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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이 온다는 대설(大雪)이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포근한 겨울 날씨로 인해 등교하는 학생들의 옷차림이 가볍다. 한국기상청에서는 올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기예보가 아니더라도 12월이라고 하기에는 낯선 풍경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얼마 전 철쭉꽃이 핀 울산 시청의 정원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필자의 학교에도 철모르는 하얀 꽃들이 피었다.
학교 텃밭의 상추는 여전히 푸릇푸릇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5월에나 개화를 시작하는 딸기꽃이 하얗게 만개해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딸기가 열릴까?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겨울방학 전에 딸기를 따 먹을 수 있을까? 하고.
봄날 같은 날씨지만 학교의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바쁜 시기이다. 12월 2주까지 후기 일반고 원서를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원서 접수가 마감된다. 3학년 학생들은 입시 결과를 기다리며 떨리는 마음으로 남은 중학생 시기를 마무리할 것이다.
울산 지역의 중학교는 3학년을 대상으로 12월부터 전환기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전환기 교육과정이란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고등학교 고교학점제 연계를 통해 교육과정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교육과정이다. 주로 고등학교 미리보기를 통해 고교학점제를 이해하고, 중-고등학교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전환기 교육과정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필자의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징검다리` 전환기 교육과정을 잠시 들여다보자. 세부 운영은 크게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 체험 활동으로 구분하여 운영된다.
미래 자서전 쓰기(국어), 나만의 인생 설계도 제작(기술ㆍ가정), 자산관리 포트폴리오 작성(사회), 관련 교과 직업 탐색하기 등 교과 수업에서는 진로 연계 활동을 주로 한다. `나 자신을 돌아봐요`라는 창의적 체험 활동을 통해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고 미래의 자화상을 디자인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고교학점제 이해를 돕기 위한 진로 캠프를 4차시 운영하는데 자신의 진로탐색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합한 전공계열과 학과, 직업을 탐색하는 활동도 계획되어 있다. 진로 활동의 가장 기본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3 학생들이 입시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고 이해하는 데 온 마음과 에너지를 쏟아주었으면 한다.
12월 3주 차는 대부분의 중학교 1, 2학년들의 기말고사가 치러진다. 학생자치회장 선거, 축제와 졸업식 등 자신들이 주체가 되는 행사를 준비하고 즐기며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한 해 동안 이루어 낸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 상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작성하느라 교사들은 산고(産苦)의 노력을 기울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 한해 학교 현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따라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정안을 마련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생생활규정 개정을 완료하였다. 규정을 꼼꼼히 읽어본다면 교육공동체 모두는 권리와 함께 그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함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조화를 이루는 평화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내년부터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 교육지원청에 배치되고, 학교 내 교권보호위원회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다. 학교폭력이나 교육활동 침해 사안 처리 시 전문성을 확보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도를 높이고 교사의 업무 피로도는 낮추는 효과가 있으니 환영할 일이다.
이와 함께 학교 현장에서 번 아웃(Burn out)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갖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들의 건강한 에너지야말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성장을 이끌어내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