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일정 시간을 소화해 낸다는게 참 어렵다 넘 자유롭게 살아서 그럴까? 아님 나이들어 그럴까?
정신없이 떨어져 자고 일어나니 두시 이 닦고 물마신 뒤 다시 잠 한숨 낮에 커피를 몇잔 마셔 말뚱 거릴건데 피곤해서인지 그대로 다시 잠들었다 일어나니 4시가 넘었다 요즘엔 4시도 못되어 어슴프레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한다 낼 모레 하지 때까진 아침 시간이 빨라지겠지
일기 마무리하여 톡을 보내고 나니 아직 여섯시가 안되었다 달걀 하나 먹고 나가 동물 챙기기 어제 집옆 하우스안 병아리장으로 옮긴 암탉이 혼자 웅크리고 앉아있다 병아리들은 따로 놀고 있다 어 병아리들을 품지 않는 걸까? 이상하다 하우스로 옮기기 전엔 분명 품어 주었는데... 좀더 그대로 두고 지켜 보아야겠다
닭장에 내려가 닭들에게 모이를 주었다 녀석들 하루에 주는 양을 다 먹어 치워 버린다 닭들을 솔밭으로 내어주어야하는데 그렇질 않으니 더 먹는 것같다 새끼기러기가 또 나와 돌아다닌다 자주 나오던 녀석들만 없으면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평소 나오지 않던 녀석이 구멍을 찾아 나왔다가 들어가질 못했다 아이구 이럴바엔 아예 드나드는 구멍을 만들어 주는게 좋겠다 막아 놓았던 구멍을 터 주었다
병아리장에 가니 거기에 있는 큰암탉이 보이질 않는다 어딜 갔지 하며 찾아보니 예전 알 품던 곳에 앉아 있다 녀석을 잡아 내고 안을 보니 알이 가득 어허 그 사이 알을 낳아 품고 있었나 보다 알을 모두 꺼내 버렸다 이 알은 무정란이라 부화를 할 수 없을 것같다 암탉을 잡아 아래 닭장으로 옮겼다 거긴 수탉이 있으니 유정란을 낳을 수 있으리라
꺼내온 알을 삶았다 품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알이 상했는지도 모르겠다 먹을 수 없으면 개들에게나 주어야지
아침 한술 실습받으려면 든든하게 먹어야겠길래 한그릇 때려 치웠다
샤워하고 잠깐 쉬고 있으니 실습 받으러 가잔다 8시 10분에나 가자니 넘 시간 딱 맞추어 가면 안된다며 재촉한다 시간을 꼭 맞추어야한다는게 꽤나 부담 이 나이엔 자유스럽게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별 수 없다 저리 재촉하니 따라 나서야지
프란치스꼬 노인장기요양원에 도착하니 8시 30분 들어가니 우리보다 빨리 온 분도 있다 코로나 간이 검사를 하고 안으로 시간되어 아침 체조와 오늘 할 일에 대한 이야기 담당 수사님이 여기 계시는 모든 어르신들을 사랑으로 대하란다 사랑은 행위의 사랑과 존재의 사랑이 있다고 행위의 사랑이란 그 사람이 나에게 한 것 만큼 사랑하는 것이고 존재의 사랑이란 그 사람이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거라고 우리와 함께 하는 어르신이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가짐으로 봉사하란다 누군가를 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한 존재 오늘도 최선을 다해 봉사해 보아야지
이층으로 올라가 우리가 담당하는 어르신들께 인사 아침엔 먼저 복도와 실 청소 다음은 침구 정리 집사람과 현미씨는 침대 시트를 교체하고 난 베게 덮게를 교체 모두 끝나고 나니 11시가 다 되간다 땀 한바탕 흘렀다 담담 샘이 고사장과 날 불러 아래층에 내려가 필요 물품을 올려다 주란다 각자 밀대를 가지고 내려가 물품을 옮겼다 두 번을 왔다 갔다 그도 손쉬운 일이 아니다
어르신들과 잠깐 티브를 같이 시청한 뒤 어르신들 식사 보조 식사를 잘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한술 뜨다 마는 분도 식사도 각자의 몸상태에 따라 따로 이가 없으신 분은 모두 갈아서 좀이라도 있어 씹을 수 있으면 죽으로 이가 좋으신 분은 따로 식사하시는데 밥과 국 반찬이 그대로 나온다 거기에 맞추어 식사 준비한다는 것도 참 어렵겠다
어르신들 식사가 끝나고 난 뒤 남자 실습생들은 식당 청소 밀걸레로 닦아내는데도 땀이 난다
점심 식사하고 휴게실로 내려와 난 잠 한숨 잠이 깊이 들지 않지만 누워 있으니 그래도 좀 낫다
1시 30분부터 일과 시작 일괴 시작전 근골계 예방을 위해 체조 이건 꼭 하는게 좋단다 그래 몸을 이완시켜 놓아야 다치질 않겠지
고사장과 함께 어르신 몇분들에게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읽고 이야기 나누었다 고사장이 구수하게 이야길 잘 이끌어 간다 문제를 내가면서 어르신들의 기억력을 돕기도 하고 건강해 보이시고 자세도 바르신 분이 나에게 어디 사냐고 묻는다 여기에 계시는 분들은 거의다 보행 보조차를 이용하는데 세분만 보조차 없이 걸어다니신다 이분은 그분 중 한분 장성 사거리 산다고 했더니 자긴 장성읍 대창동 산다며 사거리도 아주 좋은 곳이라고 말씀하시는게 정상 그런데 좀 있으니 다시 또 어디 사냐고 묻는다 똑같이 대답했더니 그분도 아까와 똑같이 말씀 같이 있는 동안 무려 열댓번을 똑같은 질문과 대답 그리도 정상으로 보였는데... 이게 치매인가 보다 한분은 어디 사시냐고 물으니 광주 터미널에서 내려 광주 끝이라며 큰도로가에 집이 있단다 어디 동이냐니 같은 말만 되풀이 지난 기억이 사라져 가나 보다
고사장이 다른 일을 수행하러 가고 난 뒤 내가 뒤를 이어 성경이야길 해 드렸다 주무실 때 성호경을 긋고 성모송을 하시면 성모님이 우리를 지켜주셔 마음이 편안해 잠을 잘 주무실 거라고 일어나실 때도 성호경을 긋고 성모송을 하면 하루를 즐겁게 지내실 수 있을 거라고 아담과 이브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와 삼위일체 우린 누구나 하늘에 계신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쉬운 말로 말씀드려 보려하는 데 쉽지 않다 물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말을 듣고 한어르신이 눈가가 촉촉해 지신다 감정을 느끼시는 것 같다
어르신들의 상태에 따라 개별 프로그램을 받는다 어제 조용히 계시던 한 분이 마구 악을 쓴다 내용을 들어 보니 남편이 첩년에게 갔으니 찾으러 가야한다고 자기가 가면 아마 돌아올 거라고 보호사님들이 어르고 달래도 거울을 보고 마구 소리친다 다른 곳으로 모셔다 놓아두면 또 거울 앞으로 가 소리친다 거울에 비치는 자기 모습이 다른 여자로 보이나 보다 두어시간 가까이 소릴 치시더니 좀 잠잠 보호사님이 실내에 누워만 게시는 어르신 저녁 식사를 도와주러 가야한다면서 나에게 그 어르신을 돌봐달란다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지켜달라고 그 어르신에게 같이 있자니 웃으신다 이가 없어 합죽이지만 웃음이 참 귀엽다 좀 있다가 남편이 나오는지 가서 기다려 보잔다 휠체어를 밀고 조금 앞으로 갔다가 아무도 없네요 하며 돌아서 제자리로 아무 말씀 안하시더니 갑자기 선보러 가자고 참 치매란 알 수 없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정신상태 그 누구도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리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그 어르신을 한시간 넘게 돌보다가 식당으로 안내 식당에 가선 집사람이 선보러 가자며 어르고 달래 식사를 다 드시게 하였다
하루일과 가 끝났다 휴게실로 내려와 실습일지를 작성 쓰는 것도 귀찮아 대강 끌쩍 하루가 참 힘들었다 앞으로 4일 남았다 어떻게든 잘 이겨 내야겠지
집사람이 고추밭에 물을 주자고 안달 모터를 가동하여 물을 주었다 몸이 엄청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 모두 물을 주는데 무려 두시간 넘게 걸렸다 몸이 축 처진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여 놓았다 밥 한술 말아 먹으며 막걸리도 한잔
눈이 마구 감긴다 힘든 하루였나?
새벽안개 이는지 가로등불빛이 희미하다 님이여! 알 수 없는게 우리네 인생 오늘도 최선을 다해 건강과 행복을 지켜나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