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4동 학원가를 지나면서 매일 보는 학원 간판들이다. 눈에 제일 많이 띄는 건 수학이고, 다음이 영어고, 그다음이 과학과 국어인 것 같다. 그리고 논술학원이 간간이 있다. 수학이 명문대학 좋은 학과에 가는 왕도이다. 거기에 영어를 잘하면 금상첨화이다. 난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왜 철학 학원은 없는가? 서양 최초의 대학은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였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철학이 없다.
그런데 내가 출근하는 도서관에서 만난 논술 선생님이 직접 편집해서 가르치고 있는 책을 봤다. 이미 출제된 문제들을 모아 놓았다. 이 선생님은 국문학을 전공한 분인데, 철학에도 상당한 역량을 가진 분이다. 책의 내용은 거의 다 철학이다. 물론 철학 문제만을 골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문제 수준이 상당해서 놀랐다. 고등학생 논술을 한 번도 가르쳐 본 적이 없는 나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아! 철학의 부재가 아니라 이미 호흡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2월 프랑스 파리 팡테옹 지구 소르본 4대학 앞에 있는 자그마한 서점에 들어간 본 적이 있다. 그 서점에서 ‘바칼로레아를 위해 준비해야 할 철학의 기초지식’을 유리창에 붙여 놓은 걸 봤다. 난 이 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높은 수준의 철학적 훈련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딸은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프랑스 파리로 가 대학에 다시 들어갔다. 첫 번째 시험은 실패하고, 두 번째 합격했다. 실패한 원인이 바칼로레아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첫 번째 시험에 실패한 후, 딸은 명색이 철학 교수인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철학을 하루아침에 정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급하게 프랑스어로 된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 교과서를 구해 딸에게 주었다, 이 책이 도움이 되었던지 다음 해 시험을 통과하고 파리 8대학에 진학했다.
참고로 내가 근무하는 도서관에 마침 『프랑스 고교 철학』을 번역한 책이 있어 간략하게 소개한다. 앙드레 베르제즈와 드 니 위스망이 저술하고, 남기영이 번역해 2009년 출간한 책이다. 모두 네 권인데, 제1권 〈인간학·철학·형이상학〉의 목차만 소개한다. 1. 철학이란 무엇인가?, 2. 인간학의 문제: 지능은 타고난 재능인가, 신화인가?, 3. 미학의 문제, 4. 공간과 시간, 5. 실존, 6. 죽음, 7. 자유, 8. 형이상학과 인간학: 운명의 문제, 9. 형이상학적 문제: 신 관념 등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종교 관련 기출문제이다. 1. 인간은 신이 없어도 살 수 있는가?, 2. 종교의 근거는 죽음에 대한 공포인가?, 3. 사실은 신앙을 반대하는 어떤 것이 될 수 있는가?, 4. 종교는 신을 필요로 하는가? 이다.
〈국어사전〉에 ‘바칼로레아’라 검색하면, ‘프랑스의 후기 중등교육 종료를 증명하는 국가시험. 동시에 대학입학 자격시험도 된다’라고 나온다. 프랑스 바칼로레아는 우리나라 대학수능 시험에 해당한다. 대학 수학(修學)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프랑스 바칼로레아(FB)와 현재 대구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국제 바칼로레아(IB)는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있다. 관리 주체와 채점 방식이나 그 밖의 여러 면에서 다르다. 하지만 기존의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여 창의적인 학생 중심 교육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는 대구외고, 경대사대부고, 포산고등학교가 IB 월드 스쿨이다.
IB는 1968년 스위스 국제학교협회 유네스코의 협력하에 설립된 독립적 비영리국제기구가 주관하는 3∼19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초ㆍ중등 교육과정이다.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으로 교육되고 있어 국제교육과정의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으로는 3∼12세 대상의 초급과정(primary years programme), 11∼16세 대상의 중급과정(middle years programme), 16∼19세 대상의 디플로마과정(diploma programme)이 있는데, 이 중에서 핵심과정은 국제대학입학 자격과정인 디플로마과정이다. IB 과정이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해 2년간 수업하고, 시험을 쳐 합격하면 IB 증서를 수여한다. 이 증서를 가지고 있으면 국제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객관적 능력을 인정받는다. 대학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글로벌 기준이다.
디플로마 과정은 언어와 문학, 언어습득, 개인과 사회, 자연과학, 수학 그리고 예술 등 6개 과정이다. 프랑스 바칼로레아와 IB는 공통점이 많다. 그리고 차이점도 적지 않은데,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프랑스 바칼로레아는 철학이 필수인데, IB는 선택이다. 프랑스에서 철학은 기초과목에 해당한다.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 반면에 IB는 철학에 대한 부담감에서는 다소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IB는 프랑스어 외에도 영어와 스페인어 등 다른 언어로도 접근할 수 있는 게 다른 점이다. 나의 모교인 경대사대부고 정문에 걸려 있는 ‘IB 스쿨 지정학교’에 대해 궁금했었다. 오늘 나름대로 궁금점이 해소된 것 같다. 물론 내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일반고를 살리는 방법으로 IB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예정이라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 IB를 운영하는 초중고는 제주 3곳, 대구 10곳뿐이며, 전국 초중고의 0.1%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확대하고, 지금의 입시제도와 마찰 없이 정착할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은 길이 먼 것 같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거리가 멀다.
첫댓글 바칼로레아, IB를 다소나마 이해했습니다.
종교도 철학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며,
무척 흥미롭습니다.
철학은 방대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그러나 현실은 개인연구도 국가과제들도 거의 단기간이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문제이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실생활과 그리 통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고
돈되는 인기있는 과에만 온통
무엇보다도 인간됨 교육, 인격교육이 중요한데 아직까지도 소홀하니 안타깝다.
각자 참된 스승복에 맡겨야 되니..
전문적 기술과 전문적 라이센스도 중요하지만 먼저 인간이 되는 교육이 필요.
어떤 일을 하고 어디서 일하고 얼마나 돈을 벌든지 간에 인간됨이 우선되어야 하고
특히 판검사 의사나 사회의 지도자급에게는 더 요망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하나의 역사적 실례를 들면 80년대후반 교육학계에서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심리학 철학 교육학 또 하나가 있었는데 잘 기억이 지금 나지 않는데 이 과목에 대한 교과서까지 만들어 도입하고자 했으나 결론은 무산되었다.
고등학생정도면 충분히 배울 필요가 있는데도 국어 영어 수학 기존과목들에 밀려...아직도..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 대학에서마저도. 교양으로 영어 국어를
인간의 심리를 알아야 한다
철학적 사고는 진리에 가까이 가게 하기에 필요
결혼 출산& 한 인간의 성장과정 및 앎에 대한 교육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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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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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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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