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삼천배(三千拜)
[1]
아내로 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 집에 올라 오셔도 저는 없심데이..."
"와! 가출 할라꼬? 어데 좋은 데 있나?"
"좋은 데야 많지예..."
"내가 당신한테 낙엽족(落葉族)인 거는 알제? 그것도 물 묻은 낙엽...쓸어도 쓸어도 쓸리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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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집으로 가는 즐거움에 들떠있는 금요일 저녁이었다.
아내가 다니는 불교대학의 도반 몇 분과 얼마전에 계획한 삼천배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올리기 때문이라 한다.
삼천(3,000)배.....
3,000이란 숫자를 또박또박 입으로 헤아려도 1시간은 걸릴 것이다.
불경을 한 자(字) 쓰고 절하기를 반복하는 일자일배(一字一拜)는 소요되는 시간과 소비되는 체력이 너무 많고,
이번이 처음 시도하는 삼천배라 부처님 명호를 부르며 절을 올리기로 하였다 한다.
33일간 10만배를 올리는 대단한 절의 고수(?)도 계신다 하나, 나는 과연 아내의 체력으로 해낼지가 내심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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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해라~ 하다가 힘들면 중간에 치아뿌고!"
"그렇게 하면 됩니까? 하면 끝까지 해야지요..."
왜 삼천배(三千拜)가 지극정성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물론, 성철스님을 친견하기 위해서 스님이 시키신 삼천배에 대한 이야기는 대략 알고 있다.
결국 성철스님은 삼천배를 통해서 한 번의 청정한 마음을 구하라는 말씀일 게다.
실제로 백련암에서 50여년간 잡일을 해온 노인에게는 삼천배를 한 번도 시키신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노인의 청정무구함을 익히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부처님 앞에서 삼천배를 시키어 나라고 고집하는 아상(我相)을 뽑은 다음, 모든 이를 부처님 모시듯 행동하도록
제도하고 있는 것이다. 훗날 성철스님은 말한다.
"모든 사람을 부처님처럼 섬기라. 그것이 참 불공이다. 참 불공이란 목탁을 두드리며 불단에 음식을 차려놓은 것
이 아니라 가난한 이를 몰래 돕고, 나보다 못한 이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원망하는 원수까지도 부처님처
럼 섬기는 것이 참 불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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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8시쯤. 집에서 쉬고 있는 내게 아내의 문자메세지가 들어왔다.
3,000배는 끝냈고,식사후 저녁예불을 보고 다라니를 독송하면 자정쯤 될 것 같으니, 그때 자기를 태우러 오라는
내용이다. 근 10시간에 걸쳐 삼천배를 끝냈다는 말이다.......
15시간을 삼천배와 불경독송으로 힘들었을 아내를 태워오면서 뭐라고 격려와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당신 진짜 대단하네~ 수고 많이했다!"
"자식일이 아니면 우예 이래하겠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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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음이 맞는 도반들(대부분 입시생을 둔 어머니)과 함께하고 평소에 500~600배를 해온 경험이 있는
터라 처음해본 삼천배가 걱정한 것처럼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2,800배를 넘어설 때는 발이 땅에 붙었는지 허공에 떠 있는지 잘 모르겠고, 오전의 사시예불때 올린 절의 횟수
도 여기에 포함시킬까하는 등, 육체적 고통에 끼어든 온갖 잡념들에 시달렸다고 한다.
"반복되는 육체적 고통을 통해서 선(禪)도 실행되는 기라!"
".............. "
"과거의 인(因)과 현재의 연(緣)으로 열매를 맺는 기 인연이라! 그 좋은 인연의 열매를 맺기위해 기도를 열심히
하고 절도 많이 올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법계(法界)의 힘을 빌려 가지려 하는 기라!"
"..............."
아내의 입 다문 무응답의 뜻을 나는 안다.
"자기는 여태껏 108배 달랑 한 번 해놓고 입만 살아서 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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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afefile/pds99/8_cafe_2008_11_15_07_56_491e016416d80)
한국불교대학에서 삼천배의 실행을 인정하여 주는 염주다.....
[2]
시도 때도 없이 집으로 날아오는 "교통범칙금 통지서"의 대부분은 속도위반이다.
범칙금을 삼사십만원 낸 적이 있는 어느 달에 아내가 하는 말, "당신, 세금 적게 내능기 미안해서 이 캄니까?"
"네비게이션이 없어서 그런기라!"
사실 내가 오가는 길은 멀다. 주말에 대구까지 왔다가고, 5개로 분산된 현장을 오가는 길들이 만만치 않은
거리다. 현장간의 거리가 80km나 떨어진 곳도 있으니 다니는 속도는 늘 분주하다.
"네비게이션 사서 달면 되잖아요?"
"제차에 붙어 나오능기라야 되지 따로 붙이는 거는 시야가 가려서 파이다!"
"남들은 우째 달고 잘도 댕기는공?"
"그거는 그 사람들 사정이고!"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1/7_cafe_2008_11_26_12_59_492cc93ee2165)
그러지 않아도 타고 다니던 레저용 승합차가 8년이나 되었다. 현장을 몰고 다니다 보니 여느차량의 8년보다
외형은 노후되었으나 힘도 좋고 별 탈이 없었는데, 근래에 말썽을 가끔 일으키곤 했다.
대구 복현오거리는 대단히 혼잡스러운 곳이다. 그 곳에서 출근 시간대에 길 중앙에서 시동이 꺼져 내 뻔뻔함을
시험하는 무대를 만들기도 하였다. 아마 그때 평생 얻어 먹을 욕을 다 먹었을 것이다.
끝없이 정체되어 늘어진 차량들이 내 앞을 지나면서 욕설을 하거나,창문을 열지 않은 운전수의 입모양은"ㅆ"이
들어가는 말들을 뱉고 있었다.그런 사정을 안 아내는 내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며 당장 차를 바꾸라고 했다.
"이제 차 바꾸면 앞으로 몇 번 바꾸겠노? 이번에는 "에쿠!"나 "채워!" 로 바꾸까?" 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현장으로 몰고 다니는데 무슨 똥~폼!을 잡을라꼬 시커먼 큰 차를 뒤짚어 쓰고 다녀요!"
"요새 차 머리 뒤에 돼지 꼬랑댕이 같은 거 말아 놓은 차는 테레비도 나온다 카데~"
"테레비 못 봐서 죽은 사람 있심니까? 차에서 보그로! 그러지말고 실속있꼬 경제적인 차를 사이소~경기도 어려
워진다 카는데..."
"마누라는 낮춰서 살아도 차는 못 낮춘다 카던데......"
"아이고! 괜찮심다~카던데 카던데 하지말고 업 그레이드된 마누라나 부지런히 찾아 보이소~"
그래서 새로 차를 구입한지 2개월이 되었다. DMB 네비게이션을 장착한 차라 그 이후로 단 한번도 속도위반에
적발되는 일은 없었다.테레비도 물론 나오고.....ㅋ_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6/14_cafe_2008_11_19_18_31_4923dc28ca007)
그 차의 룸미러에 제일 먼저 매단 것이 아내가 준 연꽃모양의 목각염주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삼천배염주를 차에 두라며 아내가 건넨다.
"힘들게 가진 건데 당신이 갖고 있지...."
"당신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까 차에다 걸어 놓이소~"
염주의 크기가 작아 걸어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기어 뒷쪽에 저렇게 얹어 놓았다.
아내의 삼천배 지극정성이 향불처럼 피어올라 룸미러에 걸린 연꽃을 피운 것 같다.
삼천배를 체험한 아내는 매우 만족해하며 환희심으로 가득 차있다.
앞으로 마음이 일어나면 언제든지 다시 하겠다는 말과 함께 비록,자식의 일로 시도 한 일이나
오히려 자식 덕분에 이런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며 흡족해한다.
그런 아내를 보고 한 마디 던진다.
"당신, 절 많이하면 살빠져서 날씬해진다 캐가 열심히 절 하제?"
"웃긴데이~ 내가 여기서 더 빠질 살이 어데 있심니까!"
아내가 미소를 띄며 곱게 눈을 흘긴다...................................................................._()_
첫댓글 삼천배 회향을 축하드리며 안전운전을 발원합니다...................()()()
고맙심다~ 안전운전 명심하겠심다..._()_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如如하시이소~_()_
관세음보살...()()()
3000배 회향을 축하드립니다.. 관세음보살..()()()
절은 아내가 하고 축하는 제가 받네예....고맙심다~_()_
관세음보살...()()()
삼천배 회향 추카드립니다 관세음보살 ()()()
추카 감사합니다. 成佛하시이소~_()_
관세음보살...()()()
삼천배 회항 축하 드립니다....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늘 좋은 날 되시이소~_()_
관세음보살...()()()
부부간의 이해와 대화통함이 더 부럽습니다 ㅎㅎㅎ_()_
일상의 대화가 이렇심다...부부는 나이 들면 친구아임니까..._()_
관세음보살...()()()
재미있고 의미있고 부부라기보다는 동반자의 모습 그리고 해박한 불교지식...........부럽습니다.
해박하기는요...귀동냥으로 몇 개 주워 들은 것으로 알음알이를 하는 초보 수준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이소~_()_
관세음보살...()()()
삼천배 원만회향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저만 인사 들어서 아내에게 미안하네예..._()_
관세음보살...()()()
삼천배 원만회향을 축하드립니다. 부부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두분의 대화가 넘 아름답습니다. 좋은글 잘봅니다...^^*()
고맙심다~ 좋게 봐주시니 더 감사합니다. 고운 날 되시길요..._()_
관세음보살...()()()
3,000배가 남은 삶의 표석이 되고 용기가 되어 잘 살아보께예...고맙심데이~_()_
관세음보살...()()()
축하드립니다.정말 대단하십니다.두분이 같이 하시면 더욱 좋을텐데예()
안 그래도 아내가 탄력이 붙었는강 이번 토욜날 또 한다카네예! 머리 아픈 데 이거...... 如如하시길요_
관세음보살...()()()
삼천배 회향을 축하드립니다. 부부간에신뢰와 사랑의 대화가펴하고따뜻해정말좋읍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부처님가피기원드립니다 조금지나면 함께 삼천배하실거같읍니다.ㅎㅎㅎㅎㅎ()
안 그래도 끄실리 들어갈 것 같은 불길한 징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고운 날 되시길요_()_
관세음보살...()()()
삼천배 원만회향 축하드립니다.ㅎㅎㅎ두분의 대화 재밌네요....행복하세요.
고맙심다~ 님께서도 늘 아름답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_()_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