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법을 알아야 우리말 달인
네이버블로그/ 아지랑이 아지랭이 이 모음 역행 동화
④ 곰팽이는 정말 싫어
피동 접사 ‘이’ 말고 다른 형태소의 ‘이’를 쓸데없이 집어넣어 틀리게 쓰는 말들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아주 많지요.
혹시 개그맨 이봉원 씨 아시나요? 요즘은 TV에 별로 안 나오지만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대단한 스타였죠. 그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주일 선생님을 흉내 내면 다들 배꼽을 쥐고 웃곤 했습니다.
그런 이봉원 씨의 별명이 ‘곰팽이’였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지만, 우리 때는 ‘곰팽이’라고 불렀습니다. 예전에는 코미디언들에게 ‘살살이 서영춘’ ‘막둥이 구봉서’ ‘비실비실 배삼용’ ‘땅딸이 이기동’ 등 이름 앞에 그의 캐릭터를 나타내는 별명들을 붙이곤 했는데, 이봉원 씨 앞에는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곰팽이’가 붙어다녔습니다. 스스로 ‘곰팽이 이봉원입니다’라고 인사말을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흔히 쓰는 ‘곰팽이’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곰팡이’가 표준어죠. 표준어규정 제9항은 ‘이(ㅣ) 모음 역행동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모음 역행동화’란 뒷말의 모음 ‘이(ㅣ)’가 앞말에 영향을 미쳐 앞말에 모음 ‘이(ㅣ)’가 덧붙은 형태로 소리나는 현상입니다.
옷을 다릴 때 쓰는 ‘다리미’를 [대리미]로 소리 내는 것도 ‘이 모음 역행동화’ 때문입니다. ‘먹이다’를 [메기다(멕이다)]로 소리 내는 것도 같은 이유죠. 우리말에는 이런 것들이 무지 많습니다.
그러나 현행 표준어규정은 이런 ‘이 모음 역행동화’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어원을 밝혀 적는 것이 한글맞춤법이나 표준어규정의 기본 정신이거든요.
이에 따라 ‘곰팽이’도 ‘곰팡이’를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곰팡이’의 ‘이’가 ‘팡’에 영향을 미쳐 ‘팽’으로 소리 나더라도 적을 때는 ‘팡’으로 적어야 한다는 거죠.
자, 그럼 여기서 퀴즈 하나.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어디 ○○○가 없기로 저런 녀석을 애인이라고 사귀니’ ‘어떤 ○○○와 살림을 차렸어’라는 표현에서 ○○○에 들어갈 말은 ‘놈팡이’와 ‘놈팽이’ 중 뭐가 바른 표기일까요? 맞습니다. 열에 아홉은 ‘놈팽이’라고 소리 내지만, 실제 바른말은 ‘놈팡이’입니다.
이 외에 바짓가랭이, 지팽이, 지푸래기, 건데기 등도 바짓가랑이, 지팡이, 지푸라기, 건더기 로 써야 합니다. 봄의 전령사인 ‘아지랭이’도 ‘아지랑이’가 바른 말이고요.
〈어휘편〉에서 쭈꾸미(→주꾸미) 얘기를 하면서 언급한 ‘맨질맨질하다’처럼 어떤 낱말에 이(ㅣ) 모음이 있는데, 이 모음이 있는 앞 글자에도 이 모음이 있다면, ‘앞 글자의 이 모음이 업는 것이 표준어가 아닐까?’ 하고 의심해 봐야 합니다. 즉 ‘맨질맨질하다’의 ‘질’에 이(ㅣ) 모음이 있고, ‘맨’이 ‘만+ㅣ(이)’이니까, ‘만질만질하다’가 바른말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면서 국어사전을 뒤져 보라는 거죠. 그러면 대개는 앞 글자에 이 모음이 없는 글꼴이 표준어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진짜입니다. <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 문법편(엄민용, EBSBOOK, 2023.)’에서 옮겨 적음. (2024. 2.14. 화룡이) >
첫댓글 표준국어대사전을 부지런히 찾아 보겠습니다
어려운 공부일수록
'재미있다, 재미있다'고
최면을 걸어보십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