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탑 건
‘탑건’을 향한 도전 남자의 로망을 담다
젊은 전투기 조종사들의 청춘·사랑 이야기, 경쾌한 음악 어우러져
톰 크루즈를 스타로 만든 영화… 개봉 후 미 공군 지원자 증가하기도
‘탑건’의 주인공 톰 크루즈. 파라마운트 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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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Top Gun), 1986, 감독: 토니 스콧 출연: 톰 크루즈, 켈리 맥길리스, 발 킬머
스피드는 남자들의 로망이다. 대개의 남자는 거친 배기음을 뿜어내며 전속력으로 퉁겨져 달려나가는 강력한 스포츠 차를 동경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며 멋있게 달리고 싶어 한다. 이 같은 로망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창공을 초음속 속도로 나는 최고 전투기 조종사, 탑건(Top Gun)이 아닌가 싶다.
‘탑건(Top Gun)’은 ‘최고의 사격수’라는 뜻으로 1969년 최고의 파일럿을 배출하기 위해 세운 미 해군의 공중전 학교(Fighter Weapons School)에서 최고 성적으로 졸업한 조종사에게 수여한 칭호다.
영화 ‘탑건’은 남자들의 로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파일럿 특유의 멋있는 복장을 갖춘 젊은 장교들이 나와 스피드를 겨루고, 갈등하고 좌절하고 시련을 겪지만 끝내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사랑 역시 위기를 맞지만 해피 엔딩이다. 젊은 그들은 한결같이 운동으로 잘 다듬어진 몸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단 한 명의 최고’가 되기 위한 과정을 통해 남자들이 꿈에 그리던 로망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영화 개봉 후 미 공군의 지원자가 늘었다고 한다.
1급 조종사 ‘탑건’ 양성하는 학교 배경
전투기 베테랑 조종사 매버릭 대위(톰 크루즈)는 미국의 1급 전투 조종사를 양성하는 탑건 훈련학교에 입학해 특수훈련을 받는다. 탑건이었던 부친의 피를 받은 그는 규정을 벗어나는 모험을 즐겨 동료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된다. 그는 항공물리학을 강의하는 여 교관 찰리(켈리 맥길리스)를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훈련비행 중 매버릭이 조종하던 F-14 전투기가 제트기류에 휘말려 엔진 고장을 일으켜 추락한다. 이 사고로 같이 탑승했던 동료 구즈가 목숨을 잃고 만다. 매버릭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그는 죄책감으로 훈련마저 포기한다. 탑건 1위 자리도 라이벌 아이스맨(발 킬머)에게 내주게 된다. 그는 연인 찰리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퇴교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즈음 미국 상선이 기관 고장으로 인도양 영해를 넘어서면서 미그기의 공격을 받는 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 매버릭은 라이벌 아이스맨 후방지원으로 비상 출격을 하게 된다. 훈련 상황이 아닌 실전에 투입된 것이다. 하지만 매버릭은 위기에 빠진 아이스맨을 구한 후 미그기를 격퇴하고 돌아온다. 환호하는 동료 속에 두 라이벌은 우정의 악수를 한다. 이후 매버릭은 탑건 교관을 자원해 학교로 돌아오고,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찰리와 재회한다.
미국 해군의 협조로 역동적인 공중전 촬영
영화는 미국 해군의 협조로 마하(마하 1은 초속 340m) 2.4의 가변익 전천후 요격기 F-14 톰캣(Tom Cat)기를 등장시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역동적인 공중전 화면을 만들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당시 신인 톰 크루즈는 매력적인 마스크와 잘 다듬어진 몸을 바탕으로 정의감에 불타는 청춘을 연기해 크게 히트했다. 카메라 역시 매력적인 톰 크루즈의 얼굴을 화면 전체에 크게 자주 보여준다. 반듯한 사관 제복에 어울리는 짧은 머리, 선글라스, 가죽점퍼, 청바지 차림을 한 톰 크루즈의 일거수일투족과 오토바이의 질주 장면은 남자의 로망은 물론이고 여심까지도 흔들기에 충분하다.
1987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곡 ‘Take my breath away’를 비롯한 경쾌한 음악들과 창공을 나는 전투기, 아스팔트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의 스피드를 잘 살려낸 영상들은 이 영화가 개봉된 지 30년의 세월이 흘러도 전혀 ‘옛날스럽지’ 않게 한다.
“최고가 되려면 실수하고도 계속해야 한다”
영화의 중심 이야기는 ‘탑건’ 제목이 시사하듯 최고가 되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특히 교관, 상관 등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영화 전편을 통해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최고 가운데 최고)라는 말을 자주하며 파일럿 교육생들을 독려한다. 연인 찰리는 동료 구즈가 사고로 죽어 조종사를 그만두려는 매버릭에게 말한다. “최고 중의 최고가 되려면 실수하고도 계속해야 해요.” 그녀는 또 “매버릭 대위 당신은 마하 2를 날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며 꺼져가는 남성의 질주 본능에 불을 지피기도 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미그기를 격퇴하고 항공모함에 돌아온 라이벌인 매버릭과 아이스맨이 포옹하면서 하는 대사 “나의 윙(wing)이 되어 줘”는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전우애의 뜨거운 감성을 느끼게 한다.
군대 배경으로 한 청춘 액션영화
‘탑건’은 메시지가 강하고 심각한 전쟁영화라기보다 군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톰 크루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춘 액션영화에 가깝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 문법에 충실하게 만들어졌으나 감동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주얼 적으로 웰 메이드(well made)하게 만들어졌기에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군 소재 영화는 우리 군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김병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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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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