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周)나라 초기 정치가 강태공은 이혼남이었다. 가난도 하였고 집안을 돌보지 않아 아내가 집을 나갔다고 전한다. 인천여성민우회 소속 남성 한부모 모임 ‘강태공’은 자신들을 강태공과 같은 입장이라며 당당하게 세상에 말한다.
“강태공은 낚시하며 세월을 기다리다 다시 재상이 되어 천하를 통일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현재는 저희가 생각했던 삶이 아닌, 세월을 낚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시간이 아이들과 아빠들에게 이상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시간이었음 좋겠습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의 모임 ‘강태공’ 회장 기호풍씨는 말한다.
이혼은 흉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혼은 사람의 동선을 작게 만든다. 특히 남성 한부모들은 여성 한부모들과 달리 다른 사람들과의 모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모여도 말수가 적은 탓에 정적이 감돌기 일쑤다. 자신의 입장과 힘든 점을 공유하기도 쉽지 않다. 쉽게 친해지고 의미있게 모일 수 있도록 ‘인천여성민우회’의 도움을 받아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영화와 그림을 통해 아빠의 감정을 이해하다
아빠와 함께한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곧 상영될 영화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찾아가는 영화관 ‘영화배달 왔습니다.’는 문화관광부 소속 예술가 네트워킹 프로그램이다. 오늘은 이곳 ‘인천여성민우회’에 영화가 배달되었다. 영화를 통해 아빠와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림으로 치료하는 게 오늘의 수업내용이다.
아빠와 함께 ‘지상의 별처럼’ 영화를 감상한 아이들은 주인공 이샨의 감정에 대해 강사와 이야기하며 자신은 언제 이런 표정을 짓는지 말해보았다. 서로의 감정을 물감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해 보기도 한다.
강사는 “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의 경우 부모와의 소통이 어렵습니다. 서로의 감정표현은 닫힌 관계를 소통시키죠. 영화와 미술을 통해 부모와 아이의 소통창구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나아가 미술로 닫혔던 마음까지 치료하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알록달록 물감이 뿌려지자 아이들은 거침없이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나간다. 모두 다른 그림이었지만 그림 속엔 모두 행복을 표현하는 하트가 그려져 있다. ‘아빠와 놀 때 난 행복하다.’라는 아이의 감정에 ‘아빠는 우리 딸들과 놀 때 가장 행복하다.’라고 아빠의 답글이 남겨졌다.
손에는 물감이 범벅이 되었지만 아이들에겐 즐겁고 재밌는 시간이다.
“재미있었어요. 아빠가 맨날 바쁘고 못 놀아 주시는데 여기 오면 저랑 재밌게 놀아주셔서 즐거워요. 아빠랑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좋거든요. 음...게다가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아요. 헤헤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가진 민철이는 한 달에 한 번 오는 이곳이 너무 좋단다.
아빠 이재범씨는 “아이가 이곳에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이번 주는 안가냐고 묻기도 하고 그전보다 훨씬 밝아져 저도 좋지요. 모르는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아빠를 잘 따르게 되었어요. 정보도 얻고 내 스스로의 문제점을 알게 되어 좋습니다.”라고 전하며 앞으로 계속 모임에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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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에 만난 최다민양은 “아빠랑 이곳에서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빠가 제 고민을 들어주고 얘기하면 제 속이 시원해져요. 오늘은 물감놀이가 젤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한다. “우리 수빈이 뭐 줄까?” 다민이는 수빈이를 친자매처럼 간식을 챙긴다.
인천여성민우회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장희정 센터장은 “한부모가정의 가장에게는 지지할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지지자가 되어 비판이 아닌 ‘그럴 수 있어.’라며 아픔을 다독여주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연대감을 이끌어내 서로의 성장을 돕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이혼을 했다고 웅크리고 있기보다 이런 모임을 통해 오픈하여 아픔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것이 성장을 가져온다고 덧붙인다.
사실 이곳에서 프로그램 진행시간은 한 달에 세 시간정도에 불과해 아이들과 아빠들은 항상 정서적 지원에 목마르다. 참가자 대부분이 1박 2일 캠프를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곳 경제적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한부모가정지원이 다문화가정 지원비보다 훨씬 적은 것은 커다란 문제점이기도 하다. 세상에 이들을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개발과 많은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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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과 직장 두 가지를 책임져야하기에 아빠로서 역할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정서적인 지원은 무척 힘들지요. 여자들은 ‘수다’라는 소통창구가 있지만 남자들은 이마저 힘들잖아요. 인천여성민우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서로의 멘토·멘티가 될 수 있어 좋습니다.” 강태공회장 기호풍씨는 7명의 아빠에서 시작한 모임이 현재 20여명으로 늘었다며 더 많은 아빠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세상과 손잡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부모가족에게 ‘결손’ 혹은 ‘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의 빈자리가 아닌, 아빠와 아이들이 꽉 채워진 자리를 채워가는 채움의 과정인걸요. 채움의 과정이 비록 힘들고 느리겠지만 아이들에게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아빠들은 더 많이 노력할 것입니다.”
그들이 함께 채워갈 세상엔 아이들의 그림처럼 사랑의 하트만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1박2일 캠프 후원하실 분*
문의: ☎032-525-2219 인천여성민우회
이현주객원기자 o7004@naver.com
/ 편집팀(inchenews@korea.kr)
첫댓글 지난 27일 진행된 '영화배달 왔습니다~' 강태공 모임이 인천시 인터넷신문에 실렸습니다. 참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인 기사예요. 강태공 화이팅입니다:)
'빈'--->'채움"으로 가는 과정을 민우회가 함께, 우리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