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화급한 과제
임병식 rbs1144@daum.net
농촌에서는 예로부터 상머슴을 평가할 때 일의 선후를 따져서 빈틈없이 하는 일꾼을 일등으로 꼽았다. 거기에는 부수적으로 근력이 좋아야 하고, 쟁기질이며 덕석 만들기 마름 엮기를 추가했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 쉼터에는 들돌을 놓아두고 누가 힘이 좋은지 눈 여겨 보았다.
그렇다면 이를 준용하여 나라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무엇으로 평가할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일의 선후를 파악하여 빈틈없이 수행하는 인재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일까. 우선은 전쟁위험을 낮추는 문제, 무역문제, 일자리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지방 공동화 문제와 저출산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초미의 일이 아닌가 한다.
한데 최근에 보면 다소 뚱딴지같은 이슈가 터져 나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설왕설래하고 있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 이런 논의에 대해 하등의 이해관계가 없는 나로서는 지켜보는 마음은 대단히 거북하다.
이게 어디 우선순위이며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도록 그렇게 한가한가 싶어서이다. 이해관계인은 구미가 당기는 관심사일지 모르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볼 때 이것이 그토록 시급한 문제인가.
우리나라의 지방소멸문제와 저출산 문제는 국토를 효율적으로 디자인하지 못하고, 수도권을 비정상적으로 키워놓은데 있다. 그것은 거대한 공용이 되어서 인력과 자원과 돈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정상적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 터이다. 다리와 몸통은 빼빼 말라가는데 머리만 커지고 있는 것을 누가 정상적으로 보겠는가.
그러한 실상은 아주 심각하다. 지자체 중 9개 지역, 전남 신안, 인천 웅진, 경북울릉, 경남의령, 경북 봉화, 강원 고성, 경북 청송, 경북 영양, 전남구례는 소멸위험 지역이다. 이밖에도 시군구 229개중 89개는 꾸준히 인구가 감소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 2005년 노무현정부에서는 100여개의 공공기관을 지방에 내려 보낸 바가 있다. 거기에 딸린 직원들을 지방으로 유도함과 아울러 지역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를 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소를 그냥 살던 수도권에 두고 몸만 내려오거나 지방에서 거의 경제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숙을 하면서 주말이면 지역에 머물지 않고 수도권으로 올라가 버리는 탓이다. 그러하기는 내가 사는 고장만 해도 다르지 않아, 해양경찰 학교가 세워지고 인근에 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전력 등이 있으나 이들이 와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현실이 이러한데 지역 공동화를 막자면 더욱 지역균형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직장옆으로 주민등록이라도 올리도록 독려해도 부족할 판에, 작금의 수도권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그런 문제에는 눈을 감은 처사로서 매우 뜬금없고 부적절해 보인다.
줄어들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만 해도 인구감소 추세가 1,02 명인데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0.78명으로 주저앉았다. 이는 2021년 신생아 출산 24만 9천명이었는데 2022년에 1만 1500명이 준 것이다.
예사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실정은 내가 태어난 고향마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 마을은 5,60년대만 해도 45호였다. 그런데 지금은 대폭 줄어들어 고작 10구가 살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대부분이 뜯겨졌고 빈집으로 남아 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마을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어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아우성이다. 일손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농촌에 시집을 온 이주민과 동남아 인력이 아니면 감당이 안 된다고 한다.
중소도시와 농촌을 보면 한국인과 결혼해 사는 이주민이 많이 보인다. 이들이 낳은 자녀들이 군 단위로 보면 100명에서 150명 선으로 전체학생수의 20%를 상회한다고 한다. 그나마 이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농촌인구 감소를 막아주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이제 단일민족이 아니다. 흰 옷 입은 백성이라는 말은 쓸 수 없게 되었다. 이런 현상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혹스럽게 만든다.
피가 섞여들어 드러나는 장점도 있다. 인구가 그만큼 보태진 것 외에도 스포츠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도 많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문제가 여전한 것은 과제이다. 인구감소를 막아내지 못해 그와 연동된 지역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안을 없는 것일까. 생각의 대전환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기존에 시행중인 ‘고향사랑 기부제’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한도액을 대폭 높이고, 지정 위탁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출산장려금도 획기적으로 높여 지원하고 육아도 정부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강력한 정책을 펴야하지 않을까 한다.
아니, 그보다는 국토 전체를 놓고 다시 디자인을 하여,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에 공장과 일터를 만들어서 도시로 나가 살지 않아도 되게끔 정주여건을 개선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현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2023)
첫댓글 '출산율'이라는 것이 국가사회 여건의 종합적 결과물이라고 보면 단기간에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단일민족이라는 정의도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라는 개념으로 제정립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구미가 당길만큼의 출산장려금 지급은 출산율 증가의 당근이라고 판단합니다.
저는 지나치게 폐쇄적인 이민과 귀화정책의 완화도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수지에 물이 없으면 다른 곳에서라도 끌어와야 한다는 단순한 지론입니다. 다들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겠지만 대응능력은 한심스러울 정도로 형편없다고 여겨집니다.
그야말로 특별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우리나라 절체절명의 위기는 인구감소가 아닌가 합니다. 세계적으로 가장낮은 출산율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온전히 지탱될까 우려를 나타내게 합니다.
획기적인 유인책이 나와야 할것 같습니다.
지역불균형이 심각한데 출산율 저하도 지방을 방치한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남문학 2024년 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