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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간 장비 보수 및 정비 시간을 보내고 취사반에서 저녘을 먹고 있는데,
3 소대 김종현 하사가 분대원들과 식사 대기줄에 있다가 급하게 나에게 다가 오더니,
“ 천하사 ! 이번 팀스피리티 훈련에, 4월 전역대기자들도 전원 투입 하라는 사단 공문이 내려 왔대 ! “라고 말한다.
“ 뭐라고 ? .. 에이 설마...”
" 훈련 갔다오면 2 주일도 안남는데 충청도까지 보내겠어?.."
"거기다가 우린 아직 정기휴가도 한번 남았는데...."
“ 아니야 내가 방금 대대본부 작전병에게 전해 듣고 오는 길이라니까 ! ”
“ 아니 그러면...결국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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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년 2 월 28일
" 야 ! 천하사~!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고 TS 다 뭐다 할만 하것다 잘 해 봐랑 "
염빙할놈들이 이 침상 저 침상 걸터 앉아 댕기면서 볼때마다 염장질을 해댄다.
훈련소 동기중에 먼저 나간넘들이 약올리고 간지가 언제라고,...
이틀 후면 전역 한다고 고등학교 동창녀석 3 명 (즈그끼리는 동기)이 깝쭉거리면서
내무반에 드러 누운 나를 에워싸고 하는 소리다.
두달 빨리 군대 온 것이 말년들이 되다 보니까 하늘과 땅 차이다.
' 참 좋을때 나간다 자식들... '
나는 두달 늦은 죄로다가 훈련 두세개에 TS 까지 뺑이치고 가게 생겼으니...
한용이 재호 상민이...
주눅들은 강아지의 눈빛, 설익은 행동 그러나
나뭇가지만 스쳐도 불에 댄듯 관등 성명이던 전입 초 물당번 시절
사역이나 세면장에서 만나는 세 동창 녀석들은 누가 먼저 왔다고 챙기거나
반갑다고 선뜻 다가갈 사정들이 아니었다.
그저 서로들 지적 당하거나 깨지기 않기 위해 번들거리는 시선으로 사방을 살피기에 급급 했으니까.
이따금 무료한 고참병이 재미삼아 둘을 불러 앉혀 놓고
" 야 쟤가 니 학교 동창이야 ? " 하면, 머뭇도 잠깐 지체없이
" 옛 ! 저의 고등학교 동창님이신 김한용 이병님이십니다 "..
87 . 3 . 20 .
30 개월이라는 종지부를 향해 가는 요즘 생활은,
이제 다시는 해 볼 수 없는 것들이 하나 둘씩 마무리 되어가는 생활이다.
어젯 밤으로 빨간줄 하나 주번하사 근무도 놓았고,
영내에서의 야간교육도, 그리고 근무 인솔도......
중대 서무병이 귀향지 파악 보고도 올렸고, 말년 휴가도 상신 했고
이제 그와의 거래도 끝나 간다.
남은건 세계 최대규모의 육해공 연합 작전 (팀스피리티 87 훈련) 뿐...
< 사병식당에서 하던 김하사의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는데,
너무나 정확한 정보였고, 덤으로다 3 차 정기 휴가는 상신을 하되 그 이행을 알 수 없다는 정보까지.
TS 갔다 오면 보름 남는 전역 날짜라니....참 운없는 군번들이다.
하기사 이해 할만도 하다.
자대에 전역 대기병으로 경계 잔류시키자니
큰훈련을 소화 해야할 계급들이 너무 부족 하고, 중간급 계급은 취약하며 신병들은 중대인원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으니까.............. >
그동안 준비 훈련도 엄청 많았고,
장비 점검, 재물조사다 뭐다 병사들 피를 말리는 작전 대비태세에 녹초가 되었었다.
당장 내일도 부대 뒤편 영평천에서 공격단정 도하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어제부로 신임 중대장이 왔다.
덩대는 작지만 고집스러워 보이는 까맣고 작은 얼굴이 예사롭지는 않아 보인다.
누가 그랬던가. 한국사람은 사람을 대할 때,
첫 눈에 전체를 파악하는 속단의 버릇을 가지고 있다고..
앞으로 짧은 인연이더래도 열심 하겠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상관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 해 본다.
웬지,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머릿 속에 스친다.
3 월 21 일
오늘이 춘분...토요일
그리고 출동 3 일전
우리들의 아지트 매트리스 쌓아 놓는 커텐 안쪽 , 짱박혀 마시는 금복주 맛이 일품이다.
그래도 이등병 시절 군대가 좋았지
PX 에 술이 꽉 찼겠다.
먹고 싶으면 사다 먹고 내무반에 쓰러져도 눈감아 줬건만
요즘엔 음주통제다 뭐다 술도 안팔고
생각나면 몰래 월담해다가 이렇듯 마셔야 되니...
주말극 <사랑과 야망>에 과수원집 딸로 나오는 정자(김청 분)가 환장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렇게 이쁜짓거리만 골라서 하는고.
정자만 나오면 속이 다 벌렁벌렁 거린다.
남자들 마음이 다 그러한가....
'생갠 낮설은 능선 고지 강들을 누비려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마지막 훈련 멋지게 장식해야지
그러나 몸이 아파 걱정이다.
250 KM 훈련의 여파로 오른쪽 다리의 힘줄이 여태 당기고 있고, 왼족 무릎의 관절은 아직도 낫지를 않고 있으니..'''
3 월 23 일.
드디어,
팀스피리트 훈련 발진 전야...
우리가 출동 하므로서 그때부터 이훈련이 열기를 뿜게 된다.
공격 부대 황군, 방어 부대 청군.
공격 부대의 주력 우리사단, 방어부대 11 사단....
그러고 보니 둘 다 야전 예비사단이다. 니미럴..
우리 중대는 정면 주공 연대의 주공 대대, 주공 대대의 주공 중대를 맡았다.
전술 전기분야 교육 훈련등등 하면서 얼마나 많은 땀과 피를 흘렸던가.
연말에 무슨 무슨 평가 수상이다 뭐다 하는 건 죄다 휩쓰는 부대이다 보니,
그 과정들을 들여다보면 말 해 무엇 하겠는가.
가름이 다가 오는 87 년의 춘 삼월
이제 내일이면 나의 군시절 마지막 훈련이 시작 된다.
주공인만큼 많은 고생이야 있겟지만,
그동안 항상 그래 왔듯이 어차피 해야 할거면 부딪쳐 열심하는 정신으로
나의 군 생활의 대미를 장식 하리라 다져 마음 먹는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또 명명된 비상발령이 하달 되겠지
돌이켜 보면 훈련 전야엔 왜그리 노심초사 안절 부절 전전반측들을 하였던고.
체념보다 무서운것은 없나 보다
마음을 놓으니 차라리 홀가분도 한듯 싶다.
애들 몇번 불러 둘러보고 자리에 엎드려 편안한데,
오늘 따라 꺼칠한 모포 자락과 매트리스의 감촉이 생소해 보이는 느낌이다....
3 월 24 일 비...
행여나 하고 지샌 밤,
눈 뜨고 보니, 짖궃은 봄비가 연병장에 긋고 있다.
' 그렇지 !'
' 2 대대 가는 길에 그냥 있어 줄리 없지 '
부대의 전생에 뭔 죄가 있다고, 어째 훈련 때마다 악천후를 동반 하기 일쑤이니...
출발 전부터 애로 사항이 꽃핀다.
장기 훈련인지라, 연병장에 집결 하여 검사 받는 군장과 장비가,
어느 훈련 때보다 무겁고 다양 하다.
지휘관 이하 각분대장들의 꼼꼼한 장비 검사까지 마치고,
" 출발 준비 ~! "
" 부대 출발 ! "
일동에서 전곡역까지 가는 길이 멀기만 하다.
완전 말년이라서 더욱 그러 한지...
사기 충천한 육군 오뚜기부대 용사들이,
오늘 팀 훈련의 첫 발을 내 디뎠다고 누군가 가져온 소형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 나온다.
판쵸우의를 입고, 머너먼 충청도까지의 행군이 시작 되었다.
어느 소도시를 지나다 보니,
( 환영 ! 독수리 전투단 !) 이라는 플랑카드가 걸려 있다.
다른 훈련 때와 다른 배경 상황에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철모에 띠를 두르고,
가슴에 ( 돌격 결전 ) 이라는 스티커만 붙이는 훈련이면 고된 훈련이라는 것을,
29 개월을 마무리 해 가는 나의 짠밥이 증명 해준다.
오후가 되면서,갑자기 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졌다 ,
급기야는 강풍이 도로상의 행군 대열을 강타 한다.
' 젠장할 ! 이 놈의 포천땅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따스한 3 월말의 햇살을 기대 하고 방한복도 소홀이 챙긴 병사들이,
입김을 호호 불며 저녘을 먹고,
전곡을 향해 행군을 계속 했다.
보병 출세한 기분으로 충청도행 비상 열차에 탑승 했다
다른 편에선 탱크등 중장비를 무개 열차에 고정 하느라 사뭇 전쟁 상황인듯 느껴지기도 한다.
인원 점검을 끝내고 출발한 열차에 눈좀 붙이려 하니
각종 장비와 착용한 개인장비들로 불편하기만 하다.
서울의 한강 다리인듯한 곳을 지날때,
'가족들은 지금 꿈나라에 있겠지 내가 여기를 지나 가는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생각하며
멀리 늘어서서 멀어지는 가로등 불빛들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 이왕이면 낮에 이동 하면 오직 좋아...꼭 밤에만 다녀용 참,,,...'
3 월 25일
생전 처음 밟아 보는 충청도 땅에 내려서니,
첫인사치고는 참 매정한 반김이다.
첫발 내려 딛기전 한번 휘둘러 볼 여념도 없이 아이고~~!!
살을 파고드는 세찬 바람과 차가운 눈발이 인적 없이 스산한 음성 소이 역전을 휩쓸고 있었다.
새벽 다섯시,
인원과 장비 점검을 끝내고 또다시 집결지를 향해 이동을 시작 했다.
날도 밝기 전인데도,
민간 부락민들이 보리차를 끓여 노상에서 반겨준다.
벌써 포천 지역 사람들과는 다르다.
군인 보기를 굴러다니는 돌맹이 보듯 하는데,...
비행기에서 돌맹이 던지면 아마 십중 팔구 군지역에 떨어질 것
집결지에 도착하여 지형 정찰을 마치고,
각 소대 각분대별로 산개된 숙영지 편성에 들어갔다.
D 형 텐트를 치려고 야산 능선에 올라서니,
눈발 섞인 찬바람이 씽씽 온 몸이 얼어붙어 말이 안 나온다.
변변한 나무도 몇 그루 없는 야산 능선이라
맞바람에 온통 노출 되서 더욱 난감하다.
거기다 경사도가 있는 능선에 텐트 바닥 고르기도 만만치 않다
숙영지도 개떡 같은데다 잡아놓고는,
선발대로 온 본부 통신대 선임 하사가 하는 말이
얄밉게도
“ 야 ! 올려면 너희들이나 오지, 포천 날씨는 왜 몰고 오냐 ? ” 한다
가까스로 텐트를 완성 하고 좀 쉬려 했더니 쉴 수가 있나,
진지 구축과 위장 명령으로 간밤에 못한 취침도 못 하고,
야삽으로 종일 파고 덮고 주둔지와 장비 위장하느라 하루가 꼬박 저물어 버렸다.
무전기에서는 미군 녀석들이 뭐라고 연방 지껄이고 있는데 당연히 알아 먹도 못할 소리들이다.
어쨌거나 후속 장비들이 빨리 도착 해야지
어렵게 끼워 넣은 침구류마저 자정에 도착 예정이라는데
오늘밤은 얼어 죽게 생겼다.
3 월. 26일
지난 밤 잠자리가 너무나도 추웠나보다
새벽에 일어나니 허리가 땡기기 시작 했다.
“ 어이쿠 추워라 !! ”
임시로 만든 야산 복판 중대사전에서 점호를 마치고
아침을 해결한 다음, 각 분대별로 개인 임무 숙지 훈련을 실시했다.
오후가 되면서 바람은 불지만 따스한 햇살이 비춰서 좋았다.
오른쪽 능선에 숙영지를 편성하고 있는 1소대에 놀러 갔다가 짤짤이판을 벌렸다.
2 분대장 민하사가 깝쭉대며 끼어 들었다가, 인사계님이 오시는 바람에 돈만 잃고 후다닥 도망 갔다.
인사계님...
요즘 나만 보면 자대에서부터
" 어이 천하사 ! 말뚝 박아라 마 "
" 너는 체질 분대장이라 앞길이 탄탄할끼다 !"라고 바람 넣는다
여기선 뭐라고 또 긁을까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 어이 포반장 ! 말년 되니깐에 나도 눈에 안 뵈제 ? ”
“ 여서 한번 돌아 볼끼가 !”
“모 할라고 여까지 와서 짤짤이를 다 하는겨 ?”
“할라믄 자대 잔류병들하고나 하고 있어야제 ”
인사계님은 실실 웃으면서 쓰라린 말년들의 속을 팍팍 긁어 놓고 사라졌다.
훈련 나와서도, 전장 군기다 뭐다 엄격 하기만 하다.
대대 본부와 사단 본부 숙영지에 임시 영창을 운용하고 있을 정도니...
턱끈 하나만 끄르고 있어도 즉각 군기교육훈련행이다.
1 소대 애들이 웬지 눈동자가 멍해 보인다 했더니,
어제 밤새 돌았단다.
후발대로 온 다른 부대원들의 이동 소리인줄 알았는데,
잠결에 들려 오던 우두두두..~군화발의 뜀질 소리가, 1 소대 얼차려였나 보다.
초병들의 경계태세 나태로 인한 통제관의 지적으로..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주둔지의 복판을 지나,
분대 텐트로 돌아오니 모포 4 장이 도착 해 있었다.
‘에휴~ 후속짐이 고작 모포 4 장이라니...’
말단 보병 땅개들의 처지가 한스럽기만 하다.
3 월 27 일
이제 딱 한달 남았다.
여기서만 버티고 나면 드디어 3.8 휴게소를 지나 고향 앞으로...
일석점호가 끝나, 애들을 재운 다음,
할 일 없이 동기 김 병장과 촛불 속을 흐느적거리고 있는데,
이번엔 2 소대 문길이 짜슥이 원정 짤짤이를 왔다.
‘온냐! 잘 됐다 ! D-DAY 되기 전에
일용할 양식 밑전 마련할려면 부지런히 벌어 놔야지’
2 만 5 천원까지 챙겼다가 자식들이 10시 너머까지 하자는통에 본전치고 그만뒀다.
낮에 지형정찰을 가다 보니,
- 환영 합니다 ! 팀스피리티 독수리 전투단 여러분 ! -
우리 부대 환영 현수막이 여기 저기 붙어 있어서 기분도 그럴싸하니 좋았다.
인근 부락민들이 떡을 해 오고 고추장 김장 김치등을 계속 갖다 주셔서
요즘 식단이 풍성하다 너무도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얇은 모포 자락이래도 오늘은 웬지 포근한 밤이 될 것 같다.
그 징한놈의 <전투체력단련>을 여기까지 와서도 한다
어김없이 웃통 벗고 알통 구보를 한다.
그나마 사정없이 돌려 놓고 막판에 하는 일렬횡대 선착순은 없어서 다행이다.
뭐 할만한 땅이 없으니...
다리도 뻐근 몸도 노곤노곤 언능 자자........
3 월 28 일
오늘은 새복부터 남한강 도하 예행 연습에 들어갔다.
수석으로 유명한 지점이란다.
기천만원 상당의 수석들이 이 강변에서 나왔단다.
유속이 상당히 빨랐다.
공격단정이 연속 물살에 떠밀린다.
그래서 45 도쯤의 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향을 잡아야 했다.
그렇게 연습들을 많이 했건만 노를 젓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d-day에는 새벽 야음을 이용 해야 하니...
잘못하다간 남한강 물귀신 되기 싶상이겠다.
그렇지 않으면 남한강이 얼마나 긴가 보자 하고 밑으로 밑으로 가던지...
열지어 차량 이동중인 복귀 행렬이 생소한가 보다.
어른이나 어린이나 멈춰서서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을 보면
숙영지에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으려 자리에 앉으니, 또 먹음직스러운 빨간 김치가 있었다.
인근 민간인 아주머님께서 우리에게 주려고 일부러 택시를 타고 올라 오셨단다.
고생한다고....
자기 아들도 지금 훈련소에 들어가 있다고, 아들 보는것 같다고..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입안 가득 쌈싸 넣은 짠밥을 먹다 말고
멈칫, 벌려진 반합 뚜껑들 사이로 고향 어머님 얼굴이 스쳐간다....
숙영지에 서서히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공격개시가 임박함에따라 초조와 긴장이 병사들의 모습에도 나타 나고 있다
청군병들도 눈에 보이고 우리 부대에는 각국 보도진들이 도착한다고 한다
28 일 계속
' 너희들도 느끼고 실감 하게 되리라 ! 이등병이 일병이 되고 상병이 되고, 다시 병장이 되고 말년이 되다보면 ...'
익숙하지 못하면 노력과 성의라도 보여야 하며 그도 안되면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건만.
졸지에 집합 명령에 이어 예정에도 없던 야간 행군을 마치고 자정이 다 되어간다.
조이고 조이면 볼트와 넛트 둘중 하나는 반드시 어긋 나는 것,
휘어잡는 전장군기가 극에 달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이제 잠시후 자정부로 쌍방간 가상 국경선 출입이 금지 되고, 청군이 침투해 내려 온다는 첩보가 하달됐다
얼마 자지도 않았는데 또 " 비상 ~! " 하는 불상사는 없으리라 믿으며 여기서 이만 자려 한다.
- 11 시 50 분 중원군 야산 숙영지 텐트안에서
4 월 3 일 ( 젠장할...날짜가 몇일인지도.. ) 흐림
어떻게 여기 까지 왔는지조차도 모르겠다.
허리가 땡기고 손과 발이 장비에 시달려 저리며, 어깻쭉지도 뻑쩍지근 하고
머릿속은 휑하니 아무생각이 없어 글을 제대로 쓰지를 못하겠으며, 전투화를 벗어 본지가 만 4 일이 지났다.
" 햐~ 무슨 놈의 TS 가 이래?..이런것이었어.?? "
이야기로만 듣던, 지면과 방송으로 보던 훈련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실제 전쟁 상황을 간주하고 하는 훈련이니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부딫치고 보니
정말 실감나는 로드 액션이 따로 없다.
비상이 걸리고 완전 전투군장을 꾸려 공격 개시를 할때까지는 그래도 나름
' 자 ! 이제 시작 해 보는거야 ' 하고 당참도 있었지만
숨돌릴 겨를도 주지않고 가쁘게 전개되고 변화 무쌍한 상황들에,
한마디로 혼을 빼 놓는듯한 ...
상시 작전 훈련때처럼 어느정도 예견되는 통빡을 굴렸다가는 낭패를 당하곤 한다.
4일이 지난듯 싶은 지금에야 비로소 2인용 A 텐트로 숙영지를 편성하고 쉬고 있지만,
시간계획 하달도 없고
오늘밤 언제 어느때 또 상황이 걸릴지를 몰라,
벗어 팽개치고 싶은 ( 썩어 문드러졌을지도 모르는 발때문에 ) 전투화를 그대로 신고 이글을 쓰고 있다.
느닷없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또 비상 발령 되어, 떨며 군장을 다시 꾸리고 출동 공격 앞으로 할지 아무도 모르는 판이다.
팀스피리티 훈련이라 해서 장관을 이루는 모습도 내심 기대 했건만 그렇지만은 않다.
보병은 역시 보병...
헬기들과 펜텀기등 전투기들은 신나게 하늘을 누비고,
지상의 왕자라는 전차 장갑차 그리고 포병 부대들은 줄을 지어 그 위용을 뽐내는데,
여기 저기 뛰고 구르고 자빠지고 산위에 달라 붙고, 흩어졌다 모이고 다시 또 한곳을 향해 아득한 함성을 토하고 처연한건 보병밖에 없는듯 싶다....
부대 공격 방향에 길이란것은 없다
물이 고인 논이 있으면 그대로 빠져서 뛰어 건너고 개울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극복 하고
공격대형으로 전개된 부대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무조건 대형을 유지한채 전진 또 전진이다.
젖은 양말을 갈아 신을 엄두도 못하고 시시각각 실전 상황이라는 가정아래 예외를 주지 않는다.
새벽 한시 전후가 되면 어김없이 " 공격 앞으로~! "
도로는 그림의 떡일뿐, 4 일 동안에 여기 공격 목표를 점령 하는데는,
이고지 저능선 충청도 험한 골짜기에서 새길을 만들어 가다시피 누비며 돌격을 감행 해야만 했다.
밤 10 시경이 되면, 모포도 없이 텐트도 못치고 두더지 인생.
믿는 것은 야삽과 판쵸우의 뿐,,,,
땅을 파고 들어 누워 뒤집어 쓰고 떨다가 기상 소리에 일어나 보면
어김없이 새벽 02 ~ 03 시 여명 공격시간.
하루 저녘은 다행이 운수가 좋아 짚더미 속에서,
나머지 밤들은 호속에서 지냈고, 험한 산에서 제대로 끼니를 이을 수가 있나,
제대로 먹는 밥이라야 트럭으로 가져다 주는 저녘 한끼 뿐. 아침에 먹을 밥까지 한꺼번에 ...
이튿날 점심은 전투식량 아니면 건빵으로 개인 휴대....
나~참 ....초전 삼일 훈련때의 몰골이 충청도에서 되살아 나는 초전 20 일이 되려나.
그래도 가는곳마다 돌격의 함성소리 높고, 고지 점령 직후의 사자후 소리는 육군 보병만의 유일한 자랑
헤메는 곳이 많아 민가의 김치 지원이 계속되니, 옆구리에 차고 다니며 먹을 수 있어 좋긴 하다.
거치른 숲 가시밭길, 풀뿌리 나무 뿌리에 걷어 채인 전투화, 그 바닥이 떨어져 나가고,
근 일주일동안 세면 한번 제대로 못했다.
근질 근질해 미칠것 같은 머리통을 식히려 철모 한번 벗으려면 전술적인 행동이다 뭐다 그것도 못하게 해,
아...무럭 무럭 나는 김과 땀으로 범벅된 소금에 쩔은 내 대갈통..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니 손바닥이 훨씬 남아 돌며, 움푹 패인 양볼 솟아 오른 광대뼈 졸음겨운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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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하고 욱천이 녀석들 내한테 돈 만원 뺏어 가더니,
한참 산아래 침투를 감행 하고
소주 네홉들이 포로 두명 잡아 와서 판벌여 놓았다고 살짝 텐트깃을 들춘다
1 텐트로 건너가서 모처럼만에 퍼 마시고 왔더니 기분이 아싸 하니 풀어졌다.
신임 중대장도 그랬다.
1 단계 최종 공격목표에 돌격 하고나서, " 시8 젖같네 " 를 연방 복창 시킨다...에이 '시팔 젖같네...
<훈련용 전단이 있어 올려 봅니다. 비표시는 피아 구별용이었던것 같습니다>
새벽 1 시 다시 비상 발령~....
이번 T/S 훈련의 하일라이트인 남한강 도하 작전을 감행 했다.
출동 준비에 이은 공격 앞으로~ 04 시쯤에 남한강에 도달 했다.
짙은 안개와 아군의 연막차장으로 피부까지 엄습하는 차고 습한 기운이 더욱 가중된다.
시계가 짧은 상황에서도 훈련한 대로 일사분란 가슴팍까지 빠지는 곳까지 공격단정을 밀고 가다가 이내 힘차게 선상에 올라 노를 저어 갔다.
건너편(차안) 방어 부대 청군의 빗발치는 기관총 소리에, 강변은 순식간에 파공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따라라~락 ! 따다 당- 따다다-당 다다다다 당...
전장의 소음들로 출렁 거렸다.
무사히 도하를 완료하고 차안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나니 이번엔, 연막과 운무에 묻어 오는 뿌연 빛무리와 함께
경문교, 중문교, 도보교를 설치 하여, 전차와 장갑차 각종 차량들과 후속 병사들이 줄지어 도하를 실시한다.
목계 다리를 왼편에 두고 고요 했던 강변 마을에 긴박한 도하 작전과 함께 찬란한 아침 햇살이 장관을 이룬다.
선봉에선 우리 중대는 교두보를 인계 하고 또다시 공격 앞으로의 급속 전진을 감행했다
청군과 대치 하기도 하고 교전도 벌이고....
도중에 고지 전투의 승패가 가름된 상황에서 청군 병사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놈의 사단도 골때리는 사단인가 보다.
일명 <아루바시 사단>이라 불리며 ' 오늘도 ~ 걷는다~ 마는 ' 하며 산단다.
동병 상련이라던가!
훈련중 적군이지만 서로를 격려 하며, 또다른 방어를 위해 뒤로 빠지면서 다른 고지에서 또 보자며 수고 하란다.
제천행 차량들의 엔진소리 타이어와 아스팔트의 강렬한 마찰음들이 텐트안에 가득히 밀려 온다...
내일은 또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판, 그래도 쉴땐 확실히 쉬자 하며 얼마만에 벗어 보는 전투화인지,,
드러 누운 잠자리에서 하는 생각이 ' T/S 만 끝나 봐라~ 15 일밖에 안 남는다..'
급조된 텐트를 재무장 하라는것을 보니 급박한 상황은 없겠지..
- 천둥산 다리재 대월 마을에서 -...
▶▶ 게시판<추억속으로> 386번 게시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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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모든 것이 영사기 필름처럼 지나 가네요, 돌격
건빵 하나의 무게도 감지되는 군장인데,,,,
말년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수양록을 악착같이 넣어 다닌 덕분입니다...^^*..
우국종님도 그때 저와 같은 장소에서 산하를 휩쓸고 다니셨겠군요..6 중대가 예비로 공격 했었나요?...^^**
예 아마 그런 기억이 납니다,
월욜아침 출근해서 일은 안하고 선배님 T/S 훈련기를 읽있네요.ㅋ
지송합니당~..업무에 지장주믄 안되는디.....과분한 칭찬으로 여기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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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시 꼭 내가 딸때는 글 안한디,,,,~
쫌 잃고 있으면 꼭 누가 와요 ..<인사계님, 중대장님, 혹은 순찰 뭐 이런..> ...
맨날 잘해봐야 뭐,, 본존치기만 해도 잘 한거여요..^^*
천하사 니는 참 열심히 군생활한것같다
아마 후배들한테 좋은 선임이었을거야...
너의 인상이 그걸말해줬거든.
이형...누구 누구는 군생활중에 이런 훈련 한번 해보고 가야 한다고,
전역도 마다하고 연기 시켜가면서 T/S 참가 했다고들 하더만요.
이형도 한 6 개월만 (읔...!..너무 많다..일각이 여삼추인데..ㅋ) 연기 하시고 T/S 참가 하시지 그러셨어요..
참 볼만 했습니다. 신임 중대장....중대에 절반 가까운 이병들, ..알만 하죠?
사람이 못하는것이 아니라 계급이 못하는것이었죠..기회만 되면 술로 풀었습니다..ㅋㅋㅋ
돌격! 안녕하십니까? 글로나마 가끔 뵙습니다.
논산훈련소에서 팀참가시키려고 끌려와 중대배치받은지 이틀만에 팀에 참가했었죠.
출동하던날 1소대 배치받았으나 총도없고 군장도 없는 신병이라고 1소대장에게 퇴짜맏고 본부소대 따라다니며 정말힘들게(담배도 없고,동기도없고,아무것도 모른채)
훈련한 생각이 생생합니다.천포반장님뒤에 아마 김희준포반장,그뒤에는 오영석 포반장이 포반의 명예를 지켰죠.
팀때 신임중대장님은 유용수대위로 1년정도 뒤에 땅개 힘들다고 보안대로 전출가셨었죠.
후배님 ~반갑네..^^* 후임들이랑도 한번 보고 잡구먼..난 60 mm 박격포 분대장이었고,본부소대장도 겸한 셈이었네.
상황시에는 중대본부를 지근에 두고 분대 단독 작전,종료시엔 본부요원까지 통제 해야 했었지.
군인은 직책에 따라서 평시 작전 훈련시에 중대원 모두가 거기에 맡게 단련되어지기 마련.
그런데 T/S기간엔 가장 위와 아래가 허약 했었지. 그것을 잡아 주는 임무가 일명 짬밥 굵은 고참병들이었다네.
본부에 적을 둔 나는 그임무가 몇배로 힘들었다네.
<남현 후배님도 소대 배치를 받고 팀을 뛰었다면 아마 몇배로 힘들었을걸세.
1 소대, 흥곤 후배님이 편안히 훈련 뛰게 해주었을 지도 모르고 ^^*... >
기억이 나는구만,
참으로 힘들었던 과거가 있기에 오늘이 즐겁지요,나도 팀스피리트 훈련을 1번정도 참가했던것 같으데,글을 읽어보니 우리때보다는 훈련소품 준비가
많이 된네요.우리 5중대 후배님들이 고생이 많았고요,그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좋은 추억으로는 간직하고 싶네요. 잘읽고 갑니다.........
몸 힘든거야 뭐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깐요....
째보기 선배님도 소대복귀후 제대 하고, 마동민 서무계도 나가고
왈료 병장 김정규 통신도 가불고 행정반은 구심이 될만한 이가 없었지요...
거기다가 교육사단에 적응 안되는 신임 중대장까지...
인사계님은 중간에 끼여서 맨날 나보고만 뭐락 하고 ,,,
T/S 내내 홧병이 도졌다는...^^**
정말 선배님은 타월한 소설가 이자 멋진 고참이었을것 갔습니다....
너무 멋있습니다....
소설책으로 한번 내보세요.......돌켝~~
ㅎ....가만 있자 그러면 ,,,,8사단 카페 전우님들께서 한권씩만 사주면...에 또 그 손익 분기점이라설라므,......ㅎㅎ 칭찬으로 여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돌~켝!!
잊혀졌던 TS의 기억을 확 떠올리게 하네요.....너무 잘 읽었습니다
난 84년 자대가자마자 TS를 뛰었는데 전우님은 말년에 뛰셨군요.....
같은 60mm라 더 반갑네요....우리 밑에 기수들은 훈련병 신분으로 참여했지요
님께서도 전개 지역은 달라도 함께 하셨었군요....
저도 이 글 올리느라 새삼 다시 읽어 보니 감회가.....
60mm 분대.. 공격 앞으로 상황에선 소총 소대보다 느긋한 면도 있죠.
중대본부와 함께 이동 하며 포 방열 했다가 말었다가.. 가는만큼 또 따라가곤 하니깐...
그런데 나중에 전위 소대가 고지점령 하고 쉬고 있을땐 죽어라고 쫒아가 합류 해야 하는 단점이 또..ㅎㅎ
아!! 저 는 선발대로 한달먼저 참여했는대............잊었던 기억 찾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헐~ 그러면 후배님께서는 무려 50 여일씩이나 훈련을.....
20여년이 지난 일들을 어찌 이리도 바로 어제의 일들처럼 생생하게 기록 하실 수 있는지요...
선배님께선 정말 군 생활 열심히 잘 하신것 같아요~
저는 힘들어 죽는다고 했던 훈련들도 그게 무슨 훈련인지 조차 모른답니다
개념없이 하라면 하는 것이였죠...
저희때는 잠시 TS가 없어졌었습니다. 그래도 쉴 틈없이 훈련했던것 같은데....
한편의 전쟁 영화를 본듯 고급스러운 느낌의 선배님 글에 건방지지만 별 다섯개를 드리고 싶습니다~^^
몰래 가지고 다니면서 수양록에다 기록해 놓은 결과물입니다..^^* 감사합니다
수고많으셨네요전 팀스피리드 준비한다구 매스 찢어가지구 무전기카바.B77카바등등 미싱좀 한다구 인사계가 제대 앞두구 얼마나 부려먹던지...글치만 모든훈련및 작업에서 열외였었죠..글구 전역신고하러 사단갔는데 거기까지 연락와서 전역식끝나면 와서 도와주구 가라했는데 동기들하구 술먹구 맛이간통에 못도와주구 온게 생각이나네요ㅠ.ㅠ 아 인사계생각나는 글이네요..
인사계님은 모든 중대원의 어머님이셨지요....^^*
저는 통신이라 정말 뺑이 쳤는대요......한가지 기억나는 것중에 가설되었던 선을 철거한다음에 선을 가지고 도로에 나가 있었어요 그때 일병초임일대.....그때 청군에들이 차다고 지나가다
병장쯤 되어보이는 사람이 날보고 야 하고 부르더군요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팔로 이거나 먹어라 했는데.....차에 타고 있던 청군들이 날 한바탕 웃고 야라고 병장 어이 없다는듯 표정 !! 지금도 가끔 생각나면 웃음이 저절로
요즘에는 사병간 타부대 군인들을 호칭할때는 <아저씨>라고 한다네요 계급에 상관 없이 상호 누구나간에,,,사고 방지에 도움이 되긴 하겠네요..^^*
5년전 제 조카가 군병원에 호송 되었을때.....거기서 자기들끼리 아저씨라 하더군요
조카놈 보니까 부대 벗어나면 나이 같다고 계급이 틀린데도 서로 반말합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