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선덕여왕 때 세워진 천년고찰이다. 기록에 따르면 원효 스님이 100일간 수도했고, 나옹선사가 참선곡을 지었으며, 무학대사가 머물며 기도를 했던 유서 깊은 정진도량이다. 또한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유생들이 무사히 새재를 넘은 것에 감사하며 합격을 기원했던 기도처이기도 했다. 한때는 부속 암자만 30여곳에 이를 정도로 크게 번창했지만,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등 전란을 겪으며 융성했던 과거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러나 괴산사람들은 흥천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원풍리’라는 행정지명에도 불구하고 괴산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옛(古) 사찰(寺) 마을’이라 하여 ‘고사리’라 부른다.
역사 속에 갇힌 사찰 흥천사가 현재에 다시 나툰 것은 조실 동봉 스님의 원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백산 만경대 토굴에서 십여년간 정진했던 스님은 25년 전 어느 날 만행길에 나섰고, 새재 끝머리에서 외로이 서 있는 석조비로자나부처님을 만났다. 비바람에 방치된 부처님을 외면할 수 없었던 스님은 도량중창을 발원했고 그렇게 극락전, 천복궁, 영전각, 산신각 등이 차례로 일어서면서 흥천사는 여법했던 옛 모습을 되찾아 갔다. 사찰 전체가 복주머니 형태의 바위라 그 위에 그냥 바로 절을 만들었다는 동봉 스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한 번 더 절을 둘러보았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하겠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나옹선사 천복문화예술제’
천복문화예술제는 국민대통합을 기원하는 천도재를 시작으로 산사음악회, 산문·시 발표회, 다도 등 다양한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종합축제의 장이다. 불교를 표방한 행사지만 그 내용이 문화와 예술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고, 산문·시 발표회에 참여한 문인들을 시상하면서 천복문화예술제는 괴산주민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사람이 찾는 가을축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동봉 스님은 일붕선교종 제6·7대 총무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일붕문도회 부총재, 세계불교평화재단 법왕청 최고위원 등을 맡고 있다. 동양화 작가로 1987년 한국예술협회와 1999년 한국·대만작가교류전 대상을 수상한 스님은 매년 불화와 사군자 전시회를 열어 독거어르신, 당뇨병환자 지원, 결식아동 및 재난지역 돕기 등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