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3. 11. 10. 금요일.
바깥날씨는 무척이나 서늘하여 춥다. 햇볕이 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1주일 뒤인 다음 주 금요일(11. 17.)에는 나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 산골에 있는 고향집으로 간다.
11월 19일 일요일 점심에는 시제/시향에 참가해야 한다.
내 시골집은 사방이 야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산골이자 농촌마을에 있다.
뒷산 신안재 산자락 남녘 밑에 있다.
내 집은 아주 오래전인 1957년에 초가집을 없애서 개보수한 함석집이다. 그 당시에는 근동에서 알아주던 함석집이었으나 2020년대인 지금에는 너무나 낡은 집으로 퇴색했다. 함석지붕은 자꾸만 녹이 슬고, 시멘트 벽은 나날이 허물어져 내린다.
내 시골집 안마당 안창고 곁에는 소 외양간이 남아 있다. 바로 곁에는 벼창고도 있고, 바로 뒷편에는 일꾼사랑방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1950년대 ~ 70년대 초.
산골마을이라도 농사채가 제법 많은 집에서는 머슴(일꾼아저씨)이 1년간 주인집에서 먹고 자면서 농사를 지었고, 일년 새경으로 쌀 8 ~ 12가마니를 가져갔다.
제법 사는 부잣집에서는 소를 멕였고, 그보다 못한 집은 돼지를 키웠다. 집집마다 닭도 쳤다.
우리집에서는 암소가 있었고, 대전에서 지엠무시(GMC) 트럭으로 실어온 신식 구루마(달구지)도 있었다.
일꾼아저씨는 이따금씩 달구지를 끌고서 십리길 장터에 가고 되돌아오면서 마을사람들의 장꾸러미를 실어 날랐다.
농사채가 제법 있었기에 우리집 소는 외지(충남 서천군 판교 등)에서 사온 커다란 암소였다.
당시에는 소를 무척이나 소중히 아꼈다. 소는 큰 재산이었으며, 밭을 갈고, 달구지를 끌었다. 수컷인 황소보다는 송아지를 낳는 암소를 더 소중히 여겼다.
나는 대전에서 학교에 다니다가 여름방학, 겨울방학이면 시골집에 내려왔다.
바쁜 일꾼아저씨를 대신해서 여름철에는 소를 끌고 들판에 가서 소가 풀을 뜯어 먹게 했고, 때로는 뒷산에 올라가서 산말랭이에서 소가 풀을 뜯어먹게끔 했다.
이른 아침이면 일꾼사랑방에 있는 부엌짝 아궁이에 불을 지피웠다.
추수가 끝난 뒤 보릿대짚, 볏짚을 큰 작두로 잘라놓은 짚뿌라기를 가마솥 안에 넣고, 보리겨, 쌀겨, 꽁깍지 등을 추가로 넣어서 2시간 정도 불을 은근히 때서 소죽을 쑤었다. 구수한 냄새가 나는 소죽은 소가 먹는 밥이었다.
쇠죽을 퍼서 돌로 만든 구유통/여물통에 부어서 주면 소는 '음메 ~' 가늘게 길게 소리를 내며 뜨거운 여물을 천천히 먹었다.
소가 먹는 커다란 밥그릇을 충남 보령지방에서는 '구유, 여물통'라고 불렀다.
내 집에서는 통나무를 깎고, 속을 파내서 만든 구유가 아니라 커다란 돌을 정으로 쪼아서 만들었다.
돌로 만든 구유통. 아쉽게도 돌이 깨졌고, 쓸모가 없어져서 돌 축대로나 활용한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소와 관련된 농기구인 달구지(구루마) 멍에, 쟁기 등도 없어지고 , ...
........
2.
<한국국보문학> '등단 시인방'에는 노중하 시인의 '귕을 아느냐' 제목의 시가 올랐다.
귕, 구유, 여물통' 등 여러 가지로 불리는 소 밥그릇을 뜻한다.
산골 아래의 농촌태생인 나한테 많은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댓글 달았고, 퍼서 '세상사는 이야기방'에도 올려서 내 글감으로 삼는다.
아래는 내 댓글 :
시골에서 쓰는 우리 토박이 말이 잔뜩 들어있군요.
풀베기, 헛간, 작두, 여물, 장작불, 소죽, 통나무, 홈, 가마솥, , 귕, 구유, 구수, 구시, 여물통, 출렁다리 등.
'귕'은 저는 처음 보는 용어이군요.
충남 보령 해안지방에서는 '여물통, 구유'라고 했지요. 큰 통나무의 속을 자귀와 끌로 파내서 만들었지요.
저의 집에서는 무척이나 큰 돌로 만든 여물통. 아쉽게도 돌팍이 반으로 쪼개졌고....
산골마을의 일꾼아저씨(머슴)는1970년대 초에 모두 객지로 떠나서 쇠죽 쑬 일이 없어졌고,
이런 저런 이유로 농기구와 생활용품들이 많이도 사라졌지요.
때로는 민속수집상이 트럭으로 몰래 훔쳐갔고....
* 1970년대 초 농촌/산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도회지로 떠나는 이농시대.
'장작불에 보글보글 소죽 끊는 소리'
→ ..... 소죽 끓는 소리
글 정말로 고맙습니다.
엄지 척!
구유 : 가축의 먹이를 담아 주는 그릇
잠시 쉰다.
2023. 11. 10. 금요일.
나중에 더 보탠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검색했음.
용서해 주실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