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에서도 가장 깊은 산골 마을인 두지터.
그곳에서도 맨 꼭대기에 집을 짓고 사는 노금옥 할머니.
첩첩산중 오가는 사람 없는 외딴 집이 할머니의 보금자리다.
검은 단발머리에 꼿꼿한 허리.
뒷모습만 보면 젊은 아가씨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오직 산이 좋아 이곳에 산 지도 벌써 31년이다.
산에 살면서 약초와 버섯, 야생화뿐만 아니라
지리산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는 만물박사가 된 할머니.
무엇보다도 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 덕분에
할머니는 산에 있는 모든 생명과 친구가 되었다.
철을 맞아 연잎 수확이 한창이다.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연잎은 함양군의 유명한 자랑거리다.
모전마을 박정희 할머니는 쑥쑥 자라는 연잎을 볼 때면
따사로운 햇살과 비에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자연의 도움 없이 사람 힘만으로는 키울 수 없다고 말하는 할머니.
잘 자라준 연잎은 버릴 것 하나 없는 자연의 소중한 선물이다.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해 자식들에게 줄 연밥을 만들기로 했다.
해거름 녘 하늘 위로 구수한 연기 피어오르고
연밥뿐만 아니라 초록색 면이 싱그러운 연잎 칼국수, 건강에 좋은 연근전까지.
건강한 연잎 밥상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아직은 생소한 ‘여주’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예전에는 관상용으로 심었지만
최근에 당뇨와 성인병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노랗게 익어버리면 약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초록빛 감돌 때 따야 한다.
밤사이 불쑥 자란 여주 따는 재미에 농부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유명세를 타면서 여주로 차도 만들어 마시고
효소로 만들어 약으로 먹기도 한다.
산이 품어주고 들이 터를 내주면
따사로운 햇살과 맑은 공기가 곡식을 익게 한다.
가을의 발걸음 소리에 익어가는 산과 들로 함께 떠나보자.
제5부. 아름다운 시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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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황산마을 소나무 숲 사이로 탁탁탁- 나무 조각 소리가 가득하다.
41년 동안 고독한 서각의 길을 걸어온 송문영 씨다.
고향의 옛 정취와 유년시절을 잊지 못해
연어가 알을 낳고 모천으로 오듯이 고향으로 돌아온 지 30년을 맞았다.
마을 곳곳에는 지나온 시절의 역사가 남아 있다.
마을을 지키던 550년 된 정자목과 서낭당.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동호정.
그리고 송문영 씨의 유년시절 기억 속에 자리 잡은 다랑논까지.
‘종이골’이라고도 불리던 마을
서른 집 넘을 정도로 많던 종이 농가는 다 사라지고 이상옥 씨 집만 남았다.
물이 맑고 공기가 좋아 닥나무가 잘 자라지만
약이 닿으면 다 죽어버리는 통에 직접 낫으로 나무 주변을 제초해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수작업이라 고되지만 4남매를 키워낸 고마운 종이다.
자식들 생각에 종이 뜨는 발에 물기 마를 날이 없다.
지리산에서부터 경호강에 이르기까지
물은 수많은 생명을 껴안고 하류까지 이르렀다.
산청 경호강에서 투망으로 고기를 잡는 어부 거창균 씨.
쉬리, 갈겨니, 모래무지까지.
경호강의 물고기는 강을 거슬러 올라와 그 힘으로 먹이를 잡기 때문에
어느 지역 물고기보다 으뜸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강이 흐르며 시간도 흘렀지만
경호강에는 거창균 씨의 유년과 젊은 시절이 모두 담겨 있다.
평생을 강과 함께해 온 그의 어깨에 그물이 반짝인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품을 내어주던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된 물길이 강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흐르는 강물 따라 흘러온 옛 시절을 거슬러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