7시간 기차를 타고 왔더니 어느새 저녁이 됬네요. 관광지로 워낙에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역에 아예 저렇게 숙박업소 안내판이 있더군요. 주로 유스호스텔이고 왼편에 있는 빨간 전화로 해당하는 업소에 전화를 걸면 보통 pickup하러 나와줍니다. 물론 전화거는 건 무료구요... 정작 놀란건... 정말이지 약1/3이 "Korean대환영"이라는 겁니다. Korea라고 쓰는 것도 모잘라 심지어는 All 한국말로 써놓은 곳도 있다는거죠. 많이들 오긴 오나봐요 ^^;;;
이탈리아의 어느 민박집에서 들은 정보를 토대로 "융프라호 등반열차 50% 할인권"을 주는 곳으로 가기로 했죠. 근데 알고보니까 웬만한데는 다 쿠폰을 주는 듯... 어쨌던 소개받은 곳으로 전화해서 난 "군터"라는 살짝은 거칠게(?!) 생겼으나 어찌나 자상하신 주인아저씨를 만나 이곳에서 하룻밤 자게 됩니다. 4인실인데 저 혼자더군요. 이걸 푸욱 쉴 수 있어서 좋다고 해야할지 외로움의 연속이라 싫어해야할지 고민이네요 어쨌던 이땐 쫌 지쳤던 것 같습니다. 따뜻한 샤워와 맥주한잔이 간절했죠! 인터넷이랑 TV까지 있자나! 방안에는 군터 아저씨 대신 지난 한국여행객분들이 써주신 친절한 안내문까지... 여긴 아무래도 Korean만으로도 충분히 장사가 될듯ㅋ
이정도면 나쁘지 않잖아~ 이런델 세 네명이서 오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말야..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지친 여정에서 간만의 여유를 즐기기도 했답니다. 알아들을수는 없지만 그냥 막 재밌는 TV와 아까 기차역 근처 식료품점에서 사온 맥주한 병과 함께...아, 그리고 그동안 아끼고 아껴두었던 신라면 한봉지! 끓여먹었습니다. 얼마만에 끓여먹는 음식이야!~(감격ㅠㅜ)
아침에 부푼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 준비하면서 TV를 보는데, 라이브로 융프라호 정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상프로그램이 있더군요. 된장... 어찌나 눈보라가 많은지 한 시야가 한 몇십미터도 안나오겠더군요! 웬걸 역 근처로 나와보니 마을전체가 하얀 눈으로 가득인 겁니다. 아... 거기다 날씨는 갑자기 왜 추워진거야!! 후움... 의미가 없었죠... 아무것도 안보이는 융프라우 올라가봤자, 말 그대로 한번 "올라갔다" 온거밖에 안되는거죠. 지금이야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당시는 정말 안타까워 펄쩍펄쩍 뛸 노릇이었다니까요!~ 이날 이곳 역사 대합실에는 저 말고도 "눈보라"를 원망하는 분들로 가득했답니다. 아쉬운 마음에 아저씨한테 썰매라도 빌렸는데(그렇게 재밌다는데... 한 몇십분 타고 내려와야 한다데요^^;;), 그것도 막상 생각해보니 제 복장 상태가 너무 불량이었던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아저씨가 근처에서 싸니까 하나 사라더군요. 운동화도 보통 스니커즈에 장갑도 보통 털장갑이었는데, 난 괜찮을거라고 얘기하니까 crazy라고 한마디 해주시더군요. 쩝~ 사실 듣고보니 그래... 한 몇십분(??) 눈을 박차며 언덕을 내려올건데, 내려오면 온통 눈범벅이 될 것 같았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결국 다음 예정지인 Luzerne(루체른)으로 바로 이동! 나름대로 Golden Panorama열차라고 하는 전망좋은 통유리가 달린 기차인데 정말 썰렁하더군요. 다행히도(?!) 시간이 지날수록 눈보라는 더더욱 심해져서 하루씩이나 통째로 일정을 앞당겨 루체른으로 떠나는 제 맘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주었다는...ㅠㅜ (대합실에서 뵈었던 한국 신혼부부 분들이랑, 모 자동차회사다니시던 분들 갑자기 생각나네요. 같이 날씨한탄 늘어지게 했는데!~ㅋ 나머지는 즐거운 추억 만드셨길 바래봅니다^^)
온통 눈밖에 없지만 "good 설경"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과 함께...
그런대로 지루하지 않게 루체른까지 갔습니다. 그렇게 멀지도 않고요. 아참, 당시에 이날 썼던 여행일지를 보니까, 이런 메모가 있네요. 여행객들 서로 만나면 많이 듣게 되는 질문중에 하나, "기차 오래타면 머하고 시간 보내세요?" 저는 보통 일정변경하고, 다음나라에 대한 복습 및 예습 조금 합니다. 여행일지에 일정을 정리하거나, 당시의 느낌들 글로 적어놓고 나중에 읽어보면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때 그 느낌도 다시 살아나는 듯 하고... 강추입니다. ^^
이런 풍경들이 파아란 잔디위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냐 그거죠~ 이건 눈도 아니고 완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씨잖아!!~
- -... 요래요래... 막 이런다니까~ Luzern 도착하니 날씨가 이렇더군요! 그래, 배아파하지 말자. 여기라도 날씨 좋은게 어디야, 그죠?~
이번 유럽여행하고 나서 첨 보는 "전동BUS?? Tram??"인듯 하네요. 철로를 달리지 않는걸 봐서는 걍 BUS같은데, 차암 운전하기 까다롭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거 신기하데....
Lucerne소개하는 책자나 엽서 보면 꼭 등장하는 Kapell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제야 먼가 suisse느낌 좀 나는 듯 하네요. 하늘의 구름들이 어째 쪼까 불안합니다. 그래도 전 구름한점 없는 하늘보다 약간은 낮게 깔린듯한 저런 유럽의 하늘이 느낌이 좋더라구요.
다른 각도에서도 한번 찍어보고...
아직까지 채 못가신 아쉬움에 오전에 떠나온 인터라켄쪽으 바라봤습니다. 여전히 뿌옇군요! 과감하게 포기하고 여기로 건너온게 잘 한 선택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럼 이나라는 멀 팔고 있나 한번 둘러볼까요? 꼭 사질 않아도 상점의 분위기나 품목등만을 구경만 해도 그나라의 청취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답니다.^^
비교적 무난하고(??"비교적") 인지도 높은 *WATCH엘 가봤습니다. 여기, 본고장인데 limited edition 머 이런거 혹시 없을까 해서요. ㅎㅎ 이건 어떻습니까? "19금"으로 하기엔 주인공들이 너무 깜찍한건 아닌지...^^;; 이거 이때 이후로 다른 나라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혹시 다른 나라에서도, 혹은 우리나라에서도 판매하고 있나요? 이렇게 국제적인 브랜드 하나 정해놓고 여러 나라 돌아다니면서 가격이나 디자인 비교해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중에 하나일 수 있답니다^^
마을 외벽에 벽화를 그려놓은 건물들이 많더라구요.
꼭 관광용이라기 보다는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말이죠...
미쳐 몰랐는데 저 국기 디자인 하나로 심플하게 만든 기념품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저는 가까운 친구 몇놈 준다고 제것까지 다용도칼만 3개정도 샀네요. 한 25~30CHF정도면 거추장스럽지 않은 적당한 크기의 다용도칼 사더라구요. 그당시 1스위스프랑이 약 750원이었으니까 만약 30CHF면 한 2만3천원 되는건가요? 가격은 상점마다 조금씩 다르니 비교해서 잘 사시구요. 물론 여행다니시면서 그렇게 대량 구매하실 일은 별로 없으시겠지만 몇십만원어치 이상인가 사면 면세혜택도 받습니다. (비행기 탈땐 꼭 수탁화물 가방에 넣으시구요. 영국 Heathrow공항 같은 경우엔 따로 부쳐주지도 않아요. 그냥 버린다고 그러더군요. 정말 황당하고 화가 머리까지 치밀어 올랐는데 그때 상황이 워낙에 절박했기 때문에 할수없이 주고 통과했죠ㅠㅜ (탑승수속문제로 탑승시각에 너무 가까워 비행기가 날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죠. 완전 영화 한편 찍은 날이었습니다.- -;)
경찰들 유니폼에 "POLIZEI"라고 써있는걸로 봐서 여기는 주로 독일말이 쓰이는 지역인가봐요.(맞죠? 독일말로 경찰...)
시내 구경도 대충 하고 간만에 며칠간 먹을 식료품꺼리를 사볼까 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알파벳이다 했더니 울나라 모 카드회사의 알파벳 시리즈라 나오는 카드상품의 그것과 글자체가 비슷하네요. 체인점인지 나중에 Zurich에서도 보게 됩니다. 대형 식료품 매장인데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한 것이 구경만 해도 재밌더군요. 저 "M"이란 글자는 생각해보니 스페인이나 프랑스, 이탈리아등에서 지하철 탈 때에도 무수히 본 것 같습니다. 그쵸?
그래~서 오늘 저녁은 고기 말린 조각과 삶은 계란, 바게뜨빵... 고소한 우유한잔..그땐 나름대로 잘먹었다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보니 너무 못 챙겨드셨다~ 어쨌던 간만에 앉아서 편안하게 저녁식사... 여기서 Tip하나!(나름대로 tip~) 돈 없고 배고프실때 생계란 한판(한 10개들이 있죠?)사세요. 그리고 취사기구 있는 곳에 머무르시게 되면 저녁에 싹 끓여놓는 겁니다. 저녁으로도 좀 먹고 하루 이틀은 가지고 다니면서 끼니때우기에 좋답니다. 저 바게뜨도 야악간 좀 뻑뻑해서 그렇지 배채우는데 최고구요! 참고로 전 이번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은 살짝 제쳐두었습니다. 거기 경비 절약해서 제가 관심있는 분야에 좀 더 쓰면 어떨까 싶어서요. 물론 없는 경비에 쪼개 쓰려니 아까웠던 것도 큰 이유중에 하나입니다. 힘들었지만 그것도 지금 보니 추억이 되네요...^^
다음편엔 근처의 작은 언덕마을인 Engelberg를 둘러보기로 하죠...
*注意 : 위 글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글이며, 사실과 다른 정보를 포함하고 있을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바른 정보로 응답해주실수록 더욱 좋은 글로 거듭날 수 있지요...^_^
첫댓글 우아...사진 정말 잘찍으셨네요...날씨가 안좋아서 용프라우호에 전못올라갔었는데~~~ 차가운 스위스도 참 멋있군요...또 가고 싶어요.......잘 읽었어요~~~~
거기두 좋아요~어디드라..리히텐슈타인요..아라가 너무 작아서 감동/ 조깅코스(?)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작은데 있을건 다있고 어찌나 깨끗하던지..머두 날씨땜에 융프라우요흐는 패스ㅠㅠ
눈이 있는 곳은 어디나 정말 낭만적이군요~ 와치가 참 너무 귀여워서 첨에 19금이 뭔가 했다는 ㅋ
시계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지당~ 시계 넘 귀엽당~
작년에 본머스살면서 유럽여행했었는데 저두 스위스는 기대도 많이 했었지만 가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던 나라였어요.. 이쁘기도 너무 이쁘고.. 여름에 융프라우 위에서 눈썰매를 탔던 기억도....ㅋㅋ 사진과 설명을 너무 잘해주셔서 다시 또 가고 싶어졌어요^^
19금 시계... ㅋㅋㅋ
Luzern! 저도 가봤었는데.. 굉장히 멋있더라고요.. 사진 너무 멋있어요 ㅎㅎ
전 여름에 갔었는데..겨울도 넘 좋군여..좋은 사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