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게시판에 조건부 과외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이 곳에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소.
말투가 좀 이상하오. 심각할때만 이런 말투 쓴다오.
이해하시오.
각설하고...
대개 과외라는게 일주일에 2회, 혹은 3회, 흔하지는 않지만 많게는
4회, 시간은 2시간에서 3시간이요.
그중 일주일에 두번 두시간 옵션이
가장 흔한 경우가 아닐까 싶소.
어떤 예체능 학생이 100점대 후반의 점수를 300점대 중반의
점수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과외샘을 천재일우하기를 기원하고 있소.
예전에 본햏의 경험담을 함 봅시다.
2000년도에 10월 중순부터 수능날까지 약 25일간을 어떤 특명을
받고 과외를 한적이 있소.
상대는 다름 아닌 82년생 본햏의 여학생 외조카였소.
그 해 시험이 엄청 쉬웠던 걸로 알고 있소. 다들 뒤로 나자빠질 정도였던걸로 기억하오. 만점맞고 내신때문에 설대법대 떨어진자의 얘기가
그해로부터 회자되고 있는것이오? 암튼 모르겠소.
암튼 그때 조카녀석의 3학년 모의고사 평균점수는 260점 대였소.
대략 내신은 7-8등급 수준이었소. 학교는 신림동의 ML여고요.
매형되시는 분은 전일과외를 맡기고 그 댓가로 300여만원을 선불로 치뤘소. 당시 실업자였던 내겐 25일간의 노동댓가치고는 엄청난 금액이었소.사실 거절하고 싶었지만 급전때문에 시작하였다오.졸업후 취업준비는 잠시 뒤로 미루었소. 그녀의 인생을 위해 뭔가 힘이 되어줘야겠다는 자기 합리화로서 정신무장을 하였소.
누님의 말로는 조카녀석이 막판슬럼프에 빠져있으며
몇달전 군대간 남친과 재래식(?)메일을 받느라 고시원에서 가보면
공부를 안하고 딴청만 피운다는 것이었소. 쉽게 얘기하면 막판에 더욱더 피치를 올려야 할 수험생이 챗바퀴 돌듯 겉으로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뒤에서 잡아당기듯 성적이 맴돌고 있다는 진단이었소.
수능전 1달이라는 시간은 대충 이렇게 돌아가오.
대부분의 고3수험생들이 그시간에는 무엇부터 손을 대어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갈팡질팡하면서 오히려 시간을 더 헛되이 소모해버리는
시기인것 같소. 붙잡고 붙잡으려다 힘들어지쳐 결국 자포자기로 드러눕는경우가 많소.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 때 쯤이면 시계바늘 돌아가는 소리가 평소때보다 크게 느껴질 것이고 매일밤 자정을 지나치는 시계침은 대략 쓰디쓴 아드레날린을 혈액속에 녹여 심근의 수축과 박동을 가속하는 허탈한 긴장을 맛보게 하는 것이오.그럭저럭 알차게 보내지 못한 소중한 하루에 대한 기억에 숙면은 근심앞에 찾아들지 못한다오.
본햏의 조카도 분명 이런 생활의 반복이었을 것이오.
가솔린차에 제트엔진을 달아주듯 뭔가 압도적인 리더쉽에 의한
강력한 주입식 정리를 기하는 특별과외가 필요함이 누님의 뜻임
을 알아챘오. 딸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였던 것이오.
본햏은 신림동 조카의 처소에서 25일동안 개인적인 일로
거의 벗어나지 않았소. 신림동 녹두거리에 뼈묻는줄 알았소.
조카녀석은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갔다 저녁 6시무렵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소. 그때 부터 훗날 "삼촌은 독사였어"
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강력한 스파르타 과외가 시작되었소.
남은 시간은 딱 25일이었소.
조카녀석의 성적은 대략 이랬소.
언어:90점대초반
수리1:40점대 중반
외국어:60점대 중반
수리2:60점 전후
본인의 전략
1.언어: 단기간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본햏이 이공계 출신인고로
특별히 지도할 내용이 없었고.. 다만 비문학장르의 독해력향상
을 기하고 문학 장르의 핵심요약을 할 수있도록 시간을
배당해준다.
다만 공부를 소홀히 할경우에는 지문에 대한 독해감각을
잃어 난이도의 차이에 따라 점수 편차가 클 위험성이 있는고로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1회분량의 모의고사를 풀도록 지도하고
채점한다. 자주나오는 문학작품에 내용을 숙지 하도록 자료를
정리하고 제공하여 시간을 벌어준다.
<수능결과: 108.5점>
2.수리1 :
언어보다 단기간에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단 수능 난이도가 쉬울경우에는 변별력이 떨어지므로
고난이도 응용문제에 대한 대응능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인수분해와 방정식/부등식/기하학적풀이에 대한 기초적 계산
능력과 빠른 이해력만 따라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40점대의 점수를 60점선으로 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공통수학의 도형/삼각함수/지수로그
수1의 수열/극한 등등의 단원이 한계점수의 원인일
가망성이 크다. 그러나 학습계획은 일단 난이도가
중급정도인 최종정리 모의고사 문제로 바로 들어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다.
반드시 수능시간에 의거하여 실전상황을 만들어준다.
처음 시작시에 3-4회 정도 분량을 풀게 하여 약한 단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세부적으로 체크하여 중점 보충 대상으로
리스트에 올린다. 무엇보다도 지나친 욕심은
아이를 지치게 하므로 너무 어려운 문제는 사간제약상
마주치지 않고 지나치도록 종용(?)한다.
**** 조카녀석의 파악된 약점 ****
- 대수적 방법을 통한 조건식의 동치명제유도
- 항등식에 대한 원리적 이해부족
- 나머지정리, 인수정리의 응용문제에 대한 접근방법부재
- 정수.약수론에 대한 개념적 핵심부재
- 일차방정식의 일반적해법에 이론부재
- 절대값관련 대수방정식에 대한 두려움
- 절대부등식의 활용능력부족(이론부재)
- 부정방정식/2차방정식의 근의분리에 대한 이론부재
- 불연속의 복합적인 유무리함수와 초월함수에대한 이해부족
- 평면 1차변환원리에 의한 그래프작성능력부족
- 기하학적표현과 이해력 부족
- 2차곡선(원/포물선)의 기하학적 상황설정및 풀이력 부족
- 지수로그의 밑조건/진수조건/지표가수/로그의 대리수적특성
역함수와 관련된 상호관계의 원리적 이해력 부족
- 삼각함수의 주기관련/삼각형의 기하학적 정리와 관련된
도형문제에 대한 자신감결여(가장 큰 두려움)
- 행렬의 대수적특성과 여타특성을 묻는문제에 대한 이해부족
- 수열의 점화식과 관련된 복합적문제
- 순서도의 알고리즘에 대한 이질적 거부감과문제풀이경험부족
- 무한등비수열과 등비급수에 대한 개념확립및
복합응용문제풀이능력 부족
- 함수의 극한의 연속성에 대한 이론적 체계부족
- 무한등비수열로 정의되는 불연속함수의 작도능력 부족
- 미분의 정의와 관려된 연속성과 미분가능성에 대한 원리적
문제의 풀이방법부재
- 고차 방정식의 근의 판별에 대한 이론 부재
- 특별한 형태의 고차함수의 극대극소 개형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력부족
- 구분구적법의 원리 파악 부재
- 무한급수로 표시되는 적분의 풀이능력부재
- 이산확률에서 연속확률로의 근사에 대한 필연적인 이유에
대한 이해부족/전체적인 흐름전개 부재
- 돌발성 비교과적 퀴즈문제에 대한 응용력 부재
약점을 대충 정리해보았다. 이런점들을 중심으로 느릿느릿 부족한 펜끝의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에는 즉각즉각 소스북을 찾아 그부분에 대한 섬멸작전에 임하게 한다. 반복학습은 인간이 아닌 고등동물일지라도 필히
유효하다. 개념이해에 대해 난감한 반응을 보일시에는 최소한의 설명을 곁들여 반복해서 문제를 풀도록 지시한다. 결국 깨닫게 된다. 스스로 깨달은 이치는 기억이 소멸할 염려를 덜해준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본다. 한단원을 열심이 함으로써 다른 연관된이 단원이 반사적으로 혼동되고 잊혀지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문제를 대할때 간단한 유형설명과 전체적인 흐름속의 위치를 파악해준다.
하루에 두편정도의 모의고사와 그에 따라 필수적으로 역행되어지는 참고서(소스북)를 통한 개념원리학습을 과외교습의 기본틀로 한다.
가장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만큼 시간관리를 철저히 하고 두뇌의 피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방과후 의 첫번째 학습과목으로 지정한다.
최종적인 오답노트작성을 하루도 거름없이 강제적으로 실시케 한다.
수학에 투자되는 시간은 최소 3시간 최대 4시간으로 배정한다.
수학문제의 특성상 끝까지 풀어서 답을 내었던 문제가 채점시에 틀린것으로 판명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일단 계산이 복잡하지 않은 중저난이도의 수능문제는 반드시 풀어 기본 점수를 확보한다음 고난이도의 문제는 부담없이 그날의 운에 맡기고 나머지 불가항력적으로 손을 대지 못한 몇개의 문제는 5개의 객관식 보기중에 빈도가 가장 적은것을 세어서 몰아 찍도록 유도한다.
<수능결과 60.5점>
3. 외국어영역:
어학공부의 속성상 독해를 통한 어휘의 지속적인 확충과
단중문 위주의 독해리듬을 까먹지 않도록 한시간 반정도
의 시간을 배정하여 매일 모의고사 1회를 풀도록한다.
특히 고난이도의 출제에 따른 점수의 큰폭 하락을
방지하고자 시간배분감각과 빨리읽고 정확하게 단서를
찾아 찍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지도한다.
수능결과: 68.5점 (평소점수에 비해 가장 결과가 미흡했던 과목으로 기억함)
수리탐구2 :
주요도구과목은 아니지만 배점이 높아 수험생간의 점수 편차가 크고
또한 수학과목의 실패에 대한 보험적 성격으로 점수를 보충할 수있는
중요한 의미를 띈 과목이므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과목이 많고 워낙에 내용이 광범위하여 수학처럼 단계적 이해를 해야하는 과목은 아니므로 압축적 정리와 확률적으로 출제가능성이 가장 높은최종 EBS방송교재와 모의고사 문제풀이로 들어간다. 특히 각 문제집의 페이지의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뒷쪽 해설의 핵심요약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수 있도록 체크해준다. 내용정리에 있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탐과목은 그 부분 단원을 역으로 찾아가 30분정도 교과서를 정독할 수 있도록 색인하여 도와준다. 그리고 다시 문제풀이로 즉각 돌아온다. 수2는 실전 문제를 많이 푼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대원칙을 철저히 적용한다.
<수능결과: 107점>
전체 점수: 약 345
표준변환점수: 약 355
모의고사 평균대비 점수상승폭: 95점
진학결과: 소신지원(영문과)으로 4년제 탈락/서울B여대(2년제 영어통역과 예비대기 3순위로 합격)
항상 잠은 1시에 재웠으며
저녁 6시부터 취침시간까지 학교수업의 연장으로
두시간 과외수업후 20 분휴식을 시켰소. 방과후
약 6시간의 체계적이고 강제적이고 효율적인 학습시간을
확보해주었소. 별로 열강을 토해내고 그런건 없었소.
다만 가장 중요한건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그리고 수능이라는 대사 이외에 어떠한 가치도 두지못하도록
신체의 움직임과 의식의 흐름을 옥죄어 주는 역활이었소.
비록 3촌간 혈육이었지만 수업중에는 농담이란건 있을 수 없었고
타협과 양보는 눈꼽만큼도 없었소. 체벌은 없었지만 분신처럼
항상 옆에서 지켜보는 본햏의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압력을 받았을것이오.
아무튼 그녀는 최선을 다했고... 그모습이 아름다웠소.
과외를 시작하기 전에 본햏이 조카에게 해준말이 있소.
"올해 대학진학에 실패해도 좋다. 재수의 길도 있다. 하지만
고3 수험생활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라."
결국 전문대에 가고 6개월만에 자퇴를 하였소.
결과야 어쨌든.....
인생을 살면서 그 아이가 그만큼 열심히 공부에 매진할 기회가
아마 거의 없을 것을 본햏은 생각 했었던 것이었소. 차라리
다시는 훗날 겪어볼 수 없을 듯한 공부에 대한 추억을 심어주었던것
일지도 모르오. 비록 마지막 한달동안이었지만 원없이 공부를 했지 않소?
결론을 내야겠소.
전담합숙과외가 아닌이상
일주일에 4-10 시간되는 과외교습으로는
많은 효과를 거두기는 힘드오. 어차피 공부는
자기 스스로 하는것이오. 과외선생님이 가고나면
며칠간 혼자 남을 기나긴 시간이 찾아온다오.
참으로 정신을 차리기 힘든 고독하고도 바쁜생활이오.
별로 얻어지는 것도 없을것이오.
하지만 그 시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오.
결과에 상관없이 후환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시간이란 말이오.
주워진 시간내에 다른 사람에게 전달받을 수 있는 지식의
양은 한계가 있는법이오. 본햏의 25일간의 합숙과외의 결과는
2001학년도 입시 당시 인문계가 전년대비 60점정도의
평균점수 상승이 있었음을 고려한다면
겨우 35점정도의 실점수 향상 효과가 있었던거요.
당시 본햏은 조카녀석의 눈빛을 기억하오.
본햏과 함께한 모든 순간순간마다 마치 수능시험시작
바로 30분 전의 긴장되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던 것을..
이제 모두들 착각에서 벗어나시오.
4달반남은 지금 시점에서 자신의 수능 점수를
100점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과외샘은 있지 아니하오.
설령 그런일이 있다할지라도 그 공은 열심히 노력하고 따라준
자신의 몫이 50%이고 열심히 이끌어준 과외샘의 몫이 20%
마지막으로 고3수험생이라는 절대권력을 가지고 부려지는
온갖 투정을 다받아주시며 1년내내 식모살이 5분대기조 역할을
감당해내신 당신의 어머니의 몫이 30%일 것이오.
첫댓글 글이 재미있네요 ^^ 마지막 말이 좋네요..~ 맨 마지막이요.. (그 가치로 따지면 % 로 표현할 수 없겠죠..)
멋집니다. 참고도 많이 되었고요 ^_^;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학생게시판에다가도 좀 퍼다 올려놔야 하지 않을지~ ^^ 멋진글 !!
재미도 있고 공감도 하게되는 글이에요..^^ 특히 어머님의 노력..ㅎ ㅏㅎ ㅏ..
참고많이 되는 글이에요.저도 지금 고3과외 하고 있는데... 학생에게 도움될 만한 글인거 같아요...지금 제가 하는 학생도 수1이 40점이거든요...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저도 불끈 생기네요...
읽다가 포기...ㅡㅡ;;
멋쪄요..진짜!저도 존경스러워요..ㅎㅎ글구 글을 잼있게 쓰시네요^^
이마음가짐으로3년간.ㅋ
멋집니다..^^짝짝짝..
ML:미림여고네~ 으흐흐
수학약점에 수학이란 수학은 미분방정식과 라플라스방정식 빼고는 다 나왔군요.. -_-;;
갑자기 재수생활 받아준 어머니가 정말 감사하다는 ㅅ ㅠ
백번옳은 말이내영. ^^
마지막 말을 읽고 제 고3생활이 생각나고 울 부모님이 생각나서 온몸에 닭살과 함께 눈물이 났소... 좀 오버지만 정말 감동적인 글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