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에 새로 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산책하였다.
슈퍼문을 볼 수 있다는 말에 근처 동산으로 올라갈까 하다가 그냥 큰 길을 뺑 돌아 집으로 가기로 했다.
6차선 대로로 나가니 과연 달이 두둥 떠 있다.
달이다!
아이들도 어른도 일제히 소리 질렀다.
보통 때 보다 두세 배는 커보이는 달이 낮게 내려와 있다.
달을 보고 멈춰서서 한참을 떠들었다.
슈퍼문이 무엇이고 왜 커보이는지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사위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발길을 돌려 다시 길을 갔다. 길을 가다 달을 봤다.
"정말 쟁반같이 둥근 달이다" 하고 딸이 외친다.
쟁반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이 묻는다. 딸과 내가 동시에 노래를 부른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아이들 뒤를 따라 가면서 나는 달을 보려고 마루 끝에 발돋음 하며 옹기종기 모여있던 형제들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들려준 달에 사는 옥토끼와 절구를 찾아 달 속 검은 그림자를 헤집어보던 일들이 어제 같이 눈 앞에 떠오른다.
그 많던 식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달님이 장난을 거는 바람에 제정신이 들었다.
지붕 위로 나무 사이로 건물 뒤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동안 우리도 달과 숨바꼭질 하며 즐거워하였다.
사거리의 환한 불빛이 나오고 디저트로 탕후루를 먹자고 한다.
가게에 들어가서 하나씩 골라 들고 나와서 단 맛에 취해 떠들며 되돌아온다.
오늘은 슈퍼문과 불루문이 겹치는 날이고 다음에는 14년 정도 있어야 한단다.
수현이가 되돌아와 내게 묻는다.
"할머닌 14년 후면 몇 살이 되는 거지?"
"그땐 할머닌 죽어서 못 볼지도 몰라."
...................
잠깐 생각을 해보던 수현이가 말한다.
"아니야. 두 번은 볼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얼른 이해가 되질 않아 가만히 있으니까.
"봐봐. 할머니가 적어도 98까진 살 거 아니야. 그럼 두 번 볼 수 있지." 하며 내 손을 잡는다.
"아하, 그거 계산해 봤어? 수현이가 그래도 두 번까진 살려주네." 하니 모두 웃는다.
오빠가 뭔가 해낸 것 같은지, 리안이도 묻는다.
"할머니, 그럼 그때는 내가 어른이 되는 건가?"
"그럼, 너도 어른이 되어 있겠지."
리안인 만족한 얼굴로 웃는다.
자기가 어른이 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 같은 표정이다.
어느새 우리집에 도착하여 하늘을 보았다.
사실 달은 아파트 숲에 가려 안 보인지 한참 된다.
'그래. 14년 후에 우리 다시 만나게 될지 어떨지 내기 해보자!'
ㅎㅎ
첫댓글 손주들 덕분에 98세까진 따놓은 당상입니당~ㅎ
슈퍼문 덕분에 옛 추억도 소환해보시고 손주들과 아름다운 미래도 설계해볼 수 있어 '달'이란 녀석이 고맙구만유~ㅎ
저는 뭘 하느라 슈퍼문을 놓쳤는지 다음 슈퍼문을 기약해야겠죠~ㅎ
두 번 보는게 중요하지 않고, 제 발로 나가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하겠죠. ㅎㅎ 장수보다 건강이 최고여! ㅎㅎ
ㅎㅎㅎㅎ
난14년 뒤의 수퍼문도 못보는뎅
달 하나를 보면서도 참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것을 보면서 대가족의 장점을 봅니다
오손도손 알콩달콩입니다
난
외로울땐 혼자 걸어요
슬플땐 혼자울어요
라는동원이 노래듣고 혼자 달보고 달사진 찍고 있답니다^^
아이고~ 언니 미안허네요. 이 글이 손주 자랑 맞는가봐요.
저도 달구경 하는데 옛날 대가족 때가 생각나서 약간 마음이 그렁그렁 했걸랑요.
할머니랑 오형제들이랑 대가족 살림 봐주러 온 친척 언니들도 모두 생각나는 밤이었어요.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어쩌고 저쩌고
옛날엔 달보고 부를 노래가 정말 많았는데~~
그쵸?
슈퍼문 정말 크고 밝더군요
수현이가 사회생활 잘하는군요
암산도 빠르고 두 번이나 보여주니 참 대견한 녀석
할머닌 손주 키운 보람이 있겠군요
수현이놈 이제 4학년인데, 선행학습 하느라 5~6학년 수학을 하니까 저런 계산은 식은죽 먹기죠.
확률 도형 이런거 자꾸 가져와서 물어보는데 미쳐요. 할머닌 수학 엄청 못했다고 해도 자꾸 물어봅니다.
일부러 자기 아는거 자랑하려고 그러는거에요. ㅋㅋ
종달새님 같은 할머니를 가진 아이들이 부럽네요. 제 할머니는 늘 무섭기만 한 호랑이 할머니라 추억이 거의 없네요.. 나도 종샘같이 다정다감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 할머니를 만났다면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것 같네요.
다정다감한 어머님이 늘 곁에 계셨으니 할머니까지 그러셨다면 애들 버릇 나빠졌겠지요.
맘고요님은 지금으로도 충분히 훌륭하십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