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만에 근 한달만에 진짜 합주(오부리가 아닌)를 해보았다.
STILL OF THE NIGHT,REMEMBER TOMMOROW,SEEK AND DESTROY 등을 맞추어 보았는데 영 사운드가 나오지 않아서 짜증이 났다.
7.6 土
이틀만에 합주를 재개하였다.
날카로운 비평의 일인자(?)동욱이가 지켜보는 앞에서 먼저번의 3곡을 맞추어보았다.
그때보다는 나았지만 아직도 별로였다.
헌철이와 창식이는 어느정도 밸런스를 맞춘것 같은데 장영이가 아직 못 따라오는것 같았다.
물론 그저께보단 나았지만 아직 악보를 다 외우지 않은것 같아서 적잖이 실망했다.
동욱이는 우리가 다 좋은데 드럼이 상당히 딸린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헌철이의 베이스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창식이를 가리켜선 피킹이 보기 드물게 강력하다고 말했는데 창식이 새끼는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7.8 月
쓸쓸한 하루였다.
본래는 혜정이와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 됐는데 불행히도 그녀의 삼촌이 간염으로 KO되어서 약속을 지킬수 없게 되었다고 약속 2시간전에 전화를 해왔다.
내일은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잡혀 있다고,언제인가 자신이 전화를 걸겠다고 말하며 짧은 대화를 마친 혜정이의 마지막 목소리가 멀어져갔을때 가슴이 공허하게 비는듯 했다.
진짜 허전하고 쓸쓸했다. 그리고 아주 외로웠다.
그녀와 함께 보내야할 드라마틱한 오후가 쌀쌀맞고 무료하게 아무런 감흥없이 날 맞이했다.
허무함을 잊기위해 음악을 들어보았지만...
음악을 들은후 무기력함은 더욱 진하게 감돌 뿐이었다.
시간은 멈추어있는듯 지지리도 가지않고 혜정이의 허상만 내내 그리다가 엄청난 현실괴리에 부딛쳐 마음을 흠뻑 적셨던 외로운 하루였다.
7.9 火
오전에 혜정이와 전화를 했다.
다른때와는 달리 즐거움 보다는 실망감만 듬뿍 안겨주었다.
그저께 남자애들이랑 술마시다가 난생 처음으로 꼬장을 부렸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아는 남자애들이 MT간다고 부모님에게 말하고 같이 울산으로 며칠동안 놀러가자고 제의가 들어왔는데 몹시 가고싶다는 투로 말하는것하며,오늘 자기 친구 파마하는데 따라가야 된다고 못만나겠다는 말을 태연스럽게 하는것 하며,내일은 별로 친하지도 않는 과친구들을 만나야된다며 거절하는 등등 하여튼 입에서 내뱉는 소리 하나하나가 진짜 열을 바싹 올리게 하였다.
거기에다 마지막으로 정말 충격적인 필살기를 먹여주었다.
[오빠! 내 친구가 소개팅 나가달라고 부탁하는데 어떡하지?]
이런~~도데체 나를 뭘로 보는건지?
[친구가 예전부터 부탁하던 거라서 거절하기가 좀 그래!
하지만 오빠가 나가지 말라면 안나갈께...^^]
한숨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너 하고 싶은대로 해!]
난 전화를 끊고 창식이,재혁이를 만나러 종로로 갔다.
종로에서 만난 우리는 낙원상가에 가서 기타를 구경하였다.
창식이가 새로운 기타를 사려 하는데 같이 가준 것이었다.
기타는 사지 못하고 낙원상가를 나와서 햄버거를 먹으며 야그를 나누었다.
혜정이 이야기를 하니까 창식이는 갑자기 존 싸이크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너 그거 아냐? 존 싸이크스가 한때 여자친구에 미쳐 기타를 2년동안 못 쳤다는거...너무 미치지마! 여자는 단지 여자일뿐~~너의 신념을 생각해!]
재혁이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성은이가 요즘 너무 집착하는것 같다.난 아직 여자를 사귄적은 없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인것 같아!
급한 마음 먹지말고 침착하고 여유있게 처음에는 그저 아는
오빠 동생 사이로 평이한 만남을 가져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너의 꿈을 이룰 날이 올것이여!!!]
음...
저녁에 오래만에 흥식이를 만났다.
개인적으로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헌철이가 마구 졸라서 어쩔수 없이 만났다.
서울 단대가 있는 한남동의 허름한 술집에서 만났는데~~
흥식이는 요즈음 무섭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
우리와는 달리 군면제자(신의 아들)인 그 녀석은 벌써부터
졸업문제와 취업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그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때는 같은 동료로써 놈팽이 집단에 함께 속해 있었는데
그와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은 너무도 다른 길이어서 새삼 놀랬다.
그런데 흥식이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도 광개토의 드럼으로서 스틱을 잡고싶은 투혼(?)이 간직되어 있나보다.
헌철이와 나 실질적인 광개토 4기의 초창기 시절 동료들에게 술기운에 젖어 다시 드럼을 치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고 말았다.
4기의 오명을 씻고 멋지게 끝내고 싶다고...
이것은 창식이와 헌철이,그리고 재혁이와 나 모두가 가지고 있는 4기만 느낄수 있는 서러움이다.
술을 먹고 집으로 향하는 1번 버스 안에서 흥식이의 한맺힌 설욕의 다짐이 귓가에 생생하게 맴돌았다.
[이렇게 끝낼순 없어! 나에게 한번만 기회를 줘라!]
7.10 水
합주를 했다.
장영이 자식이 아직도 곡을 제대로 소화못하여 지저분한 사운드만 만들고 말았다.
물론 나 또한 잘한건 아니지만 그대로 돈이 아까울 정도로
진짜 아니었다.
창식이와 헌철이는 요즈음 혜정이에 미쳐 개인연습을 게을리하는 나에 대하여 상당히 불만이 많은것 같다.
노력을 해도 될까말까한 녀석이 기집애에 푹 빠져 합주비도 안가지고 다닌다고 왜 그렇게 염치가 없냐고 마구 핀잔을 주었다.
노래를 성실치 못하게 한점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해서까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지들이 여자친구 없으니까 그 열등감으로 질투하고 시기하다니...
븅신들~~(내가 보기엔 니가 븅신이다 ^^)
7.11 木
생애 최악의 바이오리듬이 만들어졌던 젓같은 하루였다.
11시경 혜정이를 만나러 옷마무새를 깔끔이 하고 부천으로 향하는것 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12시 반에 도착하여 거의 10분에 한번꼴로 전화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3시간동안 전화를 받지 않음에
나의 신경은 무척 날카로워지고 짜증은 지옥처럼 뜨거워졌다.(전형적인 쌍팔년도 표현이군 ㅋㅋㅋ)
이후 5시반에 자리를 뜰때까지 나의 가슴은 정말 노여움으로 활활 타올랐다.(표현이 진짜 어색하다 ^^)
그리고 집에 오는 도중에 한 이상한 영감을 만났다.
이 영감탱이가 나를 보면서 요상한 짓거리를 했다.
내 몸을 살살 어루만지면서(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약간 근육맨이었음)이렇게 말했다.
[역시 젊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몸이 탄탄하구만!]
그리고 내렸다.
별 실없는 영감이다....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주머니 속에 있던 만원짜리 다섯장이 사라졌다.
씨팔 영감탱이 새끼!!!! 소매치기였던 것이다.
아! 진짜 열받는다.
혜정이도 만나지 못하고 괜히 장거리 여행하고 돈은 돈대로 날리고...
정말 야마 이빠이로 팽창한다.
저녁에 혜정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구 나무래고 화내려고 하였다.(확실히 표현이 어색하군)
그러나....
[오빠! 우리 금요일날 만나기로 했었잖아? 오늘이었나?
오빠! 나 오늘 학원 가는 날인줄 알잖아?]
이렇게 변명하는 혜정이에게 나는 별다른 쇼킹한 말을 할수가 없었다.
분명히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었는데....
도데체 어떻게 된거야?
순간 머리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하기 싫은 생각~~
어쩌면 나는 그녀가 아는 수많은 남자들중 하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오빠! 미안해! 오빠! 내가 잘못했어...아이! 오빠!]
수화기 저편에서 혜정은 애교를 떨고 있었다.
갑자기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같아 기분이 왠지 이상했다.
바보가 되버린듯한 느낌이었다.
7.17 水
성음악원에서 헌철,창식,재혁을 만나 이후 디어헌터에 가서 음악 들으며 이야기를 하였다.
원래는 흥식이를 만나려고 모인건데 이 자식이 또 약속을 깨뜨려서 정말 골치가 아프다.
그리고 그 이전에 장영이 이새끼 진짜 얄밉게 나온다.
오늘이 합주날인걸 뻔히 알면서 아르바이트 하러 기어나갔다니...
아! 진짜 이 뺀질이들 마음에 안든다.
7.18 木
참으로 오래만의 만남이었다.
정확한 시간감각의 혜정이는 어김없이 1시 정각에 금성극장앞에 나왔다.(정말 구린데만 골라서 만났구만 -_-)
전화로는 그 다정한 목소리를 빈번히 접할수 있었으나 그
어여쁜 얼굴을(욱! 표현 전나 구리다)다시 보게 된것은 실로 진짜 오래만이었다.
우선 요즈음 새로운 아지트가 되어버린 록카페 디어헌터로
들어갔다.(미친다!!!이곳은 칙칙하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인데 이런곳에 여자를 데려가다니 ㅠ.ㅠ)
A TALE THAT WASN'T RIGHT을 비롯한 처절하고 슬픈 록밸러드 등이 나의 심연을 그대로 반영하며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예전과는 달리 나쪽에서 그녀에게 이야기를 많이 했다.
광개토를 하면서 즐거웠던 이야기,괴로웠던 이야기등을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코믹하게 들려주었다.
물론 그녀도 많은 이야기를 내게 했지만 그러나 오늘같은 경우는 주로 내가 그녀에게 나의 추억담을 들려주었던것 같다.
3시반경에 디어헌터를 나와 제각길로 가려했다.
그러나 내가 떼를 서서 좀 더 있기로 했다.
혜정이는 자기가 학원 가있을 때까지 나보고 MAX라는 곳에
가 있으라고 말했다.(맥스는 당시 명동에 있었던 MTV로 좀 괜찮은 곳이었다.)
맥스에 가서 오지 오스본과 메탈리카 뮤직 비됴를 보고 있는데 절라 재미없었다.
담배만 존나게 피워댔다.
난 혜정이가 빨리 오기만을 바랬다.
5시 10분경에 혜정이가 나의 등을 두드렸다.
[미안! 오빠~~많이 기다렸지?]
우린 저녁을 먹으며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저번 대학로와는 달리 이곳은 일반 팝도 다루는 곳이었다.
엘튼존과 이글스가 나오자 혜정이는 매우 좋아하였다.
난 원래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안좋아하지만 그녀가 좋아하니까 그냥 참고 들었다.
그런데 듣다 보니까 이런 음악도 괜찮다고 느껴졌다.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가 흐르는데 드럼을 치는 사람이
노래까지 부르는데 왠지 멋있어 보였다.
혜정이는 이 노래가 상당히 마음에 드나보다!
허벅지를 손으로 두드리며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는데~~
매력이 있어보였다.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 보니까 혜정이는 그렇게 어려보이는 귀여운 스타일의 걸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성숙하고 여자의 분위기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은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것이었는데....
여자는 남자를 알아가면서 성숙해간다는 형들의 충고가 머리를 스치고 기분이 이상해졌다.
[오빠! 무슨 생각해?]
날보는 혜정이의 눈빛이 확실히 예전같지 않다.
예전에는 순수하고 어려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이런 기분 이상하다.
왠지 축축한것 같고 절라 꿀꿀한것 같고 왠지 얼룩져가는듯한 느낌이다.
수정이랑 있었을때는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었는데....
난 이런 느낌이 왠지 싫다.
그러나 문득 떠오르는 재혁이의 충고!
[성은아! 너 혼자서 어떤 주의에 사로잡혀서 단정짓지마!
니가 믿고 있는 것들은 단지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일 뿐일수도 있어. 참조할수는 있지만 무조건 신뢰하지는 마! 이 세상에 믿을수 있는건 바로 너 자신의 생각 뿐이야.]
난 이순간 수정이와 있었을때를 잠시 기억의 저편으로 떠내려보내고 현실에 충실하기로 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눈을 자세히 보았다.
[뭘봐?]
혜정이는 약간 무안한듯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 웃음만은 내가 처음 좋아했던 그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비록 그녀가 아는 수많은 남자중 하나라 할지라도 지금 이순간만큼은 그녀와 함께 있는 유일한 남자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난 그녀의 남자고 그녀는 나의 여자라고~~
맥스를 나와 집으로 가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무더운 여름밤의 달은 무척 밝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혜정이를 보았다.
[오빠!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혜정이는 무안한듯이 날 보며 말했다.
그 모습이 왠지 귀여워보였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의 발걸음은 지하철을 향해 뚜벅뚜벅
내려갔다.
[나 가는 거 보고 가!]
혜정이는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윽고 저만치서 지하철이 달려온다.
[오빠! 안녕]
지하철의 문이 열리자 그것을 타려고 하는 혜정.
문득 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왜...왜 이래? 오빠!]
난 일주일전부터 준비했었던 테이프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헬로윈 노래 있는거야. 잘가 ^^]
이 말 한마디를 한채 나는 혜정이를 보냈다.
멀어져가는 지하철과 함께 그녀의 모습이 희미해졌다.
그녀의 표정은 웃는것 같기도 하면서 약간은 당황해하는듯 하기도 하고 고마워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부담스러워 하는것 같기도 하고....
암튼 그렇게 사라졌다.
7.20 土
참으로 오래만에 근 1년만에 송설 라이브 카페를 찾았다.
갈 마음 진짜 없었는데 재혁이가 꼬셔가지고 괜히 갔는데
씨발 기분 조지고 말았다.
공연 같지도 않은 공연을 밥도 못먹고 무려 3시간 동안 지켜본것도 무척 못마땅했지만...
그것보다 더욱 열받은 것은 바로 창식이 새끼의 말이었다.
[야! 내가 말야 어제 한남동에서 정혁이형 만나서 너에 대한 말을 들었는데,그 형이 너보고 뭐라 그런지 아냐?
성은이 그 새끼 목소리 별로 어울리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AC/DC같은건 조금 어울릴거다. 그런거나 해! 그리고 그 새끼 발라드 존나 못부르니까 괜히 발라드 해서 조지지 말구
야 객관적으로 이런 평가 받는데 니가 보컬이라구 할수있냐?]
순간 금년초 합주했던 때가 떠올랐다.
라우드니스의 CRAZY NIGHT를 힘차게 부르던 나를 보고 정혁이 형이 이런 말을 했었다.
[드디어 성은이가 자기 목소리를 찾았구나! 그래! 넌 기교를 쓰지마! 넌 목소리 그 자체가 메탈인 놈이란 말이야~~
괜히 비음같은거 쓰지말구 라우드니스 거 하면 좋겠다.
치영이보다 훨씬 난데....]
헬로윈의 I WANT OUT을 불렀을때 종우형이 이런 말을 했었다.
[정말 대단하다. 아직 너에게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넌 니 자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 그러니까 김종서나 임재범이나 그런 애들과 너를 비교하면~~
후후! 대답하지 못하는군~~역시 내가 사람을 잘보았어!
보컬은 그렇게 겸손해야해!!!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은 절대 과장이나 비약이 아니다.
내가 볼때 네 성량이나 고음 그리고 바이브레이션은
그 놈들에 비하여 절대 떨어지는게 없어!
단지 경험이 부족하여 센스가 좀 없다는것 뿐이지.......]
시간이 10년이 흐른 지금이지만 이날 창식이의 말은 도저히 잊을수가 없다.
너와 이 새끼라는 표현이 정말 나의 가슴에 면도날을 그어댔고 그들과 나 사이에 선을 그었던것 같다.
이 말을 들은 순간 난 더이상 그들이 친구로 보이질 않았다.
어떤 신뢰감 같은게 순간 증발 해버렸다.
7.21 日
11일만에 합주를 재개하였다.
이전 드러머 장영이는 자르고 원래 드러머인 흥식이를 재가입시켜 처음 맞추어본것인데 비교적 잘 맞는것 같다.
SHOUT AT THE DEVIL은 조금만 맞추면 될것 같은 기분이 들고 REMEMBER TOMMOROW도 근시일내에 완벽해질것 같은 느낌이다.
확실히 흥식이가 스틱을 잡으니까 음악이 살아나는것 같다.
그러나~~
더이상 난 이들과의 합주에서 흥분을 느낄수가 없었다.
재혁이가 말을 했다.
[오늘은 정말 잘한다. 다른 사람 같은데...침착하고,냉정하고~~]
씨발 그럼 그런 말을 듣고 흥분할수 있겠냐?
창식이가 말을 했다.
[어젠 내가 미안했다. 하지만 이해해라! 솔직히 니가 해도 안될 새끼 같으면 내가 그런 말을 했겠냐?]
아예 제비 다리를 분지르고 다시 붕대를 감아줘라!
7.22 月
존나 권태스럽다.
사는게 좃같다.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
음악마저 이제는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내가 좋아했던 음악들이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고 있다.
[병신! 이것도 못하냐? 넌 최하다. 최하! 최하하하하하하]
애꿎은 담배만 존나게 피워댈뿐이었다.
[니가 자꾸 그러니까 이 새끼가 연습을 안하는거야!!!!]
자꾸만 머리속을 떠도는 창식이 새끼의 말에 난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좀전에 피운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불을 붙여 빨아댔다.
맛이 정말....
좃같았다.
그러다가 전화가 왔다.
혜정이었다.
그녀로부터 전화가 온것은 참으로 오래만의 일이었다.
요전에 테이프 잘 들었다고,어쩜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곡만 녹음했냐고 고맙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오늘 병원에 가야 한다고 갑작스런 소식을 전했다.
요즘 턱있는데가 이상하다고 밥도 잘 못먹겠다고 엄마랑 함께 진찰을 받으러 가야 겠다고 말해주었다.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지만 공중전화에 돈이 다 떨어져 그만 끊어야겠다고 말하며 그녀는 멀어져갔다.
그 테이프의 영향 때문일까?
예전과는 달리 무척 적극적으로 변모한것 같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존재 또한 내게는 무기력함만을 줄 뿐이다.
그녀와 나와의 만남 역시 록이라는 매게체로 생성된것이기에~~
다시 날 무력하게 한다. 허무하게 한다.
[니가 자꾸 그러니까 저 새끼가 저러는거야!!!!!]
창식이 새끼의 말이 계속 귓가를 윙윙거린다.
무력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좋은게 없다.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
영원히 잠들어버리고 싶다.
이순간 하나의 전화가 의식 저편으로 침강하는 나를 깨웠다.
그녀는 호수 저편에서 나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나는 다니 필쓰처럼 그녀를 따라갔다.
[안녕하세요! 저 진영이에요 *^^*]
여러분들은 기억하시는지?
진영이란 여자는 DIARY OF A MAD MAN 2 에 등장했던 초 수퍼 울트라 뻑킹 그레잇 마징가 글래머의 이름이다.
죽어가는 나에게 있어서 요녀의 등장은 다른 생각을 할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나를 불러냈고 나는 나갔다.
마치 죽음을 갈구하는 다니처럼 말이다.
그녀와 난 강남역에서 만나 술 마시러 갔다.
예전에도 예뻤지만 그녀는 더욱 강렬하고 섹시한것 같았다.
그녀를 만나면서 난 조금씩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완전히 밑바닥에 처박혀 늪에 빠진듯이 괴로웠던 마음이 그녀를 만나면서 조금씩 업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또다른 나락일 줄이야~~
이때는 미처 몰랐었다.
같은 여자이지만 그녀는 혜정이나 수정이와 있을때는 느끼지 못했던 알수없는 요기를 발산했는데 그것은 흡사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나의 육체에 스며들었고 무언가 위험한 느낌을 감지하게 해주었다.
그녀와 나는 간단히 술을 먹고 나갔는데...
예상대로 그녀는 나의 팔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잡힌 나의 팔에서부터 시작된 요상한 전율의 느낌은 곧 이곳저곳으로 짜릿하게 퍼져갔다.
그녀는 움찔 놀라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왜 그래?]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녀는 나의 팔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요염한 미소를 머금었다.
나의 심장은 이내 그녀의 손에 의해 꺼내어지고 다시 내 입에 처넣어지리다!
그녀는 나와 헤어지면서 알수없는 말을 의미심장하게 흘렸다.
[사실은 성은씨! 내 이름은 진영이가 아니야!]
그리고 나의 말을 듣기도 전에 그녀는 사라졌다.
지하철의 희뿌연 공기를 타고 그녀의 알수없는듯한 묘한 미소가 내 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떠났지만 나는 그녀의 실루엣으로 정신이 몽롱하였다.
악마와의 조우는 언제나 그렇듯이 달콤하면서도 섬뜩하고 무언가 여운을 남기는듯해 신비스럽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